카카오그룹의 대표 금융기업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IPO(기업공개)를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상장 예정일은 오는 8월 5일(카카오뱅크)과 12일(카카오페이)로 불과 일주일 차이다.
같은 그룹 계열사가 거의 동시에 IPO를 진행하는 일이 드물다보니 시장의 관심은 더욱 뜨겁다. 특히 두 기업 모두 금융업을 영위하고 있는데다, 조단위급 대어인만큼 비교의 대상에 오르고 있다. 계열사 간 힘겨루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상장을 앞둔 두 기업의 차별점을 집중 분석했다.
①2호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 VS 국내 최초 간편결제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는 2016년 1월 설립된 국내 2호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정식 영업을 시작한 것은 2017년 7월이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26주 적금 △모임통장 서비스 △저금통 △10대 고객을 겨낭한 카카오뱅크 미니(mini) 등 기존 은행에서 찾기 힘든 상품과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했다. 이같은 노력은 폭발적인 성장세로 이어왔다. 올해 5월 말 기준 고객 수는 1653만명에 달한다.
2019년 흑자전환한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8042억원, 순이익은 1136억원이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수익 2249억원, 순이익 732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수입원은 대출이자다. 올해 1분기 카카오뱅크의 영업수익 가운데 이자이익은 1655억원으로, 73.6%를 차지했다. 개인신용대출과 전월세보증금대출 중심으로 성장해온 카카오뱅크는 상장 이후 주택담보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로 확장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가 2014년 9월 국내 최초 간편결제 서비스를 론칭하며 시작됐다. 2017년 4월 카카오 핀테크사업부를 분사하며 독립 법인으로 출범했다.
현재까지 누적 가입자 수는 3600만명, 연간 거래액은 지난해 기준 67조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 거래액은 22조8000억원이다.
주 수입원은 송금 및 온·오프라인 결제를 포함하는 결제 사업 부문이다. 지난해 매출액의 72%를 차지한다.
지불결제 관련 서비스로 기반을 다진 카카오페이는 투자·보험·대출·자산관리 등 금융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해왔다. 올해는 국내외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출시와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카카오페이는 올해 1분기 매출액 1071억원, 영업이익 108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첫 흑자를 달성했다. 당기순이익은 120억원을 거뒀다.
②시총 규모와 비교기업은?…둘 다 해외기업 찾은 카뱅·카페
카카오뱅크가 제시한 희망 공모가는 3만3000~3만9000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15조6783억~18조5289억원이다. 할인율을 적용하기 전 평가 시가총액은 22조9610억원이다.
평가 시총은 국내 금융주 시총 1위인 KB금융(22조6615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공모가 기준 시총으로 보더라도 KB금융, 신한지주(20조7931억원)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만약 공모가가 상단에서 결정되고 상장일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 직행)에 성공한다면 시총은 48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카카오뱅크가 평가방법으로 선정한 지표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이다. 전통적으로 은행을 평가할 때 활용하는 지표다.
비교기업으로는 글로벌 인터넷 은행들이 거론된다. △미국 로켓컴퍼니(PBR 4.6배) △브라질 팍세그루(8.8배) △러시아 TCS그룹 홀딩(8.0배), 스웨덴 노르드넷 AB(7.6배) 등이다. 카카오뱅크는 이들 비교기업들의 평균 거래배수인 7.3배를 적용했다.
카카오페이의 공모 희망밴드는 6만3000~9만6000원, 공모가 기준 시총은 8조2131억~12조5152억원이다. 평가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16조6192억원이다. 만약 따상을 달성할 경우 카카오페이의 시총은 31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카카오페이는 평가지표는 '성장률 조정 EV/Sales(매출 대비 기업가치)'다. 일반적으로 EV/Sales는 해당 기업가치가 매출액의 몇 배인지 나타내는 지표로, 경영실적이 적자인 경우 이용된다. 또 플랫폼 사업 초기임을 고려해 성장률을 반영했다.
비교기업은 △미국 간편결제 업체 페이팔홀딩스(81.6배) △핀테크 솔루션 업체 스퀘어(6.1배) △브라질 핀테크 플랫폼 업체 파그세구로(46.5배) 등 3곳이다. 카카오페이는 이들 배수를 평균 계산한 44.7배를 적용했다.
③카뱅 공모가 "장외가 대비 싸다" VS "은행업 규제 고려해야"
카카오뱅크의 공모가를 두고서는 금융투자업계의 의견이 엇갈린다.
시총 40조원에 육박하던 장외가에 비하면 최대 18조원이라는 몸값은 낮지만 높은 프리미엄을 반영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공모주 펀드 운용역은 "통상 금융주의 PBR이 낮은 이유는 은행 산업은 당국의 규제가 많아 성장성 및 확장성이 제한되기 때문"이라며 "아무리 카카오뱅크라 하더라도 규제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이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금융주의 PBR은 대부분 1배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KB금융의 PBR는 0.41배, 신한지주(0.37배), 하나금융지주(0.33배), 우리금융지주(0.30배)에 불과하다.
순이익 규모를 살펴보더라도 4대지주와 차이가 크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순이익은 1136억원을 기록했다. KB금융(3조5023억원)·신한지주(3조4146억원)·하나금융지주(2조6849억원)·우리금융지주(1조5152억원) 등과 비교하면 10~30배 넘게 차이가 난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고려하면 밸류에이션이 적정하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KB금융이나 신한지주 등은 카카오뱅크의 1차 비교회사로 선정됐지만 최종 기업 선정에서 제외됐다. 최근 3년간 CAGR(연평균 성장률)이 15% 이상인 '재무 유사성'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현 추세의 신규고객 유입규모와 자산 고성장세가 향후 5~10년간 유지된다면 카카오뱅크의 총자산은 오는 2026년 100조원, 2030년 2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가 이상의 높은 가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기존 은행권과 차별화된 사업모델 구축의 성공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라며 "향후 중금리대출 취급확대 과정에서 차별적 신용평가 모델 개발 및 대손관리 역량 검증 또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④카카오페이 "성장 여력 높다" VS "비교기업이 페이팔?"
카카오페이와 관련해서는 추가 성장 여력이 높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교보증권은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를 18조2000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은 21조9000원으로 제시했다.
해당 기업가치의 기준은 비슷한 핀테크 업체 토스의 투자 유치 규모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달 4600억원의 투자 유치를 완료하며 8조2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토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3897억원, 가입자 수는 지난달 말 기준 2000만명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카카오페이(2844억원)가 낮지만, 가입자 수가 3600만명으로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때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NIM(순이자마진) 비즈니스는 자본을 계속 투입해야 같은 마진율 하에서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라며 "그러나 카카오페이는 IT(정보기술) 기반이라 매출이 늘면 비용은 고정, 이익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증권신고서에 기재한 비교기업과의 실적 차이는 고평가 논란을 불러올 여지가 있다. 비교기업인 페이팔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60억3300만달러(6조8534원)이고, 스퀘어의 매출도 5조7000억원 수준이다. 카카오페이 매출액(1071억원)의 53~6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페이팔의 경우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25개 통화로 사용 가능한 글로벌 기업이지만, 카카오페이의 경우 모회사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내수에 치중돼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몸값 낮춘 SD바이오센서, 수요예측 흥행할까
이번주(5~9일) IPO 시장에서는 체외진단 업체 SD바이오센서와 혈관질환 신약개발사가 수요예측에 나선다. SD바이오센서는 5~6일, 큐라클은 7~8일이다. SD바이오센서는 8~9일 청약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SD바이오센서는 지난달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금융감독원의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에 몸값을 낮추며 일정이 미뤄졌다. 6만6000~8만5000원이던 공모가는 4만5000~5만2000원으로 낮아졌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공동대표주관을 맡았다.
큐라클은 혈관내피기능장애 차단제 개발에 특화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난치성 혈관내피기능장애 신약 치료제를 개발하는 업체다. 공모가는 2만~2만5000원, 대표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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