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끝물에 중차대한 사건(?)이 생겨서 호주에 갈 일이 있었다.
호주를 가게 되면 으레 가게되는 곳이 바로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가 아닐까 싶다. 아시는 분에게는 잔소리겠지만 그 오페라하우스는 오렌지를 잘라낸 모양에서 착안하여 조가비 모델을 딴 것이란다.
그 건축설계자는 덴마크의 요른 웃존(Jorn Utzon)이라는 당시에는 無名의 젊은이였다지? 오페라 하우스 구석구석마다 이 건축물에 대한 소개가 자세히 나와있다. 물론 본토 영어로 소개가 되어있고, 동행한 마님께서 일일이 번역을 해주었다 ^^;;;
뜬금없이 재테크 칼럼에 왠 오페라하우스 나부랭이를 지껄이는고 하니…
때가 때이니 만큼 신년 계획을 세우기에 여념 없으실 여러분 들에게 한마디 하고픈 뭔가를 궁리하다 보니 오페라하우스의 건축 히스토리가 떠오른 것이다.
이 건물은 1957년 국제현상설계 공모 끝에 채택된 웃존의 案이 시공될 무렵에는 약 700만 호주달러가 예산책정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어찌한 변수와 우여곡절 끝에 15년이나 걸려서 완공되었고, 총 공사비도 1억 2,000만 달러가 소요되었단다. 급기야는 중간에 설계책임자인 웃존도 짤렸고…
이 오페라하우스 뿐이랴. 어지간한 토목공사나 세계 각국의 정부가 주관하는 각종 SOC 시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예가 KTX공사 일게다.
우리 개개인들이라고 해서 이런 케이스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연초만 되면 요란 뻑적지근한 연중목표를 세우고, 대다수는 연말무렵에는 목표의 절반도 못 지키게 마련이다. 이것이 의지박약의 문제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너무 무식한 계획을 세웠던 것은 아니었는지 각자가 판단할 문제이다. (터팬은 그나마 다행히 2005년 한해의 목표 중 70%정도는 달성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본인과 친한 분들은 연유를 아시리라… ^^ )
여기서 강조하고픈 메시지가 있다.
누구나 마음속으로나 다이어리에라도 계획을 세울 터인데, 반드시 목표달성까지 아무런 장애가 없이 일사천리로 달성될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 그 달성도가 뛰어나고, 추진력도 강한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인간의 세상이란 것이 전혀 예상치 않았던 수많은 변수와 장애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좀 신중한 그 누군가가 이런 장애요소와 변수에 대한 우려를 지적하노라면 ...
‘초장부터 재수없게 김 빼지 말라는 둥’
‘성격이 Negative 하고 지랄같다는 둥~ 어쩌구 하면서 면박을 얻어맞곤 한다.
신년 계획을 세우는 보통 사람들의 예를 들어보자.
- 1. 내년 1년 내에 꼭 10,000g 의 살도 빼고 뱃살도 2인치 이상 줄일테야~
- 2. 1월 1일부터는 담배도 화끈하게 끊어 버릴꼬야~
- 3. 연봉의 50%는 무조건 저축해서 연말까지 꼭 종자돈 1,000만원 모아야지~
- 4. 앞으로는 우량주에만 장기분산투자해서 접때같이 쫄딱 말아먹진 않을 거구만~
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계획이 과연 지켜질까?
비아냥거리는 것처럼 느껴져도 어쩔 수 없다. 지금껏 오랜 기간동안 여러분 본인들과 터팬을 비롯하여 주변의 대다수는 못 지켰으니 말이다.
계획 혹은 목표라는 것은 현재의 기분과 처한 상황만을 기준으로 하면 백전백패하기 마련이다.
위 1번을 리뷰해보자.
열 댓근의 비계살과 뱃살 2인치가 원하던 대로 빠져주나?
살을 빼기 위한 어떤 짓 - 가령 하루에 몇 킬로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걷겠다든지, 육식과 음주는 절대 피하고 채식주의자가 되겠다든지 - 을 하겠다는 맹세는 없이 달랑 헬쓰클럽 석달치 회비만 내면 땡일까??
혹시 살은 뺐지만 오히려 엉뚱한 후유증이 생기진 않을는지,
회사생활하면서 불가피한 각종 회식자리는 어찌할는지,
살을 빼려는데 임신을 해서 오히려 15,000그램이 늘게 되었다든지…
하는 발생 가능한 모든 변수는 고려했는지 말이다.
2번의 목표도 그렇다.
터팬은 2003년 말에 아는 형님께서 2004년에는 금연을 하리라는 맹세를 하는 것을 가지고 내기를 했었다. 그분은 당시 한달간 병원신세를 졌던 직후라서 금연의 의지가 무척 강해보였기에 주위에서는 20년의 흡연습관을 단호하게 끊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터팬만 유일하게 금연실패를 장담했었다. 왜냐하면 금연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수칙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금연에 보탬이 될만한 주변환경이 없었기 때문이다.
겨우 금연초Pack 구입한 정도??
6개월간 지켜보았다가 터팬이 이기면 170수 양복 한 벌을 챙기기로 하고, 터팬이 지면 주행거리가 5만Km가 넘은 그 형님의 차량에 최고급 타이어를 장착해 드리기로 한 것이다.
물론 터팬이 이겼다. 전리품으로 양복 한 벌도 챙기려고 했으나, 그분의 사업이 조금 어려워진 관계로 채권회수는 보류했다.
3번은 어떠한가?
연봉의 절반이상을 무조건 저축한다는 것이 처한 상황에 따라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다.
어떤 동기에 의해서 저축의 필요성을 느껴서 천만원을 모으자고 다짐한 것은 갸륵하기도 하지만, 단지 월급의 절반을 뚝 떼고 남은 절반으로 살면 되겠지~ 하는 것은 역시 나태한 계획이 아닐 수 없다.
지금 기분으로만 따진다면 그 이상도 저축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그렇지만 그리 길지도 않은 1년 동안 목석 같던 내 가슴에 삘을 꽂은 그녀가 나타나서 연애질도 하게 되고 공주마마 같은 그녀가 험한 길을 걷는 것도 안쓰러워서 중고 달구지라도 장만하고 싶어진다.
발랑발랑하던 가족 중 누군가가 갑자기 병이 생겨서 목돈이 나갈 수도 있을 것이고,
망나니 같던 시동생녀석이 쌈박질하다가 구속되는 바람에 형사합의금으로 수백만원이 깨질 수도 있다.
과연 이런 저런 0.1% 라도 발생 가능한 변수에 대해서 최소한의 감안은 하고서 1,000만원을 모으고자 했었는가?
마지막의 예를 보면,
터팬도 왕년에 주식 투자를 하면서 한 밑천 번적도 있고, 결국 쓰디 쓴맛을 보았던 장본인으로서 주식투자로 성공하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잘 안다.
주식투자 경험이 거의 없다가 새로 입문한 초짜들은 그나마 낫다.
과연 과거에 수십~수백% 수익의 전과가 있는 개미투자자가 새삼 우량주장기투자로 선회해서 묵직하게 버텨줄 수 있을까?
- 옆에 앉은 무대리는 줄기세포관련 주식에 투자해서 1년 연봉만큼을 챙겼다고 하던데~
- 지금 15% 쯤 수익이 났는데 슬슬 팔아야 하지 않을까?
- 지금 팔자마자 더 오르면 약 올라서 어쩌지?
- A주식에 몰빵했으면 따블은 먹었을텐데…괜히 쪼개서 얼마 못 먹었잖아??
따위의 얄궂은 심리를 눈 딱 감고 무시할 자신은 생겼는가?
며칠 전 쪽집게 특강 에서 한상언 팀장께서 말씀하셨듯이 ‘재테크에서의 성공’ 도 생각보다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한두 번의 투자성공은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오랜 동안 돈을 목표했던 만큼 모으고, 또 지키는 일이 지금의 생각만큼 만만치가 않다는 것이다.
각종 성공학 서적도 많고 목표관리를 독려하는 컨텐츠도 부지기수지만, 정작 그걸 의욕적으로 달성하리라고 맹세한 본인들은 눈으로만 보고 금새 콧구멍으로 내뱉어 버리는 것인지, 정작 자신들이 해야 할 몫인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행동계획’ 은 소홀하게 여긴다.
마지막으로 ‘로마인이야기’ 에서 4~5권의 주인공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명언 중 터팬에게 아찔하리만치 각인되었던 말을 소개하고자 한다. 부디 여러분들 모두 2006년에는 하고자 했던 일들을 성공리에 완수하시고, 내년 이맘때에는 가슴 뿌듯한 자신감을 갖게되어 오래오래 자랑스러운 인생을 꾸려나가시길 기원한다.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보고싶어 하는 현실 밖에는 보지 않는다”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터팬님 만쉐이..^^ 많이 글좀 올려주세요..^^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좋은 글입니다.감사합니다. ^^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터팬님 좋은글 감사히 잘읽었습니다^^ 올한해 마무리 잘하시고 건강하세여~
먼가~ 꾹~ 짚는 맛이 잇네요^^ 터펜행님아 ㅎㅎ 찬찬히 계획을 세워볼랍니다..내년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거던여
오래간만에 글을 읽으니 좋네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려요!!
맞.는.말.씀..... 잘 읽었습니다. 특히 케사르의 말....
누구나 현실을 볼수 있는 것은 아니다..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현실 밖에는 보지 않는다..삶이란 집을 짓는 것과 같다.오늘 하는 일이 내일 가질 것에 영향을 미친다..오늘의 노력이 내일의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좋은 글귀라 메모한 것입니다..고맙습니다.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오페라 하우스 인근 부동산 가격은 어떤가요>>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와닿는 글이네요.. 스크랩 해갑니다..
seeing as believing...사람들은 믿는대로 보죠...
잘읽었습니다. 행복하세요~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