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소형 평형 의무비율 탄력 적용, 임대주택 의무비율 폐지, 법적 한도까지 용적률 확대 등 그동안 묶여 있던 규제가 대폭 풀리면서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서울 대치동 은마·청실과 압구정동 현대,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등 중층(9~15층)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전용 60㎡ 이하 크기가 없는 이들 아파트는 소형 평형 탄력 적용과 용적률 상향 조정으로 사업성 악화가 해소된 때문이다.
재건축 단지 주민들의 기대감도 한껏 부풀고 있다. 잠실 주공5단지 한 주민은 "재건축 용적률이 높아지면 같은 땅에 아파트를 더 많이 지을 수 있어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그만큼 수익성이 높아지고 가격도 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치동 은마나 잠실 주공5단지는 기존 주택형이 100㎡(30평형) 이상이어서 현행법상 소형 의무비율 기준이 사업 추진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했다. 현재 소형의무비율 기준을 적용하면 조합원이 주택 크기를 줄여 가야 해 재건축 자체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100㎡대 이상 중대형으로 재건축이 가능해지면서 사업 추진 동력을 얻게 됐다.
3종 주거지역에 있는 이들 단지는 현재 기본계획 용적률이 최대 210%로 묶여 있다. 기반시설 기부로 인센티브를 받으면 230% 정도가 가능하다. 3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을 250%로 제한한 서울시 조례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론적으로 300%까지 가능하다. 조례에 관계없이 국토계획법상 상한선(300%)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주택 형을 늘려가거나 일반분양분이 늘어나 사업성도 크게 좋아진다. 이들 단지는 그동안 용적률 한계로 재건축해도 가구 수가 늘어나지 않는 이른바 ‘1대 1 재건축’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이래 저래 이들 단지는 용적률 상향조정과 소형 의무비율 완화로 이중 혜택을 보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중층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사업 추진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재건축 초기 단지인 은마아파트와 잠실 주공5단지는 이달 말 정부의 안전진단 간소화 시행령이 공포되는 대로 안전진단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은마아파트는 현재 4424가구에서 용적율 상향 등 새 기준을 적용하면 5070가구로 늘어난다. 646가구를 더 지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소형평형 의무비율이 85㎡ 이하를 60% 이상으로 탄력 적용키로 했기 때문에 60㎡ 이하 물량을 짓지 않아도 된다.
결국 현재 101~113㎡형을 소유한 주인들 입장에선 늘어나는 용적률에 맞춰 집을 넓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설령 집을 넓혀가지 않는다고 해도 종전 집 규모는 유지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아파트 재건축사업 추진위원회는 4년 전 시공사로 선정한
삼성물산·
GS건설 측에 사업계획안 재검토를 최근 의뢰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설계사무소를 통해 용적률 상향 등 달라지는 제도를 적용한 새로운 설계안을 마련 중이다. 이를 토대로 조합과 시공사측은 본격적으로 사업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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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적률 상향 등 정부의 재건축 완화로 재건축 사업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재건축을 추진 중인 대치동 청실아파트. |
경기 풀려야 제 효과 볼 듯압구정동 현대아파트도 용적률 300%까지 가능해 재건축 추진을 위한 숨통이 터진다. 업계에서는 늘어나는 용적률에 보금자리주택, 기부채납 등을 적절히 배분할 경우 50층 이상 초고층 건립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03년 12월 추진위 승인을 받은 뒤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잠실주공5단지 역시 중대형 재건축이 가능해지면서 사업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재건축 추진위는 연내 안전진단을 다시 신청할 계획이다. 이 단지는 2006년 3월 예비안전진단에서 유지 보수 판정을 받아 통과하지 못했다. 김우기 추진위원장은 “안전진단이 통과되면 내년 상반기에 조합설립 인가를 받고 하반기에 사업 승인을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층으로 이뤄진 둔촌주공 3,4단지도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들 단지는 2종 주거지역이어서 계획 용적률 190%에 기부채납 인센티브를 합쳐 220~230% 용적률을 받지만 규제가 완화되면 용적률을 250%까지 늘릴 수 있다. 인근 투데이공인 관계자는 "용적률 상향으로 사업성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며 "상가 동의 문제가 관건이지만 내년 초 조합 설립 인가를 받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규제 완화의 훈풍 덕분인지 중층 단지에서는 급매물이 들어가고 매도 호가도 오름세다. 하지만 실물경기 위축 탓에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는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101㎡는 이달 들어 매도 희망가가 5000만원 가량 올라 8억5000만원~9억2000만원까지 뛰었지만 이 가격에 사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근 M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은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였지만, 매수자들은 오른 가격에 부담을 느껴 뒤돌아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115㎡는 이달 초 10억원을 호가했으나 지금은 9억원 중반대로 내려앉았다.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실물경기가 얼어붙어 매수 심리도 크게 위축된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