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인*
제목: 무학산
표고(標高)로야
백두와 한라에
까마득 못미치고
경승(景勝)또한
금강과 설악에
굳이 견줄 수 없어도
오로지
마산을 품고
영생 누릴 저 초상(肖像)
부시로 부싯돌 치듯
민족혼의 불꽃 지펴
새 역사 길을 밝힌
뜨거운 피 고동치는
마산인
가슴속마다
우뚝 솟은 실루엣.
죽어가는 합포만을
애린(哀燐)으로 감싸안고
자연 인간 조화롭기
얼마나 힘든가를
묵시(默示)로 일깨우자
눈감고 선 달마런가.
등줄기 땀흘리며
763m 정상에 서면
돌 한 개
나무 한 그루
예사롭지 않아 뵈고
가고파 선율을 낳은
그 서정도 느껍네.
제목: 의거탑 앞에서
3.15 그 날 그때 불의 맞선 님들 앞에
고개 들고 나서기엔 우린 아직 수인(囚人)아닌가
가슴에 두 손 모으고
양심에게 물어보자.
태양이 빛나는 한 영원해얄 조국이기
척박한 땅일망정 꽃송이를 피우려고
님들은 단 하나 목숨까지
아낌없이 바쳤거니.
인당수 푸른 물이 심청이를 떠올렸듯
님 하나 그 주검도* 받쳐들던 합포 물빛
훼절해 썩고 병들게 한
그 죄값을 치뤄왔나.
강산이 변한다는 십년 세월 세번 짚도록
역사의 수레바퀴 비틀거린 자취마다
참담한 회한의 눈물
흘러 젖은 슬픔, 아픔.
무상한 권좌 위를 오르내린 무리들이
활극의 한마당처럼 홑고 뿌린 핏자국들
그 원혼 아우성 소리
눈에 아른 귀에 쟁쟁.
그 누가 누구에게 원망이나 할 것인가
정화수 긷는 마음 저마다 탓해
용서와 화해의 기도로
어둠 밤을 밝혀야지.
드높은 제단 위에서 굽어보는 영령 되신
청죽 의기(義氣) 하늘 찔러 깃발 꽂던 님들이여
그 기상 천애에 닿아
별이 되어 빛나신가.
책갈피 접어넣듯 목거둘 님의 얼
밀알로 씨뿌려져 싹튼 묘목 가꾸는 겨레
언제고 튼실한 나무로
민주 조국 키우리니.
가고파 선율대로 합포만을 되살리자
민주, 자유, 진리, 정의...
당당히 노래하는 날도
옷깃을 여미고 서서 의거탑을 우러르자.
*3.15 의거 당시 경찰의 총에 맞아 절명한 고등학생 김주열군의 시신. 유기되었던 그 주검이 마산 앞바다에 떠 오름으로써 마산시민들의 의분에 불을 질러 4월 11일 대규모 시민봉기가 일어났고 그것은 4.19의 실질적인 도화선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음.
제목: 산호공원 영가(詠歌)
산호공원* 생각하면 귓결 먼저 트여지리
「가고파」「고향의 봄」노래비에 새겨진 선율
은은한 그리움으로 그대 가슴 적시우리.
산호공원 그려보면 붉은 핏줄 고동치리
합포만 대낀 파도 그의기를 배워가는
바람도 청대숲 스치며 의로움을 전해주리.
산호공원 떠올리면 밝은 빛살 어려뵈리
형설의 공 쌓아가는 배움길의 탐조등빛
진리의 상상봉으로 오르는 이 못다헤리.
산호공원 찾아보면 마산 마음 사무치리
새역사 열망했던 도도한 시민정신
그 산실 따뜻한 얼이 그대 영혼 스며들리.
*산호공원에 이은상, 이원수, 김수돈, 김용호, 정진업, 박재호...등.
마산과 연고있는 시인의 시비(詩碑)와 도서관.문화원 등이 있어
마산시민들이나 마산출신 사람들 정신의 고향이요,
요람이 되고 있다 할수 있을 것이다.
-경상남도마산교육청 발간, 마산문인협회·마산사랑시연구회 편『가고파, 내 고향 노래』, (도서출판 불휘, 1999), pp.6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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