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한 달 동안 독일에 머물면서 한 주일을 중부 지방에서 보냈다
혹여 여름 방학을 이용해서 와인너리 투어를 하려는 분이 있다면 난 말리고 싶다.
왜냐면 당연히 포도 농장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여름휴가를 즐기고 사실 여름엔 줄지어선 농장의 짙은 녹색의 포도나무 외에는 볼게 없기 때문이다.
집이 독일 북부 Kiel인 탓에 자동차로 500km이상을 아우토반을 달려 모젤강과 라인강이 만나는 코블렌츠에서 1박을 하기로 했다.
항상 독일 하면 비오고 흐린 날씨 기억밖에 없는데 이번여름은 그야말로 기분 좋은 우리나라 가을 날씨처럼 맑고 화사했다. 거기에 백야는 아니더래도 늦게 어두워지고 일찍 밝아오는 긴 낮시간 덕택에 아주 느긋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코블랜츠는 그래도 시골스러워서 1800년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오랜 옛기억들을 안고 시내 중간 중간 서있기도 했고 두 강을 오가는 배들의 행렬이 여행객의 눈길을 심심하진않게했다.
강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모젤 지역에서 만들어진 화이트 와인을 마시고 오랬 만에 내가 좋아하는 Bratkartoffeln을 먹었다. 주요리와 함께 나오는 감자요리인데 베이컨과 양파를 볶고 잘게 썬 감자를 함께 볶아서 만든 짭잘한 음식이다. 감자는 껍질째 적당히 삶아서 식힌 다음 껍질을 벗기고 적당한 두께와 크기로 썬다.
독일 사람들은 하찮은것에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요리 할 때 드는 조미료나 물의 양이 그렇다.
별 3개의 호텔이었는데 리셉션은 양로원 같은 인상이었지만 방은 화사하고 넓고 편안했다.
아침 식사는 뷔페식이었는데 깔끔하고 여주인은 참도 친절했다.
식사 후 Festung( 옛 성 )을 둘러보고 모젤 강변을 달렸는데 강과 차동찻길은 거의 어깨를 나란히 하듯 함께 이어지고 강건너 산등성이는 끝이 없는 녹색 포도밭의 이음이었다.
자전거 행렬이 줄줄이 지나가고 군데 군데 강가에는 캠핑 장소가 마련되어 있어 그야 말로 한가롭고 여유로운 여름날 휴가꾼들의 모습을 볼수 있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모젤 강변의 포도밭과 weingut 이 모여있는 이쁘고 아담한 마을들 ... 아주 오랜 옛날 중세 시대의 영주와 교회가 누렸을 그 권력의 희미한 느낌이 베어 나오는 산등성이의 고성 ...
가파지른 포도밭에서 어렵사리 일을 하는 농군의 모습들도 상상이 가고 ...
나는 차로 모젤강변을 달렸지만 여행객들은 대부분 유람선을 타고 주변 경치를 즐기는 편이었다.
그 유명한 베른 카스텔의 Dr. Loosen 저택 앞에서 난 그야말로 길 잃은 여행객이 되었다.
엮시 독일 사람들의 예약 정신! 갑자기 쏟아 붓는 소낙비 속에서 예약되지 않았다는 이유 만으로 오도가도 못할 상황에 부딪힌것이다.
계획은 당일 저녁 라인가우의 슐로스 요하네스베르그로 떠날 참이었다.
근데 억지 일박은 여행 경비의 낭비다. 어떡한다?
하는 수 없이 다음 날 와인 시음 예약을 하고 Kroever Naccktarsch로 유명한 mittel mosel 강변 Kroev에서 1박을 하기로 했다.
모젤 강위로는 서두름 없는 유람선이 다니고 반대편 비탈진 포도밭에는 조롱조롱 포도가 녹색으로 매달려 가을의 Lese를 위해 열심히 광합성 운동을 하고 있었다.
지하 셀러와 정원이 아름답게 꾸며진 와인 레스토랑에서 나는 실컷 Kroevnacktarsch (크류브 맨엉덩이-와인라벨이 너무나 코믹하다) ) 리슬링을 마셨다.
독일에서는 와인 레스토랑을 Strauss wirtschaft로 분별하는데 1년 내내 오픈 하지는 않고 포도 수확기간에 성황리에 와인과 함께 영업에 임한다.
짧은 반바지에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문 와이너리 주인장과 얘기를 나눴는데 일은 힘이 들지만 포도밭에서 일하는게 행복하고 즐겁다고 한다. 그들의 땀으로 가을 수확 후 9월 중순에서 10월엔 햇와인을 마시러 몰려오는 와인꾼들로 모젤 와인 슈트라세는 그야말로 행복한 몸살을 앓게 되는 것이다.
다음 날 오후 Dr. Loosen에서의 영국에서 온 한 와인 매니아와의 와인 시음은 심각하게 (?) 이루어졌고 적당한 취기로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베른카스텔의 시내를 둘러 보았다.
909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슐로스 요하니스베르그의 지하 셀라 구경은 그룹 방문이 아닌 관계로 아쉽게도 볼 수가 없었다.
비탈진 포도밭 정상에 우뚝 서있는 요하니스베르그, 괴테가 성 한구석 자리잡고 앉아 라인강 건너편을 관망했다는 얘기까지 상세히 전달해주는 그 만의 역사는 독일 리슬링 와인의 역사이기도 하다.
유명한 슈펫레제 전령사의 동상과 아름다운 라벨이 붙어있는 요하니스베르그의 와인시음 그리고 shop에서의 최고가 210유로의 2007' Goldlack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 (375ml)- 그림의 떡이랄까.. 난 27유로의 그린렉 슈펫레제로 만족했다!
요하니스베르그에서는 9월과 11월에 화려한 와인 시음회 파티를 한다. (1인당 35유로)
경쟁이라도 하듯 슐로스 폴라츠는 우아하고 고즈넉이 포도밭 숲속에 요하니스베르그와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폴라츠로 가는 길은 양옆으로 포도밭이 나있고 해지는 저녁 무렵이어서 마치 시간 저쪽으로 빨려 들어 가는듯한 인상을 가졌다.
마침 특별한 행사가 있는지 주차장은 두꺼운 Audi와 Benz, BMW가 줄줄이 서있었고 그 사이에 우리의 현대 산타페를 떠억~ 하니 주차하고 폴라츠 방문담당자와 전화 통화를 했지만
한마디로 leider~(안됐지만 )이었다. 대신 친절하게도 나는 오스트리히 빙켈의 Schoenleber weingut (1848) / hotel을 소개 받았다.
라인강이 눈앞에 유유히 흐르고 가이젠하임과 오스트리히빙켈은 녹색의 포도밭속에서 저물어가고 나는 그속에서 또 한점이 되어 품질 좋은 숀레버가의 sekt 를 마셨다.
다음 날 아침 주인장의 친절한 소개로 지하 셀러와 와인양조 시스템 ( 스텐레스 양조)을 둘러보고 프랑켄으로 내달렸다.
오버바이에른 지역인 프랑켄은 남달리 자존심이 강한 지역이어선지 와인병도 복스보이텔로 유명하다.
Kloster라는 수도원이 자주 눈에 띄고 모젤보다 더 포도밭이 완만하게 드넓다.
마침 sommerach 마을에서 와인 축제가 열렸는데 서늘한 여름 밤 날씨에도 불구하고 라이브 음악과 와인 여왕의 행차, 군데군데 들어선 와인 포차, 안주로 끝장인 플람 빵은 밤새 와인을 들이키게 했다.
와인 가든처럼 꾸며진 나무테이블위에선 밤새 로제, 화이트와인인 실바나, 케르너, 뮬러 투르가우 와인이 잔을 채우고 얼큰히 체한 와인꾼들은 흥겹게 춤을 추기도 했다.
프랑켄 지방은 유달리 와인 여왕 광고가 많이 나붙어 있었다.
Winzer 마다 와인 여왕이 탄생한 연도를 가문의 영광처럼 걸어두고 있었다. 서울 엑스포에서 만난 와인 여왕은 독일 와인 여왕 중 “왕중왕전”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여왕이리라.
처음 계획은 바덴 지역과 프랑스 접경인 슈트라스부르크로 갈 예정이었으나 여름 휴가철인 관계로 아우토반은 몸살을 앓고 있어서 난 북쪽 드레스덴 시티 투어를 하기로 했다.
Hof kirche, Frauen kirche, Zwinger, Semper 오페라 하우스로 유명한 드레스덴은 아직도 공사 중이었다. 89년 통일 이후 끊임없는 개발로 드레스덴은 화려하고 거대한 비상의 굉음을 내고 있었다.
가히 경기불황이라는 독일을 무색케 할 정도로 드레스덴은 활기차 있었다.
아우구스트대왕의 정열적인 위력이 아직도 드레스덴의 곳곳에 베어있는 도시는 예술적인 몸짓으로 엘베강을 끼고 부유하고 있었다.
드레스덴 심포니나 유명한 오페라 관람을 계획하는 여행객에게 9월 이후 겨울 여행을 권하고 싶다.
독일 북에서 남서로, 다시 허리 가로질러 서에서 동으로 다시 북으로 이어진 2000km이상의 질주에서 나는 실컷 생그럽고 매끄러운 화이트 와인을 마셨다.
그 와인이 싼 값이었든 비싼 값이었든 나는 그들의 땀방울을 마셨고 그들의 열정으로 내 추억을 보따리 싸서 돌아 왔다.
싱그런 포도밭의 녹색 추억이 퇴색될 즈음 난 한국에서 다시 독일인의 자존심을 그리워 할 것이다.
첫댓글 젤 위 사진 코블렌츠의 유스호스텔에서 찍은 사진이네요~ 약 12년전에 저기서 똑같은 사진 찍었는데 별 달라진건 없어 보이네요...^^; 하지만 그 당시엔 와인이 뭔지도 몰랐다는...
생생한 여행기와 사진들... 넘 감사합니다
진주 베를린 자료도 올려주세요
으어... France에 있을 때 친구들과 함께 Mosel & Alsace 를 10일간 돌아다닌 기억이 생각이 나네요.. 쩝.. Mosel 강을 따라 내려오는 도로 옆에 있는 Eltz 성도 생각나고, Berncastel Kues 의 마을 위의 성과 그 뒤의 Youthhostel에서 머물며 BBQ Party를 하던 생각이 납니다.. 쩝.. 잘 지내시죠?
쩝 너무 부럽습니다. 또 너무 잘 구경하고 갑니다. ㅎㅎ 마치 독일에서 모젤강을 따라 달리는 듯한 환상에 빠지네요, 갑자기 경춘가도를 달리고 싶다는 ... 이쪽에 포도밭 하나 만들어 ㅎ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