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고달사지 부도
문화유산 답사를 하기 위해 여주를 간다고 하면 우리가 쉽게 머리에 떠오르는 곳이 신륵사와 세종의 능인 영릉, 명성황후 생가 등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여주에 있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꼭 가봐야 할 곳이 고달사지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고달사지는 여주 신륵사 관광지에서 원주쪽으로 2km 정도 가다가 만나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양평군 양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8km정도 가서 고달사지 입구로 들어가면 천년의 세월을 땅에 묻고 있다가 그 모습을 이제야 드러내기 시작한 고달사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여주 고달사지 석불대좌
고달사지에 가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석불대좌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석불대좌 중에서 가장 큰 것이라고 하는데, 석불대좌의 높이는 1.57m로 사각형이며 상,중,하 지대석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복련과 앙련을 장엄하게 조각해 놓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발굴이 진행중입니다만 현재 조사된 바로는 석불대좌가 있는 곳이 법당 자리가 아니라고 합니다. 주법당이 아닌 곳에 이렇게 큰 석불대좌가 있는 것이 또한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석불대좌가 이리 크다면 대좌 위에 앉아 계셨던 부처님도 석불이든 철불이든 무척이나 컷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주 고달사지 원종대사 혜진탑 귀부 및 이수
거대한 석불대좌를 보고 산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역시 거대한 부도비를 볼 수 있습니다. 비신을 깨어지고 귀부와 이수만 남아 있는 이 부도비는 원종국사의 행적을 기록했던 부도비인데, 1915년 봄에 비가 넘어지면서 깨어져 비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여러 곳을 나름 다녀봤다고 자신하는 사람인데, 이렇게 큰 귀부와 이수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규모가 대단함에도 불구하고 조각 솜씨가 남달라 생동감있고 사실적인 귀부와 이수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수의 전액에는 '헤목산 고달선원 국사 원종대사지비(慧目山 高達禪院 國師 元宗大師之碑)'라 쓰여져 있어 원종대사의 부도비임을 확실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귀부와 이수가 각기 돌 하나씩을 다듬은 것이라 하니 옛 석공들의 솜씨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여주 고달사지 부도
고달사지를 상징하는 거대한 부도입니다. 부도는 고승들의 사리탑을 말하는데, 고달사지 부도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부도 중에서 가장 큰 부도로 높이가 3.4m에 달하고, 형식과 모양도 가장 완벽한 부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달사지 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서서 고달사지를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고달사지 부도는 그 만들어진 기법이나 수법이 장중하고 안정감이 있어 높은 공덕을 쌓은 승려의 것임은 확실하나 어느 고승의 사리탑인지는 확실하게 밝혀지고 있지 않습니다. 언덕 아래 높인 원종대사 부도보다는 이른 시기의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원종대사의 스승인 혜목산 고달선원의 개산조이며 경문왕 8년(868)에 입적한 원감대사의 부도라는 설을 주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고달사지 부도는 팔각의 지대석 위에 기단부, 탑신부, 지붕돌을 갖춘 팔각원당형의 전형적인 부도로 신라 부도의 양식을 충실히 계승한 고려 초의 부도로 보고 있습니다.
여주 고달사지 부도 지붕돌 처마밑 비천상
지붕돌 처마 양쪽에 새겨진 2기의 비천상은 두 손으로 무엇인가를 정성스럽게 받쳐들고 긴 옷자락을 휘날리며 하늘을 나는 아름답기 그지 없는 비천상이 돋을새김 되어 있습니다. 부처의 소리를 전하는 아름다운 선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비천상은 주로 범종이나 석등, 부도, 불단 등에서 볼 수 있으며, 허공을 날며 악기를 연주하고 춤추면서 꽃을 뿌려 부처님을 공양 찬탄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여주 고달사지 원종대사 혜진탑
고달사지 부도를 보고 오른쪽으로 난 계단을 조금 내려가면 남향을 하고 고달사지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또 다른 부도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도는 크기나 솜씨가 고달사지 부도보다는 조금 떨어지지만 나름대로 규모와 모양을 제대로 갖춘 원종대사 부도입니다. 원종대사 부도는 언덕 위에 있는 고달사지 부도보다는 크기나 형태와 제작 솜씨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고달사지 부도를 제대로 보고 내려와서 원종대사 부도를 보면 조금 실망감이 드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원종대사 혜진탑도 팔각원당형의 모양을 제대로 갖추고 몸돌에 새겨진 용문양도 사실감이 넘치는 훌륭한 부도입니다. 너무도 크고 완벽한 부도 옆에 있어 조금 손해 보는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첫댓글 사진과 설명 감사합니다..제가 양평 근무(?)할 때 가끔 가던 곳. 전 특히 비천상이 맘에 속...
저도 개인적으로 비천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일부러 비천상을 찾아 부도나 범종을 찾아 갈때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