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기 전주 안디옥 교회 청년대학부 지도목사
젊은이들이 차고 넘치는 교회. 청년·대학부 사역자라면 누구나 갖는 꿈이다. 그러나 상황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전세계적으로 감각적인 세속 대중 문화가 젊은이들의 세계관을 흔들어 놓고 있고 변화되는 세계관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많은 교회들이 청년·대학부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교회뿐만 아니다. 한 때 선교단체에 대해 "젊은이들을 다 빼앗아 가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던 목소리들도 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사라져가고 있다. 선교단체도 예외없이 젊은이들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가 청년이라는 점에서 실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때 <교회마다 젊은이들이 차고 넘치게 하라>(주최: 예영커뮤니케이션, 후원: 기독신문사)는 주제의 세미나가 열려 청년 . 대학부 사역자들의 주목과 관심을 끌었다. 지난 2월 서울의 여전도회관에서 열린 이 세미나에는 약 100여 명의 청년, 교역자들이 참여했는데 오후 3시부터 8시까지의 비교적 긴 시간에도 불구, 대부분 마지막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고 경청하는 열의를 보였다. 첫번째 강의는 오형국 목사(남서울교회 청년 3부 지도)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교회는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오목사는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를 ▲ 청년들의 교회에 대한 무관심과 이해 부족 ▲ 교회답지 못한 모습에 대한 청년들의 실망 ▲ 신앙의 본질 부분 약화 ▲ 예배의 경건성 상실 ▲ 다원화 세속화되는 사회의 가치관의 혼돈 등 5가지로 지적했다. 또한 "명설교가들이 비전을 제시하며 청년들의 마음을 감동하여 헌신케하는 과거의 스타일을 넘어 세계관적 성경연구, 세대간의 연합을 이루는 공동체 세우기, 청년시기의 중대 과제인 직업영역에 대한 탐구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번째 강의에 나선 김춘기 목사(전주 안디옥교회 청년 대학부 지도목사)는 자신의 사역을 중심으로 현장을 소개하며 <중소교회 청년대학부도 부흥할 수 있다>는 주제강연을 통해 청년 대학부 부흥의 구체적인 방향제시를 했다. 세번째 강의에 나선 박준호 목사(사랑의교회 대학 3부 지도 목사)는 <진정한 제자로 양육하는 것이 청년 대학부의 힘이다>는 주제로 열강하며 "교회 부흥은 숫자 싸움이 아니다. 교인을 제자로 건강하게 가꾸려는 곳에 신도들이 모인다"고 강조했다. 박목사는 또한 "교회에 교리대신 복음을, 모임대신 양육을, 행사대신 비전을 심어줄 때, 부흥이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강의에 참여한 이정필 씨(밝은교회)는 "청년 사역의 실제적인 비전을 갖게 되었고 목회자의 영성에 강한 도전을 받았다"고 말하는 등 강사들의 청년부 사역에 대한 열정이 잘 전달된 세미나였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정윤석 기자-
Ⅰ. 청년대학부 사역자의 고민
교회의 부흥과 발전은 지상교회의 영속적인 과제(assignment)이다. 그래서 이 과제의 책임을 느끼는 모든 사람은 늘 숙제에 쫓기는 아이들처럼 마음이 무겁고 고민에 빠진다. 반면에 이 과제에 비교적 자유로운 사람들은 마치 숙제를 잘 해 놓고 폼 재며 지내는 아이들처럼 여유로이 이곳저곳을 다니며 "이렇게 해 봐" 하며 알려 주기도 한다. 만약 우리가 교회의 발전을 인두(人頭) 중심적 개념으로만 이해하고 이를 위해 세속적 마케팅 전략이나 활성화 방안들을 도입하여 수적 증가에 힘쓴다면, 교회도 어느 계층이든지 보다 쉽게 많은 사람들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out put"은 "in put"에 비례한다는 논리로 갖가지 전략 전술과 물질을 투자한다면 수적 증가가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그렇게 투자할 물질도 없고, 그렇다고 획기적인 "깜짝 쇼"도 연출해 낼 수 없다는 데 우리의 고민이 있다. '재물의 무분별한 사용은 죄'라는 생각을 무시하지 않는 한, 사람들을 모으는데 어떤 모양으로든지 물질을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교회"라는 의식 그것도 보수주의 교회라면 그 교회에서 젊은이들을 위한 어떤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을 한가지 하더라도 객관적인 옳고 그름은 차치하고라도 그 교회 담임목사의 소위 "신학적 해석"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재정 집행자들의 "경제학적 이해"도 뒤따라야 한다.
이 같은 문제는 청년 대학부를 맡고 있는 지도자들(대개 부교역자들)에게는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이들은 이런 장벽을 뛰어넘는 소신주의적 행동을 하는가 하면, 현실 안주에 급급하며 눈치지향적 mind로 일관하는 지도자들도 있다. 어떤 교회에서는 전자와 같은 인물에 목말라하는가 하면 또 다른 교회에서는 후자와 같은 인물 때문에 병들어가기도 한다. 이처럼 교회에서 있을 법한 그 어떤 문제 즉, 보고 및 허락의 문제(위계 질서의 문제), 재정 문제, 심지어 목회 방향이나 철학의 문제 등이 발전과 부흥에 오히려 방해거리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세상은 보다 질적으로 성장한 크리스천들을 요구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계속 양적 성장을 멈출 수 없는 현실 앞에 있고 그리고 양적 성장은 질적 성장에 우선하는 원칙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지도자는 딜레마에 빠지게 마련이다. 결국 발전을 위한 어떤 아이디어라도 만들어 내기 위해 지도자들은 갖가지 방법들을 모색하게 되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게 마련이다. 아마 오늘 이 강좌도 그 일종이라 생각한다.
오늘 필자가 부탁받은 주제는 "지방의 중소교회들이 처한 현실과 부흥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 제시"이다. 필자가 이를 위해 어떤 개괄적이고 일반적인 이야기(예를 들어 "기도로 밀어붙이면 된다")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위해 전주에서 여기까지 올 이유는 없다. 필자는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에 비교적 자유롭다. 부교역자지만 필자가 맡은 분야에서 필자는 소신껏 목회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얼마나 바람직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필자의 사역을 중심으로 현장을 소개하려고 하는데, 나름대로의 어떤 방향제시(insight)가 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오늘 원고에 더 자세하게 소개할 수 없는 몇 부분이 있음을 밝히며, 그 이야기는 토론 시간에 나누도록 하겠다.
사실 교회의 부흥을 인두 중심적 개념으로 말한다면 필자는 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전주안디옥교회 대학부가 여타 교회의 대학부와 별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선교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교회의 방침에 따라 대학부 역시 모든 체제를 선교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개할 만한 내용이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Ⅱ. 전주안디옥교회 대학부를 중심으로
1. 대학부 모임
현재 전주안디옥교회의 대학부 평균 출석 인원은 120명 남짓이다. 장년 출석교인 3,000여 명을 고려하면 아주 적은 수다. 전주 지역의 전북대를 비롯하여 전주대, 원광대 등 지역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토요일 오후 3시 30분에 찬양으로 시작하여 4시에 대학부 자체 예배를 드린다. 찬양은 기타와 드럼 등을 이용하여 복음송을 중심으로 부른다. 찬양은 대학부 자체적으로 만든 찬양곡집을 이용한다. 메시지는 약 30분 간 지도목사인 필자가 전한다.
메시지가 끝나면 바로 중보 기도의 시간이 있는데, 인도자는 기도할 내용과 설명을 잘 준비하여 호소력 있게 말한 다음 뜨겁게 인도한다. 예배 시간 중에 교제의 시간이 있다. 광고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 손을 잡고 원형으로 만든 다음 새로 나온 사람, 오랜만에 나온 사람 등을 소개하고 함께 축복송으로 화답하고 통성기도를 한 다음 주기도문으로 마친다. 이어서 소그룹 성경공부 시간을 가진다. 한 조에 7-8명 정도로 구성된 소그룹인데, 리더는 역량 있는 3-4학년 중에서 뽑는다. 토요일 오후 2시에 리더를 위한 교육을 필자가 시킨다.
2. 전주안디옥교회 대학부의 특징
전주안디옥교회 대학부는 몇 가지 점에서 특징이 있다.
1) 대학부 명칭
대학부를 대학부라고 부르지 않고 필리핀 선교회라고 부른다. 제 1청년회는 중국 선교회, 제 2청년회는 태국 선교회, 제 3청년회는 사우디아라비아 선교회 등 우리 교회는 남녀 모든 기관에 대해 각 나라의 이름이 붙어 있다. 현재 여 63개국 남 38개국으로 구분되어 총 101개 나라의 이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선교회는 그 나라와 그 나라에 파송된 선교사들을 위해 1년 간 집중적으로 기도한다. 만약 1학년부터 대학부에 머물게 되면 필리핀을 위해 4년 간 기도하는 셈이 된다. 이쯤되면 필리핀에 관한 많은 것, 이를테면 파송된 선교사의 형편과 기도할 제목, 그 나라의 전반적인 것을 자세히 알 수 있다. 현재 필리핀에 파송된 선교사 가운데 4명에게 매달 일정액의 선교비를 대학부 자체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 재정
전주안디옥교회 대학부는 교회를 통해서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는다. 물론 대학부뿐만 아니라 전 교회학교에 대해 교회의 지원은 전혀 없다. 오로지 교사의 회비와 학생들의 헌금을 통해서 운영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 60%에 해당되는 금액을 교회에 선교헌금으로 드린다. 전주안디옥교회는 성가대원과 교사에게 일정액의 회비가 있다. 말하자면 영광스러운 주의 일을 감당하면서 감사함으로 내는 회비다. 이 회비로 성가대와 주일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지휘자나 반주자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교회에서는 지휘자나 반주자에게 사례를 하기도 하는데 전주안디옥교회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각 선교회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교회내에서는 아무런 상(賞)이 없다. 유치부를 비롯해서 어느 기관이든지 학생들에게 교회의 헌금으로 간식을 주는 경우도 없다. 혹 학부모나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간식을 제공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어도 교회의 헌금으로 상품을 사거나 간식을 준비하거나 하지 않는다.
지난해 부천 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선교 한국에 대학부 학생들이 70여 명 참석했는데, 교회에서는 아무런 지원이 없었다. 참가비, 교통비 등 일체의 비용을 개인적으로 충당했다. 96년도 7월 말경에는 싱가포르로 비전트립을 다녀 온 바 있는데, 역시 교회에서는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런 행사에 참여하면서도 모든 비용을 스스로 해결한다. 97년도 6월 말에는 한 주간 <선교전주> 행사를 본 교회당에서 개최한 바 있다. 대학부 학생들은 전원 자원봉사자로 땀을 흘려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가비 30,000원을 모두 냈다.
일부 학생들이 참가비는 내지 않도록 해 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되면 봉사의 의미가 희석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금년 겨울 수련회(1월 20-23일)에 110명이 참여했는데, 25,000원의 회비 모두를 개인적으로 부담했다. 이들이 교회 자동차를 이용할 때도 연료비는 당연히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그것조차도 예산에 편성시킨다. 97년도 여름 수련회 때는 80여 명이 참가했는데, 수련회 장소가 갑자기 바뀌게 되어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회비(20,000)의 일부를 되돌려 주는 방안을 검토했었는데 모두가 선교비로 드리자고 제안하여 남은 돈 100만원을 교회에 헌금한 적이 있다.
3) 부서활동
본 교회 대학부에는 모두 8개 부서가 있다. 농촌 선교부, 해외 선교부, 학원 선교부 등 모든 부서를 '선교'부로 호칭한다. 그리고 그 이름에 걸맞게 선교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몇 부서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해외 선교부는 대학부와 맺고 있는 필리핀에 있는 선교사들에게 정기적으로 선교헌금을 지원하고 편지를 쓰거나 간단한 선물 등을 보내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이 일 역시 대학부 전체 회원들의 능동적인 참여 속에 이루어지는데, 해당 선교사들에게 큰 용기와 위로를 주고 있다. 학원 선교부는 전주에 있는 각 대학들의 복음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현재 전주안디옥교회 대학부는 C.C.C.나 I.V.F와 같은 기독 동아리 선교단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안디옥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전북대)과 화요일(전주대) 저녁 6시에 안디옥 동아리방에서 모임을 가지고 있다. 문서 선교부에서는 매주 모임을 안내하는 안내지 '포도순'을 제작하고 있으며 타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는 지체들과 군지체들에게 발송하는 일을 한다. 많은 양의 주보를 정리하고 복사하여 예배 전에 나누어 준다. 포도순에는 매주 각 나라의 선교사들의 편지와 기도 제목을 안내한다. 또한 선교 대상국을 선정해 매주 한 나라씩 그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소개한다.
농촌 선교부는 대학부 자체적으로 농어촌의 한 교회와 매년 자매결연을 맺어 그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연 2회 정도 방문하여 그동안 모은 헌금을 전달하는 활동을 벌인다. 학생들은 이같은 활동들을 통하여 자신들의 기독교적 삶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대학부 학생들의 봉사와 헌신적인 활동은 자신들의 신앙의 성장은 물론이고 나눔의 삶의 본을 보임으로써 믿음이 약한 다른 지체들의 신앙 성장을 돕는데 큰 역할을 한다. 또한 필자에게도 커다란 도전과 자극제가 되어 독서와 연구 등을 게을리할 수 없게 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 7시에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선교 헌신자들의 모임이 있다. 대학부 학생 약 30여명을 중심으로 모이는데, 이들은 이미 선교사로 헌신한 자들이다. 국내에 있는 동안 자신의 일을 감당하면서 선교사로서의 자질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 나라들에 대한 조사, 많은 양의 선교 독서 토론, 영어 훈련(찬양과 설교 연습 등) 등 체계적이고 집중적이며 강도 높은 훈련을 쌓아가고 있다. 이들 멤버 중 3명이 현재 필리핀에서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단기 선교사로서 봉사하고 있다. 선교 헌신자들 중 일부는 주일 오전 11시에 드리는 외국인을 위한 영어예배에 참석하여 예배에 참석한 외국인들에게 따뜻한 그리스도인의 사랑을 나누어주는 봉사도 겸하여 하고 있다.
3. 유대관계
전주안디옥교회 대학부는 교회의 다른 교우들과 유대관계도 칭찬할 만하다. 교회에서 행하는 제반 노동을 필요로 하는 일들 즉, 잔심부름, 설거지 등의 많은 일들에 대학부 학생들이 적극 참여한다. 교회에서 매년 봄과 가을에 선교 바자회를 개최하는데, 이 바자회를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일은 규모가 매우 크다. 교회의 넓은 마당에 철재 기둥을 세우고 천막을 치거나 철거하는 일은 수십 명이 땀을 흘려야 하는데, 이 일에 대학부 학생들이 주축을 이룬다. 물론 억지로 학생들을 모아다가 시키는 일이 아니다.
요즘처럼 일하기 싫어하고 귀찮아하는 세태를 고려하면 여간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 외에도 교회적으로 실시하는 애향활동, 예를 들면 전주시 청소의 날 봉사라든가 기독교 문화 캠페인 등에 대학부가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활동한다. 또한 전주안디옥 교회는 각종 서명 운동이 많이 있는데, 가령 무속행위 퇴치운동이라든지 장승설립 반대운동, 건전 문화캠페인 등의 일에 대학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이미 교회의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어떤 초신자라도 어색함 없이 어울리게 되며 쉽게 적응하여 함께 교회 일에 땀을 흘린다.
4. 활동의 자율성
필자가 알기로 대부분의 교회 대학부는 헌금과 교육 및 봉사 등에서 교회에 의존적이다. 교회학교 활동에 교육비가 책정되고 행사 때마다 교회에 청구하여 자금을 지원받는다. 또한 제반 활동들도 간접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혹시 해외에 선교헌금을 보내더라도 교회를 통해서 전달되기 일쑤다. 농촌교회와의 자매결연을 맺는다 하더라도 교회에서 정해준 교회에, 활동내용도 허락된 범위 안에서 움직인다. 이 같은 구조하에서의 활동은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주안디옥 교회의 대학부는 이 모든 활동에 있어서 자율적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도목사인 필자도 이들의 활동에 간섭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만약 어떤 일이 사사건건 보고와 허락하에 이루어진다면 이들에게 창의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의 번뜩이는 창의력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방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지난 97년 9월 20일에는 '친구초청 열린예배'를 드렸다. 이 행사를 위한 제반 사항은 모두 자율적이었다. 기획부터 시작하여 프로그램, 재정까지 모두 스스로 해결하였다. 이미 일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서야 필자에게 보고되었다. 그런데 필자는 보고받기 며칠 전에 브라질 선교여행이 결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행사 당일에는 지도목사가 참석할 수조차 없었다. 그런데도 아무런 문제없이 행사는 계획대로 진행되었고 은혜롭게 마쳤다. 지난해에도 마찬가지로 자기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목회자의 보람을 느낀바 있다.
수련회를 준비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선교사(강사)의 섭외, 장소와 기간, 회비를 정하는 일, 음식을 준비하는 일, T셔츠를 만드는 일, 나아가 필자의 저녁 강의 외의 모든 프로그램들을 자신들이 정해서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들이 속출하게 되어 수련회 때마다 흥미를 유발한다. 필자가 대학부를 지도한 이후 몇 차례 동안 단 한번도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어 조정한 예가 없다. 이들은 수련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서로 단합하고 섬기며 봉사하는 훈련을 자연스럽게 받는다. 수련회는 항상 선교 수련회이다.
수련회를 떠날 때는 반드시 선교사를 동반하여 선교사의 간증을 듣고 선교지에 대한 기도와 선교 정보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초빙된 선교사에게는 교회의 전통에 따라 아무런 사례를 하지 않는다. 그저 식사를 함께 하는 것으로 끝난다. 필자가 처음에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았던 때는 너무나 미안해서 개인적으로 도서상품권을 강사에게 제공한 적도 있다. 담임목사인 이동휘 목사도 거의 매주 외부강의를 나가지만 사례비를 받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본 교회에 강의하러 오는 강사들에게도 아무런 사례를 하지 않는다. 지난해까지 강사의 식사 대접은 3천원짜리 도토리 칼국수였다. 이 식사는 누구라도 예외는 없다.
1) 전주안디옥교회 대학부 사역
전주안디옥교회 대학부의 가장 자랑(?)할 만한 것은 역시 '선교하는 대학부'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지체들이 선교에 대해 어느 정도는 전문가들이 다 되어 있다. 대학부뿐만 아니라 다른 교회학교도 마찬가지다. 97년도 한 해 동안 주일학교(유치, 유년, 초등, 중등, 고등부)는 "예수님의 선교 명령"이라는 주제 아래 선교공과를 자체 제작하여 세계 선교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운 바 있다. 이 작업은 필자의 주관 하에 이루어져 왔는데, 각 파트의 글쓰는 자들과 그림 그리는 자들로 교재편찬 위원회를 구성하여 작업했다. 이 교재는 3년 주기로 사용할 예정이며, 이미 몇몇 교회에서 공유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유년 주일학교 때부터 선교에 대해 집중적으로 배우게 되고 개중에는 선교사로 일찍이 헌신하는 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등부(인도선교회)와 고등부(대만선교회)는 현재 선교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지리 등에 대한 교육을 집중적으로 시키고 있으며, 나아가 그 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교사들을 위한 기도와 물질적 후원을 직접 하게 하고 있다. 기관별로 선교지에 대한 영적, 육적 책임을 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대학부에 이르게 되면 자연적으로 적어도 수 개국 정도는 선교 전문가가 될 수 있다.
2) 나눔의 삶
전주안디옥교회 대학부의 주된 사역은 해외, 농촌, 학원 등의 영역으로 나눔의 삶을 실천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냥 모여서 예배드리고 헤어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현대의 크리스천 젊은이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고, 지금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실천하게 한다. 이를 위해 대학부 회원들은 십일조는 물론이고 개인적으로 선교 헌금을 거의 하고 있다. 나아가 농어촌 지역의 의료봉사나 전도활동, 매주일 오후에 드리는 장애인 예배 등에서 능동적으로 봉사하고 있다. 교회와의 관계에서도 교회에서 대학부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거의 없다. 대학부가 교회에 무슨 봉사를 할 수 있을까에 늘 관심을 가진다.
3) 선교문화
전주안디옥교회 대학부는 그들만이 가지는 독특한 '선교문화'를 구축해 가고 있다고 필자는 자부한다. 때로는 이 같은 구조가 경직된 모습이나 편협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때문에 타교회 대학부원들처럼 자기들만의 공간에서 젊음을 만끽하고 싶어하는 그들의 욕구들이 표출되기도 하지만, "불편하게 살자", "의무만 있고 권리는 주장하지 말자"는 담임목사의 목회 철학에 철저히 순종하는 이들이기에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정리한 몇 가지 대학부의 모습은 일부러 짜 맞춘 계획들이 아니다. 임의의 성장전략이나 활성화 방안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저 교회의 선교 분위기에 편승하여 있는 모습 그대로 나누는 삶을 실천하다 보니까 정착된 것들이다. 비록 많은 수가 모이지는 않지만 전주안디옥교회 대학부는 모일 때마다 늘 활기차고 이상적인 크리스천 젊은이들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9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