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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자 : 2009.11.13일 - 15일
*코스 : 14일 : 성삼재 --노고단 대피소--임걸령--화개재--연하천 대피소-- 벽소령 대피소--
세석산장 (21.9k, 13시간)
15일 : 세석 대피소--장터목 대피소--천왕봉--장터목 대피소--망바위--소지봉--참샘-
하동바위--백무동 (12.6k, 8시간) 총산행 34,5k
*참석자 : 모두 14명
#`1 출발 요이땅!
지리산, 그 이름은 나를 뛰게 하노라!
우리나라에서 2번째로 높은 산, 우리의 아픈 현대사가 녹아 있는 산,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 정도로만 알고 있는 나는 지리산종주 코스를 보고 고민했다.
이 산을 가보고 싶다. 그러나 종주라는데 갈 수 있을까?
민폐가 될까 망설였다.
매일같이 야등은 했지만, ....그러나 지난주 인천대간종주를 해보니 장시간 산행에 대해 조금은 자신이 생겼다.
그래 도전이다. 도전해야 원하는 걸 얻는다.
성경에도 있지 "구하라 그러면 얻으리라."
또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나는 겁도 없이(?) 지리산종주를 신청한다.
13일 금요일 밤 나를 마지막으로 태운 25인승 버스는 10시 30분경 부평을 벗어난다.
다들 들뜬 맘으로 .....
누군가는 "이 종주는 진정한 종주가 아니다.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화대종주를 해야지"라고 한다.
" 아 담엔 진정한 종주에 도전해보리" 또 하나의 지식을 얻는다.
불끈 버스 안에서 잠을 청하고, 드디어 3시경 성삼재에 도착.
출정식
#2 성삼재
그러나 문은 4시에 열린단다.
긴장된 맘으로 완전무장, 베낭을 메고, 옷깃을 단단히 메고, 스틱 길이를 맞추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시간은 충분한데 나를 놓고 갈까봐 부지런히 챙기고 기다린다.
기다리는 하늘 위엔 쏟아지는 별들이 있다.
별이 저렇게 가깝게 내려온 적이 있을까?
수없이 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다.
이런 빛나는 별들 속에 내 별도 저 속에 있는 듯하다.
손을 닿으면 툭 떨어질 것 같은 별들의 잔치를 보며, 여기가 지리산인걸 다시 느낀다.
이 아름다운 별들이 나를 불렀구나.
산림감시원은 기다리던 수십명의 암묵적인 압력 땜인지 3시 40분을 문을 열어준다.
#3 노고단 대피소
2.5k 를 걸어 4시 20분경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
벌써 대피소 안은 붐빈다.
다들 대피소 안에서 조식취사를 준비하는 동안 사랑가득, 야공,수향, 오리와 나는 밖에서 바너를 켠다.
이 별이 아까와서 한번 더 보려고....
사실 난 들은 건 있어서...
지리산 가서 산장에서 묵는 밤, 별을 보지 않으면 이 산행은 황이라고 들었다.
그래 더 열심히 별을 보았다. 보고 또 보고...
아 또 보고 싶은 별...
이건 사진으로도 못 옯겨간다.
봐도 질리지 않은... 그러나 세석에서의 밤을 기약하며... 우리는 아침을 먹는다.
누릉지와 라면을 ....역시 사람은 먹어야 살리라. 입맛없지만 칼로리 보충을 위해 꾸역 꾸역...
먹을 수 있을 땐 먹어야 해야 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먹는 걸 무시하지 말고, 잘 먹어야 된다는 걸....
화개재
#4 버려라 버려라 먹은 맘만 빼고 다 버려라!!
츌발 임걸령을 향해3.1k 걷다. 여기는 즐거운 산행이었다.
주거니 받거니 하며 즐거운 대화를 하며 자알 갔다.
그 중간에 에피소드 하나.
우리의 난이씨 모자가 지리산에 남겨지다.
삼도봉이었던가 바람에 날려가버린 모자... 안동님이 내려다 보았지만 벌써 흔적이 없다.
아까워 하던 우리들의 귀여운 난이씨의 표정이 선하다.
아 그대 이름이 바람이던가. 우리의 근심 걱정도 그리 가져가 버리렴.
화개재 도착,
이곳은 나름 다른 느낌의 지리산이다.
확 트인 평면의 그 곳에선 오리님의 뻥튀기와 시금치의 보리빵이 있었다.
맛나게 먹었는데, 아니 우리의 명산에 한가운데 길에 누군가가 흔적을 너무 명확하게 남긴 것이다.
누군가가 말했다: " 때려죽이고 싶었다고..."
아무리 급해도 길울 비켜나서 해결하자!!!
여기서부터도 4.2k를 걷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무게의 싸움이다.
무게를 모르고는 장기 산행을 말하지 말라. 그걸 모르는 초보산행인은 배낭의 무게 눌려 쳐진다.
어깨를 누르고 내 발목을 잡고....
아 나도 한 몫했다.
나의 기호식품 1등, 과일 배와 사과를 그것도 2개씩이나 겁도 없이 맡긴다.
수향님에게....
수향의 어깨는 쳐지고 힘든 기색 역력하다.
아 나의 욕심에 같은 조원은 지치고...난 다짐했다.
겨울산행에선 절대 과일은 사절,
그러나 화장실 들어갈 때 맘하고 나올 때 맘하고 다르다더니 사실 내려와선 또 바뀌었다.
먹는 것도 못 먹고 어찌 산에 올라가리....
하여간 미안한 맘은 점점 커지고 하나씩 깍아먹는다.
그러나 더 심한 님도 계셨으니...
사랑가득님! 배낭을 열어 본 순간 우리는 아 악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지런한 타파통이 냉장고에 들어있듯 들어 있지 않던가.
말을 잇지 못했다.
단정한 외모답게 배낭속 단정하게 오리주물럭, 돼지등갈비김치찌개, ....이 환상의 메뉴가 사랑가득님의 어깨를 내려 찍는다.
광야님은 무릅이 신호가 오고...
아 작은 신호를 오고 있다. 나를 만만히 보지 말라고....지리산이 우리에게..
#5 지리산 요리 경연대회
드디어 고픈 배를 안고 연하천대피소에 도착.
정말 여기선 조별 요리경연대회가 벌어졌다.
음식점에서 볼 수 있는 불판에 돼지 갈비, 돼지등갈비김치찌게, 청국장째게, 또 갈비.... 누가 일등인지는 모른다.
각 조는 자기 것이 제일이라 말할 터이니....
여하간 푸지게 먹었다. 뜨거운 커피까지, 아 과일도 또 먹어 없앴다. 버리자 버리자 뱃속으로...
물도 보충하고 여유있게 출발
조 끼리 끼리 사진
#6 벽소령 대피소
3.6k를 걸어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
여기선 이제 춥다.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바람을 피해 대피소 안에 있다가,이마에 독특한 찡그린 자욱이 있는 산림감시원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은 영하 1도 바람의 속도로 봐서 체감온도는 영하 22도란다. 역시나 그래서 추웠구나.
이 감시인 또한 왕자병! 흉터에 대한 질문에 자신은 이미 팔렸다며...
순수한 인간적 관심인데... 오해는 ㅋㅋㅋ 근데 좀 생기긴 생겼다. ㅎㅎㅎ
#7 세석까지 그 머나먼 길... 추위와 싸우며 그러나 상고대가 있어....무게를 줄여라!
이제까진 아무 것도 아니었다. 벽소령 떠난지 추위가 갑자기 심해지더니 안개가 더 자욱 하며 상고대가 나타난다.
추워서 달달 떨면서 아름다운 상고대를 감상한다.
상고대란 서리가 눈처럼 나무에 앉아 있는 걸 말하나 보다.
틀렸으면 누가 말해주고요.
아 여기서의 우리 팀의 인간적인 모습 한 가지...
무릅 아픈 광야님, 무거운 님들의 짐을 나누다.
나도 소주 한 병 더 지고, 모두가 나누웠다.
아름다운 하나가 된것이다.
아 초보산악인들이여 무게를 줄여라!!
#8 은행나무 선두에 서다.
갑자기 계절이 바뀌었다.
하여간 우린 감동...멋있다고... 사진 계속 찍어대고, 아니지 시금치님의 사진기에 얼굴을 들이댔다.
세석산장 예약인 본인이 도착해야 한다해서, 벽소령부터는 이 은행나무가 후미에서 선두로 탈바꿈했다.
킹벤자민, 랜드,시금치, 난이씨와 함께...
무거운 과일로 힘 다 빼게 한 수향은 뒤에다 버리고 ㅋㅋㅋㅋ 미안함 백배...
6.3k를 걷는다.
멋진 상고대가 있어도 추운건 춥다.
특히나 손이 약한 은행나무는 고어테스장갑까지는 필요없다는 말에 준비를 안했더니...
얇은 장갑 2개로 손 끝이 떨어져 갈 듯하다.(장터목에선 시금치의 조언으로 현지에서 동냥으로 수급한, 비닐장갑까지 하나 더 끼었으나...)
이래선 안돼 그래서 고어텍스 장갑을 낀 킹에게 간다.
"폐하 이 시녀의 손을 잡아주소서. 성은을 베푸소서" 대답도 듣지 않고 손을 덥석 잡는다.
아 손의 온기를 느끼고 또 출발...
그래서 가고 있는데...
개소문님이 쓱 등장, 졸린다고 졸린다고....
어쩌나 이 추위에 자면 우리는 걱정했다.
아 나중에 들으니 진짜 그 추위에 바위에 기대어 잠시 잠을 청했단다.
졸음은 누구도 이기지 못하리. 나도 졸음운전에 생명을 내맡긴 적이 있지 않던가.
우리 아무데나 자지 맙시다 ㅋㅋㅋ
#9 드디어 우리의 안식처 그 이름 세석산장
드디어 우리들의 하루의 안식처인 세석산장에 도착. 4시 50분경
모든 번거로운 절차는 시금치님의 솔선수범으로 해결함.
이 분은 우리 산행은 정신적 지주이자 실제적 대장인 분이다.
시금치가 없었다면 이 초보 산악인은 더욱 어버버했을 것이다.
내일의 눈길산행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발도 딛기 힘들게 북적대는 취사장에서 엉덩이 들이밀어 저녁 취사.
여기서도 오리주물럭에, 오리등심구이에 라면의 호화 메뉴가 있었다.
거기다 수향님의 바다장어까지... 참 그 맛이란 담백하기가...
장어란 기름많아 느끼하다고 기억하던 이 짧은 지식의 은행나무는 이제부터 이 담백한 바다장어를 사랑하리라 다짐해본다.
그러나 우리 조원들은 입맛을 잃어 먹지 못하고....
나만 평소 먹지도 않던 라면이랑 오리주물럭을 끝까지 꾸역 꾸역 먹어댄다.
정말 맛있었다. 감사^^ 음식 준 다른 조원들께....
아쉬움 한 가지...
궂은 날씨 탓에 별이 사라짐.
아 허무함....
너무 추운 날씨라 (아마도 체감온도 25도 이하는 족히 되리) 밖에 있기 쉽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쏟아지는 별을 못봐서 너무도 아쉬움.
돌아오는 봄이나 아니 여름에 와서 아예 비박을 하리.....
그 별을 나의 가슴에 받아 식어가는 내 맘을 데우고 다시 살아갈 힘을 더 얻어가리,
아니 삶의 아름다움을 더 담아가리라고 다짐해본다.
광야님
드디어 취침. 이렇게 자본 적이 언제였던가..
수다까지 떨고 자도 9시경엔 소등하고..... 아침6시까지 쭈욱
눈이 부어 크기가 반으로 줄었다.
요가도 하고 수다도 떨고 하다 7시경 다시 조식 취사
사실 숫가락 젓가락만 들고 다른 조를 기웃대다 얻어먹다 . 감사^^
아 여기서 비타민을 가져와 한 알씩 나눠주는 타래님의 센스, 역시나 이쁜 여잔 하는 짓도 이쁘다니까 ㅋㅋ
간단히 누릉지에 김치로 따근하게 배를 데우고 출발하다
8시경 장터목대피소를 향해...
세석산장
# 10. 떠나기 싫은 절경 세석이여 안녕!!!
세석 이라 이름 은 웬지 돌뎅이를 연상시켜 느낌이 없엇지만, 우리는 장터목으로 가는 길에 돌아본 세석은 환상이었다.
꿈 속의 집, 눈이 하얗게 내린 산 속의 집, 크리스마스가 미리 와서 우리를 환영하고 있는 듯, 우리는 몸은 앞을 향하면서도 눈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 아름다움에 반해서.....
계속 사진을 찍으며 우리는 모델이 되었다.
이번 지리산 종주에는 위대한 찍사들이 있었다. 시금치님랑, 사랑가득님이랑, 타래님이랑, 랜드님이랑....우리 초보들은 걱정없이 원도 없이 모델이 되어본다.
그래서 산행멤버를 잘 보고 그 차를 타야한다고 누군가가 말했나보다.
3.4k 가니 장터목대피소
여기서도 시간이 없어 행동식으로 해결함.
에피소드 한 가지
남들이 뜨거운 김 후후 불면서 라면 먹는 거 지켜보는 거 정말 쉽지 않다.
아 먹고 싶어라. 옆에서 랜드님이 거든다.
가서 달라고 해봐!
이 그럼 돼겠구나. 장터목 대피소 취사장을 들어가 기웃거린다.
우선 여자들이 있는 곳은 빼고, 남자들만 먹는 곳을...
가서 불쌍한 척 우리 산악회 남자들이 라면 못끓여서 못 먹고 있다.
국물이라도... 하면서 종이컵 내민다.
내 얼굴 보더니 정말 거짓말 아니다. "영화배우가 떴네." 하면서 반긴다. ㅎㅎㅎ
국물을 가득 부어주고 새 젓가락까지 준다. 먹으라고..
그리고 그런 산악회는 당장 탈퇴하고 자기네 산악회로 오란다.
품에서 깨끗하게 접힌 전단지를 주며 서울 충무로에 있는 역사 27년의 청맥산악회란다.
그리고 이 쪽은 회장님, 자신은 총무라고....
아 그래 볼까요. 정말 조은 산악회네요 하면서 그 전단지를 나 역시 소중하게 품안에 간직하는척 한다.
"죄송합니다.청맥산악회 여러분!!!"
그 총무님 아주 잘 생겼다. 역시 사람도 보는 맛이 있음 더 좋다니까... ㅋㅋㅋ
여하간 삐끼 노릇해서 얻은 뜨근한 라면 국물 가지고, 돌아와 우리네 님들 한 모금씩 멕이며 흐뭇해 하고....
#11 천왕봉 가는 길-- 눈길과 바람속에서 미끄러지며 기어오르며....
아름다움에 취해서 시작한 길이었지만, 천왕봉 가는 길은 눈이 와서 미끄러운 통에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돌들이 많이 포진하고 잇어서, 기어 오르고 또 기어오르고, 북한산을 생각나게 했다.
아 정상에 오르려면 이 정도는 고생해야 자격이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어제의 선두 은행나무는 이제 쳐져서....
눈길 산행 첨의 티를 역력히 들어내면서... 엉금 엉금 ... 확실한 후미가 되다.
그러나 이번 산행의 전천후 도우미 시금치가 있으니, 안심하고 버버대며 오르다.
오르고 또 오르고....
1.7k 가니 드디어 정상...
바람에 날아갈 듯 세찬 바람에 겨우 정상 표지석에 의지하여 정상탈환 사진 한 장 찍고 나니...
아니 이런 일도 있다.
바로 아래 쪽 바위에 1인 시위하시는 분이 간판을 들고 서 있다.
"지리산에 웬 케이블카, 댐 절대 반대" 그 밑을 보니 전연하천 대피소장 이라 씌여있다.
그래 말을 걸었다. 왜 그러고 계시냐는 우문에 안 그러면 산신령이 노하실 거란다. 그래서 사표쓰고 이러고 있단다.
아... 이렇게 사시는 분이 아직도 계시구나.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위해 생업을 집어 던지고...
깍지 않은 턱수염이 멋진 그 분은 사진 찍어서 홍보해달라고 했다.
아 서 있기도 힘든 강풍과 추위 속에 그 분은 큰 바위로 그 자리에서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에 경고장을 보내고 계셨다.
그 분이 계셨다.
그런데 안타깝게 시금치의 카메라에 담긴 그 분 사진이 없다.
아.. 그래서 세상은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 있기에 계속 발전하는구나하고 감동을 느낀다.
천왕봉에서
#12 천왕봉에서 하산 길에....은행나무 후미가 되다.
몇 번의 미끄러짐 끝에 결국은 시금치의 권유로 아이젠을 착용.
그러나 그 후미의 산행엔 훈훈한 손길과 맘이 있었다.
넘어진 은행나무를 잡아준 손길, 옷깃을 여며준 손길, 엉덩이에 묻은 눈 땜에 넘어진 표시로 놀림당했다고 털어주던 손길, 배낭의 위치를 다시 잡아준 손길, 그리고 넘어져도 웃지 않고 따뜻하고 걱정스럽게 보아준 눈길, 그리고 시금치님의 자그마한 발길, 여기 밟고 저기 밟고... 시범을 보이다가 넘어져 버린 시금치님.. 아 미안하여라...
내가 산행에서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가 누군가의 손길이다.
어버버한 모습에서 누군가는 랜턴도 켜주고 ,누군가는 코도 닦아주고(정말이다. 추위에 흐르는 콧물은 스틱잡은 손으로 일일히 닦을 수 없어 흘리거나 장갑에 대충 닦거나 했는데, 누군가가 휴지로 코로 닦아주었다. 아 감동.... ), 추위에 옷매무새도 신경쓰지 못한 채 입은 두리뭉실한 옷도 털어주고,
이런 작은 손길들이 고맙고 또 고맙다.
이런 손 길, 눈 길, 발 길이 모여 바로 사랑이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다. 애인간에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산우로서의 인간적 정이다.
모두가 패밀리다.
우리는 2박 3일 '패밀리 떳다'를 찍었다.
나는 시금치를 싫어한다. 그런데 이번 산행에서 시금치는 맛있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어제 저녁 시골서 직접 키웠다며 어머니가 시금치를 가져와 나물로 먹었다,
아 그 맛은 달랐다. 맛이 있었다. 그래서 알았다. 시금치는 맛있는 것이여
시금치여! 그대처럼 나도 나중엔 다른 사람에게 해야지 다짐이 생긴다.
정말 모범 산우를 만난 것이다.
산에서 이렇게 산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산은 살아 있다는 것이 아닐까? ㅋㅋㅋ
랜드님
#13. 다시 장터목 대피소에서 백무동으로.....행동식을 꼭 충분히 챙기자!!!
1,7k를 걸어 다시 장터목, 눈길산행에 시간을 너무 지체하여 점심은 먹지 않고 행동식으로 먹고 바로 백무동으로 내려간단다.
배가 고픈 은행나무는 이제거나 저제거니 밥먹을 생각만 했는데... 화가 났다.
"나 먹을 거 안 주면 안가.." 어린애처럼 툭 말을 내뱉는다.
마지막으로 내려와 기다리게까지 하면서도 미안한 줄 모르고...
아 나의 식욕땜이다.
그래도 배고프다. 가기 싫다.
모두가 내려갈 준비가 끝난 상태라 나의 말은 유래카대장님의 "나중에 줄께 내려가자. 가서 맛난 추어탕먹자"고 달래는 말속에 묻혀 버린다.
그래도 난 배고프다. 먹을 거 줘요.
아 정이 많이 안동님!
모두다 내려가는 길에 멈춰 서서 비상식량을 꺼낸다.
양갱, 초코바, 초코파이, 소세지... 내 배낭엔 족발과 3분 카레 밖엔 없는데... 와 부자다.
여하튼 난 먹고 또 먹고 힘내서 따라가다.
그런데 가다보니 유레카대장님 진짜 빵을 들고 기다리지 않는가...
은행나무의 땡깡에 맘에 걸려 기다렸던 것이다. 감사.....
#14. 백무동, 봄 가을, 겨울의 3계절이 공존하다.
5.8k를 3시간에 주파하다. 그리하여 예정시간에 도착 4시
맥무동 내려오는 길은 완연한 가을 산행이었다.
좀전의 눈길은 어디갔는지.. 어느덧 아이젠을 넣고..
가볍게 내려왔다.
아직 단풍이 군데 군데 남아 있고, 낙엽이 수북한 가을 길...
낙엽이 녹물의 빚깔이라고 수향님이 알려준다.
녹물이 든 낙엽들이 내 발밑에 밟힌다.
그 길에서 함께 내려오던 수향님이 말한다.
"이런 길은 애인이랑 걸으면 좋겠다"고...
내가 말한다. "애인보다 지금 현재 함께 걷고 있는 산우랑이 더 좋을걸요.
감정이 너무 진하게 섞이면, 있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보이지 않고 ,나의 감정의 선글라스로 보기 때문에, 그 순수한 아름다움이 덜할 수도 있다고..."
하여간 합리화이든간에, 지금 순간이 내 인생의 최상의 순간이라고 느껴야 한다는게 나의 지론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최상의 애인이자 최상의 사랑이라 느끼는 것이, 나에게 행복을 담보한다는 게 이제까지 살아온 나의 삶의 지혜다.
산우님들! 곁에 있는 님들을 아낌없이 사랑하자구요.
물런 그 산을 뜨면 그 사랑 빨리 정리하고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기구요.ㅋㅋㅋ
아 거의 마지막엔 감나무가 우리를 반긴다.
아 겨울에서 가을로 복귀한 느낌이다.
늦게 내려온 터에 마지막 만찬을 놓쳤다.
지리산 산악인의 집에서 랜드님이 쏘은 도토리묵, 파전, 마지막까지 지고 온 사랑가득님의 오리주물럭양념구이...
아 화려한 메뉴여.
어디 두고 보자 내년에 와서 꼭 먹어보리 다짐을 한다.
#15 후기
남원 추어탕, 추어튀김, 추어 만두, 역시나 전라도 음식은 맛있고...
남은 돈으로 감 1상자 구입,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누다.
여행 길에 지역 특산품 한가지 쯤은 가족에 대한 사랑 표현??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이리 오기엔 넘 허전해서, 게임 한가지...
그 이름은 '연상게임" 이번 지리산 종주와 관련된 연상된 단어 말하기
"우정, 속 깊은 대화, 봉사, 시금치, 오리주물럭, 사진, 녹물, 졸음, 내 모자, 라면, 상고대, 눈, 엉덩방아, 손길, 폐하, 시녀, 야공, 무릅덮개, 사랑은 흘러간다, ......." 그렇게 우리는 지리산 종주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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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금은 이산가족이 되어 후기에 들어 있던 사진 거의 지웠습니다. 그 분들께 누가 될까봐... 하지만 그리운 얼굴들이네요.
1월 10일 지리산 가는라 다시 한번 읽어보다 올립니다. 10일 다녀와서 다시 후기 올릴 예정입니다. 겨울 지리산은 어떤지 벌써 궁금해지네요^^
가보시면 알아요
자세한 후기 한참동안 넋을 잃고 읽고 있었습니다,,,갔다 왔던 길들이 하나하나 생각이 나고 같이 했던 산우님들이 생각이 납니다,,후기 잘 읽고 갑니다,,제가 젤 좋아 하는 지리산 언제 한번 같이 가고 싶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