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살아 있는 역사로 손꼽히는 서울의 고궁은 옛 궁궐의 위엄과 전통미를 확인할 수 있는 곳. 태종 때 건립한 이궁(離宮) 창덕궁과 선왕들의 혼백이 머무는 종묘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역사적 가치를 더한다. 여기에 경복궁과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까지 서울 5대 고궁의 건립 경위와 용도, 역사적 사건만 살펴도 웬만한 우리 역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취재·사진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도움말 김귀배 팀장(유네스코한국위원회 문화커뮤니케이션팀)·백유선 교사(서울 보성중학교)·심지은 해설사(우리문화숨결 궁궐길라잡이) 사진·자료 제공 유네스코한국위원회·문화재청 참고 도서 <서울의 고궁 산책>
선왕들의 혼백이 머무는 경건한 곳 ‘종묘’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종묘는 서울 한복판에 그런 유적이 있다는게 실감 나지 않을 만큼 엄숙하고 위엄이 있다. 다른 곳과 달리 종묘 건축물에는 없는 게 두 가지 있다. 왕가의 건축물인데도 단청이 없고, 건축물에 붙은 이름이 없다. 정문을 포함한 모든 문에도 이름이 붙어 있지 않다. 정숙해야 할 공간이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가장 신성한 정전 앞의 바닥이 다듬어지지 않은 울퉁불퉁한 돌이라는 점.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서라는 의견도 있고, 제사를 행할 때 햇볕에 반사된 빛에 눈이 부시는 걸 막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종묘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종묘제례악. 종묘에서 역대 임금과 왕후의 신위 앞에서 제사 지낼 때 연주하는 ‘기악(樂)’ 과 ‘노래(歌)’ 와 ‘무용(舞)’ 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종묘제례악은 2001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됐고, 중요무형문화재 1호다.
종묘 관람하려면 시간 맞춰 가세요! 종묘는 2010년 5월부터 시간 관람제를 도입·운영한다. 정한 시간에 입장해 문화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관람하는 방식. 한국어 9회를 비롯해 일본어·영어·중국어 해설을 운영한다. 3월 기준 한국어 해설은 매시간 20분에 있다. 매주 토요일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조선의 왕들이 가장 사랑한 궁궐 ‘창덕궁’
조선왕조의 공식 궁궐인 경복궁의 이궁으로 지었다. 이궁이란 나라에 전쟁이나 큰 재난이 일어나 공식 궁궐을 사용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지은 궁궐.
궁궐은 왕조의 위엄과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 질서 정연하고 웅장하게 짓는 경우가 많지만, 창덕궁은 예외다. 주어진 환경에 맞춰 자연친화적인 설계와 배치가 돋보인다. 건물이 일직선상으로 배치되지 않고 각기 다른 형태로 저마다 위치에 있다.
창덕궁 후원은 야트막한 언덕, 계곡과 조화를 갖춘 숲으로 꾸민 자연 모습 그대로다. 후원을 둘러보려면 후원 관람 신청을 따로 해야 한다.
창덕궁 왕의 즉위식이 열린 인정전 앞마당 역시 자연환경을 그대로 활용해 사다리꼴이니 확인해볼 것. 인정전은 2층처럼 보이지만 안은 트였다.
창덕궁 추천 관람 코스
① 돈화문 → 궐내각사 → 인정문 마당과 인정전 → 선정전 → 희정당 →대조전 → 성정각 → 낙선재
② 함양문 → 연경당 → 의두합 → 부용지 구역 → 애련지 구역 → 존덕정 구역 → 옥류천 구역 → 돈화문
고궁 역사 공부에 미술관 예술 작품 감상까지
아이들과 함께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종묘와 덕수궁, 서울의 고궁을 둘러볼 때 놓치면 아쉬운 부분이 박물관과 미술관 방문이다.
우선 경복궁 관람 뒤에는 국립고궁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에 들러 무료 전시를 즐길 수 있다. 덕수궁 석조전과 맞닿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은 석조전의 서관으로 쓰던 건물. 특유의 멋스러운 외관은 물론, 전시회를 진행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입장료가 없는 경희궁은 궁궐 입구 왼편에 있는 경희궁미술관, 경희궁과 인접한 서울역사박물관 등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서울 5대 고궁의 매력은 이름만큼 역사적 가치나 분위기도 제각각이라, 하루에 다 둘러보는 건 무리다. 고궁 투어를 계획한다면 문화재청의 통합 관람권(1만 원)을 이용하는 게 경제적이다. 통합 관람권은 개별 관람권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종묘와 4대 고궁(무료인 경희궁 제외) 관람이 가능하며, 유효 기간은 구입일부터 1개월이다.
Mini Interview 김귀배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문화커뮤니케이션팀장
“종묘·덕수궁 둘러봤다면 조선 왕릉도 추천합니다”
“종묘와 창덕궁은 역사적 의의뿐 아니라 동아시아 건축사에 있어서도 특별한 가치를 지녀요. 특히 창덕궁은 비정형적 조형미를 간직한 대표적 왕궁으로 주변 자연환경과의 완벽한 조화와 배치가 탁월하다는 점에서 유네스코의 호평을 얻었습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문화커뮤니케이션 팀의 김귀배 팀장은 “책으로만 배우는 역사와 문화유산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느끼는 감동과 경험은 큰 차이가 있는 만큼 가족이 함께 하는 문화역사 탐방이 중요하다” 고 강조한다.
그는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문화유산으로 조선 왕릉을 꼽았다. ‘조선왕릉’ 은 조선왕조의 조상숭배사상과 독특한 장묘 문화를 잘 나타내주고 있는 곳이라고.
“당시 조선왕조의 세계관과 종교관, 자연관을 바탕으로 타 유교 문화권 왕릉과는 다른 형태를 띠는 것이 특징입니다. 조선 왕릉은 500년이상 존속한 조선왕조를 대표하는 건축양식으로 당대의 시대적 사상과 정치사 뿐 아니라 조선시대의 예술적 독창성이 뚜렷이 나타나 있어요. 우리의 소중한 전통문화는 단순한 과거의 산물이 아니라 미래를 밝히는 등불입니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