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으로 수학여행!
그동안 익명으로 회원 가입했던 호철이가 어차피 마눌님께 들통나서 이제야 신분 노출이 가능해졌다. 1년여 만에 처음 받은 신입회원이라 회장, 총무의 세세한 배려로 호철이도 무럭무럭 자라(키도 자라면 좋겠지만) 장거리 라이딩이 가능하다고 판단되어 이번 수학여행에 정회원 3인, 준회원(마눌) 1인 전원이 참석하기로 했었다. 그것도 바이크 타고..
마치 고교시절에 수학여행 가는 것처럼 마음도 설레고 준비도 단단히 했지만 당일 아침 날씨도 춥고, 비도 부슬부슬 내린다. 마눌님은 할 수 없이 라이딩을 포기하고 중부 만남의 광장에서 일행과 만나 버스편으로 이동한다. 우리는 아침 10시에 이천 민수집에서 만나기로 하여 나는 9시반에 도착했는데 호철이는 차로 이미 도착해 있었다. 나는 겨우 우리집에서 이천까지 왔는데도 비에 젖어 몸이 으시시 떨린다. 아무래도 날씨가 심상치 않고 호철이가 온열장비가 없어 일단 비 그치기를 기다리기리로 한다. 나는 젖은 옷을 말리고, 호철이도 그동안 마눌 몰래 민수 집에 보관하고 있던 바이크를 열심히 치장한다. 민수 집에 연장이 많아 찾기 쉽도록 한다고 연장 걸이대를 사놓았는데 시간도 있으니 민수를 도와 이것도 벽에 멋지게 설치했다. 민수가 달랑 테이프 몇개 걸어보고는 신나해 한다. 나도 민수가 전에 사놓고 안쓰는 부품을 내 바이크에 달았더니 딱이다. 시간이 가도 비는 그치지 않아 결국 점심도 먹고 오후 2시 반쯤에야 빗줄기가 줄어들어 떠나기로 했다.
국도만 타야 하는 6시간 가까운 우중 라이딩이다. 비맞으며 달리는 건 상상 외로 춥다. 나와 민수는 온열장비를 사용하는데도 추운데 장비 없이 달리는 호철이가 정말 대단하다. 호철이가 체구는 작아도 힘도 좋고 강단이 보통이 아니다. 앞장 서는 로드 마스터는 회장 민수, 가운데는 초보 호철, 맨 뒤에 서는 리어 마스터는 초보 갓 벗어난 나다. 둘이 다닐 때나 셋이 다닐 때나 맨 뒤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이번에 타이틀이 붙었다. 다른 차량으로부터 호철이를 보호하고 때에 따라 호철이가 처지지 않도록 밀어 붙이는 것이 나의 주요 임무다. 하지만 호철이가 기대 이상으로 안정된 라이딩을 한다. 그동안 전수한 수신호도 제법 잘 따라한다. 가끔은 민수가 차를 세우고 호철이를 지도한다. 그 때 나도 몇 마디 던지고.. 호철이의 라이딩은 점점 좋아진다. 하행길은 우중이라 사진 찍을 생각도 못했고 아래에 도착때 삼봉이가 찍은 사진을 올렸다. 결국 8시 다 되어 친구들이 모여 있는 식당에 도착하는데 성공. 초보 호철이와 함께 아무런 문제없이 300km 라이딩을 마친 기분은 뭐라 표현할 수 없다. 식당에 있던 친구들이 나와서 우리의 도착을 박수로 맞아준다. 고맙게도.. 나는 옷도 갈아입지 안고 반가운 친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삼봉이가 주는 소주 한컵을 미모의 여성(건이 처)과 함께 러브샷으로 원샷했는데 소주가 달다. 고생해서 일까, 아니면 미모의 여성 때문일까?
다음 날은 다행히 날씨가 좋다. 블루로드 트래킹하는 친구들과 작별을 하고 우리는 올 때 와는 다른 길을 선택하여 상경했다. 마눌도 다시 챙겨 뒤에 태우고. 따로 차를 가져왔던 덕재 부부도 우리 뒤를 따른다. 바이크의 매력 중 하나는 고속도로를 못가는 대신 가보지 못한 구석구석 길을 여유있게 달리는 거다. 생전 가보지 못할거라 생각했던 평해, 춘양을 지나 영월, 원주를 거쳤다. 중간에 백암산, 일월산, 소백산 자락의 구비구비 언덕길을 달릴 때는 호철이가 나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억지춘양으로 알려진 춘양에서 어탕으로 점심을 먹고 식당에서 십여분 잠도 자며 체력을 보충하고 그곳에서 덕재와 헤어졌다. 마눌은 민수 뒤에도 타고 내 뒤에도 탔었는데 민수 뒷의자가 궁둥이도 안아프고 안락하다며 다시 올 생각을 안한다. 민수는 낄낄대고 흐믓해 하고.. 이천 근방에서 우리 부부는 바로 서울 방향으로, 민수와 호철은 민수 집으로 나뉘었다. 서로 안전을 챙겨주던 친구들과의 아쉬운 작별이다.
수학여행에서 많은 친구들을 볼 수 있어 좋았고 한편으로 가고 오는 시간, 트래킹하는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해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여행 후 월요일에 호철이와 통화했다. 난 추운 날씨에 비를 맞아서 인지 몸살기도 있고 피곤해 죽겠는데 호철이는 장거리 라이딩을 해서 그런지 월요일 아침 컨디션이 너무 좋단다. 작년 이맘 때의 나보다 호철이가 더 심한 것 같다. 호철 마눌님이 그 마음을 이해해 주시길... 다음 여행을 기대하며 몇 장 찍지 않은 사진 올린다. 연락들 해라(무슨 말인지 알지요?)
영덕 도착. 사진만 보면 마눌님도 바이크 타고 오신듯.
대견한 호철이. 안면에 미소가 가득.
우의 야광이 너무 강렬해. 밤중에 뒤따라가며 보니 허공에 매달린 해골이 달리는 것 같았어.
이튿날 아침. 술은 덜 깨었지만 일찍 일어나는 습관..
어젯밤의 흙탕물 제거. 오토바이 청소는 라이더의 기본.
어제 비운 탱크를 채우고. 기름만 주면 잘 달려주는 기특한 놈.
블루로드에 시작지점에 도착. 호철이 가죽바지 입은 엉덩이가 은근 야한데.
로드 마스터의 상경길 점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민수 따라갈 사람 별로 없지.
친구들과 헤어져 라이더스 단체 사진 한장. 다음엔 진짜 단체 사진이 되길 기대하며..
상경길에 제주도에서나 볼 듯한 유채꽃밭에서
함께 따라온 덕재 부부
무슨 산이더라. 정상 부근에서. 한 사람이라도 볼일 있으면 서야 함.
호철, 민수가 보이는 걸 보면 마눌이 내 뒤에 탔어요.
조지훈 생가 근처. 이전의 관산 지역을 공원으로 보존. 조지훈의 시 '승무'를 낭독하니 고교시절 생각이 나더군. 역시 '국어'는 배워둬야 해.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초보 포스 작렬.
이 사람 말고.
마눌의 아이디어.. 근데 조폭영화 한장면 같애.
멋지네. 헌데 팔에 힘 빼시고..
민수 뒤에서 마눌이 찍었네. 아무래도 내 전조등이 좀 상향인 듯. 조정 필요.
이천 부근에서 헤어지기 전 마지막 휴식. 뒤에 보이는 젊은 무리는 소위 뿅카, 알차. 우리는 그렇게 달리지 않으니 안심하세요.
첫댓글 태완아 너희들 정열에 경의를 표한다. 멀리까지 와서 함께 해서 행복 했단다. 항상 조심히 타고 다니고 다음 번에 또 보자. 19기 라이더스 핫팅...민수, 호철이도 잘 지내고...
탱큐~~~
수고하셨습니다. 회장님 리어마스터 총무님 짱!
초출 비기너 챙겨주시느냐 고생 많으셨구요. 감사~~~
50년 품어 왔던 라이딩할리의 꿈을 드뎌 펼치게 되니 감개무량!!
솔직히 타봤자 뭐 얼마나 잼나다고 싶지만... 그저 젊어서 부터 한번 꼭 해보고 싶었던 몇몇가지 중 마지막 아이템 할리!
더이상 나이 먹으면 힘들다는 아쉬움과 미련 그리고 가족들의 반대에 막혀 그동안 접어 두었던 꿈!
친구 민수와 태완이가 용기를 주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아내와 딸들의 여린 마음을 설득하기에는 리스크인식에 대한 관념이 너무 크다.
사실 레이스용 바이크도 아니고 타보니 안전하게 타면 할리처럼 또 안전한 이동수단도 없을 듯 싶다.
장거리 라이딩을 해도 생각같이 힘들고 피곤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차체 중량도 크고 안정되어 있다 보니 다루기도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특히 코너링의 맛은 참 묘했다. 원심추 끈 끝을 손에 고정하여 두고 추를 좌우로 흔드는 그런 느낌 같았다.
마치 스쿠바의 물속 좌우 유영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생각보다 그렇게 위험하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물론 고수 민수와 태완이의 서포트와 가이딩 덕분이지만....
감히 친구들에게도 한번 권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해볼 만 하다. 친구들아~~~
영덕게 먹고 갑각류엘러지에 시달리면서도 에쿠스를 몰고 경상북도 첩첩 산중의 꼬불길을 같이 달린 이덕재원장 부부도 함께해서 고맙고 즐거웠다. 잘 올라갔재?
한가지 처녀 라이딩을 통해 느낀 것은 차량의 흐름과 리듬을 함께 타는 것이 중요하고
또 신호와 안전을 지키는 것, 되도록 야간 라이딩은 피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
암튼 멋진 시간 할여 해준 민수, 태완, 효숙씨 그리고 수학여행 함께 한 많은 친구들 고맙다.
처녀 라이딩? 아무튼,대단~한 호철이야! 급존경.
AC 그"처녀"가 아니고 처음!!!!!
난,또,처녀를 올라탔다는 얘긴줄 알고..
멋지고 대단하다
오래간만에 라이더스가 북적이네 ㅎ
라이더스 vs 골프친구 vs 연산친구가 축구시합할 수 있는 그날까지 라이더스 홧팅~~
축구? 그거 괜찮네. 앞으로 8명 더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