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과 캬라반의 합주 合湊

뉴질랜드 남섬 호주의 시드니에서 뉴질랜드 남섬 까지는 약 3시간 30분 거리, 호주와는 2시간, 한국과의 시차는 4시간이다. 시드니 시간으로 오후 6시 30분에 출발했는데, 뉴질랜드 남섬에 도착하니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다. 더구나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의 입국심사는 어찌나 까다로운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꼼꼼하게 검사하는데 특히 외국인의 소지품 검사에서는 그 많은 자질구레한 짐들을 일일이 조사하고, 심지어 우산까지 펼쳐보고 화장품 케이스까지 열어 확인하는 데는 질려 버렸다. 자기네 나라로 관광을 오는 고마운 외국인들에게, 너무 하는 건 아닌가 싶어 기분이 언잖아질려고 했지만은, 뉴질랜드는 섬나라로서, 자신의 땅에 외지 식물의 씨앗이나 동물 파충류 등은 물론 그들의 기생충 같은 것이 묻어 올까바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걸, 미리 들었기에 참고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나라는 뱀도 없고, 사나운 짐승들도 별로 없단다. 까다로운 입국 절차가 끝나고 대합실로 나오니, 여행사 피켓을 든 멋진 총각이 반겨준다. 이번 여행에서 두 번째 만나는 가이드인데, 희고 잘생긴 얼굴에 쌍꺼풀진 큰 눈, 그리고 퍼머를 어떻게 했는지, 폭탄 맞은 갈색 머리가 멋대로 뻗어있는 모습이 동양적이기 보다는, 뉴질랜드 현지인처럼 서구적인 모습이다. 다른 일행들이 다 나올 때쯤엔 자정이 넘은 늦은 시간이지만, 서글서글한 성품의 가이드가,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친근하게 다가오니 낯선 곳에서의 첫 만남이라도 마음이 놓이면서 농담까지 오고 간다.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서 이십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가든 호텔, 여행의 첫날밤을 보낼 호텔에 도착하여 느낀 점은, 우리나라의 호텔과는 천지 차이의 모양새를 하고 있어서 약간의 실망이 보태진다. 질서 없이 여기저기 늘어서 있는 판넬로 지은 듯 한, 단층짜리 건물들이 그것도 땅에 딱 붙어 지어서 유난히 얕아 보이고, 앞쪽 면이 모두 유리문으로 되어 있는 것이 우리가 흔히 보는 가겟방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 퀸스타운, 산장 호텔이라는 곳, ) 이거 호텔이 아니라, 모텔도 못되는 여인숙 아니야? 하는 농담을 해가며 늦은 시간이라 각자 배당받은 방으로 들어가서 보니, 내부는 제법 구색을 갖추고 있고 깔끔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나라에서의 호텔이란, 자고 먹고 편리하게 유숙할 수 있는 곳은 호텔이라 하고, 싱크대가 갖추어져 있어 각자 알아서 자고,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곳은 모텔이라고 한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펜션쯤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고 호텔이나 모텔이나 건물의 모양새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아무튼 도로에 인접한 가겟방 같은 유리문이 신경 쓰여서 몇 번이나 잠금 장치를 확인 하고, 늦은 잠자리에 들었는데, 전날 약속한 7시에 모닝콜이 울려, 호텔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양식으로 먹었다. 그 호텔을 운영하는 사장이 중국 사람이라는데, 이 쪽 나라가 인심이 사나운지, 중국인 사장이 짠돌이인지는 모르지만 아침에 온 가이드가, 식사를 하지 않아 함께 먹자고 하니, 페이(식사값)를 지불하지 않으면 가이드라도 식사를 할 수가 없다고 하면서 먹지 않는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만 더 놓으면 되는, 우리나라 정서와 너무 달라서 놀랬다. 식사를 마치고, 첫 목적지인 퀸스타운으로 가기 위해 대장정의 길에 올랐다. 날씨는 화창했고 싱그러운 아침, 전날 밤 늦게 도착하여 보지 못했던 주변 경관이 한 눈에 들어오는데, 양옆으로 한가로이 자리 잡은 주택들은 대부분 목조로 된 단층짜리 건물들이고, 간혹 이층짜리 주택들도 보인다. 그리 넓은 뜰은 아니지만, 집집마다 앞뒤로 잔디밭과 정원수들이 있고 마당 한 가운데, 비교적 넓은 평수의 집들이 조용히 앉아 있다. 참 평화로워 보이는 주택가인데, 사실 사람들이 별로 눈에 뜨이지 않아, 땅덩어리는 넓고, 인구는 작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피부로 느껴졌다. 뉴질랜드 남섬은 우리나라 남, 북한 합친 면적보다 1.7배 정도로 크다는데 인구는 약 100만 정도라니, 어디 사람 구경이 흔하겠는가? 아무리 달려도 사람 구경을 하기 어려우니까, 모두들 창밖을 내다보며 나 지금 사람 한 명 보았어~ 라고 소리치면, 어디 어디~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주택가조차도 아주 드물게 있고, 끝없이 펼쳐진 평야에 푸른 초원과 양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사람 대신 양떼들을 구경하느라 정신을 판다. 처음 얼마간은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 너무 보기 좋아서,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껏 부러워 하다가 켄터베리 대평원을 지나면서는, 하도 파란 것만 보아서 눈이 파랗게 물들어 버릴 것만 같다. 끝없이 이어지는 연초록의 초원과 양떼와, 젖소와 사슴 목장(사실은 짐승들의 숫자보다 훨씬 드넓은 초지들이 더 신기했지만)들을 구경하기도 지칠 때쯤 저 멀리 보이는 산들이 머리에 만년설을 이고, 병풍처럼 둘러친 모습이 보였다. 생각해 보라~ 뉴질랜드는 지금, 계절상 초여름에 들어서 있는데 푸른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아름다운 정경 위에 하얀 눈이 쌓여있는 신기하고도 이국적인 풍경을, (며칠 전에 눈이 내렸다는 데 사방에 빙 둘러쳐진 산 위엔 하얀눈이~) 거기다 우리가 가기 불과 며칠 전에 폭설이 내렸다는데, 그래서 웬만한 산엔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어, 눈이 부시도록 새파란 하늘과 아름답게 어울렸다. 가이드는 우리가 모두 착한 일을 많이 해서 좋은 날씨를 부여 받았다며 눈이나 비가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곳이라, 그렇게 화창한 날씨가 흔치않다며 우리들의 기분을 더욱 업되게 만들었다. 뉴질랜드는 강처럼 크고 맑은 호수가 많았다. 대평원을 지나는 동안 푸카키 호수, 와카티프 호수, 데카포 호수 등 등 호수라고 하기엔 너무 큰 우리나라의 강보다 더 큰, 호수가 심심치 않게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물이 흔해서 그런지, 뉴질랜드는 수도요금을 받지 않는다고 하는데 지난 밤 호텔에서 사용해 본 물이, 어찌나 좋은지 그냥 먹기도 하지만 목욕을 하니 온천물처럼 살결이 매끈거렸다. 가는 길에 푸카키 라는 곳에서 한국식으로 점심을 먹었는데 '푸카키 가든' 이라고 커다랗게 한글로 쓰인 간판을 보니 반가웠고 일행 중에 벌써 한국음식이 그리운 어떤 분은 간판만 보고도 입맛을 다신다. ( 한국 교민 아가씨가 사장이라는 가든 식당이다. ) 메뉴는 된장찌개라고 들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부대찌개 맛 비슷한 육계장 같은 찌개였다. 김치 깍두기, 숙주나물, 미역줄기, 청포묵 등 낯익은 한국식 반찬을 보니, 새로이 식욕이 동하는데, 무엇보다 기대가되는 건 특별 메뉴로 시킨 연어회였다. 푸카키 호수는 연어가 많이 잡히는 곳인데, 이때가 가장 맛있는 때이고 싱싱한 연어를 잡아 그대로 회를 떠 주기 때문에 그 맛이 환상적이라는 것이다. 한 접시에 80뉴블이라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68,000원 정도로 4명이 먹기에 딱 알맞은 량이라서, 12명이 3접시를 시켰다. (모처럼 12명이 한 방 찍을 기회가 생겼다. 연어회에 팩소주로 위하여를 외치고~) 사실 한국에서 어쩌다 선어회집이나 뷔페식당에서 나오는 연어를 맛보면 냉동식품을 녹인지라, 먹어보면 물컹거리는 게, 영 맛이 없었는데 그쪽 연어는 색깔부터가 다르고, 살에 골고루 마블링이 끼어 있는게 부드러우면서 살캉거리며 씹히는 맛에다, 고소한 맛이 기가 막히다. 일행 중에 다른 분들이 한국에서 지니고 온, 팩 소주를 한 잔씩 곁들였는데 어째든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그렇게 맛있는 연어회를 맛본 거 같다. 뉴질랜드 남섬의 여행의 포인트는 역시 남반구에서는 가장 높은 '마운틴 쿡' 마운틴 쿡이란, 영국 `제임스 쿡` 선장 이름을 따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는데 원래는 마오리족 어로 '아오라키(구름을 뚫은 산)' 이라고 한다. 여기서 잠깐, '제임스 쿡' 은 영국 사람으로, 항해사이자 탐험가이며 지도 제작자로서 태평양을 남쪽 끝에서부터 북쪽 끝까지 탐험하여, 영국의 식민지 개척에 크게 이바지한 사람으로, 그는 해군에 들어가 남태평양 탐험과 학술 조사의 명령을 받고, 1768년부터 3회의 탐험에 나서서, 남쪽으로는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뉴칼레도니아 섬 등을 발견한 사람이다. "제임스 쿡"이란 이름보다는 '켑틴 쿡' 으로 더 많이 불렸던 이 사람은 항해 도중, 하와이에서 원주민들의 칼에 맞아 죽음을 맞이 했다는데 항해 도중 화와이 섬에 들려 배를 수리하고 머물면서 신세를 지고 떠났는데 3일만에 폭풍우를 만나 다시 돌아오자 그동안 식량과 물자를 빼앗긴데 대해 두려움을 느낀 원주민들이 더이상 오호적으로 대하지 않고 반항하여 싸우다 원주민들에게 살해 되었다 한다. (깨긋한 옥색 물빛 호수와 마운트쿡~~멀리보이는 가장 높은 봉우리, 이렇게 볼 수 있는 날이 드물단다. ) 만년설산인 알프스 산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고 해서 불리는 서든 알프스, 마운틴 쿡(Mt. Cook) (한국 사람들은 일명 만둣국으로 부른다) 마운틴 쿡 국립공원에는 해발 3754ｍ의 마운틴 쿡을 포함하여, 3000ｍ가 넘는 봉우리가 18개, 2000ｍ급 봉우리가 무려 140개나 된다 한다. 마운틴 쿡 국립공원까지 가서 그 산을 직접 밞아 보지는 못했지만 그 마운트 쿡이 가장 잘 보인다는 전망대에서 차에서 내렸다. 날씨는 최상급 이였고, 마운트 쿡은 그림처럼 선명하게 위용을 자랑한다.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마운트 쿡의 정상엔 구름이 가리고 있어 눈에 덮인 마운트 쿡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날이 흔치 않다는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들의 여행길에는 마운트 쿡 정상에 구름 한 점 없이 아주 가깝게 너무도 뚜렷하게 보이는 바람에 함께한 가이드까지 신이 났다. 마운트 쿡 부근에 있는 뉴질랜드 최대의 태즈먼 빙하, 거대한 그 빙하가 녹아내린 물이 커다란 호수를 이루고 있었는데 데카포 호수라 불리는 그 호수의 물빛이 반짝이는 햇살에 반사되어 고운 옥색 빛을 띠고 흐르고 있어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 멋진 광경 속에서 떠나고 싶지 않아 자꾸만 시간을 끌자 가이드가 다음 코스로 가자며 앞장선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라는 선한 양치기의 교회(Church of the Good Shepherd)가 데카포 호숫가 한쪽에, 정말로 선한 양치기처럼 얌전하게 서 있다. 이 교회는 개척시대 양치기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세워졌으며 100년 가까이 된 교회지만 아직도 예배를 드리는 교회로 쓰이고 있고 관광객들을 위하여 늘 개방해 놓고 있는데, 그 작은 교회 안으로 들어서면 정면에 보이는 창으로 데카포 호수의 푸른 물과, 만년설이 쌓인 마운트 쿡이 액자에 넣어진, 한 장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 탄성을 지르게 한다. 아무리 오래 머물러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곳이지만 떠나야만 한다. 아쉬운 마운트 쿡을 뒤로 하고 또 다시 달려간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지금 서머타임 기간이고 9시는 돼야 해가 지는 여름이다. 해가 한창 뜨겁지만, 시간은 저녁 시간대 쯤, 퀸스타운에 도착했다. 가이드 말로는 뉴질랜드에서 방귀께나 뀌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뉴질랜드 남섬의, 대표적인 휴양지이다. (뉴질랜드에서 방귀께나 뀌고 산다는 퀸스타운의 호수, 말이 호수이지 유람선이 다니는 항구같다) 바다처럼 넓은 와카티프 호수와 유람선 선착장, 그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푸른 산과, 그 산자락에 기대어 지어진 멋진 주택들, 별장 같은 신식 집들이 그동안 일반 주택가에서 본, 오래된 집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갖가지 레스토랑과 쇼핑몰, 술집, 은행, 등등이 갖추어진 제법 삐가번쩍한 동네에서, 호수를 배경으로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호수를 돌아 올라가, 한국음식을 하는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퀸스타운의 경관, 아름답긴 참 아름다운 휴양지이다.) 오늘의 메뉴는 초록홍합탕, 한국식으로 차린 밥상에 우리나라의 홍합과는 조금 다른, 크기도 큰 편이고 검은 껍데기에 초록색을 띤 그런 홍합을 이용해 끓인 건데 맛은 홍합 맛이었고, 국물 맛이 시원했다. 호수 근처에 숙소가 있었으면 했지만, 가이드는 차를 타고 20여분 거리로 이동 좀 높은 지대에 있는 산장 호텔로, 우리들을 데려갔다. 산장이라야 말이 그렇지, 어디를 가나 비슷한 모양의 호텔은 역시나 단층짜리 야트막한 건물에 가겟방 같은 모양새다. 실내도 천편일률 똑같아서, 크라이스트처치나 별반 다를 게 없다. 해는 아직 환한 저녁, 우리 일행은 숙소 뒤에 있는 넓은 마당에 모여 함께 여행 하게 된 일행으로서, 만남을 축하하는 간단히 파티를 하기로 했다. 여행길에 과일 농장에 들려선 산, 골드키위와 사과, 그리고 간단히 준비한 안주에 팩소주를 돌려가며, 서로 수인사를 하고, 함께 하게 된 인연을 축하했다. 나를 포함한 회갑을 맞이한 동갑들이 4팀이고, 내 남편과 동갑이 한 팀을, 그리고 제일 교포라는 부인이 7순을 맞이한 팀이 한 팀이다. 도합 여섯 팀에 싱글이 없는 부부동반이니 12명이다. 우리 모두 비슷한 또래의 부부들이 모여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며 이렇게 만나게 해 준 여행사에 고마운 마음까지 합쳐서 십년지기들처럼 화기애애하게 놀다보니, 해가 꼴깍 넘어갔다. 하늘과 가까운 지대여서 별이 쏱아질꺼라는 가이드의 말이 있었지만 별은 꿈에서 보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6시 콜~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가니 어찌나 추운지, 거울 날씨 같다. 준비해 간 겨울 잠바로 갈아입고, 단단히 준비를 한 뒤에 여행길에 오른다. 그런데 이 나라 사람들은 춥지도 않은지, 반팔에 반바지는 예사고 아이들은 얇은 여름 원피스 차림으로 등교를 한다. 조용한 아침의 와카티프 호수를 따라 무려 한 시간 이상 달려가니 (그 물 좋은 곳에 해물탕집 같은 횟집 하나 없는게 우리나라와 다르다) 바다처럼 넓어서 호수 같지 않았던, 그 호수의 끝이 보였다. 이상한 것은 호수를 따라가는 길 옆에는 사람들이 살지 않았는데 그 호수의 끝자락에 작은 마을이 있어서, 장마가 지면 어찌될지 걱정이 되었다. 호수가 끝나는 지역부터는, 다시 늘 푸른 목장이 나타나고 양들과 젖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이 보인다. 한참을 달려가다가 가이드가 예정에 없던, 멋진 곳을 보여주겠다고 차를 멈추게 했다, 작은 나무다리를 따라 올라가니 밀림처럼 펼쳐진 숲길이 나온다, 나무 아래로 물이 흐르는 계곡은 천 길 낭떠러지인데 아무렇게나 얹힌 바위들이, 얼마나 오래 그 세찬 물줄기에 닳고 닳았는지 갖가지 기이한 모습으로 장구한 세월을 말해 주고 있다. 거기서 처음으로 고사리가 자라 나무가 되어있는 모습을 보았다. ( 이 나무들이 고사리가 자라서 된 나무들이다. ) 야하게 서있는 열대의 야자수 나무처럼 자라서,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내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수억만 년 전의 고생대로 되돌아간 듯 했다. 그쯤에서 만나게 되는 기대했던 거울호수(mirroe lakes), 거울 호수는 뉴질랜드에서는 호수 축에도 못 끼는, 작은 연못 같은 곳이었는데, 맞은편에 거대한 산이 있어 그 산 그림자가 물에 비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큰 볼 꺼리는 못되지만,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길에, 잠시 내려서 심호흡도 하고, 수초로 둘러싸인 호수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물새들을 구경할 수도 있다. ( 이 산 아래로 거울 호수가 있다. 거울 호수 보다는 구름이 내려앉은 광경이 환상적이다.) 얼마쯤 가다가 가이드가 작은 냇가에 차를 세우고 우리들이 갖고 있는 물병에 냇물을 받아서 마시라고 했다. 빙하가 녹아내려 흐르는 물인데 마시면 젊어진다는 말에 마음약해서, 모두들 담겨있는 물을 버리고 냇물을 담았다. 산길을 오르고 내리고 구불구불 달려가다가 작은 터널 하나가 나타난다. 호머 터널이란다. 아니 터널이라기 보단, 석탄을 캐기 위한 갱도 같은 모습이다. 너무 좁고 어두컴컴하고 허술하게 보이는, 굴 속 같은 터널로 들어가니 내리막이라 마치 갱도로 내려가듯 , 그런 느낌이 들어 오금이 저리기까지 했다. 1950년대 인부들이 일일이 땅을 파고 암반을 수작업으로 폭파시켜, 18년간에 걸쳐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냈다는 호머 터널, 지금도 터널 내부엔 조명도 거의 없고 폭도 좁은데, 마주오던 차와 용케 교차까지 하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민일 우리 나라였다면, 아직도 저런 모습으로 놔두었을까 싶었지만 그런 모습으로 유지하면서 관광 상품으로 보여주고 있는, 깊은 뜻을 알 것 같았다. 길은 점점 평야가 사라지고 높은 고지로 구비 구비 도는데 우리나라의 대관령 고갯길에 비하면 실은 아무것도 아니긴 하다. 양 옆으로 며칠 전 내렸다는 눈이 사태가 나, 도로 옆에 쌓여 있는가 하면 높은 산골짜기로 눈이 녹은 물이, 하얀 포말을 그으며 내리는 모습도 보였다. 누군가 폭포라고 소리치자, 가이드가 가소롭다며 웃는다. 폭포라기엔 너무 작은 물줄기가 어린아이 오줌줄기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피오르드 국립공원에 가까이가면 너무나 장관인 크고 작은 진짜 폭포가 백 개도 넘는다며, 가이드가 조금만 기다리란다. 바다와 어우러진 또 다른 남섬 최고의 절경이라는, 피오르드 국립공원, 그곳에 가까이 가자, 역시나 심술궂은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관광에 차질을 빚을까 염려를 하니, 가이드가 늘 있는 현상이라며 큰 비만 오지 않는다면, 오히려 좋은 현상이라고 안심을 시킨다. 국립공원으로 들어가기 전에, 넓은 초지에 내려서 가이드가 시키는 대로, 그 땅을 밟아보니 스펀지처럼 폭신거린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이제야 녹아서 양탄자가 깔린 것처럼 그렇단다. 그보다는 정면으로 보이는 만년설이, 너무 멋지게 보이는 곳이었다. (폭신한 양탄자 같은 땅위에서 뛰어 보는 중) 피오르드 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자연 원시림이다. 뉴질랜드 최대의 국립공원으로, 빙하침식으로 이루어진 날카로운 계곡과 깎아지른 듯 한 절벽사이로, 눈 녹은 물이 하얀 폭포를 이루며 흘러내린다. 산 대부분이 암반지대라 비가 오면 급속히 만들어지는 폭포가 많은데 마침 며칠 전에 내린 눈이 녹으며, 여기저기 하얀 물줄기가 포말을 이루며 떨어진다. 이 국립공원을 미국 캘리포니아의 요세미티 공원과도 견줄 만 하다하는데 내가 보기엔 요세미티 공원의 장엄함을 따르려면 어림없어 보였다. 아름다움으로 치면 우리나라의 산천을 따를 곳이 있을까? 한창 알록달록한 단풍이 황홀하기까지 한, 사계절이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산천 경치에 비하여 대부분 잡목들로 이루어 한 가지 색으로 통일된 갈색 산은 덤덤해 보이기까지 한데, 기후 특성상 이 산에는 갖가지 색깔의 이끼가 많이 돋아 나무들을 고사시키고 있다 한다. 깊은 산으로 들어가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도로 주변에는 우리의 눈길을 끌만한 멋진 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 한참을 달려가자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면서 나타난 곳, 남태평앙의 푸른 바다가 나타났다. 유람선이 떠 있고, 선착장 건물이 보인다. 밀포드 사운드 (Milford Sound), 사운드란 좁은 해협을 말하는 것이라 한다. 피오르드 국립공원의 볼거리 중 하나인, 최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밀포드 사운드는 약 1만2000년 전, 빙하에 의해 주위 산들이 1000ｍ 이상에 걸쳐 수직으로 깎이면서 땅이 꺼져, 바다물이 밀려 들어와 형성된, 빙식 피오르드 지형이라고한다. 밀퍼드 사운드를 여행하는 방법은, 계곡을 걸어서 트레킹 하는 방법과 유람선을 타고 바다와 산을 감상하는 크루즈 여행이 있다. 피오르드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54㎞의 트레킹 코스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로 손꼽는다는데, 젊은이들은 한 번 도전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유람선을 타고, 선내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크루즈 여행이다. 유람선을 타고 높은 산에서 바다로 쏟아지는 폭포와 빙하를 감상하며 선상에서 바라보는 남섬의 설산과, 남극에서 흘러 들어오는 푸른빛 바다는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하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유람선에 탑승하자마자 식사가 시작되었고 한국말로 안내가 나와서 반가웠다. 식사는 양식이 주류였지만, 한국 관광객을 위하여 갈비찜과 김치가 구비되어 있어서 더욱 즐거웠다. 역시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있다고, 근사한 유람선에서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맛있고 푸짐한 음식을 먹고 있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3층 갑판 위로 올라가니 선실 밖은 안개비가 내리고 바람이 장난이 아닌데, 뉴질랜드의 날씨 변화는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비슷하여 언제 어떻게 변할지 짐작하기 어렵다고 한다. 카메라가 젖을까바 제대로 사진을 찍지 못했고, 비바람을 견디기 힘들었다. ( 밀포드 사운드의 환상적인 모습, 비바람이 세차서 사진찍기가 힘들다.) 밀포드 사운드는 유럽의 물개 사냥꾼인, ' 존 그르노' 가 물개사냥을 하러 왔었다는데, 자신의 출생지 이름을 따서 '밀포드 사운드'라 이름 지었단다. 그 후, 이곳에 최초로 정착한 '도날드 서더랜드경'에 의해서 정식으로 밀포드 사운드로 명명하게 되었다. 이곳에는 자연의 순수함과 인간의 발길이 잘 머물지 않아, 바다 동물에게는 천연의 서식지로 우리들이 유람선을 타고 한 바퀴 도는 동안에도, 바다사자와 물범들이 바위 위에 올라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 비가 오는데도 절벽 아래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는 바다 사자) 한편으로 높이 155미터의 협곡에서 떨어지는 웅장한 스털링 폭포(Stirling Falls) 이 역시 만년설인 빙하가, 녹아 떨어지는 폭포라는데 폭포 가까이 가면 세찬 바람에 의해 물보라가 도로 산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그 물을 맞으면 피부는 고와지고, 빛나리님들은 머리털이 난다고 설명하며 그 근처를 지날 때엔 유람선을 폭포근처에 가까이 대준다. 세찬 물보라에 기겁을 하면서도 관광객들은 즐거워하는데, 남편을 비롯하여 머리숱이 적은 분들이 모자를 벗으며 머리를 물보라에 들이대기도 한다. ( 비바람때문에 폭포의 장관을 제대로 찍을수가 없었다.) 한 시간 남짓 U자의 해협을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자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만(灣)을 18세기에 뉴질랜드를 탐색한 캡틴 쿡(Captain Cook)도 밀포드 사운드는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쳤다고 한다는데, 그것은 남태평양 바다 쪽에서는 이곳에 잘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깊숙이 숨어있는 천혜의 요새이기 때문이란다. 밀포드 사운드를 뒤로하고 퀸스타운으로 돌아가는 길에 눈사태가 난 언덕에서 차를 좀 세우고, 여름에 만져 보는 그 나라의 눈은 어떤지 체험해 보고 싶었지만 귀가 시간을 서두르는 캡틴(뉴질랜드에서는 운전기사를 그렇게 부른다)이 들은 척도 안하여 실행해 보지는 못하였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여기는 운전기사의 운전 일지를 관계기관에서 철저히 관리를 한다는데, 예를 들어 운전은 2시간 운전 후에, 20분 휴식, 식사 후에는 한 시간 휴식, 등으로 엄격히 지킬 것을 요구한다 한다고 한다. 운전기사의 졸음 운전을 철처히 예방하는 것이기에 이해가되었다. 그래서 지정된 곳에서 지정된 시간을 쉬기에, 우리들의 불일도 그때에 맞추어서 해 줄 것을 신신 당부하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도' 마운트 쿡 전망대' 를 다시 지나왔는데 그때에는 역시나 마운트 쿡 정상에 구름에 걸려 있어, 정상을 볼 수가 없었다. 우리가 진짜로 그날 운이 좋았음을 실감했다. 퀸스타운에 도착하여 호텔식으로 식사를 하고, 다음 날 공항이 있는 크라이스트처치로 이동할 것에 대비하여 일직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일찌감치 퀸스타운을 떠나 크라이스트처치로 달려가면서 옛날 금광이 있던 탄광촌의 정취가 남아 있다는, 에로우타운 주변을 지나 황량한 고산 지대를 달려가는데, 곳곳에 새로 시작한 포도농장이 눈에 띈다. 키위에 이어 포도농사에도 손을 대려고 시작했는데, 수급 불균형, 너무 과잉생산이라 수지타산이 안 맞아 망해버린 농장도 있다고 한다. 이상한 것은 포도나무 한 줄 앞에는, 장미를 한 구루씩 심었는데 병충해에 약한 장미나무가 병에 걸렸으면 그 줄의 포도나무도 병이 들었을 거라는 진단을 하기 위해 심어 놓은 것이란다. 가는 도중, 도로에서 영화찰영을 하느라 잠시 정체가 되었는데,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라면 출근 시간대에 한가하게 도로에서 영화촬영을 한다면 도로가 마비되었을 터이지만, 여기선 금방 소통이 되었다. 얼마가지 않아서 세계최초의 번지점프대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카와라우 번지 점프(Kawarau Bungy)라고 부르는데, 계곡 위에 철제 다리가 있고 이 철제 다리 위에서 43미터에 달하는 계곡 아래로 떨어진단다. 원래는 광부들이 탄광으로 가기 위해 설치된 다리였는데, 폐광이 된 후 버려졌다가 1,988년 이곳에서 최초로 번지점프의 메카로 만들어 성공했고 유명해 졌다. 그런데 떨어지는 그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는데, 기념 동영상까지 촬영해서 250뉴블 정도라 하니 한 번 떨어지는 가격치고는, 너무 과한 거 아닌가 싶다. 점프 광경을 영화로 보여주는 곳이 있어 들어가는데 마침 실제 번지점프를 한다고 해서 모두 몰려나가 그 광경을 직접 목격하는 행운도 가졌다. (번지 점프대에서 한 남자가 준비 중) 젊은 남자는 초보자는 아니었는지, 43미터 아래 계곡물에 머리까지 빠지는 점프를 택했다는데, 까마득한 절벽 아래는 고무보트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이쪽 전망대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오빠~라고 소리치자 (ㅎㅎ 나이를 잊고 들이대는 우리들이 민망한지 가이드가 얼굴이 벌게진다) 대기 선에 있던 선수가 손까지 흔들어 주면서 환호한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진심은 통하나 보다. 잔뜩 기다했던 장면이 정작 떨어지는 걸 볼 땐, 너무 싱거워서 실소가 난다. 좀 더 보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뒤로 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우리나라의 영화 이병헌 이은주가 주인공인 '번지 점프를 가다'를 촬영한 장소라는데, 잠시 자살한 이은주양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중...머리까지 물에 빠진다.) 헐벗은 산이 이어지는 고산지대를 지나며 내려다보니 계곡 양옆으로 꼭 개집만한, 작은 구조물들이 벼랑위에 서 있는 게 눈에 띄었다. 그게 뉴질랜드 개척 초기에, 백인들과 함께 들어온 중국인들이 살던 집이란다. 당시 영국인들은 뉴질랜드의 골드러시에 따라 금을 케기 위해 새 땅으로 들어 왔는데, 그때 인부들로 유색인종인 중국인들이 함께 왔단다. 백인들 밑에서 개돼지 보다 못한 대접을 받으며, 광부로 일하면서 갖은 고생을 하며 살던 집이라는데, 보기에도 흉한 그것을 100년이 지난 지금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그 나라의 모습은 본받을만 했다. 조금도 보태지 않고, 사람 하나 누우면 꽉 차는 나무로 된 개집이었다. 아무것도 없이, 일하고 주는 것 받아 먹고, 밤에 눕기만 했던 장소, 그곳에서 갖은 고생하며 살던 중국인들은, 백인들이 금이 잘 안 나오자 채산성이 없다고 버리고 간, 그 광산에서 사금을 채취해 부자가 되었고 그런 중국인들이 지금은, 호주에서 무시하지 못할 상권을 쥐고 있다고 한다. 조금 헐벗은 고산지대를 내려오니, 다시 끝 간 데 없이 푸른 초원이다. 사계절 축사 하나 없이 방목 상태로 놓아서 기르는 양, 소, 사슴, 어느 구석에 있는지, 죽든 살든 제가 알아서 먹고 사는 짐승들, 개가 목동 노릇을 하는 나라, 사람의 손길이 덜 필요한 나라. 제초제는 물론, 약을 치지 않고 사료나 비료도 주지 않고 키운다고 하니 사철 풀이 나기에 가능하고, 한없이 넓디넓은 땅이기에 가능한 것 같다. 뉴질랜드에서 신기한 모습 하나는 농장의 경계를 구분하고 짐승들을 보호하기 위한 자연친화적 방품림이다. 두부를 잘라 놓은 듯 반듯하게 자른 푸른 나무들, 가끔은 주택에서도 불 수 있는데, 담장 대신에 빽빽이 심은 나무를 마치 네모난 틀에다 찍어 낸듯이 반듯 반듯하게 키운 게 너무 신기했다. 돌아오는 길, 갈 때 들려서 연어를 먹었던 한국음식점 푸카키 가든 에서 이번에는 된장찌개로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고 이동했다. (연어의 고장이라고 연어 동상이 서있다.) 크라이스트처치 시내 중심부에 도착해서 크라이스트처치의 상징물인 고딕양식의 대성당 성당을 둘러 보고, 전차가 다니는 시내를 좀 걸어서 헤일리 공원으로 갔다. 뉴질랜드를 다니면서 보면, 집보다 사람보다 더 많은 게 공원이기에 그리 기억에 남는 특별한 공원은 아니었고, 그 공원을 지나가는 에이번 강은 그 규모가 너무 작아서 실망 시켰는데, 솔직히 강이라기 보단, 작은 하천 같았다. 아무리 보아도 강 같지가 않아서 내가, 이거 도랑 아니야~ 해서 모두들 웃었다. 에이번 강은 도시의 서쪽에서 흘러 들어와, 헤일리 공원과 시내 중심을 흐르는 강으로 바닥의 수초가 보일 정도로 맑으며, 시내를 관통해서 동쪽 끝의 남태평양 바다로 나간다. 공원에서 에이번 강가를 따라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강가를 달릴 수 있으며 그 작은 강에서 곤돌라를 타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감상하며 강을 따라 벳노리를 즐길 수도 있다 한다고 해서 놀랐다. 마침 작은 카누 같은 조각배에, 관광객인 듯싶은 여학생 두 명을 태우고 하얀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노를 저으며 강을 따라 내려오는 모습을 불 수 있었다. (헤일리 공원 잔디... 너무 부드러워서 내가 누었더니 다들 누어서 찍었다.) 길고 하얀 구름의 땅, 뉴질랜드. 뉴질랜드에서도 남섬은 관광지로 개방한지가 얼마 되지 않은 오염되지 않은 천혜의 땅이다. 개발하지도 않고, 개발을 서두르지도 않고, 환경이 파괴되는 걸 가장 염려하는 나라다. 뉴질랜드 산야엔 노란 꽃이 무수히 많이 피어 있는데, Gorse라는 이름의 가시 금작화 라고 한다는데 언뜻 보먼 우리나라의 개나리꽃과 흡사하다, 유럽이 원산지인데 스콜틀랜드에서 양을 들여올 때 그 양털에 묻어 들어 왔다고 한다. 문제는 이 꽃이 어찌나 번식력이 강한지 이 나무가 목장에 나기 시작하면 풀이 나지 않고 뽑기도 힘들어 땅을 버려할 만큼 강하단다. 우리나라 같으면 제초라도 뿌려서 뿌리를 뽑겠지만, 약을 쓰지 않은 그들은 그 꽃을 골칫거리로 생각하지만, 그런 방법을 쓰진 않고 버려두고 있다. 아마도 꽃이 많으니까 벌이 꿀을 따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참~! 꿀은 마누카라는 식물에서 얻어지는 뉴질랜드에서 자랑하는 마누카 꿀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이팦나무꽃 비슷한 아주 작은 꽃이다. 이 꽃에서 꿀을 따는 벌도 아주 작은 파리만 한 벌이란다. 원주민인 마오리족들이 이 꽃의 잎이나 꽃을 따서 위장약으로 쓰고 있는 걸 발견하고 백인들이 이 나무를 연구한 결과 이 나무에 헬리코박터균을 죽이는 성분이 존재하는걸 알고 그 꿀을 위장약으로 먹고 있다고 해서 나도 구입을 했다. 아무튼 뉴질랜드 남섬을 뒤로하고, 비행기에 올라 내려다보며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속세를 떠난 기분으로 선녀와 나무꾼 처럼 알콩 달콩 살아간다면~ 하는 상상도 아니해본 건 아니지만, 이런 꿈을 안고, 뉴질랜드로 이민 와서는 일 년도 못 가서, 저 푸른 초원은 무슨 개뿔~~ 하며 보따리 싼다는 말이 생각나 웃었다. (뉴질랜드 남섬의 마지막 관광코스에서 기념으로 서로서로 부부간에 이렇게 폼을 잡고 찍어 주었다.) 뉴질랜드는 열심히 이민을 받아 드리지만, 인구는 그대로라는 말이 환경이 아무리 좋아도 외로우면, 마음이 병들어서 못 살 꺼라 는 생각이 들며 지지고 볶고 살아도 사람은, 사람 사는 속에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참~!! 우리나라에서 지금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질병, 신종플루~ 이것 때문에 해외여행을 주저 한다면 그건 오산이다. 뉴질랜드나 호주는 신종플루가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관심 없다. 두 나라 모두 썸머타임이 적용되는 여름으로 접어들었지만, 뉴질랜드 날씨는 지금의 우리나라 초겨울 날씨처럼 춥다. 그래도 그 나라 사람들은 반바지에 반팔 티로 돌아다닌다. 두꺼운 겨울 잠바를 입은 사람들은 모두 동양인이다. 거리에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아보려야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들이 자국을 질병이 없는 청정 국가라고 자랑하기도 하지만, 내가 보기에 수억만 년 전의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나라이기에 아직 문명이 만들어 낸 질병이, 침투하지 못하는 나리인 것 같다. 불펜 하나도 만들어 내지 않고 있는 뉴질랜드는 공장이 없다. 양이나 소들도 사료를 주지 않고 자연의 풀만 먹고 산다. 그래서 뉴질랜드 소고기가 맛이 없게 느껴지는 건 고기에 흔히 마블링이 라고 하는 기름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튼 자연의 기가 펄펄 살아있는 나라에서 기를 많이 받았는지 웬일인지 이번 여행은 하면 할수록 피곤하기는커녕 기가 펄펄 난다. 아직 해가 훤한 때에 첫날 묵었던 중국인이 운영한다는 가든 호텔로 돌아가 아침에 먹었던 음식들, 여기 호텔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어느 호텔이라도 똑같은 음식이 나오는데, 그 놓인 순서까지 같다. 식사 후에 너무 일직 잠자리에 들기도 그래서, 근처를 산책하다가 술만을 전문으로 파는 상점을 발견하여, 와인 한 병을 사서 숙소로 돌아와 낮에 과일 농장에서 샀던, 말린 체리를 안주로 둘이 러브 샷을 했다. 다음 날은 뉴질랜드 북섬으로 가야하기에 짐을 챙기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일직 공항으로 이동하며 4일 동안 정들었던 가이드와 정든 만큼의 아쉬운 이별을 한다. 참 편안한 가이드였다, 가이드라기 보단 귀여운 막냇동생 같은 분위기의 서른다섯 노총각이며 한국에 결혼할 애인이 있지만, 현지에 벌려 놓은 일이 많아서 아직은 때가 아니라 망설인다는 자식 같기도 한 노총각에게 한국인 아줌마들은 악의 없는 덕담을 해가며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날꺼라는 인사를 끝으로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