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옮긴이(잉걸)의 말 :
문화방송(MBC) 넷(NET)에서 만든 다큐멘터리 3부작을 여기에 올린다. ‘화이트골드’(White Gold)는 영어로 ‘하얀 금’이라는 뜻인데, 4세기 전, 명나라의 자기들을 본 영국인들이 그 아름다움에 반해, 그것을 귀한 그릇으로 다루었고, 어찌나 귀한지 꼭 금(金)처럼 귀하다고 해서(그리고 그 바탕색이 하얗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나는 흙 그릇인 도자기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설명하고, 원래 어떤 산업에서 ‘후진국’이었던 나라들이 앞선 나라의 문물을 받아들인 뒤, 그것을 어떻게 바꾸어서 더 좋은 것을 만드는지를 밝히며,
(그러니까 문화나 문명은 “누가 먼저 만들었느냐?” 못지않게 “누가 남의 것을 받아들여서 그것을 바탕으로 더 좋은 것/새로운 것/색다른 것을 만들어내느냐?”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는 말이 문화나 문명이나 갈마[역사]를 설명할 때에도 유효하다는 것을 이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싶다는 뜻도 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문명의 역전’/‘문화의 역[逆]수입/역수출’/‘문화와 문명의 재창조’인 것이다)
누리(세계)에 잘 알려지지 못한 배달민족의 도자기들이 제 3자인 서양 백인들에게 어떤 판정을 받는지를 알리고, 나아가 오늘날 ‘잘 사는 세계’이자 ‘앞서 나가는 세계’로 불리는 유럽이 사실은 오늘날에는 ‘못 사는 세계’이자 ‘뒤처진 세계’로 불리는 ‘중국’에게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려고 이 다큐멘터리를 소개한다.
(오늘날 잘 사는 나라가 옛날에는 못 사는 나라였을 수 있고, 오늘날 못 사는 나라가 원래는 잘 사는 나라였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세상은 바뀔 수 있다.”는 진리를 일깨워 준다!)
또한 명/청의 도자기가 서유럽 문화에 영향을 끼치고, 서기 18세기의 유럽 사회에 ‘중국 붐’을 일으켰다는 사실과, 일본 에도 막부의 도자기가 서기 19세기의 서유럽/북미에 ‘일본 열풍’을 일으켰다는 사실은, ‘문명의 교류’를 강조하는 증거로 모자람이 없으며, 비록 오늘날에는 서양이 ‘중국’과 갈등하고 2차 대전 때에는 일본과 싸웠으나, 싸운 시기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이처럼 교류하고 영향을 주고받은 적도 있었으므로(그리고 후자가 지속된 시기가 더 길었으므로), 이를 알면 서구세계가 동아시아를 비롯한 아시아를 한족(漢族)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나치와는 달리 일본 정부/군대의 전쟁범죄에 너그러운 까닭들 가운데 하나를 (비난할지언정) ‘이해’할 수 있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말하자면, 정치나 전쟁이 문화산업(예컨대 도자기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할 때에도 이 다큐멘터리를 ‘증거’로 들 수 있다.
원래 일본에는 도기(오지그릇)만 있지, 자기(청자/백자)는 없었고, 일본 도공들은 자기를 만들지도 못했는데, 7년 전쟁(이른바 ‘임진왜란/정유재란’으로 불리는 왜군의 조선 침략 전쟁) 때 왜군이 조선 도공들을 붙잡아 일본으로 끌고 간 뒤부터 일본에서 화려한 자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사실과,
유럽 왕족/귀족/부자들이 좋아했던 것은 명나라 청화백자였는데,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가 ‘중원’을 점령하면서 쇄국정책을 펼쳤고, 그 때문에 새 시장과 새 상품을 찾아야 했던 서유럽 장사꾼들이 마침 자기를 만들기 시작했던 일본의 에도 막부에 주목했으며, 그 사실을 눈치 챈 일본의 도공들이 명나라 자기보다 더 화려하고, 명나라 자기와는 다른 자기를 만들어 유럽 시장에 팔기 시작하면서 일본의 자기가 널리 알려졌다는 사실이 나오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정치나 전쟁이나 혁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 문화나 문화산업도, ‘현실’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며, 오히려 그와 큰 관련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온(100)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 다큐멘터리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큐멘터리를 직접 보는 것이다. 부디 이 다큐멘터리가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기를!
▶ [1부-모방, 창조의 여명]_풀버전_full ver. :
https://www.youtube.com/watch?v=4gkcvq8Rmxs
▶ [2부-장인의 열정이 빚은 세계]_풀버전_full ver. :
https://www.youtube.com/watch?v=1eDX6XZfQm0
▶ [3부-전통, 혁신을 더한 이름]_풀버전_full ver. :
https://www.youtube.com/watch?v=RZi2DRpsY3A
첫댓글 "온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 =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