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한 사람이 수업 첫 시간에 들어가서 지난 학기에 같은 과목을 들어 알게 된 미국 학생을 만나게 되었다. 그 미국 학생이 몇 달만에 만난 내 친구를 보고 반가워서,
미국친구: Hi! How have you been? Are you taking this class? (그 동안 잘 지냈니? 이 강의 들어?)
내 친구: Yes. You, too? (응, 너두?)
미국친구: Yes. Good to see you. (응, 다시 보니 반갑다.)
내 친구: See you.
미국친구: ???
"간만에 만나서 반갑다."고 했는데 "나도 반갑다."(Same here. 또는 Good to see you, too.) 해야 할 것을 "다음에 또 봐." 했으니 그 미국 친구가 할말을 잃을 수밖에.
2) Hot Sauce?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pizza ('피자'가 아니라 '피짜'로 발음한다) 먹으러 갔던 날 있었던 일. 친구들과 동네 Pizza Hut에 들러 자리를 잡고 앉아, Super Supreme pizza 큰 거 하나를 시켰다. Pizza 가 나오고 waitress가 뭐 필요하신 것 없냐고 물어보았다.
waitress: Do you need anything else? (뭐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나: Yes. Can we have some ketchup and hot sauce? (네. 케찹하고 핫소스 좀 주시겠어요?)
waitress: Ketchup and hot sauce? For what? (케찹하고 핫소스요? 그것들은 왜요?)
나: You don't have them? (그거 없어요?)
waitress: No, we don't. (네.)
나: ???
한국에서는 pizza 가게에 케찹과 핫소스가 기본으로 준비되어 있지만, 미국사람들은 pizza 에 그걸 '쳐 먹지' 않는다. 대신 cheese powder와 red pepper가 모든 테이블에 준비되어 있다.
3) VA Hospital
요즈음은 LA, New York, Washington, D.C. 와 같이 교민들이 많은 대도시가 아니더라도, International Channel 이라는 방송을 통해 한국 뉴스나 드라마를 접할 수 있다. 1999년 가을에 그 channel을 통해 방송된 감동적인 실화가 있었는데, 바로 몇 년 전 한국을 떠들석하게 했던 미국 공군 사관 학교의 한인 입양아 '성덕 바우만'군의 이야기였다. 어려서 미국에 입양되어 들어가기 어려운 Air Force Academy (미 공군 사관학교)에 재학 중, 골수 이식이 필요한 상태에 이른 이 청년을 위해 한국인 전체를 대상으로 이식 가능한 골수를 소유한 사람을 찾았던 감동적인 드라마. 이 이야기가 중간에 '완죤히' 코미디 비슷하게 되어버렸으니...
결국 한국 군인 중 한 명이 골수기증의 적격자로 판명되어, 그 사람이 미국에 오게 되고 미국의 몇 군데 병원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수술이 진행되는 숨가쁜 순간이었다. 그런데 해설자 왈 "버지니아 병원에서..." 내가 버지니아에 살고있던 때라 특별히 관심도 갔고, 한편으로는 '버지니아에 있는 무슨 병원'도 아니고 그냥 '버지니아 병원'도 다 있나 하는 호기심으로 신경 써서 듣기 시작했는데, 사실을 알고 보니 웬걸. 사실은 V.A. (Veterans Administration) hospital 이었던 것. 졸지에 군인 병원 (우리 나라의 원호병원에 해당)이 버지니아 병원이 된 것이다. Virginia 의 약자가 VA 이기는 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결과였다. 아니면, 동문서답의 결과이던지.
담당 PD: 야, 저기 나오는 V.A. Hospital이 뭐냐?
Staff 1: 모르겠는데요. Mr. Kim이 미국 생활 좀 했으니까 한번 물어보시죠.
PD: 어이, Mr. Kim. VA가 어디야?
Mr. Kim: 아, 네. VA는 Virginia 예요. 미국의 주는 다 약자(略字)로 쓰거든요.
PD: 그래? 역시 다르구먼. 우리 애들도 영어 연수 좀 시켜야지 참. (staff 1을 향해) Mr.Lee. 거기 화면에 자막 크게 넣어. 버지니아 병원이라고...
4) Island Thousand
역시 International Channel에서 한국 연속극을 보고 있다가 '포착'한 장면.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과 함께 고급 식당에서 양식을 주문하고 있었는데, 남자는 외국물을 좀 먹은 친구였다. Salad를 주문한 후,
Waiter: 소스는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물먹은 친구: 아, 아일랜드 싸우전드로 가져다줘요.
Waiter: 네, 알겠습니다. 아가씨는요?
아가씨: ("어이구, 뭐가 있는지 알아야 말이지"를 독백으로 내뱉으며) 아, 네네. 저도 같은 걸로 주세요.
물먹은 친구: ('좀 배워라 하는 표정'으로 싱긋)
위 대화에서 '웃어야 하는' 이유 두 가지.
1) Salad 에 뿌리는 것은 sauce(써쓰) 가 아니라 dressing(드레씽)이다. Steak에 뿌리거나 chicken nugget(치킨 너깃)을 먹을 때 찍어먹는 것은 sauce라 한다. 대표적인 steak sauce로는 A1(A-one) 이 있고, nugget을 찍어먹는 sauce에는 sweet and sour(스위튼 사우어), barbecue(바비큐), mustard(마스터드), honey mustard(하니 마스터드) 등이 있다.
2) Thousand Island라는 dressing 은 있지만, Island Thousand는 내 평생에 들어 본적이 없다. 그밖에 많이 접하게되는 dressing에는 ranch(랜취), Italian(이탤리언), French(프렌취), bleu cheese(블루 치즈), honey mustard(하니 마스터드) 등이 있다.
5) Yes or No
10여년전 여름에 있었던 일. Virginia Tech에 등록을 하고 나서, 1년 동안 사용하는 주차권(parking permit)을 받기 위해 담당 office에 갔었다. 담당자가 내 이름과 자동차 종류, 제조 연도 등을 물어보다가 내가 이 학교에 처음 온 학생인지 물어보게 되었다.
담당자: Is this your first year at Tech? (이번이 Tech에서 첫 학기예요?)
나: Yes, it is. (네.)
담당자: (서류에 뭔가 적으며 작은 목소리로 혼자 말 같이) So, you were not a student here last year. (그러니까 작년에는 학생이 아니었다는 말이죠...)
나: (그 작은 목소리를 알아듣고) Yes.
담당자: Excuse me? (뭐라고요?)
나: I said I was not a student last year. (작년에는 학생이 아니었다고 말씀드렸어요.)
담당자: But, you've just said you were. (하지만, 지금 막 학생이었다고 했잖아요.) (잠시 후) All right. So, you were not a student. (좋아요. 학생이 아니었다는 거죠.)
나: Yes. I mean no...
결국 부연 설명을 해서 오해는 풀렸지만, 문제의 원인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귀 따갑게 들었던 Yes 와 No의 문제였다. 부정문으로 물어볼 때 "네."를 하려면 "No."로 해야되는 그 간단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