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조구치 겐지, 구로사와 아키라와 함께 일본영화의 3대거장이라 일컬어지는 오즈야스지로. 그의 1930년대 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를 망라한 영화 10여편이 상연된다는 군요. 드문 기회이지요. 강추!
오즈 야스지로 특별전
(Homage to Ozu Yasujiro)
감독 : 오즈 야스지로
각본 : 오즈 야스지로, 노다 코고 외
제작 : 쇼치쿠 오후나, 다이에이 외
촬영 : 아츠다 요하루 외
음악 : 사이토 다카노부, 이토 센지, 사이토 고준 외
편집 : 하마무라 요시야스, 이와시타 고이치 외
출연 : 류 치슈, 하라 세츠코, 스기하라 히데오, 츠카사 요코, 스기무라 하루코 외
공연시간 및 요금
일정 : 2004/05/28 ~ 2004/06/10 11:00 / 1:40 / 4:00 / 6:20 / 8:40 (공지사항 참조, 일반 7000원, 회원 3500원, 학생 6500원)
예매: 티켓링크T.1588-7890/맥스무비T.3446-1117
작품소개
하이쿠의 운율로 세상을 보다
상상력과 발상의 전환을 꿈꾸며 영화에 대한 ‘좌충우돌식 되묻기’로 새로운 영화관을 지향하는 하이퍼텍 나다가 감독주간 영화제 열 번째 시간을 맞아 동서양을 막론하고 추앙받고 있는 거장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청합니다.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 미조구치 겐지(溝口健二)와 함께 일본의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감독으로 손꼽히는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 1903~1963)는 독특한 영화언어를 통해 일본 특유의 운치와 정서를 표현함으로써 카메라가 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을 창조해 낸 위대한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오즈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최초의 작품이자 그의 스타일과 세계관이 드러나는 초기 대표작 <태어나기는 했지만 生まれてはみたけれど>(1932)을 비롯해 세계영화사상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한 <동경 이야기東京物語>(1953)등 오즈의 독창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대표작 15편이 소개됩니다.
대규모 상업영화들이 포문을 열며 극장가를 휩쓸기 시작하는 5월, 화려한 스펙타클이 눈과 귀를 현혹시키는 속에서 더욱 명징한 빛을 발하는 오즈의 소우주에서 나만의 새로운 영화 발견의 기쁨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 감독 오즈 야스지로
오즈는 1903년 10월 동경의 후카가와 만넨쵸에서 비료 도매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1923년, 쇼치쿠에 입사한 그는 촬영조수, 조감독, 시나리오 작업으로 영화 경력을 쌓았고 그의 첫 영화이자 유일한 시대극 <참회의 칼>(1927)로 데뷔한다.
193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오즈는 넌센스 코미디물을 주로 만들었다. 그는 중학시절부터 미국영화의 열렬한 팬이었고, 따라서 작품 속에 미국영화의 스토리나 인물을 꽤 많이 모방한 것으로 보이며 특히 20년대의 에른스트 루비치(Ernst Lubitsch) 코미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1930년까지 19편의 무성영화를 연출한 오즈는 쇼치쿠의 시대극이 교토로 이전해갈 때 동경에의 잔류를 희망하면서 현대극으로 정착한다. 이 때부터 그는 서구적 카메라 기법과 내러티브 양식을 사건의 충돌과 인물들 간의 갈등이 아닌 공간의 전이와 확장으로 발전시키는 새로운 영화적 개념을 보여준다. 훗날 ‘다다미 쇼트’로 불리는 로우 앵글의 안정된 카메라, 페이드나 디졸브 등의 광학효과나 쇼트 내에서 카메라 이동을 사용하지 않는 엄격한 자세를 유지하며 중산층 가족의 일상성을 세밀히 그리는데 주력한 오즈는 절제함으로써 더 많은 것을 그려내는 불가사의한 미학을 완성하게 된다.
오즈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대체로 양심적이고 성실하며 평범한 소시민들로,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선한 삶을 유지하려는 인간들이다. 그들은 사회적 관습, 축적된 지혜에 의존해서 살며 젊은이는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고 노인은 존경받는다.
창조적 전통주의자 오즈는 현대인의 냉소주의에 아직 침범되지 않은, 자연의 이치가 인간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인간 존엄에 대한 신뢰를 그려냄으로써 후대로부터 ‘진정한 일본의 멋’을 아는 예술가로 칭송받고 있다.
* 상영작 소개
태어나기는 했지만 生まれてはみたけれど I Was Born But...
외아들 一人息子 The Only Son
도다가의 형제 자매들 戶田家の兄妹 The Brothers and Sisters of the Toda Family
셋방살이의 기록 長屋紳士錄 Record of a Tenement Gentleman
바람 속의 암탉 風の中の牝鷄 A Hen in the Wind
늦봄 晩春 Late Spring
초여름 麥秋 Early Summer
오차즈케의 맛 お茶漬の味 The Flavor of Green Tea Over Rice
동경이야기 東京物語 Tokyo Story
이른 봄 早春 Early Spring
동경의 황혼 東京暮色 Tokyo Twilight
피안화 彼岸花 Equinox Flower
안녕하세요 お早ようGood Morning
가을 햇살 秋日和 Late Autumn
꽁치의 맛 秋刀魚の味 An Autumn Afternoon
* 영화소개
태어나기는 했지만 生まれてはみたけれど
I Was Born, But...
1932년, 91분, 흑백, 무성, 영어자막
오즈적 스타일과 세계관이 드러나는 초기 대표작으로, 오즈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최초의 작품. ‘일본 영화계의 첫 사회적 리얼리즘 작품’이라 칭송받기도 한 이 작품은 직장상사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한 회사원의 고단한 삶을 두 아들의 눈으로 응시한 작품으로 풍부한 유머 속에 부조리한 사회의 단면을 잘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직장상사의 집 근처로 이사 온 요시이 겐지스케의 두 아들 료이치와 겐지는 텃세를 부리는 동네 아이들을 힘과 꾀로 물리치고 당당히 승자가 된다. 어느 날 자신들의 친구이자 아버지의 직장 상사인 이와사키의 집에서 평소 존경해마지 않던 아버지가 직장상사인 이와사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굽신거리는 모습의 활동사진을 접하게 되는데.... 「키네마순보」가 뽑은 그해 최고작.
외아들 一人息子
The Only Son
1936년, 83분, 흑백, 영어자막
<동경은 좋은 곳>이라는 무성영화를 개작한 오즈의 첫 발성영화. 오즈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비유적 수단을 통해 일본의 산업화, 근대화로 인해 야기된 가족 문제를 심도 깊게 포착해내고 있다. 시골의 면직공장에서 일하며 근근이 생활을 연명하는 츠네는 사랑스러운 외아들 료스케의 진학을 위해 많은 희생을 감수한다. 세월이 흘러 료스케는 도쿄에서 대학을 졸업하지만, 불경기로 인해 야학 교사로 밖에는 활동하지 못한다. 아들의 출세를 굳게 믿고 있던 츠네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부푼 마음을 안고 도쿄로 상경하지만, 장성한 료스케의 삶은 어머니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상태다.
도다가의 형제 자매들 戶田家の兄妹
The Brothers and Sisters of the Toda Family
1941년, 105분, 흑백, 영어자막
한 가족의 몰락과 재건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당시 흥행과 작품성에서 모두 성공한 초기작으로 장면간의 전환 또는 휴지부로 기능하는 여백 쇼트의 사용, 움직임이 없는 정적인 카메라 등 가장 오즈적이라고 특징지을 수 있는 후기 작품들의 양식과 내러티브 형태가 특징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이다. <숙녀는 무엇을 잊었는가>(1937)로부터 많은 양식을 차용하며 전작들에 비해 훨씬 긴 (재)설정화면을 유지하면서 롱 쇼트로 인물을 프레임화하고 있다. 경제계의 거물이었던 도다씨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둘째 아들 쇼지로는 중국 천진으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나고 남은 도다 부인과 막내 딸 세츠코는 귀찮은 존재로 외면당한 채 형제들 집을 전전하다 결국 처분조차 힘든 바닷가의 낡은 집으로 옮겨간다. 도다씨의 기일을 지내기 위해 천진에서 돌아온 쇼지로는 어머니와 여동생에 대한 형제들의 태도에 대해 분통을 터트린다.
셋방살이의 기록 長屋紳士錄
Record of a Tenement Gentleman
1947년, 72분, 흑백, 영어자막
1947년 패전 후 오즈가 만든 첫 작품으로, 류 치슈와 이다 조코의 호연이 돋보이는 작품. 동시대 감독들이 전쟁 체제에 대한 비판이나 반성 등을 그린 작품을 양산해내던 당시에도 전쟁 전과 마찬가지로 오즈가 선택한 첫 제재는 ‘인정’이었다. 전후 일본 사회에 대한 귀중한 다큐멘터리와 같은 이 작품은 오즈 특유의 정적인 영상 속에 인간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삶의 메시지를 전해 주고 있다. 도쿄의 한 거리에서 잡화상을 운영하는 다네에게 길 잃은 아이 고헤이가 억지로 맡겨진다. 사람에 대한 정과 사랑에 무심했던 다네는 고헤이를 부랑아 취급하며 귀찮은 존재로 여기지만, 소년에 얽힌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차츰 사랑을 깨달아 간다. 그러던 중 아이를 찾는 친부모가 그녀 앞에 나타나고, 다네는 아이를 보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바람 속의 암탉 風の中の牝鷄
A Hen in the Wind
1948년, 83분, 흑백, 영어자막
전쟁은 끝났지만 전쟁에 나간 남편 슈이치는 돌아오지 않고 소식도 없다. 남편 없이 어렵게 가정을 꾸려가던 도키코는 아이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몸을 판다. 그러던 중 슈이치가 집으로 돌아오고, 아내는 남편에게 매춘 사실을 고백하는데..
미조구치 겐지의 <밤의 여인들>에서 창부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낸 인기 여배우 다나카 기누요의 호연이 돋보이는 영화. 전작인 <셋방살이의 기록>이 도시 인정물의 연장선상의 희극적인 작품이었다면, <바람속의 암탉>은 패전 후의 생활고와 가혹한 현실을 다룬 작품으로 가족간의 갈등을 주로 다루었던 오즈의 작품 세계에서 전후 일본사회에서 겪는 여성의 수난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한 작품이다. 전후 일본의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묘사로 동시대의 비평가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작품이지만, 오즈의 후기 영화미학으로 가는 과도기적인 작품이다.
늦봄 晩春
Late Spring
1949년, 108분, 흑백, 영어자막
평단으로부터 일본 영화사상 “가장 완벽하고 가장 완전하게 인물의 성격을 그린 걸작”으로 칭송받은 이 작품은 전형적인 오즈적 영화 세계의 출발점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오즈 감독 자신이 <아버지가 계셨다>, <동경 이야기>와 함께 가장 사랑한 작품이자, 오즈의 계절 시리즈 중 첫 영화이기도 하다. <늦봄>, <초여름>, <이른 봄> 등에서 오즈는 거의 일관되게 동일한 상황, 동일한 세계를 변주해갔고 독특한 금욕주의적인 형식미로 성취해내고 있다. 특히 노다 고고와의 새로운 만남과 함께 오즈의 지배적인 후기 영화 미학은 <늦봄> 이후 더욱 완결된 모습을 보이는데 세트, 소도구, 조명, 배우에 대한 확고한 통제와 조화를 이룬 스토리, 플롯, 템포 등의 간결성은 과거에 비해 더욱 세련미를 더하고 있다. <늦봄>은 주로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작업을 해오던 오즈가 히로세야로의 단편소설 [아버지와 딸]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그 해 「키네마 순보」 선정 랭킹 1위에 선정된 작품이다. 어릴 적 어머니를 잃은 노리코는 여태껏 독신으로 지내온 아버지와 서로를 위로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러나 결혼적령기를 지난 딸의 혼사를 자신이 막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버지는 딸의 장래를 걱정한다. 자신만의 행복을 위해 결혼하기를 꺼려하는 딸을 위해 아버지와 고모는 노리코를 결혼시키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데..
초여름 麥秋
Early Summer
1951년, 124분, 흑백, 영어자막
혼기에 찬 노리코는 조건이 좋은 혼처를 거부하고 부모, 형제와의 상의 없이 오빠의 친구이자 아이 딸린 홀아비 켄이치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갑작스런 노리코의 태도에 가족들은 당황하는데... 오즈의 대다수 영화들이 산업화와 서구화에 따른 가정의 해체에 관한 것이듯 이 작품도 딸의 결혼으로 대가족이 해체된다는 기본 골격을 따라 몇 개의 에피소드로 연결 된 홈 드라마이다. “스토리 자체보다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닌 ‘윤회’라든가 ‘무상’이라든가 하는 것을 묘사하고 싶었다”는 오즈의 언급처럼 이 작품에서 스토리나 플롯이 중요한 기능을 하지 않음은 명백하게 드러난다. 플롯이 인위적 상황을 만들고 사실성을 방해하는 것으로 파악한 오즈는 등장인물들의 자연스런 표현과 자연의 리듬에 집착함으로서 인물들 또한 자서전적 연기를 창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일상적인 삶에 대한 세심한 탐구, 이야기의 과감한 생략, 시공간의 독특한 사용, 계속해서 변하는 행동의 리듬을 통해 오즈 특유의 소시민적 관점이 투영된 작품이다.
오차즈케의 맛 お茶漬の味
The Flavor of Green Tea Over Rice
1952년, 116분, 흑백, 영어자막
<초여름>에 이어 오즈의 명콤비였던 노다 고고와 함께 완성한 전쟁 귀환 1호작. 완만한 템포의 유지를 위해 인물들의 이동을 보여주는 전환 쇼트의 사용, 구성의 유쾌함, 정밀하고 추상에 가까운 화면 구성에 종속시킨 카메라 움직임 등 오즈의 특징적인 영화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작품. 착실하고 검소하며 일밖에 모르는 남편 모키치 사타케를 바보 취급하는 다에코는 유한부인들과 함께 온천을 놀러 다니는 등 결혼 생활의 의미를 잃은 지 오래다. 조카 세츠코는 부부의 모습을 통해 봉건적인 중매결혼을 거부하고 자유분방한 회사원 노보루와 모키치와 어울린다. 다에코는 세츠코의 반항적인 모습에서 모키치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와 다툰 뒤 집을 나와 친정으로 향한다. 이때 회사로부터 우루과이로 출장가라는 명령을 받은 모키치는 다에코에게 연락을 취하지 못한 채 떠나게 된다.
동경이야기 東京物語
Tokyo Story
1953년, 135분, 흑백, 영어자막
오즈 특유의 절제된 형식적 미학이 살아 숨쉬는 이 작품은 세계영화사에서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작품이자 오즈의 단연 대표작이다. “의미를 잃어 가는 가족공동체의 붕괴 속에 일본가족의 모습을 솔직하게 그리려 했다”고 말한 오즈의 언급처럼 노인의 소외문제와 급속도로 해체되어 가는 일본 가족 제도의 붕괴에 대한 묵시적 비판을 절제된 영화공간과 미학으로 잡아내고 있다. 정적인 쇼트, 360도 공간 활용, 연기자와 카메라의 움직임 배제 등 다른 감독의 작품들과 차별화된 정제된 형식 안에 노부부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차분하게 따라가며 일상에서 삶의 아이러니를 뽑아내고 있다. 남부 일본의 항구 도시에 사는 노부부가 도쿄에 사는 자식들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다. 하지만 자식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를 온천 관광지인 아타미로 보내는 등 노부부를 맞이하는 건 도시의 쓸쓸함과 소외뿐이지만, 그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운이 좋고 자식 복이 있다”며 서로를 위로한다. 노부부가 집으로 돌아온 후 아내가 병에 걸려 죽은 후 새벽, 하늘을 바라보며 남편이 내뱉는 대사는 보는 이의 가슴을 저민다.
이른 봄 早春
Early Spring
1956년, 144분, 흑백, 영어자막
결혼 8년째를 맞아 부부생활에 권태를 느끼던 회사원 스기야마 쇼지는 어느 날 샐러리맨들의 하이킹 모임에 갔다가 타이피스트로 일하는 아름답고 쾌활한 가네코 지요와 사랑에 빠진다.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아내 마사코는 집을 나가는데..
‘결혼’과 ‘죽음’의 문제를 다룬 영화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이른 봄>은 오즈가 주로 다루었던 ‘부모와 자식 간의 문제’가 아닌 결혼한 부부의 헤어짐과 재결합을 다룬 작품이다. 이제까지 오즈가 주로 다루었던 주제와는 거리가 있는 이 작품은 메이저 영화사인 쇼치쿠의 의견을 수렴해 관객 취향에 부합하는 일부 성적 문제가 가미된 멜로드라마로 탄생되었지만 여전히 오즈적 영화 스타일은 고수되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일본적인 감독으로 평가받는 오즈는 이 작품에서도 일본문화 속에 깊이 존재하는 인생의 순환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을 이어가고 있다.
동경의 황혼 東京暮色
Tokyo Twilight
1957년, 141분, 흑백, 영어자막
시대 조류에 관심이 없었던 오즈의 멜로드라마 <동경의 황혼>은 개봉당시 호평보다는 혹평을 더 많이 받은 작품이지만, 현재까지 관객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오즈의 대다수 영화들처럼 불완전한 가족을 다루고 있지만, 오즈 작품의 계보 중에서 결손의 이유 자체를 주제로 삼은 유일한 작품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부부, 부녀, 자매, 연인 등은 사랑을 갈구하지만 모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고독하며 내면적 갈등을 겪다 어긋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몇 해 전 아내 기쿠코가 두 딸을 남겨둔 채 애인과 가출한 뒤 슈키치 스기야마는 남편과 별거 중인 다카코와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한 채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한 둘째 딸 아키코와 살고 있다. 두 딸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엄마와 재회하지만 다른 남자와 살기 위해 자신들을 떠난 엄마를 용서할 수 없다. 기쿠코로 분한 야마다 이스즈의 뛰어난 연기와 북해도로 떠나기 전 큰 딸 다카코를 기다리는 장면의 로우 앵글 촬영은 영화사상 흑백영화의 효과를 잘 살린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피안화 彼岸花
Equinox Flower
1958년, 120분, 컬러, 영어자막
오즈 감독의 최초의 컬러영화이자 결혼을 주제로 다룬 오즈의 네 번째 작품.
혼기에 찬 딸 세츠코가 동의 없이 결혼상대를 정한 것에 대해 아버지는 분노한다. 아버지 히라야마는 세츠코를 용서할 수 없으며,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엄마와 평소 친한 지인의 딸 사치코는 히라야마의 승낙을 얻어내기 위해 교묘한 작전을 꾸미는데..
자신이 선택한 남자와의 결혼을 승낙받기 위해 딸과 아버지가 일으키는 일본 서민층 가족 내의 갈등과 화해의 풍속을 그린 작품. 결혼피로연 장면에서 붉은 색 벽과 검은 복장의 대비, 다다미, 책상, 책상 위에 놓인 꽃 등 전체적으로 화려한 색채의 하모니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이제까지 흑백화면의 간결한 영상표현에 완벽하게 다듬어져 있던 오즈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작품이자 오즈 영화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유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안녕하세요 お早よう
Good Morning
1959년, 94분, 컬러, 영어자막
작은 주택단지에서 일어나는 주민들의 일상사를 통하여 언어와 소통의 문제, 텔레비전과 세탁기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새로운 문제를 코미디 풍으로 그린 이 작품은 초기 대표작 <태어나긴 했지만>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미노루와 이사무의 유일한 탈출구는 텔레비전이다. 방과 후에 아이들은 부모에게 영어 공부를 핑계로 유일하게 텔레비전 수상기를 가지고 있는 새로 이사 온 ‘이상한’ 젊은 부부가 사는 집으로 모여 든다. 이웃집 여인들의 오해가 두 명의 소년들과 얽히며 더욱 복잡해지고, 이 문제로 부모와 다투던 미노루와 이사무는 텔레비전을 사달라고 조르다 거절당하자 침묵시위를 벌인다. 근대도시와 새로운 사회구조 속에서 갈등하는 소시민의 삶을 소박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프랑스의 천재 감독 자끄 따띠의 <나의 아저씨Mon Oncle>(1958)를 연상시키며 지나온 시간과 세월의 그림자를 다시금 기억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가을 햇살 秋日和
Late Autumn
1960년, 129분, 컬러, 영어자막
돈 사토미의 소설을 기초로 오즈와 노다 고고가 각색한 작품으로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을 아름답고 섬세하게 그려낸 풍속 희극이자 풍부한 유머와 오즈적 에로스가 느껴지는 품격있는 작품.
<가을 햇살>에서의 가을이라는 계절은 부모들의 세대를 일컫는 말로 결혼이라는 주제와 혼자된 부모를 두고 떠나기를 망설이는 딸의 관계를 역시 중심적인 주제로 다루고 있다. 초로의 친구들은 친한 친구의 미망인 아키코의 딸 아야코의 혼인을 돕기 위해 나선다. 하지만 그녀의 딸은 혼자 살게 될 어머니를 걱정해 결혼을 망설인다. 결국 친구들은 그녀와 어머니 모두를 결혼시키기로 계획하고, 그들 중 평소 미망인에게 연정을 품고 있던 히라야마는 그녀에게 마음을 고백한다.
꽁치의 맛 秋刀魚の味
(가을날의 오후, An Autumn Afternoon)
1962년, 113분, 컬러, 영어자막
딸 미치코와 함께 살고 있는 초로의 신사 히라야마. 히라야마는 친한 친구로부터 딸을 결혼시키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자신의 눈에 비친 딸은 어리게만 보인다. 이후 중학교 은사와 친구들과 정겨운 술자리를 가진 히라야마는 완전히 취해버린 은사를 집까지 배웅하기 위해 은사의 집을 방문했다가, 그 옛날 아름다웠던 은사의 딸이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아버지를 걱정하며 늙고 초췌한 모습으로 변해있는 모습을 보고 딸 미치코를 떠올리게 된다. 히라야마는 결국 딸을 결혼시켜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친구들이 추천하는 청년과 결혼시키려 결심한다.
일본영화계 전체가 하향세를 그릴 즈음 오즈와 노다 콤비가 만든 마지막 작품이자 오즈의 유작. 실제 미혼으로 평생을 살았던 오즈가 어머니에 대해 느끼는 애정은 남달랐고, 이 작품의 시나리오 집필 중에 어머니를 잃은 오즈가 바라보는 노년의 고독 또한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가혹하고 엄격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밝고 유머러스한 화면의 저변에 흐르는 적막감이 선명하게 그려져 가슴을 에이는 이 영화는 이제까지의 작품 중 최고의 원숙미를 자랑하는 작품이다. 부드러운 유머와 함께 이제까지 즐겨 다루어왔던 이전 테마로 다시 돌아간 작품.
<시간표> 11:00 / 1:40 / 4:00 / 6:20 / 8:40
5/28 (금) - 상영없음/피안화/동경의 황혼/(6:40) 늦봄/꽁치의 맛
5/29 (토) - 이른 봄/가을 햇살/태어나기는 했지만/동경 이야기/(9:00) 외아들
5/30 (일) - 가을 햇살/초여름/오차즈케의 맛/이른 봄/(9:00) 셋방살이의 기록
5/31 (월) - 상영없음/안녕하세요/피안화/꽁치의 맛/가을 햇살
6/01 (화) - 상영없음/초여름/바람 속의 암탉/늦봄/동경 이야기
6/02 (수) - 상영없음/피안화/초여름/동경의 황혼/(9:00) 외아들
6/03 (목) - 상영없음/꽁치의 맛/늦봄/도다가의 형제자매들/ 이른 봄
6/04 (금) - 상영없음/꽁치의 맛/이른 봄/(6:40) 셋방살이의 기록/동경 이야기
6/05 (토) - 동경의 황혼/가을 햇살/초여름/도다가의 형제 자매들/ 피안화
6/06 (일) - 동경 이야기/늦봄/바람 속의 암탉/안녕하세요/동경의 황혼
첫댓글 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