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대병중학교동문골프대회가 2009.11.8. 합천해인사 근처에 있는 아델스코트컨트리클럽에서 개최되었다. 동문골프대회는 매년 11월 초순(내년부터는 5월 예정)에 개최되는데 1회부터 4회 대회는 진주컨트리클럽에서, 5회 대회부터는 아델스코트에서 열렸다. 동문끼리의 라운딩은 남다른 의미를 갖게 한다.
우리 15회는 총제 친구와 내가 참석했다. 참석 총동문은 120여명(30팀)으로 이번 대회는 가을비가 내리는 우중임에도 불구하고 대성황을 이뤘다.
일기예보에 일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비가 온다고 했으나 일기예보가 오보이기를 바라면서 새벽 4시에 일어나 밖을 보니 우리의 만남을 시샘이라도 하듯이 늦가을비가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골프란 것이 하도 고약하여 기상조건이 아무리 악조건이라도 골프장에서 크로스를 하지 않는 이상은 일단 현장에 도착하여 라운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특히 이번 경우는 골프도 골프지만 친구들을 만나는데 더 의미가 있으므로 나는 새벽 빗길을 뚫고 서울지역동문들의 1차 집결지인 서울 강남구 일원동 소재 수서역공용주차장으로 향했다. 집결지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동문들이 도착해 있었다.
우리 일행은 간단한 인원점검 후 06 : 30 에 광동제약에서 제공하는 우등관광버스를 타고 출발해서 대전을 지나 대진고속도로에 진입하니 비는 내리지 않고 하늘은 심술쟁이 처럼 "수틀리면 비를 그냥 확 뿌려버릴 거야"라는 자세로 구름만 잔뜩 끼어 있었다. "오히려 햇빛 쨍쨍한 맑은 날씨보다 라운딩 하기에는 이런 날씨가 더 좋다"라고 일행 중에 누군가가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담긴 말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탄 버스는 11시 20분 쯤에 클럽하우스에 도착했다. 비는 막상 우리가 목적지에 도착하니 라운딩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우중인데도 불구하고 부산, 대구, 마산 등 전국 각지의 많은 동문들이 먼저 도착하여 제일 늦게 도착한 우리를 반겼다.
우리는 비가 오더라도 골프장측에서 허락하면 일단 티업은 하자고 의견을 모으고, 선배기수 1조의 12 : 05 첫 티업을 시작으로 총제와 나는 선배인 14회 성광주 동문골프회장과 같이 4조로 출발했다. 티박스에서 순서를 정하는 제비뽑기를 한 결과 총제가 오너로 결정되어 드라이브를 힘차게 휘둘렀는데 "딱"하는 소리와 함께 총알 같은 타구가 늦가을 단풍을 배경으로 펼쳐진 페어웨이 중앙을 향해 가을 빗속을 뚫고 날아가는 환상적인 백구(골프공)를 보고 우리 동반자 모두는 합창이라도 하듯이 "굿샷"을 외쳤다. 마지막으로 내가 티샷을 했는데 우리는 모두 페어웨이 중앙에 공을 안착시켰고, 세컨샷 역시 모두가 홀컵 3내지 4미터 이내 거리에 공을 붙이는 거의 투어프로 수준의 실력을 선보였다. 1번홀은 모두가 아까운 버디찬스를 놓치고 올 파로 홀아웃했다.
비는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여름 장맛비처럼 더욱 세차게 뿌리기 시작했다. 퍼팅을 하기 위해 그린위에서 어드레스를 하면 모자 챙에서 빗물이 굵은 물방울이 되어 뚝뚝 떨어지는 바람에 퍼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그럭저럭 전반 아웃코스 9홀의 플레이를 마치고 후반 인코스 9홀 플레이를 계속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모은 결과 일반적인 경기라면 나머지 라운딩을 당연히 취소할 상황이었지만 우리끼리의 남다른 추억을 만들기로 만장일치를 보고 18홀 끝까지 경기를 속개하기로 의기투합하였다.(우리의 뒷조 후배들은 전반 9홀 경기만하고 종료함)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좀처럼 그칠것 같지 않던 비는 후반 인코스 2번홀부터 그치더니 나중에는 반가운 햇님까지도 먹구름을 비집고 나와 우리의 우정어린 라운딩을 축복이나 해 주듯이 쨍하고 비추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18홀 라운딩 도중 드라이브 샷이 오비가 나서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타구를 보고 안타깝지만 그 나름대로의 시원한 맛, 레귤러 온그린을 하면 그린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으며, 퍼팅 순간 공이 아슬아슬하게 홀컵을 살짝 비켜가면 우리 동반자 모두는 안타까운 탄식을 하며 아까워 하고, 홀컵을 향해 불안하게 굴러가던 공이 홀컵에 톡하고 떨어지며 쨍그랑하고 청량한 소리를 내면 "나이스 인"하는 동반자들의 합창이 늦가을 오후 그린위의 조마조마한 정적을 깨뜨리며 우리 모두의 만면에 흡족한 웃음을 머금게 했으며, 샷을 하기 위해 어드레스 하는 동안 서로에게 우산을 받쳐주고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장장 4시간 30분 동안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일상의 잡다한 생각 다 떨쳐버리고 모처럼의 즐겁고 오랫동안 추억에 남을 라운딩을 끝냈다.
경기가 끝난 후 우리는 함께 깨벗고 샤워를 하고 클럽하우스에서 2시간여 동안 선후배간의 우의를 다지는 저녁식사와 대병막걸리로 반주를 곁들인 여흥을 끝내고 서로의 헤어짐을 못내 아쉬워하며, 그리고 내년에는 우리 동기들이 많이 참석해서 즐거운 하루를 같이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간직한 채 총제는 부산으로, 나는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첫댓글 좋은 사람들과의 오랜 기억에 남을 라운딩인것 같아...가을비 속에서 모두 프로 실력 아냐? 재미나게 적어 주어 풋풋한 정감을 느낄수가 있었서 참 좋았어...
프로실력은 아닌데 동반자들이 좋아서 그랬다우. 듣자 하니 열심히 연습 중이라는데, 언제 한번 같이 라운딩할 수 있었음 좋겠다.
고생하셨네
비를 맞고 고생 많이 했소
선배와 총재 친구와의 함께한 라운딩. 고향막걸리로 대미를 장식하고 ... 괜히 내가 기분 조아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