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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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리말 2. 예비적 고찰 3. 속요 율격의 이론 4. 맺음말 |
1. 머리말
우리 민족의 문학사에서 한글로 기록된 최초의 시가는 속요다. 그 보다 앞선 민족시가로 상대시가, 삼국시가, 향가 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고유문자가 만들어지기 전이었던 관계로 모두 한자나 향찰 등의 표기수단으로 되어 있는데다가 훈민정음이 창제된 후 한글로 기록된 최초의 시가가 바로 고려시대의 노래인 속요였기 때문이다. 한자나 향찰로 기록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로 삼을 수는 없지만 이러한 표기들은 한글처럼 우리말을 소리에 가장 가깝게 표기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는 기록수단이었던 것은 틀림없다. 따라서 한글로 기록된 시가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작품의 표기수단이 민족시가의 율격론, 나아가 형식론에 대한 논의를 어렵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민족시가의 율격에 대한 이론은 한글로 기록된 최초의 시가인 속요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는 역사적 당위성을 지니게 된다. 이러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속요의 율격에 대한 논의는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민족시가의 형식에 대한 논의 자체가 활발하게 전개되지 못한데다가 지금까지 가장 일반적으로 시도되었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音數나 音步를 바탕으로 접근하는 방식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기존의 이론만으로는 우리 시가의 율격적 본질에 대하여 이론화하는 것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시도되었던 시가의 율격에 대한 여러 이론들이 속요를 비롯한 시가의 율격에 대한 이론으로까지 이르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진단이 가능하겠지만 필자의 관점으로 볼 때는 한국 시가의 율격에 대한 기존의 논의들이 작품을 표현하는 중심매체인 우리말이 지니고 있는 언어적 특성을 바탕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 때문이라 생각되어 진다.
音數律이나 音步律 등이 모두 일정한 논리와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이론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것의 공통점은 언어적 특성이 아닌 소리 혹은 음악적 특성을 근거로 하여 성립하였거나 외부에서 유입되어 들어온 것으로 그것이 발생한 나라의 언어적 특성에 바탕을 둔 이론이었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이것은 속요와 같은 우리 고유의 시가가 가지는 율격적 본질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시가의 율격에 대한 기존의 논의가 우리 언어를 바탕으로 하지 못했다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출발한 이론이었으므로 민족시가가 지닌 율격적 본질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므로 민족시가의 율격적 특성에 대한 이론적 접근은 기존에 있어왔던 선학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하면서 그와 더불어 우리 언어의 특성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이론을 개발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본고는 민족시가의 율격론은 작품의 근본을 이루는 민족 언어의 본질적 특성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는 역사적 당위성을 구체적으로 현실화하기 위한 작업의 하나로 우리 역사상 한글로 기록된 최초의 시가인 속요에 대한 율격론을 전개함으로써 민족시가의 형식론을 향한 디딤돌을 놓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2. 예비적 고찰
2.1. 민족시가의 발달과정
사회경제사적인 측면과 문화사적인 측면을 함께 고려하여 우리 민족사의 시대구분을 시도한다면 크게 네 개의 시기로 나누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시기는 상고시대부터 기원전 1세기를 전후한 때까지, 둘째 시기는 기원전 1세기 전후부터 조선이 세워진 14세기 말까지, 셋째 시기는 14세기 말부터 조선이 멸망한 19세기 말까지, 넷째 시기는 19세기 말부터 현재까지가 그것이다. 문학이라고 하는 것이 예술의 한 종류이면서 사회의 예술적 반영물이라는 성격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시가문학 역시 이러한 시대적 특성과 깊은 관계를 맺으면서 발달해 올 수밖에 없었을 것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사실은 민족시가의 발달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더욱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시기인 상고시대부터 기원전1세기를 전후한 시대까지는 왕권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체제가 성립하기 이전이었던 관계로 지형적 특성에 맞추어서 발달한 마을이나 성읍을 중심으로 씨족이나 부족 단위의 집단이 사회의 중심적인 체제를 이루었고, 신과 동일시되면서 신의 역할을 대신하는 무당 혹은 제사장이 지도자였던 사회였다. 시가문학에서는 하늘이나 신과 직접 소통하는 제사장의 기능을 가지고 있었던 무당이 신의 유래와 성격, 능력 등에 대한 내용을 지닌 서사구조의 노래를 口演하는 방식으로 풀어내는 神歌와 노동현장과 여가현장에서 만들어지고 불리는 民謠가 중심을 이루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때까지는 제대로 된 문자가 아직 발달하지 못했으며, 신분의 분화를 기반으로 하는 지배계급이 조직화하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시가는 주로 口傳의 방식을 취하면서 신에 대한 내용이 중심을 이루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시대는 비록 신과 인간이 마주하는 방식을 취하기는 하였지만 실상은 신이 자신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면서 손수 인간세상을 다스리는 형태를 지닌 신의 시대였으므로 시가문학 역시 神歌가 중심을 이루었던 것이다.
둘째 시기인 기원전 1세기를 전후한 시대부터 조선이 세워지기 직전인 14세기 말까지는 부족연맹체나 성읍연맹체가 발전하여 국가 체제가 확립되면서 신의 아들로 인식되는 지도자인 왕을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지배계급이 확립됨으로써 통치계급과 피통치계급으로 신분이 분화된 상태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초기의 왕권은 절대적인 권력을 갖지 못하였고 종교의 힘을 빌어서야 비로소 지방의 부족장이나 성읍의 성주들을 다스릴 수 있었으며 이러한 상황은 고려시대까지 지속되었다. 이 시기의 국가는 신의 아들이라고 일컬어지는 왕을 매개로 하여 신과 인간이 마주하는 형태인 종교적 왕권의 시대를 형성하였던 것으로 그 성격을 규정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역사에서 이 시기는 四國時代, 三國時代, 南北國時代, 高麗時代까지를 가리키는데, 이때는 문자의 발달과 함께 지배층의 생각을 서정적으로 표현하는 시가인 歌樂이 역사의 전면으로 부상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가진 민족시가의 형식이 형성되어 발달하기 시작한 때인 것으로 시가문학사의 특성을 규정할 수 있다. 신라 시대에는 민족통합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민간의 노래를 바탕으로 하면서 불교적 성격을 가미한 새로운 형태의 민족시가가 탄생하였다. 승려이면서 화랑이었던 郎僧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전파되어 모든 신라인들이 만들고 즐기는 갈래로까지 이른 향가의 발생이 그것이다. 고려시대는 전반기의 안정된 시기를 거쳐 후반기부터는 내부에서 일어난 武臣亂과 외부에서 쳐들어온 이민족인 몽고의 침입으로 인해 국가의 힘이 약화되면서 민간의 노래가 궁중의 가악으로 수용되었고, 유학이 불교의 자리를 서서히 대신하기 시작하는 상황이 나타났다. 이러한 역사적 현실에 힘입어 속요와 경기체가와 같은 형태의 노래들이 만들어지면서 민족시가가 새로운 형식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셋째 시기인 조선이 세워진 14세기말부터 19세기말까지의 시대는 현실적인 정치철학이면서 불교를 대신하여 조선의 통치이념으로 자리 잡은 유학이 민족구성원의 세계관으로 정착하면서 절대왕권이 확립되었다. 신분의 등급도 더욱 세분화하였고, 무역이 중심을 이루던 사회에서 농사가 중심을 이루는 농경사회로 그 성격이 바뀌어 갔으며, 신의 자리에 자연이 들어서면서 인간과 자연이 마주하는 양상을 띠게 되었다. 이 시기는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백성들의 삶은 힘들어졌지만 문화적으로는 상당한 안정을 취하면서 한시의 성행과 더불어 시조와 가사 같은 새로운 형식의 시가문학이 크게 발달하였다.
넷째 시기인 20세기부터 현재까지의 시대는 신분의 해방과 더불어 신과 자연이 사라진 자리를 인간이 대신하면서 모든 것이 인간중심으로 움직이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문명의 비약적인 발달과 더불어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문화는 오로지 인간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인간제일주의의 사회로 바뀌게 되었다. 시가에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시와 노래가 완전히 분리됨과 동시에 자유로운 형식을 추구하게 됨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표현하는 양상을 띠게 되었다. 이 시기는 민족시가의 자유로운 형식이 보장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시기의 시가는 민요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것으로 비교적 짧은 형태를 중심으로 하는 형식을 가지게 되었고, 둘째 시기의 시가는 가악의 발달에 힘입어 상당히 복잡한 형태를 가진 三句六名의 형식을 갖추게 되었으며, 셋째 시기는 절대왕권의 확립과 더불어 한층 안정된 모습을 지니게 된 사회적 현상에 힘입어 四句八名의 형식을 갖추게 된 것으로 보인다. 넷째 시기는 본고에서 논의할 범주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여기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다.
2.2. 律格論에 대한 기존 논의 검토
우리 시가에는 중국의 한시처럼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규칙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 그렇기는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소리의 율동을 형성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규칙이 존재한다는 점은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 율동을 형성할 수 있는 규칙이 존재하지 않으면 시가라고 하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시가에서 율격을 형성하는 핵심요소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그 동안 다양한 논의가 있어 왔고 그에 따라 여러 견해가 도출되었는데, 소리의 長短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데에는 어느 정도 의견이 접근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시도된 한국시가의 율격에 대한 논의는 크게 音數律과 音步律으로 나눌 수 있다. 음수율은 하나의 구절에 들어갈 수 있는 글자의 숫자를 근거로 하여 시가의 율격을 도출해야 한다는 주장이고, 음보율은 동일한 길이를 가지는 소리의 마디를 통해 시가의 율격을 도출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각각의 견해가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작품을 대상으로 하여 율격적 특성을 도출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이론을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먼저 두 견해의 문제점을 살펴보도록 하자.
음수를 중심으로 우리 시가의 율격적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는 견해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지적할 수 있다.
1. 表音文字에서는 글자의 숫자가 율격론으로 정립될 수 있을 정도로 특별한 의미와 기능을 가지지 못함.
2. 표음문자의 특성상 글자의 숫자를 중심으로 한 정형성을 형성하기 어려움.
3. 音數를 중심으로 한 소리의 율동이 규칙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것으로 율격적 특성을 규명하기 어려움.
4. 음수로 접근할 때 정형성을 가진 작품은 우리 시가의 어떤 갈래에서도 발견하기가 어려움.
속요, 경기체가, 악장, 시조, 가사 등의 어떤 국문시가에서도 음수로 정형성을 도출할 수 있는 작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시가가 음수의 정형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1번에서 지적한 것처럼 글자의 숫자가 실제 작품 속에서는 율격적으로 특별한 의미와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 우리말은 표현의 의미나 소리의 율동 등이 모두 전적으로 음수에 의해 결정될 수 없는 언어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음수의 差別化가 모든 시가 작품에 나타난다는 것은 주기적 반복의 구조를 바탕으로 하는 율격을 규명함에 있어서 그것만으로 율격적 본질에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우리 시가가 음수를 통한 정형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음수가 율격론에서 완전히 배제되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우리 시가의 律動과 律讀 등은 모두 음수를 기반으로 하여 형성되는 소리의 장단에 의해 결정되는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음보를 중심으로 시가의 율격을 논의하려는 견해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1. 음보율은 우리 언어의 특성을 바탕으로 한 이론이 아님.
2. 소리의 마디와 율격의 마디를 동일한 것으로 보기 어려움.
3. 소리의 등장성이 어떤 율격적 효과를 가지는지가 불분명함.
4. 길어지는 소리인 長音과 짧아지는 停音의 율격적 효과가 어떤 것인지를 분석하기 어려움.
5. 어떤 시가 작품에서도 음보의 정형성을 발견하기 어려움.
하나의 마디에 들어가는 글자의 길이를 서로 다르게 하는 力學的 不等化를 통해 형성되는 소리의 等長性을 기반으로 하는 음보율은 한편으로는 음수를 통해 차별화한 소리를 통해 일어난 內包의 극대화를 바탕으로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일한 단위로 통일하여 均等化하는 外延의 극대화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단계로 까지 나아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보율로는 한국시가의 율격이 지니는 본질에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보는 이유는 등장성으로 인한 율동적 효과가 율격의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밝혀내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서경별곡> 같은 작품을 보면 이러한 사실을 좀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셔경(西京)이 아즐가
셔경(西京)이 셔울히 마르는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닷곤 아즐가
닷곤 쇼셩경 고외마른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여므론 아즐가
여므논 질삼뵈 리고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괴시란 아즐가
괴시란 우러곰 좃니노이다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구스리 아즐가
구스리 바회예 디신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긴히 아즐가
긴히 그츠리잇가 나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율독이라고 할 수 있는 위와 같은 모습으로 된 형태로는 어떤 율격적 정형성도 추출해낼 수가 없다. 그러므로 이 경우는 다른 방식의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율독의 방식은 작품의 율격적 정형성을 한 눈에 보이도록 드러낼 수 있다.
셔경(西京)이아즐가 셔경(西京)이 셔울히마르는
위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닷곤아즐가 닷곤 쇼셩경고외마른
위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여므론아즐가 여므논 질삼뵈리고
위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괴시란아즐가 괴시란 우러곰좃니노이다
위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구스리아즐가 구스리 바회예디신
위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긴히아즐가 긴히 그츠리잇가나
위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우리 시가의 형식적 특성 중의 하나가 앞과 뒤라는 순서에 의해 소리를 배열함으로 인해 생기는 장단에 의해 율격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할 때, 행을 음보 단위로 구분하고, 그 단위 속에서 일어나는 소리의 율동으로 율격적 특성을 설명하는 것이 가능할지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음보가 율격적 요소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정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시가 중에 음보의 정형성을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작품을 발견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세 줄로 되어 있는 시조의 음보는 初章과 中章은 어느 정도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종장은 한 음보가 늘어난 형태를 보이고 있기에 음보의 정형성만으로는 이것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시조의 종장은 過音步로 설정하고, 초장과 중장의 반복에 대비되는 전환의 구조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의 고충을 이해할만하다.
위에서 제시한 다양한 이유를 근거로 하면서 형식적 요소로서의 율격이 가지는 본질적 성격을 고려할 때 음수율과 음보율을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쉽게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필자는 한글로 기록된 최초의 시가인 俗謠를 대상으로 하여 우리말의 언어적 특성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시가 율격의 이론을 본고에서 전개해보고자 한다.
3. 속요 율격의 이론
3.1. 율격의 형성과정
첫째, 소리현상, 둘째, 구조화한 존재, 셋째, 週期的 循環性, 넷째, 自律的 規範性 등을 본질적 성격으로 하는 시가의 율격은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율격이라고 하는 것이 지정된 어느 하나의 순간이나 한두 가지 정도의 구성요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가의 형성과정과 그 맥을 같이하면서 작품을 이루는 모든 구성요소의 유기적 결합에 의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가의 표현과 내용 전달의 매개체가 되는 언어가 지닌 특성을 핵심적인 구성요소로 하면서 그 이상의 예술적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중심적인 요소를 율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복잡한 형성과정 이상으로 그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시가의 형태를 결정짓는 핵심적 요소인 형식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이 바로 율격이므로 시가는 율격에 의해 그 본질적 성격이 결정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다. 그렇다면 시가를 시가답게 하는 형태를 결정짓는 형식의 핵심적인 구성요소가 되는 율격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 것일까?
첫째, 시가의 표현수단인 언어를 바탕으로 함.
우주내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는 주기적 반복구조를 지니는 율동을 형성할 수 있는데, 소리의 반복구조이면서도 일반적인 소리가 가지는 율동과 율격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언어를 매개로 드러나는 존재라는 점 때문이다. 따라서 율격은 시가를 표현하는 언어를 선택적 필수요소로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율격이 언어를 선택적 필수요소로 한다는 말은 시가를 만들고 즐기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지닌 본질적 성격을 바탕으로 하여 그것의 성격과 특성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바꾸어 말하면, 시가의 율격은 작품의 표현수단이 되는 언어적 특성을 기반으로 하여 성립하고, 율격에 대한 접근 역시 언어적 특성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것은 우리 시가의 율격을 논의함에 있어서 表音文字라는 한국어의 특성을 기반으로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의 직접적인 근거가 된다.
둘째, 長短의 배열
조선시대에는 중국의 한자와 마찬가지로 모든 글자의 성질을 四聲으로 규정했었다. 거의 사라지기는 했지만 지금도 사성의 잔재로 볼 수 있는 언어현상들을 발견할 수 있으므로 일상의 언어생활에서 四聲이 일정한 구실을 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가의 율격에서 그것을 고려의 대상이 넣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우리 시가에서는 사성이 작품의 율격을 형성하는 데에 일정한 구실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즉, 우리 시가에서는 율격을 형성할 수 있는 형식에 대한 규칙으로 사성과 관련된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ꡔ均如傳ꡕ에서 崔行歸가 ‘歌排鄕語’라고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기록이야말로 우리 시가의 율격은 사성의 관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소리의 長短을 시간적 선후에 의해 배열하는 방식에 의해 정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
셋째, 名을 전제로 하는 音節
우리가 일생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언어를 글자라는 기호로 나타내고 있는 한글에서 母音은 단독으로 하나의 음절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初聲, 中聲, 終聲을 기본적인 구성요소로 한다. 이러한 성격을 가지는 몇 개의 音素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하나의 종합된 音의 느낌을 주는 말소리의 단위를 가리키는 音節은 최소의 發話單位가 된다. 음절이 최소의 발화단위라는 말은 언어생활을 함에 있어서 음절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 언어를 매개수단으로 하는 시가에서도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음절을 구성요소로 하여 형성되는 單語와 그것의 결합에 의해 말하는 사람이 전달하고자 하는 뜻을 나타내게 되고, 四聲을 기반으로 하는 언어의 율동이 형성되므로 음절은 언어의 핵심 구성요소가 되면서 단어를 전제로 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시가는 언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 범주를 절대로 벗어날 수 없으며 장단에 의한 율동을 형성해야 하는 까닭으로 인해 일상의 언어에서 사용하는 단어의 구실과 의미를 넘어서는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언어에서 말하는 단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가에서는 언어의 단어에 해당하는 요소를 ‘名’으로 규정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최소의 독립적 형식을 갖춘 것이면서 소리의 장단을 조절할 수 있는 최소의 단위가 바로 ‘名’이기 때문이다.
넷째, 句를 전제로 하는 名
‘名’은 사람의 이름, 사물의 이름, 諡號, 名目, 種類, 文字, 形容, 名譽, 功名, 聞名, 名義, 名分, 獨擅, 形成, 名家 등으로 사용되어 쓰임이 매우 다양하다. 이 중에서 문학과 관련된 것으로 필자가 주목하고자 하는 뜻은 ‘形成’이다. 형성은 일정한 단계의 변화과정을 거쳐 발전함으로써 모종의 사물이나 현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가리키는데, 이것을 다른 표현으로 ‘成’이라고 한다. 이루어진다는 뜻을 가진 ‘成’은 일정한 구성요소가 결합하여 다른 성질을 가지는 무엇인가로 되는 것을 의미하는 글자이므로 구조나 형태의 변화를 반드시 수반한다는 뜻을 가진다. 그러므로 ‘成’은 어떤 사물현상이 변화하여 성질이 다른 무엇으로 되어 나름대로의 구실이나 의미를 가지게 됨으로써 하나의 우주를 만들어내는 것을 가리키는 글자가 된다. 한편, ‘形’은 일정한 틀을 가지는 모양을 의미하므로 형성은 하나의 모양을 가진 무엇인가로 만들어지는 것을 지칭하게 된다. 이처럼 ‘형성’이 일정한 형태를 지닌 사물현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가리키므로 ‘名’은 경계를 지니고 있는 형태를 가지고 있으면서(彊) 독자적이고 독립적인 성질(性)을 가지고 있는 온전한 사물현상의 한 단위를 가리키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 즉, 하나의 사물현상에서 경계를 분명하게 설정함으로써 독립적인 성질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단위를 지칭하는 것이 바로 ‘名’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성격을 가지는 ‘名’이 말과 관련을 가지는 것으로 되었을 때는 문장 안에서 하나의 독립된 단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취급할 수 있게 된다. 바꾸어 말하면 ‘名’은 하나의 어절을 이루는 품사와 활용하여 변하는 부분인 語尾를 말하는 것으로 문장을 구성하는 기본단위를 지칭하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말에서는 명사, 조사, 동사, 형용사 등의 품사와 용언 및 서술격 조사가 활용하면서 변하는 부분인 어미와 같은 것들을 하나의 ‘名’으로 부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성격을 지니는 ‘名’이 시가에서 하는 구실은 언어현상과 맞닿아 있으면서 율격을 구성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음절의 위에 있는 단위가 되면서 句의 아래에 위치하는 율격의 구성요소로 규정할 수 있게 된다. 즉, ‘句’를 전제로 하는 ‘名’에 의해 기본적인 율동이 형성되면서 율격의 구성요소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섯째, 行을 전제로 하는 句
句는 둘 또는 그 이상의 語節로 이루어진 말뭉치로 주어와 서술어로 이루어진 통사적 단위의 하나인 節이나 文章의 성분이 되는 것을 가리킨다. 여기서 말하는 어절은 발음의 기본이 되는 문장구성의 단위로 체언에 조사가 붙거나 어간에 어미가 붙어서 이루어지는 형태를 가지는데, 대개 띄어쓰기의 단위와 일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정형성을 바탕으로 한 율동을 통해 율격을 형성함으로써 예술적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가에서는 어절 중심이 아니라 名을 중심으로 하여 구가 구성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구가 형성되면서 명을 이루는 각 음절들의 장단이 정해지게 되는데, 平과 長이라는 두 개의 단위가 결합하는 방식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격을 가지는 구가 결정되면 다음 단계에서는 수사적 표현의 단위인 행을 전제로 하여 몇 개의 구절이 어떤 장단으로 구성되는가에 따라 율격의 양상이 정해진다.
여섯째, 수사적 표현을 전제로 하는 行
일정한 수사적 표현 단위를 형성하기 위해 句가 쌓여짐으로써 만들어지는 行은 시가에만 있는 율격적 단위다. 통사적 단위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는 형식적 구성단위인 행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構造와 강제적이고 인위적인 休止를 통해 문장의 형태를 바꾸는 주체가 되기 때문에 시가의 율격적 특성은 모두 행을 단위로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음절에서 출발하여 명과 구를 거치면서 형성된 平과 長을 통해 만들어지는 율동이 주기적 반복의 구조를 가지는 행이라는 단위에 의해 완성된 율격을 낳게 된다는 것이다.
3.2. 속요 율격의 이론
3.2.1. 名의 개념과 구성 원리
언어에서 음절이 모여 구성되는 것으로 분리하여 자립적으로 쓰일 수 있는 말인 單語와도 일정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名’은 주어와 목적어 등이 될 수 있는 명사, 대명사, 수사 등과 그것이 중심을 이루는 주어와 목적어에 격을 설정해주는 조사, 서술어가 되는 동사와 형용사의 어간과 활용을 하면서 변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어미 등을 구성요소로 한다. ‘名’이 언어에서 말하는 단어를 기반으로 하는 것에서 출발하기는 했지만 시가에서 말하는 ‘名’은 언어에서 말하는 통사적 개념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라는 점을 먼저 지적해둘 필요가 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소리의 율동을 통해 율격을 형성함으로써 시가를 시가답게 하는 주체가 되는 형식을 통해 형태를 완성하는 방식을 취하는 시가에서 단어라는 의미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예술적 특성을 ‘名’이라는 단위 속에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바탕으로 할 때 시가에서 ‘名’은 다음과 같은 구성 원리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게 된다. 첫째, 통사구조인 단어에서 출발한다. 둘째, 수식어는 중심어와 결합한 형태로 하나의 ‘명’을 이룬다. 셋째, 단어의 격을 설정해주는 조사와 활용을 통해 뜻을 결정하는 어미가 ‘명’을 구분하는 기준점이 된다. 넷째, 통사적 띄어쓰기가 아니라 주기적 반복의 구조단위에 의해 결정된다.
시가란 언어를 표현수단으로 하여 성립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작품의 구성요소이면서 율격적 요소로 작용하는 ‘名’도 언어의 범주를 절대로 벗어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따라서 ‘名’은 단어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본질적인 성격으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名’은 문장 중에서 단어가 하는 구실을 뛰어넘어 새로운 방식의 율동을 형성함으로써 통사구조를 넘어서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수식어는 독립된 ‘명’을 만들지 못하고, 중심어와 결합한 형태로 됨으로써 하나의 ‘名’을 구성한다는 사실, 생략과 활용을 통해 소리의 장단을 조절하는 기능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작품을 보면 한층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딩아돌하 當今에 계샹이다
딩아돌하 當今에 계샹이다
先王聖代예 노니와 지다
삭삭기 셰몰애 별헤 나
삭삭기 셰몰애 별헤 나
구은밤 닷되를 심고다
그바미 우미도다 삭나거시아
그바미 우미도다 삭나거시아
有德신님믈 여와 지다
玉으로 蓮ㅅ고즐 사교이다
玉으로 蓮ㅅ고즐 사교이다
바회우희 接柱 요이다
그고지 三同이 퓌거시아
그고지 三同이 퓌거시아
有德신님 여와 지다
‘有德신님’과 ‘바회우희’ 등은 통사적으로 보면 ‘ 有德신 님’과 ‘바회 우희’처럼 띄어쓰기를 해서 독립된 단위로 설정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하나의 구조단위로 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有德신’과 ‘바회’가 독립적으로 쓰여서는 아무런 구실을 할 수 없으며, 이렇게 할 때 비로소 작품의 율격적 정형성을 담보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일상의 언어와 시가의 언어를 구별하게 하는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술어의 경우 현대어로는 독립적으로 쓰이기 어려운 것으로 인식되는 어미로 보아야 하는 표현들이 하나의 ‘명’으로 쓰이기도 한다. <청산별곡>을 보자.
살어리 살어리 랏다
靑山애 살어리 랏다
멀위랑 래랑 먹고
靑山애 살어리 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얄라
우러라 우러라 새여
자고니러 우러라 새여
널라와 시름한 나도
자고니러 우 니로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얄라
어듸라 더디던 돌코
누리라 마치던 돌코
믜리도 괴리도 업시
마자셔 우 니노라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얄라
기존의 율격론에서 <청산별곡>은 속요 중 형식적 정형성을 가장 잘 갖춘 작품으로 평가를 받아왔는데, 3,3,2음수의 3음보가 중심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론에 근거를 하지 않더라도 작품의 율격적 특성으로 볼 때 ‘랏다’는 하나의 ‘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앞의 표현에서 ‘살어리’가 같은 형태로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휴지를 형성하면서 하나의 ‘名’을 이루고 있으며, 다른 행에서는 독립된 명으로 이 부분이 구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니로라’와 ‘우니노라’는 각각 ‘우’와 ‘니로라’, ‘니노라’로 되어 두 개의 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는 어간으로 ‘울고’에서 활용을 하는 어미인 ‘고’가 생략된 형태가 되어 長音으로 발음되는 경우이고, ‘니로라’, ‘니노라’에서 ‘니’는 ‘니다’의 어간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장음화한 음절은 표현하려는 화자의 상황과 전달하려는 화자의 정서를 강조하는 효과를 내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시가의 표현으로 쓰인 언어들이 하나의 독립된 ‘명’으로 간주될 수 있느냐 아니냐는 격조사와 어미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것은 우리말에서 조사와 어미가 문장의 기본적인 성격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라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한국어에서 격변화를 하지 않으면서 문법적인 性(gender)이 없는 명사나 대명사 같은 것은 다양한 형태의 조사를 취하면서 여러 종류의 표현을 만들어내는 성질을 지니고 있으며, 복잡한 활용을 하면서 문장 속에서는 술어가 되는 형용사와 동사는 어간에 붙어서 다양한 활용을 전제로 하는 어미가 놀라울 정도로 많은데다가 그것이 매우 중요한 문법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시가에 그대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우리의 시가는 우리말을 표현수단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술어에 쓰이는 어미는 時制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문장의 성분을 좌우하기도 하며, 존대법 또한 이것에 의해 형성되므로 문장의 전체적인 성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어미는 시가문학에서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는 데에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하는 존재가 된다. 시가에서 화자의 미묘한 정서를 드러내는 표현들은 모두 어미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滿殿春別詞를 보자.
어름우희 댓닙자리 보와
님과나와 어러주글 만뎡
어름우희 댓닙자리 보와
님과나와 어러주글 만뎡
情(뎡)둔오밤 더듸새오시라 더듸새오시라
南山애 자리 보와
玉山을 벼여 누어
錦繡山 니블 안해
麝香각시를 아나 누어
南山애 자리 보와
玉山을 벼여 누어
錦繡山 니블 안해
麝香각시를 아나 누어
藥든가을 맛초사이다 맛초사이다
위의 작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 시가에서 ‘名’은 조사와 어미, 그리고 수식어와 중심어의 결합 등에 의해 형성되므로 일상의 언어에서 말하는 통사적인 띄어쓰기와 율격적 띄어쓰기는 일치하지 않는다. 이는 休止에 의해 형성되는 주기적 반복구조에 의해 율격적 띄어쓰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논의한 바를 바탕으로 ‘名’에 대한 개념을 정의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名’은 화자가 전달하려는 정서를 가장 작은 단위로 표현하는 것으로 수식어와 중심어의 결합과 그것에 다시 결합하는 조사와 어미에 의해 형성되며 주기적 반복의 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율격의 단위를 가리킨다.
3.2.2. 句의 형성원리
체언에 조사가 붙거나 어간에 어미가 붙어서 이루어지는 형태를 하나의 단위로 하는 것을 ‘句’라고 할 수 있는데, 일상의 언어에서는 띄어쓰기와 일치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시가에서는 휴지에 의한 율격적 띄어읽기가 통사적 띄어쓰기와 일치할 수가 없는데, 그것은 ‘句’가 ‘行’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그것의 주기적 반복에 의한 정형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가에서 말하는 율격적 단위의 하나인 ‘句’는 일상의 언어에서는 하나의 語節로 볼 수 있는 것이 하나의 句를 형성하기도 한다. 시가의 율격은 ‘行’의 단위를 기준으로 하여 완성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주기적 반복의 구조를 가지는 단위로 이루어지는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와 동시에 ‘句’는 그 보다 하위의 율격 단위를 구성요소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名’의 주기적 반복이 확보된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성격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작품을 보자.
德으란 곰예 받고
福으란 림예 받고
德이여 福이라 호
나라 오소이다 아으
動動다리
正月ㅅ 나릿므른 아으
어져 녹져 논
누릿 가온 나곤
몸하 올로녈셔 아으
動動다리
이월ㅅ 보로매 아으
노피현 燈블 다호라
萬人비취실 즈샷다 아으
動動다리
위에서 ‘나릿므른’, ‘올로녈셔’, ‘萬人비취실’ 등은 언어현상으로만 취급할 때는 두 개의 어절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이것을 그대로 따라서 띄어쓰기를 한 상태로 휴지를 주어서 律讀을 하게 되면 ‘動動’은 어떤 율격적 정형성도 확보하지 못한 작품으로 되고 만다. 이러한 표현들은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식어와 중심어의 결합을 하나의 ‘名’으로 취급할 때 비로소 시가의 형식적 구성 원리에 합치하는 것으로 되어 정형성을 확보하는 율격적 단위로 자리매김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動動’에서 ‘句’는 모두 두 개의 ‘名’으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사실을 분명히 할 수 있게 된다. 즉, ‘나릿므른’은 ‘나릿믈’과 ‘은’이라는 체언과 조사의 결합으로, ‘올로녈셔’는 ‘올로녀’와 ‘ㄹ셔’라는 어간과 어미의 결합으로 되어 모두 두 개의 ‘名’으로 이루어진 형태의 ‘句’가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형성된 ‘句’가 율격 단위로써 하는 구실은 첫째, 행을 단위로 하는 주기적 반복 구조의 형성, 둘째, 소리의 장단을 근거로 하는 平長의 형성, 셋째, 일상의 언어를 넘어서는 예술적 의미의 창조 등이 된다.
3.2.3. 율격의 완성 단위인 行
속요는 대다수의 작품이 동일한 모습의 ‘章’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連章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章은 동일한 형태로 반복되면서 개별적으로 독립되어 있는 모습을 가지기 때문에 그 자체가 율격의 단위로 작용하기 보다는 예술적 의미의 창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속요 율격의 이론을 정립함에 있어서 章은 별다른 의미를 찾기 어렵게 된다. 한편, ‘句’의 기본적인 구성요소가 되는 ‘名’, ‘行’을 전제로 하여 성립하는 ‘句’, ‘句’에 의해 결정되는 ‘平長’ 등의 성립은 모두 ‘行’이라는 형식적 단위를 근거로 할 때만 가능하기 때문에 ‘行’은 율격의 이론에서 대단히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또한 ‘行’은 작품의 형태를 바꾸는 구실도 하기 때문에 형태적 특성을 결정짓는 핵심요소가 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그러므로 시가에서 ‘行’은 작품의 율격적 특성을 낳는 모체가 된다. 위에서 예로 든 <동동>이나 <서경별곡> 같은 작품에서 보아 알 수 있듯이 ‘行’의 구분에 의해 작품의 율격적 특성이 결정됨과 동시에 작품의 형태를 바꾸는 형식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속요가 만들어낼 수 있는 예술적 아름다움에 미치는 영향 역시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行’이 율격과 형식의 중간에 위치하면서 율격적 특성과 형식적 특성을 좌우할 수 있는 중심요소라는 점 때문에 형식론에서 그것이 가지는 중요성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4. 맺음말
한국 시가 율격의 이론을 정립함에 있어서 율격의 형성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며, 그것이 무엇에 뿌리를 두고 있느냐를 바탕으로 판단을 하고 이론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생각할 때 율격의 완성 단위는 행이 될 것이고, 율격의 씨앗이면서 출발점이 되는 단위는 소리의 장단에 근거를 두고 있는 平長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필자는 이것을 平長律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자 한다. 소리의 장단에 기초를 하고 있으면서 행을 단위로 하여 완성되는 율격적 특성을 萌芽的인 형태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 바로 平長이기 때문이다. ‘平長’과 ‘名’과 ‘句’와 ‘行’ 등의 구성요소와 그것들의 유기적 결합에 의해 만들어지는 율격의 형성과정을 근거로 하고, 예비적 고찰에서 제시한 시가문학사 구분의 시기에 맞추어서 한국시가의 율격적 특성을 추출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신의 시대이면서 神歌가 중심을 이루던 기원전1세기까지의 시가는 남아있는 작품이 많지 않은데다가 한시의 형태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율격적 특성을 추출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으므로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신과 인간이 마주하는 방식을 취하던 시대인 기원전1세기를 전후한 때부터 14세기말까지의 시가가 지닌 율격은 여섯 개의 名을 구성요소로 하는 세 개의 句가 한 行을 이루는 ‘三句六名’이 율격의 중심을 이루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자연과 인간이 마주보는 시대라고 할 수 있는 14세기말부터 19세기말까지의 시가는 여덟 개의 名을 구성요소로 하는 네 개의 句가 하나의 行을 이루는 ‘四句八名’의 율격적 특성이 중심을 이루었던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네 번째 시기인 20세기부터 현재까지의 시가에 대해서는 여기에서 언급을 하지 않도록 한다.
속요의 율격적 특성을 三句六名으로 정의할 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본고에서 다루지 못한 나머지 것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좀 더 완벽한 이론 체계를 갖추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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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
Metrical theory for sokyo
son jongheum
Poetry has its dualistic nature being a song as well as a poem, and is composed of verse meters generated from rhythm of repeating words. Verse meter is a core factor that makes up poetry as a frame of the poetic structure contributing to poem's artistic greatness. Therefore, it is necessary to study versification to fully analyze the poetry and eventually to evaluate its artistic value, and this is true to every kind of poetic literature in the world including Korean Poetry.
Analyzing Korean Poetry, however, has encountered its limitation since classical Korean Poetry was written not in the Korean alphabet but Chinese characters. This difference between describing language and written characters makes a form of a poem hard to be studied. Thus, it becomes clear that poetry versification and format can be investigated only when language for its descriptions is in accordance with characters for its writings.
Korean Poetry was written in many different forms such as Chinese characters or 'Hyangchal' in the Silla Period although it was Korean language based. These kinds of recording formats were unable to describe how each word in a poem was pronounced since they were based on Chinese character. As a result, only Korean Poetry written and passed down after the Korean alphabet(Hangul) was invented is the oldest form of poems whose versification can be theoretically analyzed as Hangul is the most likely to completely describe pronunciation of Korean. Therefore, it can be suggested that theoretical analysis for the versification in Korean poetry can be performed by looking at 'Sokyo' from the Goryeo Period, the first poem recorded in Hangul. On the other side 'Hyangga' recorded in the form of 'Hyangchal' or any other poems written in Chinese characters older than 'Sokyo' are hard to determine its structure of verse because the versification is produced from repeating words of sound. This is another reason why Sokyo has been chosen to be focused on in this research for theoretical approach to the versification of Korean poetry.
Many researchers have tried to clarify the features of versification in Korean Poetry, and their results seem somewhat successful. However, they all have the common problem in which their analysis is based on foreign theories aiming for different languages. These theories seem to fail to define the true artistic value of Korean poetry with no accessing to the features of Korean language and also the nature of the versification. In other word, such old existing theories cannot fully illustrate fixed-format and features in the versification of Korean poetry. Therefore, the nature of the versification in Korean poetry can be assessed only when Korean's lingual characteristics are taken into consideration. More importantly, at last, it also evidences that 'Sokyo' would be an appropriate model to be analyzed in terms of its versification.
Korean is an agglutinative language composed of noun, pronoun, a stem of a word or such a word not used alone in a sentence, with addition of modifier, postposition, ending of a word or such a word determining a characteristic of the former. Poetry is dependent on the category of language, and thus features of Korean language have a strong influence on its poetry as well. This re-affirms a strong connection between the features of a language and its poetic versification, emphasizing that the nature of Korean language has to be understood first so as to analyze the versification of Korean poetry.
In the basis of such ideas, this research analyzes and defines the versification of 'Sokyo' by focusing on 'Peyongjang(平長)' in which length of a sound is an important measure, 'Name (名, Myeong)', which is the smallest unit of an independent word, 'Phrase (句, Goo)', that is made of 'Myeong' and 'Myeong', 'Verse(行, Haeng)', which is produced from repetition of phrase, and so on. Here, it is important to notice that a prolonged sound(長音, Jangeum) is produced by omitting 'Myeong' that is made of postposition because it determines rhythm of a sound, and so features of versification is also determined by these changes. All of syllables in Korean poetry are divided into lax consonants(平音, Pyeongeum) and a prolong sound, and their further combinations build an unit called name(名) responsible for meanings and features and bindings of the names create phrase that is an unit for versification. In order for phrase to be completely made up, the four units for versification are intimately connected to one another with repeating verse. From this theoretical background, Samguryukmyeong(三句六名) can be defined where lax consonants(平音) and prolonged sounds are produced from three phrases that are composed of two verses each.
key words |
첫댓글 귀한 자료 감사합니다.
교수님, 가져 갑니다. 고맙습니다^^;
교수님 잘 보겠습니다. 감사
교수님 좋은 자료 담아가 감사히 보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교수님 ^^
교수님!
학습용 자료로 내려 받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