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축제…가을은 억새와 함께 시작된다 | ||||||||||||||||||||||||||||||||||||||||||||||||||||||||||||||||||||||||||||||||||
전국 억새밭·갈대숲 가이드 | ||||||||||||||||||||||||||||||||||||||||||||||||||||||||||||||||||||||||||||||||||
그 찬란한 물결이 때로는 가슴 깊은 곳의 사연을 드러내게도 한다. 바람이라도 불면 그곳에선 누구에게 속삭이듯 사각대는 소리로 가득 찬다. 도종환 시인은 그런 억새에 대해 ‘…/떠나간 마음들은/ 이런 저녁 어디에 깃듭니까/ 떠도는 넋처럼 가~으내/ 자늑자늑 흔들리는 억새풀/’이라고 노래했다.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로 시작되는 고복수 씨의 노래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가을은 억새와 함께 시작된다. 그리고 억새는 이 가을에 새로운 사연, 새로운 추억을 쌓는 소재가 된다. 이처럼 억새는 단풍 못지않게 깊은 감동을 주는 가을 산의 볼거리다. 하나하나를 따지면 감히 단풍에 견줄 수조차 없겠지만 그 작은 꽃들이 모여 거대한 축제의 마당을 연출한다. 억새마냥 화사하지는 않더라도 때로는 갈대숲이 가을의 추억을 쌓도록 도와준다. 키를 넘게 훌쩍 자란 갈대숲에서 하늘을 나는 철새들을 보노라면 누구나 그대로 자연의 하나가 된다. 연휴가 짧아 예년처럼 추석에 가을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면 억새나 갈대가 만발한 산이나 들로 떠나보자. 굳이 시인이 아니더라도 이 계절은 가슴 속 깊은 곳의 시상을 저절로 드러나게 할 것이다. 전국은 지금 은백색 향연
바람이 불면 더욱 좋은 억새평원이나 우거진 갈대숲을 찾아 추억 만들기 여행을 떠나보자. 국내의 대표적인 억새밭은 누가 뭐래도 영남알프스이다. 울산과 경남의 경계에 있는 신불산평원과 밀양의 사자평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영남알프스와 인접한 양산 천성산의 화엄벌이나 창녕의 화왕산도 억새로 유명하다. 경기도 포천의 명성산이나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 전남 장흥의 천관산, 제주도의 산굼부리 일대, 충남 홍성의 오서산, 충북과 경북을 가르는 황학산, 서울의 하늘공원 등도 억새밭으로 이름이 높다. 특히 이번 주말 정선 민둥산에서 억새꽃축제가 시작되는 등 전국 곳곳에서 만발한 억새를 소개하는 축제도 열려 가을 여행의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갈대로 유명한 부산 을숙도나 전남의 순천만 보성만, 충남의 천수만, 한강이나 임진강 하구 등도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나들이 장소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한강변엔 곳곳에 갈대나 억새가 자라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가볍게 억새나 갈대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담아올 수도 있다. 정선 민둥산
특히 발구덕 마을에는 땅이 움푹 꺼져 구덩이처럼 되어 있는 지형이 8곳이나 있어 지질학자들도 관심을 두고 있다. 북쪽에는 이름난 화암약수가 있어 함께 돌아보아도 좋다. 정선군 남면에 있는 민둥산 등산은 정선과 사북·고한을 잇는 59번 도로에서 증산을 거쳐 카르스트지형의 발구덕 마을을 지나 정상으로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삼내약수에서 갈림길을 거쳐 정상이 올랐다고 증산으로 내려올 수도 있고, 아예 북쪽의 화암약수에서 시작해 증산까지 산행을 할 수도 있다. 이곳 억새산행의 포인트는 발구덕 마을에서 마을 왼쪽 등산로를 따라 오르는 것. 8부 능선부터 억새평원이 펼쳐진다. 억새가 크게 자라기 때문에 능선에 완전히 올라서야 드넓은 억새밭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 오르막은 경사가 완만하기 때문에 가족이 함께 가더라도 큰 무리가 없다. 민둥산 북쪽에는 화암국민관광지가 자리 잡고 있는데 동북쪽 기암괴석이 소금강이라고 불릴 만큼 절경을 이루고 있다. 축제는 이달 27일부터 11월2일까지 열린다. 개막일엔 오후 2시30분 산신제에 이어 사물놀이와 아리랑경창 하이원 환타지 공연 등이 펼쳐지며 28일 오전 8시 한마음등반대회도 예정돼 있다. 축제기간 중 매일 기념품 만들기와 경품추천, 고랭지 배추밭 견학, 금관5중주 공연, 정선아리랑 장터공연 등이 벌어진다. 정선군 남면 무릉리에는 구이마을 (033- 592-9230) 등 식당들이 있다. 민둥산억새꽃축제추진위원회 (033)591-9141 서울 난지도 하늘공원 난지도 제2매립지에 들어선 월드컵공원 가운데 가장 높은 곳. 월드컵 평화공원 건너편 주차장에 차를 대고 하늘계단을 타고 오르면 곧장 하늘공원으로 연결된다. 주차장에서 하늘공원까지는 1.4km 정도. 계단 첫 부분이 가파르기 때문에 금방 등줄기에 땀이 솟는다. 그렇지만 일단 계단만 올라서면 완만한 길이 하늘공원 입구까지 이어진다. 하늘공원에 들어서면 바닥을 대부분 메운 억새밭이 은빛으로 다가온다. 억새밭 사이로 난 소로를 걷다보면 이곳이 서울인지 한적한 시골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 하늘이 바로 보인다는 점도 이곳의 장점이다. 하늘공원에는 한쪽에 갈대밭도 만들어놓아 억새와 갈대를 바로 비교해 볼 수도 있다. 터널 모양의 받침대에 주렁주렁 매달린 조롱박이나 관상용호박과 원두막 지붕 위에서 누렇게 익어가는 호박은 사진을 찍으라는 듯 유혹한다. 억새밭 주변엔 코스모스와 해바라기 등이 만발해 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누리게 해준다. 공원 가장자리에 서면 서울시내와 한강 일대가 한눈에 들어와 말할 나위 없이 시원하다. 게다가 작은 풍차발전기들이 돌아가고 있어 색다른 느낌마저 준다. 하늘공원에는 가림막이 없기 때문에 한낮에는 제법 뜨겁다. 모자나 양산을 갖추는 것이 좋다. 어떤 사진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이곳 역시 아침에 해 뜰 무렵이나 저녁에 노을이 질 무렵의 풍광이 특히 아름답다. 다만 7시까지는 내려와야 하며 10월부터는 6시까지 내려와야 한다는 게 공원 측의 설명. 영남알프스의 신불평원
언양 쪽에서 보면 성벽처럼 솟아있는 기암괴석이 산정에 서면 드넓은 평야로 바뀐다. 그곳에 서면 은백색 파도가 넘실댄다. 특히 달밤에 그 길을 걷는 맛은 거의 환상적이다. 억새밭은 들어선 뒤 1시간을 걸어도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넓다. 웬만한 골프장보다 훨씬 넓은데 60만평이라고 하고 일부에선 100만평이 넘는다고도 하다. 이곳 억새밭은 양산 통도사 뒤 취서산(영취산)에서부터 신불산을 넘어 간월산에 이르기까지 펼쳐진 평원을 덮고 있다. 취서산이 1059m, 신불산이 1209m, 간월산이 1083m이므로 간단히 말해 1000m 정도 고원에 억새밭이 펼쳐진 셈이다. 바다와 인접한 김해가 지척이니 높이가 짐작이 갈 것이다. 고원이라 바람이 강하게 부는 만큼 억새가 크게 자라지 않아 시야가 트였다는 것도 이곳의 장점이다. 게다가 다른 곳과 달리 잡풀이 섞이지 않고 나무도 거의 자라지 않는 곳이라 깨끗한 억새밭의 장관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
신불-취서산 능선에는 마땅한 샘이 없기 때문에 물을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이곳은 유서 깊은 통도사와 간월산 단조봉에서 쏟아지는 홍류폭포 등을 함께 돌아볼 수도 있다. 한국 3대 사찰의 하나인 통도사는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으로 절이 있는 산의 모습이 인도의 영취산 모습과 통한다 해서 통도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한편 울산산악연맹은 10월4일부터 5일 이틀동안 신불산 일대에서 ‘영남알프스억새축제’를 연다. 행사기간 중 등산대회와 산악마라톤 산악자전거 대회 등이 열린다. (052)296-8848 밀양 사자평원
얼음골은 재약산의 북쪽 사면에 있고 사자평원은 남쪽 능선에 자리 잡고 있다. 사자평원은 넓이가 125만 평에 달해 예전엔 전국 제일의 억새군락지로 꼽히기도 했다. 최근 잡목이 늘어나고 소나무를 심어 억새명소로서의 이미지가 다소 퇴색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전역에 걸쳐 억새가 만발하고 억새가 밀집해 나는 곳만도 5만여 평에 달해 마니아들이 즐겨 찾고 있다. 이달 초 이곳을 찾았던 한국의 대표적 여성 산악인인 오은선 씨는 “붉은 빛이 도는 억새꽃이 전역에 만발해 장관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재약산은 신불산이나 간월산 등과 계곡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데 경남 밀양군에 자리 잡고 있어 사명대사의 자취가 남아 있는 표충사에서 오르는 게 편하다. 억새는 주봉인 사자봉 언저리에도 있지만 수미봉(1108m) 주변에 훨씬 넓게 퍼져서 자라고 있다. 신불평원이 거의 평지처럼 되어있는 반면에 사자평은 약간 경사가 졌기 때문에 광활한 느낌은 덜하지만 사진을 찍기에는 오히려 좋은 편이다. 사자평으로 가는 길은 표충사 입구에서 작전도로를 따라 가거나, 옥류동천 계곡을 끼고 흥룡폭포와 층층폭포를 지나서 갈 수도 있다. 또 표충사 뒤 능선 코스나 내원암을 거쳐서 가는 코스, 금강폭포 은류폭포 등을 거쳐 사자봉으로 바로 올랐다가 내려올 때 사자평을 거치는 코스 등 아주 다양하다. 옥류동천 계곡의 홍룡폭포나 층층폭포는 크기도 크지만 곧이어 나타날 광활한 모습의 정상부와 대조를 이룬다는 점에서 거쳐 갈만하다. 사자평이 시작되는 해발 850m 언저리엔 예전에 5~6가구로 된 민박촌 고사리마을이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헐렸다. 옛 고사리마을까지 차도가 나 있기는 하지만 일반 차량의 통행은 허용되지 않는다. 고사리마을을 지나 수미봉 쪽으로 다가가야 억새평원의 장관이 나타난다. 수미봉에 서면 드넓은 사자평 너머로 재약산 최고봉인 사자봉이 보이고 그 뒤로 경상남도와 경상북도를 가르며 영남알프스의 북단을 이루고 있는 가지산과 운문산이 병풍처럼 다가온다. 사자평과 사자봉을 모두 돌아오려면 5시간, 사진까지 찍으려면 6시간 정도를 잡는 게 좋다. 밀양에선 시외버스가 표충사 앞 종점까지 20분 간격으로 다니며 50분 정도가 걸린다. 표충사 입구엔 여관과 식당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축제의 장 창녕 화왕산 경남 창녕의 화왕산(757m)에는 5만6000여 평의 억새밭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선 매년 화왕산 갈대제가 열리는데 실제로는 억새꽃 축제이다. 갈대제란 이름은 화왕산 정상 부근에 ‘창녕 조씨’가 성을 얻었다는 연못이 있는데 과거 이 근처에 갈대가 자랐다는 얘기가 있어서 그렇게 붙여졌다고 한다. (군청측은 3년에 한번 정월대보름날 억새 태우기를 하기 때문에 갈대제란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 억새 태우기는 내년 정월대보름에 열린다.) 화왕산의 서쪽인 창녕 쪽은 완만하며 동쪽은 급경사로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서쪽 자하곡에서 오르거나 남쪽 옥천매표소에서 옥천계곡이나 관룡사를 거쳐 오른다. 관용사라는 이름은 원효대사가 화왕산 정상의 연못에서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았다고 하여 붙여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화왕산 정상에 서면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과 영남알프스의 취서산 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정상부근엔 허준과 대장금 등의 드라마 촬영장이 있다. 지금도 허준을 촬영했던 초가집 등이 보존되고 있다. 화왕산 갈대제는 오는 27일 화왕산 정상과 화왕산성 일대에서 열리는데 산신제에 이어 올해 람사르총회 성공을 기원하는 산상음악회와 통일기원 횃불행진 등이 열린다. 창녕군청 문화관광과(055)530-2522~3 양산 천성산 화엄벌
천성산 정상 바로 북쪽에 원효대사가 1천여 승려에게 화엄경을 강설했다고 해서 붙여진 25만여 평의 화엄벌이 펼쳐져 있는데 이곳 중간 중간에 화엄늪 습지보호구역이 있고 그 주위를 억새평원이 감싸고 있다. 늪이나 억새평원이 모두 능선 상에 있는 게 특징. 이 때문에 화엄벌 억새군락은 신불평원에 비해 면적은 작아도 광활한 느낌을 주며 억새꽃이 장관을 이룬다. 다만 정상에 군부대가 있어 돌아가야 하는 불편이 있다. 억새는 이미 만발했으며 10월 하순부터는 단풍도 함께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천성산은 여러 방면에서 오를 수 있는데 화엄벌 억새를 보는 산객들은 주로 북쪽의 내원사 계곡에서 오른다. 억새밭이 있는 북서부의 화엄벌을 거쳐 정상을 지나 서쪽의 홍룡사 쪽으로 하산할 수도 있고 천성산 정상에서 제2봉을 거쳐 북쪽의 공룡능선으로 하산해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경기 포천의 명성산
명성산(923m)은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철원의 접경에 있는데 포천과 운천을 지나 4km 더 가면 나온다. 산자락에 산정호수를 끼고 있어 등산을 하며 호수의 풍광을 맛볼 수 있다. 태봉을 세운 궁예가 나라가 망한 뒤 슬픔에 젖어 이 산에서 통곡을 하자 산도 따라서 울었다고 해서 명성산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전설이 있다. 철원과 포천의 접경에 있기 때문에 명성산을 종주하려면 철원 갈말읍 강포리에서 시작해 산정호수로 내려오거나 반대 코스로 가면 된다. 억새군락은 산정호수에서 명성산 정상으로 가는 구간의 능선부에 있기 때문에 산정호수에서 정상까지 갔다가 신안고개로 내려와도 된다. 산정호수에선 완만한 경사지를 돌아서 오르게 되는데 중간에 나연폭포와 비선폭포 등룡폭포 등을 거치게 돼 이곳 산행의 맛을 더해준다. 강포리나 신안고개 코스에도 폭포가 있다. 명성산 정상에 서면 넓은 철원평야가 펼쳐져 시원한 느낌을 준다. 또 화악산과 국망봉 백운산 등도 한 눈에 들어온다. 올해 산정호수명성산억새꽃축제는 ‘내 마음의 풍경-억새 그리고 호수’라는 주제로 열린다. 개막일인 10월 11일에는 오후 4시 산정호수 조각공원 상설무대에서 개그맨 김용만의 사회로 각종 행사가 펼쳐진다. 올해는 아프리카 민속공연이나 안데스음악공연 등 외국공연단의 공연과 연예인 초청공연, 억새배 달집태우기, 억새 성인가요제 등의 프로그램 등이 마련돼 있다. 또 명성산 억새밭에서는 억새밭 작은 음악회, 억새밭 바람개비 동산, 억새밭 빨간 우체통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다. 폐막행사는 10월 19일 오후 5시에 역시 산정호수 조각공원 내 무대에서 펼쳐진다. 포천 여행에선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는데 이동갈비와 막걸리 등이 유명하다. 포천 명문가든 등 이동갈비 전문점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산정호수 관광지부 (031)532-6135 / 등산 안내 (031)538-3341, 538-2343 한편 포천에선 10월3일부터 5일까지 포천인삼농협 광장에서 개성인삼축제가 열리므로 억새꽃축제 이전에 명성산을 가려면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인삼축제 기간 중엔 공인된 6년근 삼을 살 수 있으며 각종 인삼요리 경연대회나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전남 장흥 천관산
여러 봉우리들이 천자의 면류관처럼 우뚝우뚝 솟았다고 해서 천관산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천주봉, 관음봉, 선재봉, 대세봉, 석선봉, 돛대봉, 갈대봉 등 봉우리를 대기도 벅찰 정도다. 한편으로는 신라 때 김유신과 사랑을 나눴다는 천관녀가 숨어 살던 곳이라는 전설도 있다. 산의 정상에 서면 남쪽과 동쪽으로 다도해의 아름다운 경치가 그림처럼 펼쳐지며 날씨가 좋을 때는 바다 건너 한라산까지 보인다. 바닷바람이 거센 만큼 억새는 겨우 무릎에 닿을 정도로 키가 작은 것이 특색. 정상인 연대봉에서 구정봉까지 능선을 따라 10리길이 억새로 넘실댄다. 천관산은 고흥반도를 마주보고 있다. 장흥에서 23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달리다 관산을 거쳐 들어간다. 충남 광천 오서산 오서산(790m)은 젓갈로 유명한 광천에 있다. 바다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내륙의 웬만한 산 못지않은 높이를 느낄 수 있다. 광천읍 상담마을에서 정암사를 따라 들어가면 등산로로 연결된다. 정암사는 백제 무왕 때 창건된 유서 깊은 절로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절 오른쪽 계곡을 따라 오르면 계곡으로 가는 길과 능선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능선길이 편하고 서해바다까지 바라볼 수 있어 좋다. 능선 길을 40~50분 정도 오르면 주능선에 도달한다. 이곳부터 정상까지 억새밭이 펼쳐져 있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등산로에 이따금 기암괴석이 나타나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광천에선 10월9일부터 12일까지 광천토굴새우젓축제도 열리므로 억새를 보면서 김장용 젓갈까지 구할 수도 있다. 갈대의 추억 억새가 산에서 피는 것과 달리 갈대는 강가나 습지 바닷가에 자란다. 억새꽃이 붉은 색을 약간 띤 흰색에서 은백색으로 변하는 것과 달리 갈대는 잿빛 꽃이 점차 누르스름한 색으로 바뀐다. 또 사람 키를 넘을 만큼 크게 자라는 게 일반적이다. 습지에서 자라기 때문에 갈대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제방 둑에서 갈대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거나 갈대숲 사이에 설치된 데크를 이용해 접근할 수 있다. 갈대가 가장 유명한 곳은 부산의 을숙도. 낙동강 하구로 유명한 철새도래지이기도 하다. 전남 순천만이나 보성만 일대, 충남의 천수만 일대도 갈대가 만발했다. 이곳은 특히 바닷물이 들어오는 곳에 갈대가 자라는 게 특징. 전남 순천만은 특히 낙조가 유명한데 갈대숲과 더불어 최근 사진 포인트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을숙도와 함께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천수만 역시 갈대를 보면서 탐조활동도 할 수 있는 곳이다. 한강이나 임진강가의 갈대도 최근 점차 이름을 높이고 있다. 중랑천변이나 잠실 반포 등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엔 억새도 많이 자라기 때문에 구분이 필요하다. 여의도 샛강이나 자유로를 따라 이어지는 한강변엔 갈대가 무성한데 특히 자유로를 따라 가다보면 이따금 노루나 고라니까지 발견될 정도로 이곳은 생태계의 보고로 부상했다. 한강 남쪽에 있는 강서지구의 갈대숲도 장관이다. 임진강가나 임진각 근처에서도 갈대숲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46호(08.09.29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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