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19구간
배내고개(09:45)~배내봉(10:20)~간월산(11:25)~간월재(12:10)~신불산(12:50)~영축산(13:35)~지경고개(16:10)~통도사IC(16:45)
ß 소요시간: 7시간
ß 소요거리: 15.6KM
ß 산행일자: 2004년 08월 20일(금) 흐리고비
ß 참여인원: 35명
태풍 메기가 많은 비를 뿌리고 지나간 자리에는 수많은 이재민의 한숨만이 남아있다. 다행히 메기는 전날 동해안을 거쳐 한반도를 빠져 나간 후라 19차 낙동 정맥 탐사길을 이어가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으나 그리 마음이 유쾌하지 마는 않다. 그러나 영남 알프스의 대 평원을 걷는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을 감출수는 없다. 장쾌하게 뻗은 대 평원에 선 기분은 어떨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길눈 밝기로 누구나 인정하는 김진석 기사도 고속도로 에서 길을 잃어 약 30분을 초과하여 배내 고개에 도착한다. 구비 구비 깊은 골을 형성하고 있는 배내골은 옅은 안개에 싸여 그 깊이를 더 하고 있다. 깊이를 알수 없는 첩첩 꼴짜기에 사람의 흔적이란 찾아볼수가 없다. 하얀 배꽃을 볼수 없는 여름 배내골은 그냥 첩첩 산중일 뿐이다.
배내봉 으로 오르는 초입에서 포장마차 아주머니가 설거지 물을 부시며 걱정 스러운 눈길로 탐사팀을 맞는다.
새벽녁 에 비가 와서 길이 미끄러울 거라며 조심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잔 돌무더기 길을 조금 오르자 바로 좌측 능선으로 접어든다.
등산로는 비에 흙이 씻겨 내려가 돌이 드러난체 골을 형성하고 있다.
배내봉 오르는 길은 다소 힘든 급경사 구간이다. 깊이 패인 등산로에 계류인양 물이 흐른다. 빨갛게 핀 물봉선화와 산수국이 흐르는 물 옆에서 자맥질을 하듯 살랑댄다. 헬기장 하나를 지나 바로 배내봉에 오른다.
까만 대리석으로 세워진 표지석이 밋밋하다. 봉우리에서 짧은 휴식을 갖는다.
간월산 오른는 길은 멀고 험하다.
배내봉 에서 꼬박 한시간을 걸어야 오르는 산, 다소 거친 숲과 바위가 곳곳에 산재해 있어 한번에 오르기에는 다소 무리이나 선두는 행진을 멈추지 않는다. 대열에서 빠져 능선 좌측으로 트인 직벽 위로 올라 보지만 안개에 싸인 세상을 가늠 할수는 없다.
힘이 드는지 안내산행으로 참석한 몇몇 분들이 배낭을 벗어놓고 숨을 돌리고 있다. ‘가지가 사방으로 뻗은 넓직한 소나무 밑에서 한번 쉬어 갔으면 좋으련만...’ 속으로 혼잣말을 중얼대며 선두를 따른다.
간월산 정상 암릉위에 오른다. 올라오는 사람마다 입이 닷발이 나와 씩씩댄다.
중간에서 한번 쉬어야지 이런 고바위를 계속 치고 올라오면 어떻게 하냐고
볼멘 소리가 이어진다.
등반대장의 계획은 배내봉에서 간월산, 간월산에서 신불산, 신불산에서 영축산이 대략 50분거리 이기에 한구간씩 잘라서 오르려 했던것이 다소 무리가 있었다는 얘기다.
여하튼 간월산 정상에서 점심시간을 갖는다. 안개는 더욱 짙어져 사방 50M 이내의 시야만이 확보되고 저 아래 간월재에서 신불산과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대 평원의 모습이 눈에 잡히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다. 식사후 팀장님의 의견에 따라 A팀과 B팀으로 나누어 정맥팀인 A팀이 먼저 출발을 서둔다. 대략 나누어진 인원이 19:16이다.
영축산에서 B팀은 통도사로 하산길을 잡을 것이다.
등반대장은 맹물님이 후미는 정찬구님이 팀을 이끌 것이다.
12:10 간월재에 도착한다. 넓은 임도가 시원하게 뻗어있다.
답답하게 눈앞을 막고있는 안개 때문에 광할하게 펼쳐진 평원을 감상할수 없어 마음이 아프지만 여름 뙤약볕을 만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적잖은 위안을 삼는다. 신불산을 오른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길, 길 좌우로 펼쳐진 파릿한 억새밭이 출렁인다. 가을에 은빛 억새바다의 장관을 연출 한다는 신불평원에 지금은 안개 만이 자욱하다,
능선위에 헐벗은 소나무 한그루 섬 처럼 부유한다.
간월재를 출발한지 약 40분만에 신불산 정상에 도착한다.
여러명의 등산객들이 쉬거나 사진을 찍고 있고 요새처럼 돌로 쌓아올린 매점에서 몇가지의 먹거리들을 팔고있다.
몇 컷 기념사진을 남기고 서둘러 영축산을 향한다.
영축산은 그동안 취서산 또는 영취산으로 잘못 알려져 왔는데 ‘사람과 산’지에 의하면 영축산은 인도 마가다국 왕사성의 동쪽에 있는 산으로 이 산에서 석가모니가 불법을 설파하였다는 것이다. 통도사 뒷산인 영축산도 일종의 불교적 지명으로 영취산으로 읽지 않고 불교식인 영축산으로 읽어야 맞는다는 얘기다.
수십만평의 억새 평원이 좁은 시야에도 몸으로 느껴진다.
영축산 정상은 거대한 바위다.
잠시 정맥길을 못찾고 주춤댄다. 동쪽으로 난 숲길로 길을 잡는다.
내려서자 마자 거대한 암릉이 길을 막는다. 아랫쪽으로 길이 있으나 우회로라 생각하고 바위 능선을 탄다.
아뿔사! 바위는 더 이상 길을 내 주지 않고 끊겨 있다.
“대야산이 아니면 그대로 내려가” 뒤에서 호기있게 소리치는 그라제님.
몇걸음 뒤돌아와 살펴보니 배낭과 스틱을 벗어 놓은체 황대장님이 적당한 높이의 바위밑을 내려서고 있다. 뒤따라 내려 우회로로 들어 서려고 하는데 발 디딜곳 없는 가 파른 바위 위에서 그라제님이 내려 갈수 있냐고 물어보고 있다. “어휴, 거기는 못 내려 오니까 돌아서 이쪽으로 내려와요.”
하산길은 거의 너덜지대에 까까운 급경사 돌길이다. 자칫 뒷 사람의 발길에 채인 돌이 굴러 위험한 상황을 연출할 정도다.
아니나 다를까 앞에서 머리통 만한 돌이 아래를 향해 가속을 붙이고 굴러가고 있는게 아닌가. 뒤에서 보던 나는 나도 모르게 “돌 돌 돌”을 크게 외쳤고 선두에 섰던 황대장님과 김총무님이 화들짝 놀라며 잽싸게 옆으로 피해 위기상황을 모면했다.
그런데 그 피하는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두 사람은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는데 위에서는 한 바탕 웃음자치가 벌어진다.
비가 내려 맛이 밋밋한 약수를 한 모금 들이키고 바위 위에 쌓여진 돌탑을 지나고 취서산장도 지난다.
길은 임도와 정맥길이 만나며 계속 이어진다. 임도를 따르다 우측 아래로 뚜렷히 난 정맥길로 접어든다.
육중한 쇠철문이 굳게 닫혀있는 삼남목장 입구를 만난다.
목장 아래 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있는 골프장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목장 초지를 지나 우측 숲으로 진입한다.
튼튼하게 살찐 소가 소나무에 메어져 있는체 이방인의 침입에 골이나 콧김을 씩씩 불어대고 있다. 소나무 숲 앞 도로를 지나 잡목 숲을 통과하자 넓은 콩밭이 나타나고 우측으로는 롤러 코스터의 붉은 레일이 공중에 원을 그리고 있다. 통도 환타지아다. 안개비가 뿌리고 있는 날씨에도 아랑곳 없이 롤러 코스터는 돌아가고 가끔씩 들려오는 비명소리를 뒤로 한체 바쁜 걸음을 서둔다.
35번 국도에 접어든다. 대열은 자연스럽게 길 양쪽으로 갈려 행진 대형을 이룬다. 마치 국토 순례단이 된 기분이다.
진부령 황태집앞 좁은길을 지나쳐 오일뱅크 주유소를 지나 도로를 건너 잠시 오르자 현대 자동차 양산 출고센터가 우측으로 보인다.
도로를 따라 약50M 정도 걷자 울산과 양산의 경계지점인 지경고개에 이른다. 정맥길은 산고루 식당앞에서 도로를 버리고 우측 능선으로 접어든다.
죽은 소나무가 유령 처럼 서있는 숲을 지나 내려서자 푸른 잔디가 미끈하게 깔려있는 통도 컨트리클럽 14홀이다. 몇명의 골퍼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길을 물어 16홀을 지나 골프장 입구를 지난다. 애초에 게획된 공원묘지 까지의 탐사 여정을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통도사 IC에서 마감 하기로 한다.
IC 앞에서 죽치고 앉아 통도사 에서 B팀을 태우고 올 버스를 마냥 기다린다. 흩뿌리는 안개비는 젖은옷을 다시 적시고 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