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의 정겨움을 더해 주던 강낭콩
강낭콩은 지역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불리는데, 중북부 지역에 주로 많이 심는 키 작은 종류는 강낭콩 또는 앉은뱅이강낭콩이라 하며, 경남북도와 강원도, 충청도 이남에서 재배되는 넝쿨강낭콩은 울콩·울양대·덩굴콩·울타리강낭콩으로 불려지고 있다. 숙기에 따라서는 빨리 익는 두몰콩·두벌콩·하지양대가 있고, 늦게 익는 서리강낭콩이 있다.
키 작은 강낭콩이 충청도 이북 지방에서 많이 재배되어 왔던 것은 감자밭에 간작하는 재배법과 강낭콩 수확 후 김장채소를 심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일 것으로 생각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넝쿨강낭콩보다는 키작은 강낭콩이 숙기가 짧은 이점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풋것은 까서 밥에 두어 먹고, 익은 것은 계피를 내어 설탕가루를 첨가하여 떡고물로 쓰면 제격이다. 다른 콩보다 탄수화물의 함량이 훨씬 높아서 밥에 두어 먹으면 잘 퍼지고 밥맛이 난다.
넝쿨강낭콩은 울타리에 드문드문 올려서 꽃도 보고 이따금 따서 밥에 두어 먹으니 넓은 땅이 필요 없다. 서리 올 때 따먹는 서리강낭콩은 햅쌀밥에 두어 먹어도 그 멋이 일품이 아니던가.
강낭콩의 단백질 함량은 31%정도인데, 단백질을 조성하고 있는 아미노산 조성은 고기와 비슷하고 보통 방법으로 가공하여도 75% 정도가 흡수된다. 탄수화물, 플라보노이드, 스테린, 유기산, 비타민, 아이소플라보노이드 성분 속에는 파세올리신, 파세올린, 이소플라빈, 키에비논 등이 있어서 이 서운들은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키 작은 강낭콩>
우리 나라는 인구에 비해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땅의 면적이 좁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좁은 땅을 가장 유용하게 쓰는 방법으로 부룩을 치는 간작법과 일 년에 한 밭에서 곡식을 두 번 거두는 이모작법을 이용해 왔다. 강낭콩과 감자가 바로 이런 재배법에 있어서 제대로 된 궁합이라고 할 수가 있다
감자는 3월 하순에서 4월 상순에 심고 6월 하순에서 7월 상순에 수확을 하는데, 강낭콩은 5월중에 감자밭 고랑에서 40일 정도의 기간 동안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재배법에 맞추어 작물이 선택되고 품종의 특성이 선발되어 내려오면서 고정된 것이 바로 지금의 토종이다.
40cm 내외의 작은 키에 10cm도 더 되는 긴 꼬투리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빨강강낭콩을 잎과 꼬투리가 노르스름한 색으로 변할 즈음 뽑아다가 한 꼬투리씩 까면서 시골의 아낙들은 바쁜 중에서도 행복감을 맛본단다. 쌀이 조금 섞인 보리밥에 드문드문 들어 있는 강낭콩은 파삭파삭하면서도 특유한 향과 맛이 난다.
<여러 가지 흰강낭콩>
흰 빛을 띠는 넝쿨강낭콩은 100알의 무게가 20g 미만인 소립종과 30g 정도인 중소립종, 80여g이나 되는 대립종이 있다.
떡콩이나 흰양대는 소립종으로 껍질이 우윳빛처럼 희다. 5월 초순에 심으면 비닐 하우스를 넘어 긴 덩굴을 뻗고, 서리가 내리기 전에 한 포기에서 다섯 홉은 수확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가늘고 긴 꼬투리가 많이 달린단다. 또 7월 중·하순에 심으면 덩굴이 많이 뻗지 않고 중간 아랫부분에 달린 것을 수확할 수 있어서 밭에 심는단다. 시장에서도 떡고물용으로 인기가 좋아서 한 되에 다른 콩보다 두 배의 값을 쳐서 받는다.
콩알의 크기가 중간 정도인 흰 강낭콩은 흰울양대, 서리동부나 유두콩 등은 이들이 콩알의 색깔이 희면서도 서리가 올 때 수확하므로, ‘서리동부’라고 불렀지만 여기서 ‘동부’라고 한 것은 실제로는 동부가 아니고 ‘강낭콩’이다.
<넝쿨강낭콩의 일종인 홑팥>
껍질 색깔이 짙은 살색이면서 종자의 모양이 둥근 직사각형(5x8mm)으로 납작하면서도 작은 종자를 ‘홑팥’이라고 불리는데 분명 넝쿨강낭콩에 속할 이 재래콩을 왜 홑밭이라고 불렸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팥의 쓰임과 같이 덕고물이나, 밥에 두어 먹었기 때문이 아닌지.
다만 껍질의 색이나 종자의 모양이 강낭콩으로서는 조금 특이한 편이었다. 껍질 색은 온실에서 처음 수확한 것은 연한 살색이었는데, 시일이 지날수록 붉고 진한 살색으로 변해 갔다.
-풋풋하고 깊은 맛을 더하는 동부
햅쌀에 푹 삶은 보리쌀을 놓고 풋동부를 까서 지은 밥은 시골이 아니면 맛보지 못하는 진미이다. 동부는 역시 식량으로서보다는 그 맛을 취하기 위해 심어 왔던 작물이다. 밭에 콩이나 고추를 파종하고 나면 그 짬을 이용해 밭둑이나 울타리 밑 등 빈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작물이다. 동부는 품종이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덩굴성이어서 밭을 이용하기보다는 울타리나 밭둑이 제격인 것이다.
동부는 ‘양’보다 ‘맛’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품종의 육종이 전혀 이루어진 바 없다. 때문에 지금 시골의 아주머니, 할머니가 심고 있는 동부는 옛날부터 그대로 내려온 순수 토종이다.
어금니동부와 색깔이 비슷하면서도 모야이 조금 구부정한 굼벵이동부는 동부 중에서도 제일의 맛을 자랑한다.
동부는 노랑나비같이 생긴 예쁜 꽃이 피는데, 숙기로 보아 두 번 심어 먹을 수 있는 두번동부가 있고, 조숙종인 유월동부·올동부·봄동부, 늦게 따먹는 서리동부가 있다. 또 모양으로 보아서는 굼벵이동부·기생동부(야생종)·각시동부·어금니동부 등이 있고, 껍질 색깔에 따라 이름 붙여진 백색동부·검은동부·검정동부·검정눈백이·흰양대·붉은양대·개파리동부 등이 있다.
개파리동부는 껍질색이 연한 살색 바타에 진한 흰색 점이 박혀 있고 맛이 특히 좋아서 추석에 송편소로 즐겨 먹는다.
흔히 동부를 광쟁이·광저기·양대라고도 하는데, 양대는 경북 지방에서 부르는 강낭콩의 사투리다. 우리 나라에는 꽤 많은 지방종이 존재한다.
<동부의 조상인 새동부>
우리 나라에서 재배하고 있는 동부의 기원지는 동남아시아와 중국 남부인데, 우리 나라 수원 이남의 각지에서 드물게 동부의 야생종인 새동부가 발견된다. 검은색 바탕에 흰 눈을 하고 있는 새까만 새동부는 녹두알 정도 크기로 연한 하늘색의 꽃을 피우고, 꼬투리가 가늘고 작지만 하늘을 향해 거의 곧게 서 있으며 잎은 보통의 동부와 똑같이 생겼다.
해마다 길가나 밭둑에서 저절로 나는데 맛이 없어서 먹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도 돌동부나 개동부라고 부르고 있었다.
-떡고물에는 단연 팥
팥도 콩과 같이 그 품종명이 다양한데 대부분이 색깔이나 심는 시기, 익는 시기에 따라서 붙여진 이름들이다. 또 지방에 따라 그 어미의 변화를 보이는 것이 많아 재미있다.
우선 색깔에 따라서는 붉은팥(적두팥, 빨간팥), 검정팥(묵팥), 흰팥·노랑팥(황색팥), 자청팥·색깔쟁이팥·개구리팥·갈가마귀팥·제비팥 등이며, 심는 시기에 따라서는 아무 때나 심어도 좋다는 두루팥, 맥류 수확후 파종하는 그루팥이 있고, 익는 시기에 따라서는 40일팥, 50일팥이 있는데, 시나리팥·쉰날거리팥·순알거리팥으로도 tM이니 그 이름들을 모두 모아놓지 않고서는 ‘시나리’나 ‘순알거리’가 무슨 뜻인지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팥의 배꼽이 크고 희어서 이팝(쌀밥)과 같은 느낌이 든다 해서 이팥으로 불리는 품종도 있으며, 밀이나 보리를 베기 전에 그 고랑에 심는 대우팥을 경북에서는 끌팥 또는 껄팥이라고 한다.
팥은 전분이 34% 정도나 많지만 침 속의 소화효소인 디아스타제의 적용을 받기 힘들어서 소화가 잘 되지 않는 편이다. 단백질도 20% 내외로 많은 편이지만 영양가는 콩의 1/5 정도이다. 팥의 전분은 괴분상으로 세포섬유에 싸여 있기 때문에 혀에 독특한 감촉을 주며, 삶아도 전분이 풀 모양이 되지 않는 장점이 있어서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좋아했던 떡고물이나 송편의 속 등으로 없어서는 안 될 작물이었다.
팥을 처음 육종하기 시작한 것은 1916년 경이며 주곡작물이 아니었으므로 신품종이 두세 품종 있긴 하지만 많이 육성, 보급되지 않았다. 덕분에 우리의 토종은 지금도 많지는 않지만 곳곳에 널리 분포되어 있어 토종을 수집하여 보존코자 하는 당사자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배가 하얀 갈가마귀를 닮은 갈가마귀팥>
갈가마귀팥은 팥의 색깔이 검은 바탕에 흰 색깔로 알록달록 무늬져 있는 모양이 얼핏 배의 색깔이 하얀 갈가마귀를 연상케 한 데서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그러나 경기도 지방에서는 개구리 같다 하여 개구리팥이라고 부른다.
<산비탈에서도 잘 자라는 산달팥>
‘산달’이란 산이 있는 곳, 산으로 된 땅, 산지라는 말로 산달팥은 산비탈과 같이 좋지 않은 땅에서도 잘 되는 팥이라는 의미로 이름지어진 것 같다.
흰 색깔의 흰팥이나 연한 회색을 띠는 물팥과는 달리 연한 옥색을 띠는 산달팥을 보노라면, 그 옛날 조용한 시골에 살던 곱고도 청초한 색시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산달팥은 다른 팥보다 수량은 다소 떨어지지만 껍질이 짙지 않아서 계피 내기가 쉽고 맛있을 뿐 아니라 바쁠 때는 일하기 편해 좋다고 한다.
<부루빼기, 가래팥, 물팥>
보리나 밀, 조를 수확하기 전에 골 사이에 간작으로 뿌리는 팥을 경기도 지방에서는 부루빼기라고 하며, 경사도에서는 끌팥 또는 대우팥이라고 한다. 또 보리, 밀을 베고 나서 하지 지나 후작으로 심는 것을 그루팥 또는 골팥이라고 한다.
부루빼기는 크기가 중간 정도인 붉은 팥으로 적두팥이라고도 한다. 부루빼기는 표준말인 ‘부룩(을) 박다’ 즉, 곡식을 심은 사이사이에 드문드문 더 심는 팥이라는 뜻에서 ‘부룩배기’가 되고 다시 ‘부루빼기’로 변화된 것으로 보인다.
가래팥은 조밭에 심는 잿빛팥인데, 맛이 좋고 수량이 많아 인기지만 시장에서는 부루빼기의 인기가 더 좋다. 물팥은 알이 굵은 편이며 팥의 껍질색이 살색이면서 배꼽이 길고 희다.
<서로 다르면서도 닮은 부부, 말팥과 외팥>
알맹이가 굵고 붉은색에 배꼽은 희고 날씬하여 알맹이 크기에 비해 작은 말팥이다. 외팥은 알이 작고 날씬하며 배꼽은 희고 길며 말팥보다 조금 폭이 넓지만 아주 예쁘게 생겼다. 외팥은 넝쿨성이서 무엇이든지 포근히 잘 감쌀 줄 알고 꼬투리 수가 많아서 다산성이다.
말팥은 바구미가 근접을 못한다. 또 부부처럼 서로 닮은 점은 둘다 예쁜 노란 꽃이 피고 알맹이 껍질이 붉고 다른 품종들보다 늦어서 9~10월 경에 성숙이 된다는 점이다. 서로가 다른 점이 많으면서도 또 비슷한 점이 통하는 천상 배필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하얀팥과 검정팥>
하얀팥은 붉은팥이나 잿팥보다 팥고물 만들기가 쉽다고 한다. 우리 나라 팥의 낟알 색깔의 변이는 크게 단색과 얼룩빛으로 나뉘는데 단색이 67% 정도로 많다. 단색 중에는 적색, 백색, 녹색, 흑색, 등황색 등인데 적색이 가장 많다. 적색은 47%이고 백색은 12%, 검정색은 3% 정도였는데 근래에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얼룩빛은 적색 바탕에 작은 검은 점, 배색 바타에 커다란 검은 반점, 그리고 회록색 바탕에 작은 검은 점이 있는 것 드이 있다. 농민들이 한결같은 말에 의하면 붉은색 큰팥은 시장에서 값이 비싼 데 비해, 맛이 덜하고 회록색 바탕에 작은 검은 점이 있는 잿팥은 값은 싸지만 맛이 좋아서 집에서 먹으려고 심는단다.
검정팥은 전국적으로 쉽게 찾아보기가 어렵다. 검정팥을 잘 심지 않는 이유는 팥고물을 내릴 때 껍질이 들어가 검은색을 띠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청포묵과 빈대떡을 그립게하는 녹두
‘녹두밭은 웃머리다’라는 전북 지방의 녹사 속담이 있다. 녹두는 초세가 강하고, 토질을 가리지 않고 잘 되기 때문에 같은 밭에서도 제일 위쪽에 있는 척박한 곳에 심는다는 말이다. 또 팥보다 만파에 견디는 힘이 더욱 강해 귀한 식품으로서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
녹두는 예부터 심어 내려온 전설적인 작물로, 팥이나 콩과 같이 전국적으로 심어 왔었지만 대체적으로 경기, 충남, 전북 등 서부 지방에 많이 심었고, 팥은 경북 지방에서 가장 많이 재배해 왔던 것 같다.
토종인 조선녹두는 54%가 탄수화물이며 단백질이 26%, 지방이 0.7%이고 그 외 비타민과 미량의 영양소가 들어 있다.
고려 시대의 의학서인 [향약구급방]과 조선 시대의 [동의보감]에 ‘녹두는 그 성질이 냉하고 맛은 달며 무독한 식품으로 기력을 보태 주고 열독을 제거하며 종기를 다스리고 술독을 제거한다’고 적혀 있다. 또 ‘녹두는 몸을 차게 하는 성질이 강해 저혈압이나 냉증이 있는 사람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녹두에 함유된 단백질과 전분은 보수력, 유화 능력, 기포 형성력 및 겔 형성력이 크며 투명성과 매끄러운 질감으로 해서 우리가 즐기는 녹두 빈대떡, 청포묵과 같이 맛있는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다.
<처음으로 발견한 야생종 ‘돌녹두’>
돌녹두(가칭)는 잎이나 꼬투리 등의 외형이 녹두와 비슷하고 녹두의 낟알에 있는 주름잡힌 그물 모양의 무늬가 특히 비슷하다. 그러나 종자의 색깔이 검은색이고 꼬투리가 가늘고 종자가 훨씬 작으면서 덩굴성이라는 특성이 녹두와는 사뭇 다르다. 즉, 우리가 식용으로 재배하지도 않으면서 저절로 났다가 저절로 죽어가지만, 없어지지 않고 그곳에서 계속 남아 있는 것이다.
{생활 속의 민간요법}
·녹두는 몸 안에 생긴 열독을 없애 주며, 염증성 질환을 소염시키고 숙취를 풀어 주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강한 해독 작용이 있기 때문에 약물중독을 쉽게 풀어 준다.
·약물중독에는 녹두를 갈아 생즙을 마시는 것이 좋으며, 약물중독으로 만성발진이 생긴 경우에는 녹두죽을 꾸준히 먹으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녹두는 피부 질환에도 효험이 있다. 땀띠에는 녹두가루를 뿌리고 수포나 농포가 생겼을 때는 녹두죽을 먹는 것이 좋다. 또 녹두는 여름철 무더위에 많이 나는 여드름과 종기를 고치기도 한다. [식료본초]에도 피부를 아름답게 하려면 녹두를 꾸준히 먹는 것이 좋다고 씌어 있을 만큼 피부 질환에 효과가 좋다.
·또 녹두는 열을 내리고 독과 종기를 풀어 주는 해독 작용과 해열 작용이 크다. 이 밖에도 갈증과 위장의 열 때문에 생기는 입 냄새를 없애 주며, 설사를 그치게 하고 소변을 원활하게 배설시키는 작용도 한다.
·그렇지만 저혈압이나 냉증이 있는 사람이 피곤할 때 먹으면 오히려 원기가 떨어지며, 성질이 차기 때문에 소화기가 약한 사람에게는 효과가 좋지 않다.
-콩 중의 왕 칼콩
꼬투리 한 개의 크기가 20~30cm나 되고 콩의 크기는 엄지손가락 한 마디만 하며 꼬투리의 모양이 칼과 비슷하여 칼콩, 작두콩이라고 불린다. 또한 크다 해서 임금콩, 장군콩이라고도 하고, 중국에서는 협검토, 역두 등으로 부르며 1m 내외로 자라며 곧바로 선다.
우리 나라나 동양에서 재배되어 오는 칼콩은 넝쿨성이다. 그 콩의 색깔이 분홍색과 흰색이 있으며 더러는 검정색도 있다고 한다.
칼콩은 열대아시아가 원산지로 열매 및 아열대 지역에 널리 분포하며 특히 인도에서 많이 재배되고 회교도가 많이 이용한다.
우리 나라에 칼콩이 들어온 연대는 잘 알려진 바 없으나 [본초강목]에 작두콩의 종류가 6~7종이 된다고 하였으며 오랜 옛날부터 씨를 먹기 위하여 각지에서 가꾸어 왔다고 한다.
작두콩 속에는 우레아제, 혈구응집소(당단백 PHA), 카나비닌이라는 아미노산, 농마, 단백질, 기름 등이 있으며 특히 혈구응집소인 콘카나발린 A는 비타민 A, B1, B2, M6, C 등이 들어 있다.
요즈음 종양세포에 대한 특수 작용이 있어 주목되고 있다고 한다. 선칼콩의 응집소는 각종 암치료제에 기인한 변형세포, 인체 임파선 세포의 변형에 대하여 응집이 강하나 상응한 세포의 독성은 생산하지 않고 기타 PHA에 기인한 세포의 독성을 약화시키며, 항암 작용이 있다고 한다.
흰칼콩과 붉은칼콩 그리고 검정칼콩 중에서 흰칼콩의 약효가 가장 크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축농증, 치질, 치조농루, 중이염, 종기 등 고름이 나오는 화농성 질병에 으뜸으로 꼽힐 만한 명약이란다.
그 밖에도 위장병· 딸꾹질· 구토에도 좋고, 작두콩으로 만든 된장이나 간장은 신장기능이 허약해진 경우와 편도선염에도 좋은 효과를 갖는다고 한다.
한편 종자 중에 있는 Canaqalin의 독소 HCN은 설사와 구토를 일으키므로, 삶아서 익힌 후 물 속에 두세 시간 담근 후 식용하는 것이 좋다.
진주의 한 칼콩 재배 농가인 용두농원은 1998년 1000여 평의 면적에 작두콩을 심어 보니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면서 생으로 삶아서 초고추장이나 된장, 막장, 마요네즈에 찍어서 반찬이나 디저트, 술안주로도 그만이라고 자랑을 하였다. 한편 차로도 사용이 가능하며 녹즙으로도 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암세포 분열을 막아 주는 감자
감자는 포기 전체가 시들고 곯아서 말라 죽는 역병과 바이러스에 잎이 제대로 크지도 못하고 오그라드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감자 종자를 적어도 2~3년에 한 번은 병이 없는 고랭지산 씨감자로 바꿔 심어야 수확을 많이 낼 수가 있다.
하지만 토종인 노랑감자와 자주감자는 적어도 170여 년 동안을 우리 농민들에 의해 재배되어 오면서 우리 환경과 기후 조건에 적응되고 또 여러 종류의 병해에 견딜 수 있는 방향으로의 무의식적인 선발이 이루어져 왔다.
토종인 자주감자나 노랑감자, 하지감자 등은 오랜 시간을 우리 나라의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남았기 때문에 병충해나 재해에 강하다. 해마다 제때에 심기만 하면 요즈음의 개량종보다는 수확량은 적지만, 풍년과 흉년의 차가 크지 않다. 저장성 또한 뛰어나 지하 움 속에 묻어 두면 다음 해 수확 직전까지도 먹을 수가 있다. 이런 이유로 우량한 새로운 품종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농민의 손에 의해 우리의 토종 감자들이 보존되어져 왔다.
가장 오래된 토종으로는 강원도 영원군 주천면의 자주감자와 영양군 석보면의 노랑감자와 흰감자, 그리고 성주 지방 등에서 재배되어 왔던 하지감자가 있다.
감자 특유의 성분인 솔라닌은 특히 자주감자의 껍질에 많은데, 감자가 빛이나 공기에 노출되어 녹색이 짙어지면 증가한다. 인체에 해를 주진 않지만 0.4g/kg을 초과하게 되면 중독 증세를 일으킨다.
솔라닌은 우리 몸 속에 있는 호르몬과 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에 세포의 유사분열을 막아서 암세포 분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세포 독성 작용이 있다. 또 병을 일으키는 곰팡이들을 억제하는 항진균 작용과 항균 작용을 하며 곤충을 쫓는 작용도 한다.
또한 감자는 칼륨의 보고로 식염을 지나치게 섭취하는 고혈압 환자에게 알맞은 식품이다. 칼륨을 많이 섭취하면 과량 섭취된 나트륨의 해를 경감시킬 수 있기 때문에 혈압 강하제를 오랫동안 복용해야 하는 사람들의 경우, 천연식품인 감자를 통해 칼륨을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
<신주처럼 모셔온 노랑감자>
토질을 가리지 않고 병충해에도 강하며 맛이 쫄깃하고 속이 노란, 그래서 그렇게 이름지어진 노랑감자, 추수한 다른 곡식들이 모두 동이 나는, 보릿고개를 넘을 때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찐감자는 쌀밥에 못지않은 귀중한 먹거리였을 것이다.
노랑감자는 아린 맛이 없고 쪄도 파삭거리지 않아 목이 메지 않기 때문에, 간식으로서 최고의 인기 품목이었을 뿐만 아니라 풋고추 따서 멸치를 조금 넣고 간장에 조리면 그 자체로 훌륭한 반찬이 되는 여름 한철 미각을 돋구는 별미이다.
<분이 많은 하지감자와 쫄깃한 맛의 분홍감자>
물기에 젖었을 때 분홍색 또는 엷은 자주색의 옷을 입고 있는 하지감자는 계란용으로 둥글면서 눈도 얕아 모양이 예쁘다. 하지 때나 되어서 논에 모를 내고 나서 캐게 되니 하지감자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 때 캐내어 바람이 잘 통하는 시원한 곳에 두었다가 땅 속에 묻어 겨울을 나면 이듬해 4~5월까지도 먹을 수 있을 만큼 저장성도 뛰어나다.
하지감자는 육질이 분질이면서 아린 맛이 전혀 없다. 그래서 주로 간식용으로 이용되었다.
분홍감자는 하지감자와 껍질색은 비슷한 편이지만 모양이 조금 갸름한 편이고 눈이 얕다. 분이 적어 쫄깃하고 맛있어서 새참이나 반찬으로는 그만이란다.
<토종 감자의 대명사 자주감자>
자주감자는 강원 지역에서 많이 재배되어 ‘춘천재래’라고 불렸고 1900연대 초기에는 각 동 널리 재배가 되었다. 현재는 춘천재래 외에도 자주감자의 지방종들이 30여 종이나 수집되어 대관령 고랭지 시험장에서 보존하면서 육종에 이용하고 있다.
{생활 속의 민간요법}
·감자에는 칼륨의 함유량이 밥의 16배나 된다. 칼륨은 체내에 있는 여분의 나트륨을 배출하는 작용을 하므로, 고혈압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다. 날감자를 갈아 낸 즙이나 감자수프를 꾸준히 먹으면 고혈압을 비롯하여 위궤양이나 신장병에 의한 부기에 효과가 있다. 다만, 만성 신장염으로 의사로부터 칼륨을 제한하라는 충고를 들은 사람은 먹지 않아야 한다.
·감자를 갈아 녹말을 약으로 쓰는 감자의 생녹말 요법은 위궤양 치료에 효과가 아주 뛰어나다.
·감자의 껍질과 싹눈을 깎아 버린 뒤 강판에 갈아 컵에 담아 놓으면, 앙금은 밑으로 가라앉고 위로는 붉은 물이 뜬다. 이때 웃물은 따라 버리고 앙금만을 긁어 아침마다 빈 속에 먹으면 위궤양 치료에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신장 기능이 강해지고, 소화 기능이 튼튼해지는 효과까지 볼 수 있다. 날마다 감자를 한 개씩 갈아 먹으면 된다.
·그런데 이때 싹이 난 부분에는 솔라닌이라는 독성이 있으므로 싹이 나거나 푸르게 변한 감자는 쓰지 말아야 한다.
·감자는 몸 안에 불필요하게 쌓인 수분을 없애 주는 역할을 한다. 태어날 때부터 물렁살을 타고난 사람이나, 병 때문에 온몸이 푸석푸석하게 부은 사람, 또는 별다른 이유 없이 자주 붓는 사람이 감자를 늘 먹으면 부기가 빠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위궤양에 감자에서 낸 생녹말이 좋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며, 타박상이나 화상에도 감자를 갈아 붙이면 상처가 가라앉는데, 특히 치질에 감자를 갈아 붙여 주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밖에 편도선염으로 목이 부어 몹시 아플 때 감자를 갈아 솜에 두껍게 펴 바른 뒤 붕대로 목에 감아 주면 염증이 잘 가라앉고, 성 관계가 지나쳐 기운이 빠졌을 때도 돼지콩팥에 감자를 넣고 삶아 먹으면 기력을 되찾을 수 있다
-아이스크림 색소로 각광을 받는 고구마
고구마는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모든 작물 중에서 가장 높아서 헥타르 당 부양가능 인구가 쌀의 2배 정도인 24.6명이나 된다. 또 고구마는 건조하고 척박한 곳에서도 잘 되고 병충해에도 잘 견디며 안정성이 높다. 그 용도도 식용, 사료용, 주정용, 공업용, 식용색소 등으로 다양하며, 특히 지상· 지하부까지 모두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미항공우주국에서는 우주 내에서 공해산물이 가장 적은 작물로서 개발 연구가 활발하다고 한다.
고구마를 자르면 하얀 우유 같은 액체가 나오는데, 이것은 ‘세라핀’이라는 성분이다. 이 성분에는 완화 작용이 있어 장을 청소하는 역할을 한다.
그 밖에도 고구마에는 야맹증이나 시력을 강화시켜 주는 카로틴이 들어 있고, 칼륨도 많아서 여분의 염분을 소변과 함께 배출시키므로 고혈압을 비롯한 성인병에 좋다. 다만 너무 많이 먹으면 가스가 차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간식으로 또는 보리나 쌀과 섞어서 밥을 지어 먹기에 제일 좋았던 해남 물고구마를 이제는 어느 농가에서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모양이 갸름하고 골이 없으며 크기가 작은 편에 속하는 해남 물고구마는 밤고구마와는 달리 감미가 있으면서도 점질성이어서 주로 간식용으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또 증절간 고구마로 먹거나 수확 후 저장하여 겨울철에 고구마의 전분이 당화된 다음에 날로 깎아 먹으면 그 맛이 밤맛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다른 영양 번식 작물도 비슷하겠지만 재래종 고구마가 많지 않은 것은 품종 간 상호 교잡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뿌리로 번식하므로 품종의 분화가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생활 속의 민간요법}
·나이가 들면 장 기능이 떨어지고 몸 안의 수분이 마르면서 젊었을 때와는 달리 배변도 점점 어려워진다. 이처럼 배변이 원활하지 못해 변비나 설사에 시달릴 때 좋은 먹거리가 고구마다.
·설사나 변비는 서로 반대되는 현상 같지만 결국 장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해서 생기는 증세들이다. 고구마는 장이 제대로 활동하도록 촉진하여 설사와 변비를 막고 고치는 작용을 한다.
·익히지 않은 날고구마를 자르면 그 자리에서 점액이 나오는데, 이것이 변비를 막아 주고 고구마에 든 섬유질이 배변을 촉진하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식품이라도 과식을 하게 되면 독이 되듯이 배에 가스가 차고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으니 하루에 200g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입맛에 맞게 삶거나 쪄서 먹는데, 삶은 것은 황달에 잘 듣고, 찐 것은 피로회복과 식용증진에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