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는시낭송 (문휘송, 최명숙, 박종순)
반달/ 윤극영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
계수나무 한나무 토끼 한마리
돛대도 아니달고 삿대도 없이 ~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은하수를 지나서 구름 나라로 ~
구름나라 지나서 어디로 가나 ~
멀리서 반짝 반짝 비치이는건 ~
샛별이 등대란다 길 ~을 찿아라
* 가을밤 / 윤석중
문틈에서
드르렁드르렁
"거, 누구요?"
"문풍지예요."
창밖에서
바스락바스락
"거, 누구요?"
"가랑잎예요."
문구멍으로
기웃기웃.
"거, 누구요?"
"달빛예요.“
*여름에는 저녁을 / 오규원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 멍석
멍석 위에는 환한 달빛
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
숲 속에서는 바람이 잠들고
마을에서는 지붕이 잠들고
들에는 잔잔한 달빛
들에는 봄의 발자국처럼
잔잔한 풀잎들
마을도 달빛에 잠기고
밥상도 달빛에 잠기고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밥그릇 안에까지 가득 차는 달빛
아! 달빛을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달밤 / 이화주
뜰 가득
맑은 마음 담아놓고
달님이 담벽에다 그림을 그린다.
잠이 든 나무 그려 좋고,
꿈꾸던 꽃들도 그려 넣고,
길가던 바람이 구경하면
그림 속 나무들이 깨어난다.
그림 속 꽃들이 춤을 춘다.
크레파스 없어 색칠 못 하던
달님이 활짝 웃는다.
* 중창단 “ 소향”
- If I need you
- 아름다운 사람
* 나는 왕(王)이로소이다 /홍사용
(낭송 장훈익)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님의 가장 어여쁜 아들, 나는 왕이로소이다.
가장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서…….
그러나 시왕전(十王殿)에서도 쫓기어난 눈물의 왕이로소이다.
"맨 처음으로 내가 너에게 준 것이 무엇이냐?"
이렇게 어머니께서 물으시면은
"맨 처음으로 어머니께 받은 것은 사랑이었지요마는
그것은 눈물이더이다" 하겠나이다. 다른 것도 많지요마는…….
"맨 처음으로 네가 나에게 한 말이 무엇이냐?"
이렇게 어머니께서 물으시면은
"맨 처음으로 어머니께 드린 말씀은 '젖 주셔요' 하는 그 소리였지마는,
그것은 '으아!' 하는 울음이었나이다." 하겠나이다.
다른 말씀도 많지요마는…….
이것은 노상 왕에게 들리어 주신 어머님의 말씀인데요
왕이 처음으로 이 세상에 올 때에는
어머님의 흘리신 피를 몸에다 휘감고 왔더랍니다.
그 날에 동네의 늙은이와 젊은이들은 모두 '무엇이냐?'고
쓸데없는 물음질로 한창 바쁘게 오고 갈 때에도
어머니께서는 기꺼움보다는 아무 대답도 없이 속 아픈 눈물만 흘리셨답니다.
발가숭이 어린 왕 나도
어머니의 눈물을 따라서 발버둥치며 '으아!' 소리쳐 울더랍니다.
그 날 밤도 이렇게 달 있는 밤인데요,
으스름 달이 무리 서고 뒷동산에 부엉이 울음 울던 밤인데요,
어머니께서는 구슬픈 옛 이야기를 하시다가요, 일없이 한숨을 길게 쉬시며
웃으시는 듯한 얼굴을 얼른 숙이시더이다.
왕은 노상 버릇인 눈물이 나와서 그만 끝까지 섧게 울어 버렸소이다.
울음의 뜻은 도무지 모르면서도요.
어머니께서 조으실 때에는 왕만 혼자 울었소이다.
어머니의 지우시는 눈물이 젖 먹는 왕의 뺨에 떨어질 때이면,
왕도 따라서 시름없이 울었소이다.
열한 살 먹던 해 정월 열나흗날 밤,
맨재더미로 그림자를 보러 갔을 때인데요, 명(命)이나 긴가 짜른가 보랴고.
왕의 동무 장난꾼 아이들이 심술스러웁게 놀리더이다.
모가지가 없는 그림자라고요.
왕은 소리쳐 울었소이다. 어머니께서 들으시도록, 죽을까 겁이 나서요.
나무꾼의 산타령을 따라가다가
건넛산 비탈로 지나가는 상두꾼의 구슬픈 노래를 처음 들었소이다.
그 길로 옹달우물로 가자고 지름길로 들어서면은
찔레나무 가시덤불에서 처량히 우는 한 마리 파랑새를 보았소이다.
그래 철없는 어린 왕 나는 동무라 하고 쫓아가다가,
돌부리에 걸리어 넘어져서 무릎을 비비며 울었소이다.
할머니 산소 앞에 꽃 심으러 가던 한식날 아침에
어머니께서는 왕에게 하얀 옷을 입히시더이다.
그리고 귀밑머리를 단단히 땋아 주시며
"오늘부터는 아무쪼록 울지 말아라."
아아, 그때부터 눈물의 왕은!
어머니 몰래 남 모르게 속 깊이
소리없이 혼자 우는 그것이
버릇이 되었소이다.
누우런 떡갈나무 우거진 산길로 허물어진 봉화(烽火) 둑 앞으로
쫓긴 이의 노래를 부르며 어슬렁거릴 때에,
바위 밑에 돌부처는 모른 체하며 감중련(坎中連)하고 앉았더이다.
아아, 뒷동산 장군 바위에서 날마다 자고 가는 뜬구름은
얼마나 많이 왕의 눈물을 싣고 갔는지요.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니의 외아들 나는 이렇게 왕이로소이다.
그러나 그러나 눈물의 왕!
이 세상 어느 곳에든지 설움이 있는 땅은 모두
왕의 나라로소이다.
* 대숲에 서서 /신석정
(낭송 백옥희)
대숲으로 간다
대숲으로 간다
한사코 성근 대숲으로 간다
자욱한 밤안개에 벌레소리 젖어 흐르고
벌레소리에 푸른 달빛이 배어 흐르고
대숲은 좋더라
성글어 좋더라
한사코 서러워 대숲은 좋더라
꽃가루 날리듯 흥근히 드는 달빛에
기적 없이 서서 나도 대같이 살거나.
*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성악가 김미현
* 내가 바라는 세상 / 이기철
(낭송 남기선)
이 세상 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 꽃모종을 심는 일입니다.
한 번도 이름 불려지지 않은 꽃들이 길가에 피어나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꽃을 제 마음대로 이름 지어 부르게 하는 일입니다.
아무에게도 불려지지 않은 꽃이 혼자 눈시울을 붉히면
발자국 소리 죽이고 그 꽃에 다가가
시처럼 따뜻한 이름을 그 꽃에 달아주는 일입니다.
부리가 하얀 새가 와서 시의 이름을 단 꽃을 물고 하늘을 날아가면
그 새가 가는 쪽의 마을을 오래오래 바라보는 일입니다.
그러면 그 마을도 꽃처럼 예쁜 이름을 처음으로 달게 되겠지요.
그러고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 꽃이 된 사람의 마음을 시로 읽는 일입니다.
마을 마다 살구꽃 같은 등불 오르고
식구들이 저녁상가에 모여앉아 꽃물든 손으로 수저를 뜰 때
식구들의 이마에 환한 꽃빛이 비치는 것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어둠이 목화송이처럼 내려와 꽃들이 잎을 포개면
그 날 밤 갓 시집온 신부는 꽃처럼 아름다운 첫아일 가질 것입니다
그러면 나 혼자 베갯모를 베고
그 소문을 花信처럼 듣는 일입니다.
* 완화삼(玩花衫) / 조지훈
- 목월(木月)에게
(낭송 조충현)
차운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리(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은 강 마을의 저녁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아래 공히 흔들리며 가노니 …….
* 나그네/박목월
- 술익는 강마을의 저녁놀이여 – 지훈(芝薰)
(낭송 이상구)
강(江)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三百里)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앙상블연주 (첼리스트 이현수/기타리스트 송기훈)
- 리베르 탱고
* 넬라판타지아
성악가 이은순
* 시와 춤
승무(僧舞) / 조지훈
공창배(오산문화원장) / 무용 (박정희)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훠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중국시와 노래 (오하라)
삼오칠언(三五七言) / 이태백
秋風淸 가을 바람은 맑고
秋月明 가을 달은 밝은데,
落葉聚還散 낙엽은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고
寒鴉捿復驚 겨울 까마귀는 쉬다가 다시 놀라는구나.
相思相見知何日 그리워하며 다시 볼 날이 어느 때 인지요?
此時此夜難爲政 오늘 밤 지금의 이 정을 어이할소냐.
* 달빛에 내 마음을 대신하네(월량대표아적심)
你问我爱你有多深 我爱你有机分
당신은 내게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물었죠.
我的情也真 我的爱也真 月亮代表我的心
내 감정은 진실되고, 내 사랑 역시 진실하답니다.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하죠.
你问我爱你有多深 我爱你有机分
당신은 내게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물었죠.
我的情不移 我的爱不变 月亮代表我的心
내 감정은 변치않고, 내 사랑 역시 변치않아요.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하죠.
轻轻的一个吻 已经打动我的心
가벼운 입맞춤은 이미 내 마음을 움직였고,
深深的一段情 教我思念到如今
깊은 사랑은 내가 지금까지도 당신을 그리워하게 하네요.
你问我爱你有多深 我爱你有几分
당신은 내게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물었죠.
你去想一想 你去看一看, 月亮代表我的心
생각해보세요. 보라구요.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하죠.
*합송시 (윤영화. 박경옥. 김순자. 이상옥)
* 옛날의 그 집/박경리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덩그레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국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이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거운 밤에는
이 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 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 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오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오
*국화옆에서 / 서정주
(주민참여 낭송 엄용숙)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궐리사 시낭송 자료.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