住居는 인간이 자연을 경작하여 자신과 가족의 번영을 도모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출발하는 하나의 물질적 문화요소로서 그 바탕에는 시대적 가치관이 담겨져 있다. 주거행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공통된 문화이지만 자연관의 차이에 따라 주거양식도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주거를 위한 자연의 조작 목적을 단순한 생존을 위한 기능 위주의 공간을 만드는 데 두었던 것이 아니라 기복 위주의 卜居行爲로서 이해되고 또 수행되어 왔다. 요컨대 한민족의 주거는 여러 가지 가치관과 민속신앙적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우리 특유의 복거론적 주거관을 형성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양택풍수론이다.
집터를 살피는 양택론은 대체로 세가지 분야로 대별되는데 형국론, 방위론, 命數論이 그것이다.
형국론은 풍수지리에 뿌리를 두는 것으로 주로 오행론에 따라 풀이되며, 방위론과 命數論은 거의가 周易에 근거를 두고 있다.
주역의 내용은 卦, 辭, 數로 크게 구분되는데, 卦는 방위론에 數는 命數에 해당하며 그것에 대한 해석과 풀이는 각각 辭에 의지하기 때문에 양택론에 있어서는 辭가 가장 중요한 내용이 된다. 일반 대중들이 신봉했던 陽宅論은 그 내용이 주로 방위론에 치중되는데 陽宅의 吉凶은 무엇보다도 집의 坐向, 向位, 方位에 의해 결정되어진다는 생각이다.
집이 무엇을 등지고 앉았는가 하는 坐位와 어디를 향해 바라보는가 하는 向位, 그리고 집이 자리한 지구상의 위도(緯度)로서 方位가 중요하다는 것으로 특히 어떤 房에 대한 집 중심에서의 방위는 그 房에 거주하는 사람의 길흉화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坐란 집을 어느 곳에 자리잡아 기대어 놓는가 이고 向은 집안의 주축이 무엇을 바라보고 있느냐 하는 것인데 보는 사람의 心象(image)을 좌우하는 것으로서 방위와는 의미가 다르다. 方位는 인간생활에 편의를 주는 태양의 움직임에 의하여 결정되는 向이며 시간성을 지니고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물리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의 양택풍수론에서 언급한 터잡는 방법을 보면 ‘擇里志’에서 말하길 「대저 집터 잡는 일에서 으뜸가는 것은 地理이며 다음이 生利이고 그 다음은 人心이며 그 다음이 山水인데 이 네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좋은 터라 할 수 없다.
地理가 아무리 좋아도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못하면 그 터는 오래 살 곳이 못되며, 生利는 비록 좋으나 地理가 나쁘다면 역시 사람이 살 장소로서는 적당하지 못하다.
地理와 生利가 다 좋다 하더라도 인심이 고약하면 더불어 살 만한 곳이 못되며 또한 부근에 아름다운 경치가 없어 성정을 도야할 수 없다면 그런 경관지가 있는 고장에 사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지리는 물론 풍수지리를 의미하며, 生利는 인간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경제적 물질적 재화를 말하는 것으로서 생산성과 교역에 중점을 둔 것이다.
또한 人心이란 당쟁이나 지방색을 포함한 사회적 환경에 관한 내용이고, 山水는 자연경관에 대한 심미적인 面을 의미한다.
홍만선의 ‘산림경제’에서는 집을 세우는 자리는 아무렇게나 정하는 것이 아니며, 風氣의 장취(藏聚)와 앞뒤로의 안온함과 집의 오랜 보존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였다.
《택리지》는 실제 전국답사를 통하여 드러난 居住 吉地를 제시해 주어 개인의 住居 뿐만 아니라 집단거주지로서 적당한 장소를 알려 주는 반면, 《산림경제》는 구체적인 陽宅立地의 조건과 吉凶을 제시해 주고 있다.
조선중기 이후의 陽宅은 일단 《택리지》에 의하여 住居吉地를 모색한 후, 구체적인 주택입지는 《산림경제》등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대로 건축하였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 한국풍수지리협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