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노력의 불충족에 관한 노래
인간은 머리를 써가며 살아야 한다.
그 머리가 인간에게 모자란다.
하기는 해보아라,
너의 머리 덕택에 적어도
이가 한 마리 살고 있으니
우리의 인생을 살아 가기에는
인간이 교활해도 모자라기 마련.
온갖 거짓말과 속임수를 인간은
결코 알아채지 못한다.
그래, 그저 계획이나 세워라!
그저 큰 빛이 되거라!
그리고 뒤이어 두번째 계획을 또 세워라!
그것은 둘 다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의 인생을 살아 가기에는
인간이 악독해도 모자라기 마련.
그래도 인간의 고매한 노력은
한가지 장점이다.
브레히트, ≪살아남은 자의 슬픔≫
2019년 여름 때쯤 초등학생 6학년 시절. 그날 나는 다른 날과 다를 게 없이 평범하게 무용 수업을 들으러 무용 학원에 갔다. 무용 학원 문을 열고 들어온 뒤 교실 창문 사이로 처음 보는 한국무용 전공 선생님께서 수업하고 있으신 게 보였다. 딱히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어차피 나는 한국 무용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탈의실에 가서 발레복으로 갈아입고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필 내 발레 수업을 담당하시는 선생님께서 그날 하루를 못 나오셔서 원장님께서 내 발레 수업을 진행하셨다. 원장님께서 해주시는 수업은 처음이라 처음으로 발레 수업이 긴장되었다. 원장 선생님께서 해주신 수업은 생각보다 즐거웠다.
발레 수업이 끝난 뒤 집에 가려 탈의실로 가려는 참에 원장님께서 나에게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말을 해주셨다. 선화예술중학교 한국무용 입시를 준비해 보는 거 어떠냐고. 나는 당황스러워 말이 안 나왔다. 물론 나와 동갑인 친구들이 예술중학교 입시를 하는 일이 부러워 무용에 대한 꿈을 꿔보긴 하였지만 내가 과연 입시가 한 달 남은 상황에 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한국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나에겐 큰 부담이었지만 나는 부모님과 며칠 동안 고민을 한 뒤 입시를 준비해 보기로 결정하였다.
첫 주는 친구들과 웃으며 수업을 듣고 여유롭게 한국무용에 대한 기초를 밤새도록 배웠다. 매일 샐러드와 닭가슴살로만 세 끼를 먹었지만 한 달만 이런 생활을 하면 해방이 될 거라는 생각에 참고 견디었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내 전공 반 친구들과 함께 웃음을 잃어가고 있었다. 무릎에는 멍이 새파랗게 들고, 근육통 때문에 일어나있기도 힘들었다. 한국무용 선생님께 혼이 나고, 선생님께서 스트레칭을 도와주시는데 그중에서 특히 유연성을 위한 스트레칭은 지옥 같았다. 다리를 의자에 걸치고 일자를 넘어서는 다리 찢기를 하는데 마음속으로 무용 입시를 하겠다고 한 내가 원망스러웠었다. 부모님만 보면 울음이 나왔다. 하지만 이런 고난을 거치며 나의 실력은 점점 늘어가고 있었다. 어느덧 한 달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모든 무용 선생님께서는 나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해주시고 전공 반 친구들과 가족이 된 거 같았다. 그 어린 나이에 살도 단기간에 10kg 넘게 뺐다.
선화예술중학교 실기 시험을 보러 학교 정문에 들어선 순간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온다니. 대기실에 앉자마자 학원 홍보용 인스타나 유튜브에서 본 실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입시를 준비하는 기간 죽도록 연습만 했기 때문에 기죽지 않았다.
예술중학교에 떨어졌지만, 후회 같은 건 없었다. 내가 도전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언젠가 실력은 향상된다는 말을 들어보기만 해보았지, 성공해 본 적이 없어서 몰랐다. 하지만 나는 무용 입시 과정을 겪고 나서 무언가를 도전하게 되면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해 볼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나는 무용 학원에서의 힘든 생활과 비슷하게 다른 고난을 이겨낼 수 있을 자신감이 생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때 이 일이 내 인생에서 큰 도전이 아닌가 싶다.
김나현 의정부광동고등학교 20104 mqmqpp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