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하동 포구를 걷는 남파랑길(#49-48)
2022년 8월 21일 (일) 날씨 : 맑음(가끔 구름) 기온 : 섭씨 28~35도
거리 : 24km 6시간 동행 : 16명
<경제 위기의 시작은 지금이다>
5월부터 7월까지 한반도를 뜨겁게 달궜던 가뭄은 많은 피해를 입히고 8월을 맞았다.
마른장마가 끝났다고 여겼더니 서울 강남에는 450mm의 물 폭탄이 쏟아지며 많은 차량들이 물에 잠기고 태풍에 버금가는 수해가 발생했다.
이젠 가뭄과 장마는 선택이 아닌 필연의 기상재해가 되어가는 시대가 되었다. 농작물 피해는 물론 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되고, 서민들의 삶은 자꾸만 힘들어진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식량 부족, 에너지 자원의 공급 부족, 원자력발전이 새롭게 각광받는 추세가 일어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라는 자원 강국과 무역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힘을 앞세우는 각국의 경제, 외교적 마찰 때문에 기업들이 이윤을 내기기 만만하지 않다.
삼성과 현대가 미국에 배터리와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지만 그 이익은 당장 나오지 않기에 중국과 러시아와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것을 줄이기는 어렵다.
지혜로운 정치력과 기업들의 다양한 경제적 타개책을 통하여 이 어려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국민들도 인내하고 아껴 쓰며 국가에서 마련하는 대책에 적극 동참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전라도 바닷가 광양 지나기>
남파랑길 여정이 해남 땅끝 마을을 출발하여 완도, 보성, 강진, 고흥, 여수, 광양을 지나 하동 포구에 이르렀다.
전체 90구간 가운데 42구간을 지났으니 거의 반을 지난 셈이다. 동해안 해파랑길과 달리 구불거리는 해안을 따라 걷는 여정이기에 느리고 지루했다.
빤히 보이는 바다 건너 마을이 제방을 따라 한참을 걸어도 상당한 거리라서 많은 시간이 걸렸다.
바다를 메워 농토와 공단이 생겨서 예전 바닷가의 경치를 볼 수 없는 점도 무척 아쉬웠다.
광양의 새로운 주거지역은 신도시의 윤곽이 아직은 덜 조성되어서인지 뜨거운 시멘트 도로를 걷는 지독한 땡볕 여정이 견기기 힘들었다.
이런 악조건에도 남파랑길 여정은 어느덧 섬진강 하구를 따라 하동을 향하는데 오늘의 걷기는 광양 포항제철 공단을 지나는 U자형 되돌림 구간이다.
백운 그린랜드에서 시작한 발걸음은 배롱나무로 조성된 골프장 둘레를 도는 길을 따라 대동 센득을 지난다.
예전 ‘큰몰’이라 불렸던 마을은 고기잡이와 김 양식으로 살던 마을이었다.
광양제철 굴뚝들이 보이는 해안을 따라가다 보면 POSCO 정문을 지나 태인교를 건너 동광아파트를 만나고 배알도로 향한다.
대동 센득 : 이 지역은 과거 대동(大洞 큰몰) 센득(細德) 마을로 주민 10여 가구가 고기잡이 배를 만들고, 김을 양식하며 살았던 장소이다. 대동 마을은 당시 금호도에서 으뜸되는 큰 마을이다 하여 ‘큰몰’로 불렀다.
우측에는 양도마을과 대동마을 학생들을 태금중학교로 통학시켜 주던 선착장이 있었다.
또한 금호동 호안도로 체력 단련장 끝 지점 울타리 경계에는 과거 똥섬이라 불리던 섬이 있었고, 그 옆의 선착장을 이용해 내동(안몰)마을과 도촌의 학생들이 통학했다.
과거 갯벌 지역에는 산죽(조릿대) 가지를 이용해 자연 포자 부착 방식으로 김을 양식했던 곳이다.
배알도는 섬진강 자전거길 종착점인데 예전 종주하러 왔을 때 놓던 다리가 완공되어 망덕포구와 수변공원을 연결하는 멋진 해상 보도교가 되었다.
배알도는 섬진강 하류에 있는 섬으로 예전에는 사도(蛇島), 뱀섬으로 불려왔는데 그 후 진월면 망덕리 외앙 마을 산정에 있다는 천자(天子 : 명당이 있다고 전함)에게 배알(拜謁)하는 형국이라 하여 배알도(拜謁島)라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섬 꼭대기에는 해운정(海雲亭)이 있다. 1940년 진월면장을 지낸 안산선 면장이 친분이 두터웠던 백범 김구 선생으로부터 친필 휘호를 받아 해운정(海雲亭) 현판을 걸었다.
해운정에서 바라보는 섬진강 하구의 아름다운 모습이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과 함께 멋진 풍광을 보여준다. 550리를 따라 달려온 섬진강이 남해와 만나고, 전라도 광양과 경상도 하동이 한데 어우러지는 정경은 누구에게나 푸근한 감정을 일게 한다.
<하동포구를 따라 섬진강변을 걷다>
배알도에서 인도교를 건너면 망덕포구이다.
전라남도 하동과 광양의 경계지역에 있는 섬진강 망덕포구는 전어축제가 열리는 계절이 되면, 광양의 랜드마크로 급부상하는 인기 절정의 관광지이다.
망덕포구의 유래는 광양만을 한눈에 파수(把守) 경계하여 지키다)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망뎅이'라 하였고, 이를 한자음을 빌려 '망덕'이라 하였다.
혹은 ‘왜적의 침입을 망보았다’는 데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전북 덕유산을 바라보고 있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옛사람들이 섬진강을 거슬러 다압, 구례, 곡성으로 가는 유일한 길목 역할을 했던 망덕포구는 섬진강 물길이 풍성한 어장을 형성해 깨끗한 생육 환경에 사는 대표적인 어종, 가을 별미인 전어 산지이다.
차지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전어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활어로 개발한 곳이라 어부들이 직접 운영하는 횟집이 즐비하다.
포구에는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이 있는데 윤동주 시인이 자필로 쓴 시집이 숨겨져 보존되었던 곳이다.
윤동주(1917~1945)는 1941년에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발간하려 하였으나, 일제의 탄압으로 좌절되었다. 이 유필 시집은 그의 친구인 정병욱(1922~1982)에게 증정되어 이곳에서 어렵게 보존되다가 광복 후 1948년에 출판되어 빛을 보게 되었다.
이 집은 정병욱의 부친이 소유했던 건물로, 양조장과 주택을 겸용한 건축물이다.
포구에 접한 망덕산은 호남정맥의 끝이다.
지리산에서 서쪽으로 뻗어 전라북도 장수군 주화산에서 시작한 산줄기는
마이산-만덕산-내장산-추월산-강천산-무등산-제암산-조계산-백운산을 걸쳐 섬진강 하구에 있는 망덕산에서 그 장대한 끝을 맺는다.
2006년 2월~2007년 11월에 24회에 걸쳐 종주하고 마지막 날 백운산과 망덕산을 넘어 망덕포구에서 대장정을 끝내고 뒤풀이했던 생각이 난다.
전어 모형을 만들어 마을 입구에 세우고, 외부인들을 맞는 외앙 마을을 지나 진월초등학교를 옆 진월정(津月亭)에 도착했다.
일행들을 보내고 느긋하게 정자에 앉아 점심을 들었다.
섬진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빵과 커피 점심은 피곤을 풀고, 체력을 회복시켜 주었다. 예전 아내와 달렸던 자전거 길을 걷는 여정이어서 넉넉한 걸음이 되었다.
익숙한 길이기에 주변 풍광을 즐기며 천천히 움직였다.
배롱나무가 무성하게 핀 광양 벚꽃 길은 멋진 터널을 지나 폐철교에 다다른다.
새로 아치형 철교가 만들어지며 폐철교는 흉물로 전락했었는데 바닥에 판재를 깔고, 자전거와 사람이 다닐 수 있게 하였다.
강을 건너면 섬진강 철교 아래에 검푸른 손을 흔들며 오랜 세월을 당차게 섬진강과 함께해 온 송림이 있다. 이 송림은 조선 영조 21년(1745)에 당시 도호부사였던 전천상이 섬진강의 강바람과 모래바람의 피해를 막기 위해 소나무 숲을 조성하였던 것이 오늘날 국내 제일가는 노송 숲이 되었다고 한다.
숲의 면적은 26,000㎡에 달하는 750여 그루의 노송이 우거져 있다.
숲 안에는 궁도장인 하상정이 자리하고 있고, 넓은 백사장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처럼 곱다.
그리고 이 공원은 군내에서 열리는 각종 민속놀이와 주요 행사장으로도 이용되며, 청소년과 어린이들, 그리고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육시설과 휴양시설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 지역 주민들은 물론 수많은 여행객들이 공원을 찾는다.
섬진강(蟾津江)은 전라북도 진안에서 발원하여 3개도 11개 시 군을 거치며 도도히 흐르는 전라도와 경상도의 젖줄이다.
우리나라 5대강 중 가장 수질이 맑아 청정 물고기의 대명사인 은어 떼가 몰려다니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갱조개(재첩)와 실뱀장어가 대량으로 서식한다.
섬진강은 모래가 많다하여 다사강(多沙江)으로 불리다 고려 말 왜구의 침입을 막은 두꺼비 전설에서 유래하여 섬진강(蟾津江)으로 명명되었다.
섬진강 고속도로 휴게소를 지나며 자전거 길이 48코스와 함께 이어진다. 이 길은 매화마을까지 가는데 섬진강교와 철교를 지나 하동까지 연결된다.
섬진강교를 지날 때 하동 금오산이 웅장한 자태로 다가온다. 하동에서 남해로 가는 길에서 보이는 금오산은 지리산이 동남쪽으로 뻗은 줄기로 하동군의 동쪽 남해 연안에 자리 잡은 높이 849m, 둘레 320km의 웅장한 산이다.
갈대숲이 무성한 포구를 따라 만들어진 자전거 길을 따라 걷는 여유로운 노정은 자전거 마니아들을 만나며 인사하는 즐거움도 있다. 섬진강 끝들 마을부터 시작되는 오사제방 사계절 꽃길을 따라 2.4km를 걷는다.
잘 조성된 꽃길과 가로수들은 모처럼 응달을 만들어 주어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수월한 길이다. 맹 고불 고불길이라는 간판도 이색적이다.
우린 폐철교를 건너 하동 송림에 도착하여 분수대 근처에서 몸을 씻고 간단한 뒤풀이를 즐긴 후 대전으로 향했다.
계획했던 거리보다 멀어 발바닥이 많이 아팠지만 섬진강을 따라 전라도 지역을 벗어나 경상도로 들어섰다는 기대감으로 보람도 크다.
남해도 여정이 시작되는 다음 구간이 기대된다.
비록 적은 인원으로 동행이 가벼워졌지만 진짜 마니아들로 구성된 남파랑 길은 오륙도 해맞이공원을 향한 긴 여정으로 계속될 것이다.
첫댓글 눈으로 보는 아름다운 남파랑 풍경 잘 보고
깔끔한 글 잘 읽고 모든 면에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