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늦은 시간 TV를 보다 하니 박태준 작곡, 이은상 작사 '동무생각' 이 흘러 나오면서 눈에 익은 풍경들이 나오길래
깜짝 놀라 TV 앞으로 바짝 당겨 앉아 보았습니다.
지난 5월 7일 대구의 몽마르트라 불리는 청라언덕 선교사 박물관 앞에서 박태준 추모 음악회가 열렸다고 하네요.
음악회에서 대구시립합창단이 부른 '동무생각'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동산병원과 제일교회 그리고 청라언덕, 선교사 주택들, 계산성당과 계성고등학교, 신명여고 등
눈에 익은 추억의 장소들이 화면에 하나 하나 나올때 마다 얼마나 반갑던지....
옛날 학창시절 오르 내렸던 그때의 풍경과 조금 달라 지긴 했지만
빨간 벽돌에 담쟁이 덩굴로 덮힌 선교사 주택들은 원형 그대로 보존 되어 있더군요.
선교사박물관 전경 <이미지 펌>
신명여고 시절....
2학년이 되면 분단별로 돌아가면서 일주일동안 생활관 생활을 하게 되는데
사감선생님에게 큰절하기, 식사예절등 예절지도를 비롯 꽃꽂이, 다과상 차리기등 여러가지 가사실습을 하였습니다.
그 생활관이 바로 위의 사진과 비슷한 모양의, 학교 교정 안에 있던 선교사들이 살았던 주택이었지요.
파란 잔디와 빨간 벽돌 이층양옥집인데 빨간 벽을 타고 담쟁이 덩굴은 얼마나 번성하였던지 창문만 빼꼼 내놓을 정도로 덮었고
마당에는 여러종류의 장미가 피어 있고 키낮은 하얀 담장에는 덩굴장미가 감싸고 있던 아름다운 집이었습니다.
생활관 생활은 누구나 손꼽아 기다렸어요.
집을 떠나 일주일동안 조별로 식사당번도 하고 설겆이도 하였는데 이때 웃기는 애피소드가 정말 많았답니다.
다음날 사용해야 할 식품을 밤에 몰래 누군가 먹어버려 사감선생님과 보조선생님에게 단체 벌을 받기도 하고....ㅎㅎ
마지막 날은 어머니를 초대해서 그동안 배웠던 다과상 차리기를 해서 대접하고 큰절도 드리고 기념사진도 찍고 했지요.
현재 의료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챔니스 주택 <이미지 펌>
교육 · 역사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블레어 주택 <이미지 펌>
'동무생각'을 작곡한 박태준 선생(1901~1986)은 대구 계성고등학교 학생일때 청라언덕을 걸으며 등교하다
늘 만나게 되는 한 여고생(신명여고 학생)을 보고 첫사랑에 빠지게 되었답니다.
내성적인 탓에 말 한마디 제대로 붙이지 못하던 그는, 세월이 지난 후 작사가인 노산 이은상 선생에게
그의 첫사랑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그 얘기를 바탕으로 노산 선생이 노랫말을 쓰게 되었고,
박태준 선생 자신이 곡을 붙여 탄생한 곡이 바로 학창시절 우리가 많이 불렀던 가곡 ‘동무생각’ 이지요.
박태준 선생이 다녔던 계성고등학교와 신명여고는 동산병원을 사이에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기독교 재단 학교여서 동산병원 옆에 있는 제일교회에 다니는 학생과 직원들이 많았고요.
박통시절 '새마을지도자대회' 등 굵직한 행사가 열리면 남녀합창단원으로 꼭 계성고등학교와 신명여고가 차출이 되어
'대통령찬가' '새마을노래'등을 불렀답니다.
합창연습은 우리학교 강당에서 하기도 하고 계성고등학교 강당에 모여 할때도 있는데
계성고등학교 강당은 의자식인데 우리학교 강당은 신발을 벗어 신주머니에 넣고 들어가 방석에 앉도록 되어 있었지요.
그래서 강당 한쪽에 우리들이 앉아 있으면 계성고등학교 남학생들이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들어 오는데 그 발가락 냄새가 장난이 아니여서
우리는 손으로 코를 찝으며 갹!~~ 소리를 질러 대면 들어오던 남학생들은 주춤주춤.... 들어 오지도 못하고 쩔쩔..... ㅎㅎㅎ
학생과장이 " 조용히 안하나!~~ " 하고 소리를 빽!~~ 지르시면 모두 눈만 홀끼며 앉아 있었지요. ㅋㅋ
암튼 이래저래 만날 일이 많았던 계성고등학교와 신명여고는 그래서 몰래 사귀는 커플이 많았답니다.
오죽했으면 " 동산병원 물러 가고 구름다리 놓아라!~~~♬" 란 노래를 불렀을까요. ㅎㅎ
신명여고와 동산병원 사이의 언덕이 바로 '청라언덕' ......
수도 없이 재잘거리며 돌아 댕겼던 그 언덕을 화면으로 보면서 '동무생각'을 들으니 노래말이 가슴에 콕콕 와 닿았습니다.
청라언덕 백합같던 내 동무들....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그립습니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
나는 흰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 날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더운 백사장에 밀려 들오는
저녁 조수 위에 흰새 뛸적에
나는 멀리 산천 바라 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저녁 조수와 같은 내 맘에 흰새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떠돌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첫댓글 와파초우님 대구 근대문화 소식 감사합니다.
대구 살아도 자주 가보기가 어렵네요
늘 마음으로 간직하고 있답니다.^^*
저도 거기 함 가보고 싶은데요...어딨는 지 정확히 좀 알려 주세요..
대구역에서 가까워요
동무생각...하면서
청라언덕 함 올라봐야겠어요
가까이 살면서도 못 올라가본 언덕이네요^^*
대구 사시면 가보면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