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비단깃발 그림자가 땅에 있어도 각기 다른가
옛날 천축국 송사(松寺)에 도인 네 사람이 있었는데, 그들은 다 6통(通)을 가지고 있었다.
그 나라에 거사 네 사람이 있어, 그들은 각기 도인 한 사람씩 청하여 항상 공양하였다.
네 도인은 각기 교화를 행하되,
한 사람은 제석천왕에게로 가고,
한 사람은 바다의 용왕에게로 가고,
한 사람은 금시조(金翅鳥)에게로 가고,
한 사람은 인간의 왕에게로 갔다.
그 네 도인은 공양을 받고, 발우에 남은 것이 있으면 단월들에게 나누어 주어 먹게 하였는데, 온갖 맛을 두루 갖추어 일찍이 보지 못하던 것이었다.
그래서 단월들은 각기 도인들에게 그것을 어디서 얻었는가고 물었다.
도인들은 각기 그 내력을 이야기하였다.
이에 그 네 거사는 각기 한 가지씩 원을 세웠다.
한 사람은 제석천궁에 나기를 원하였고,
한 사람은 바다 가운데 나서 용왕이 되고자 하였으며,
한 사람은 금시조 가운데 나고자 하였고,
한 사람은 인간의 왕자로 나고자 하였다.
그들은 목숨을 마치고 모두 네 신왕(神王)으로 태어나 한꺼번에 팔관재(八關齋)를 닦으려 하였다. 그리하여 고요한 곳을 살펴보니 오직 마가다왕의 후원이 고요하였다.
그들은 모두 그 동산으로 가서 각기 나무 밑에 앉아, 자비스런 마음으로 재를 받들고,
하루 낮 하룻밤 동안 여섯 가지 생각을 닦았다.
이튿날 일을 마치고서야 서로 모여 이야기하였다.
마갈왕이 물었다.
“그대들은 어떤 사람인가?”
“나는 천왕이다.”
“나는 용왕이다.”
“나는 금시조왕이다.”
“나는 인간의 왕이다.”
그들은 제각기 자기 내력을 말하고는 모두 기뻐하였다.
천왕이 갑자기 말하였다.
“우리는 다같이 재를 닦았는데, 누구 복이 제일 많은가?”
인간의 왕이 말하였다.
“내가 동산 밖에 가까이 있고 싶을 때에는, 음악 소리가 거기까지 환히 들려 거기서 마음을 오로지 할 수 있으니, 내 복이 제일이다.”
다음에는 천왕이 말하였다.
“내가 사는 천상에는 일곱 가지 보배로 된 궁전과 미녀와 온갖 풍류와 의식이 저절로 있지마는,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멀리 와서 재를 완전히 닦았으니, 내 복이 제일일 것이다.”
다음에는 금시조왕이 말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용을 잡아먹는 것인데, 그 맛은 다섯 가지 즐거움 보다 낫다.
그런데 지금 한 곳에 있어도 털 끝만큼도 나쁜 생각이 없으니, 내 복이 제일이다.”
다음에는 용왕이 말하였다.
“우리들은 금시조의 밥으로서 항상 잡아먹힐까 두려워하여 도망쳐 숨는데,
지금은 한 곳에 있으면서 죽음을 무릅쓰고 재를 마쳤으니, 내 복이 제일이다.”
마갈왕이 말하였다.
“내게 지혜로운 신하가 있다. 이름을 피타류(披陀類)라 한다.
이제 그를 청하여 이것을 결정하게 하리라.”
그는 곧 그를 불러, 그가 오자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피타류는 곧 파랑ㆍ노랑ㆍ하양ㆍ까망 네 가지 비단기를 가져다 공중에 달고,
그 네 왕에게 물었다.
“네 가지 빛깔이 하늘에 있을 때, 각기 서로 다릅니까?”
네 왕은 대답하였다.
“그 빛깔은 현저히 다르다.”
“비단깃발 그림자가 땅에 있어도, 각기 다릅니까?”
“다르지 않다.”
신하는 말하였다.
“지금 네 가지 형상이 각기 다른 것은, 마치 비단깃발의 빛깔이 다른 것과 같고,
지금 재를 닦는 뜻이 한맛인 것은, 마치 땅에 있는 깃발의 그림자가 다르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지금 네 분 왕께서 큰 도의 뜻을 내어 정진하고 자비심으로 재를 닦아 부처가 될 때에는, 그 상이 꼭 같아 여러 가지 모양이 없을 것입니다.”
네 왕은 기뻐하고 도의 눈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