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섭문대보적정법경 제4권
10. 사문
[이름만의 사문]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여기 사문이 있으니 이름만의 사문이다.”
가섭이 아뢰었다.
“어떤 사문이 이름만의 사문이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섭아, 여기 네 가지 사문이 있으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색상(色相)을 행하는 사문이요,
둘째는 비밀히 거짓을 행하는 사문이며,
셋째는 명예와 칭찬을 구하는 사문이요,
넷째는 실행하는 사문이다.
가섭아, 이것이 네 가지 사문이니라.”
가섭이 아뢰었다.
“어떤 것이 색상을 행하는 사문이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섭아, 이 한 사문은 비록 머리와 수염을 깎고 부처의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져 그 색상을 갖추었으나
몸이 청정하지 않고, 입이 청정하지 않으며,
뜻이 청정하지 않고 스스로 조복하지 못해 추악하고 불선하며,
재리를 널리 탐해 생활이 청정하지 못하여 계율을 깨뜨리는 죄를 범하나니,
가섭아, 이것을 색상을 행하는 사문이라 하느니라.”
가섭이 아뢰었다.
“어떤 것이 비밀히 거짓을 행하는 사문이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섭아, 이 한 사문은 비록 행업(行業)을 알고 또한 위의(威儀)도 갖추었으나
추악한 음식을 먹으면서 거짓으로 즐거워하고 거짓으로 기뻐하며
다니거나 섰거나 앉거나 눕거나 항상 거짓을 꾸민다.
또 재가자와 출가인과 네 종류의 성족(聖族)을 친근하지 않으며,
거짓으로 침묵하고 거짓으로 유정들에게 다정하며,
마음에는 정청함도 없고 또한 조복함도 없으며,
또한 생각도 쉬지 않고 허망하게 추측하며,
나와 사람이라는 생각에 집착한다.
만일 공법(空法)을 들으면 두려움을 내어 험한 벼랑에 오르는 것 같으며,
공(空)을 잘 말하는 비구를 보면 원수를 만난 것 같나니,
가섭아, 이것을 비밀히 거짓을 행하는 비구라 하느니라.”
가섭이 아뢰었다.
“어떤 것을 명예와 칭찬을 구하는 사문이라 하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섭아, 이 한 사문은 명예와 칭찬을 구하기 위하여 거짓으로 계율을 지니어 다른 사람을 미혹시키며,
많이 들음을 자랑하여 남의 칭찬을 요구하며,
혹은 산야(山野)에 살거나 혹은 숲속에 살면서 거짓으로 욕심 적음과 탐욕 없음을 나타내며,
거짓으로 청정한 행을 행하면서 그 내심에는 욕심을 떠나지 않는다.
그 고요함도 없고 생각의 쉼도 없으며,
보리의 깨달음도 없으며,
사문을 위하지 않고 바라문도 위하지 않으며,
또한 열반을 위하지도 않으면서 칭찬과 명예를 구하나니,
가섭아, 이것을 명예와 칭찬을 구하는 사문이라 하느니라.”
가섭이 아뢰었다.
“어떤 것을 실행하는 사문이라 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섭아, 이 한 사문은 신명(身命)을 위해 바깥일을 행하지 않으며,
또한 명예와 이양을 이야기하지 않고,
오직 공(空)과 무상(無相)과 무원(無願)을 행하며,
만일 일체 법을 들으면 바른 뜻으로 열반(涅槃)과 실제(實際)를 생각하며,
항상 범행(梵行)을 닦고 세상의 과보를 구하지 않는다.
또한 삼계의 기쁘고 즐거운 일을 헤아리지 않으며,
오직 성품의 공함을 보고 사법(事法)을 얻지 않으며,
또한 나ㆍ사람ㆍ중생ㆍ수자(壽者) 및 보특가라(補特伽羅)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바른 법의 자리를 보아 모든 허망함을 떠나며,
해탈하는 도에서 모든 번뇌를 끊고,
모든 법의 자성이 청정함을 알아 안에도 밖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모음도 없고 흩음도 없다.
또 법신(法身)의 여래를 밝게 통달하여 그 견취(見取)가 없으며,
또한 색신(色身)의 욕심 떠남을 이야기하지도 않고,
또한 색상(色相)을 보지도 않으며,
또한 3업(業)의 지음을 보지도 않고,
또한 범부와 성인의 법이 없음에 집착하지 않는다.
모든 분별을 끊고 자성(自性)이 응연(凝然)하며,
윤회도 얻지 않고 열반도 얻지 않으며,
결박도 없고 해탈도 없으며,
옴도 없고 감도 없어서 일체의 법이 고요하고 담연(湛然)함을 아나니,
가섭아, 이것을 실행하는 사문이라 하나니, 상응한 행을 행하고 명예를 구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모든 몸과 입과 뜻의
3업이 깨끗하지 않고
탐애를 조복하지 못하며
행이 추악해 고요하지 않다.
그러면서 머리 깎고 3의(衣)를 입고
응기(應器)를 가지고 있는 사람
부처님 말씀에 이 사문은
항상 색상을 행한다 하신다.
그러나 그 행에 의해
거짓을 부려 진실하지 않고
거짓으로 4위의(威儀)를 나타내어
마치 성자와 같이 보인다.
화합한 곳을 멀리 떠나
항상 추악한 음식 먹으면서
저 청정한 행이 없어
비밀히 거짓을 행한다.
혹은 이름을 구하기 위해
남에게 칭찬을 요구하며
거짓으로 계율과 선정을 닦으며
두타(頭陀)를 행한다고 자랑해 보인다.
속마음을 조복 받지 못하고
거짓으로 보시 행하며
욕심 떠난 선을 행하지 않고
또한 반연(攀緣)도 쉬지 못한다.
법상(法相)이 공하다 설법 들으면
험한 산에 오르듯 두려워하고
혹은 산과 들에 살면서
그에게 진실한 뜻이 없으면
부처님께서는 이 사문을
이름을 구하기 위함이라 한다.
저 실행하는 사람
그 신명(身命)을 위하지 않고
망령되이 명예와 이익을 구하거나
또한 쾌락을 구함이 없이
오직 바른 해탈만 닦아
악취(惡趣)의 중생들을 구제해 준다.
비록 깊은 법공(法空)을 아나
그 고요함을 얻지 못하고
또한 그 고요함이 아님도 없으며
또 열반에도 머물지 않는다.
생사를 얻지 못하고
성인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범부도 버리지 않나니
본래도 스스로 옴이 없거니와
지금도 또한 감이 없으며
일체의 법이 적연(寂然)하나니
부처님께서는 이런 사람을
실행하는 자라고 말씀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