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다녀 온 미국 여행(3)
캐나다 뮤즈 한국청소년 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수필가 박 혜정
한국에서 이민 올 때 가지고 왔던 여행 안내서를 뒤적이며 라스베가스에서 볼 만한 호텔을 선택했다. 그것을 우리 딸이 보더니 “엄마, 이것은 예전에 볼만한 호텔이 별로 없었을 때 추천 한 것이고, 지금은 더 멋진 호텔이 얼마나 많은 데요!” 라고 한다. 우리 애는 미리 한 번 왔었기 때문에 잘 아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요즘에 볼 것이 많다는 호텔을 중심으로 가 보기로 했다.
라스베가스의 호텔들은 각 나라의 도시들을 상징한다. 우리가 묵었던 밸리스(Bally's) 호텔은 패리스(Paris)호텔과 지하로 연결이 되어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패리스 호텔을 지나 거대한 로비의 카지노를 거쳐야 숙소로 갈 수 있다. 미성년들도 있을 텐데 꼭 카지노를 지나게 하는 상술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나도 그 상술에 넘어가 어려운 것은 하지 못하고 가장 쉽고 간단한 것만 해 보았다. 조금 시간을 보낼 겸 25센트만 넣고 하는 게임을 해 보았는데 그것이 100배로 불어나서 돈이 나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크게 넣어서 해 볼걸!” 이란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그냥 재미로 한 것이라 거기에서 그만 두고 일어섰다.
패리스 호텔은 숙소와 연결이 되어 여러 번 지나치게 되었다. 이 호텔은 프랑스 파리를 재현 했다. 실제의 크기를 반으로 축소 한 50층 높이의 에펠탑과 개선문은 이 호텔의 구경거리이다. 실내에 그 큰 에펠 탑이 있지는 않고 에펠 탑의 다리 부분만이 있고 나머지 부분은 지붕을 뚫고 올라 간 듯한 모습으로, 밖에서는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상가와 음식점들을 지나칠 때면 한국의 롯데월드에 와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벨라지오(Bellagio)호텔은 세계 최고의 수중 곡예 쇼인 ‘O쇼’ 로 유명하다. 이 쇼는 꼭 봐야 한다고 해서, 예약을 하려고 하니 표가 없었다. 2시간 전에 와서 기다리다가 예약이 취소되는 표가 있으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기에는 너무 시간이 아까운 것 같아서 마음을 접었다. 이 쇼를 보려면 떠나기 전에 미리 밴쿠버에서부터 예약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 대신 건물 밖에서 음악에 맞추어 춤추는 분수 쇼는 볼 수 있었다. 분수 쇼를 보면서 서울 예술의 전당 앞에서 클래식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었던 분수 생각이 났다. 또 실내에서는 사 계절 다른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뽐내는 최고의 실내 정원인 Conservatory & Botanical Gardens가 있었다.
베네시안(Venetian) 호텔은 개인적으로는 제일 마음에 드는 호텔이다. 이탈리아의 베니스를 옮겨 놓은 듯한 풍경과 인공 운하를 따라 도는 베네치아의 명물인 곤돌라가 인상적이다. 요즈음 장안의 화제인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마카오라고 나오는 장면들은 거의 라스베가스의 호텔들이다. 드라마에서도 곤돌라를 타고 노래도 하고, 또 구준표와 금잔디가 헤어지게 되는 다리도 그곳에 있다. 그 안의 상가에는 이탈리아의 물건들이 많다. 오페라에 나오는 화려한 의상과 마스크들. 마치 이탈리아 거리를 다니며 쇼핑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나도 이탈리아를 갔을 때 사고 싶었던 멋진 마스크를 그곳에서 사기도 했다.
시저펠리스(Caesar's Palace) 호텔은 로마제국을 테마로 만든 호텔이다. 밖에서 보면 정말 하나의 궁궐을 보는 듯 그 규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프로 복싱의 세계 타이틀전이 대부분 이곳에서 열린다. 한국 비운의 복서인 김득구 선수가 맨시니에게 도전했다가 주검이 된 곳이기도 하다. 이 호텔 안의 화려한 조각상도 마치 로마에 온 듯한 착각을 주기도 한다. 호텔 중앙쯤에는 시저 동상도 있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시저가 뭐라고 말을 한다면서 사람들이 그 말을 들어보려고 몰려들기도 한다. 그리고 실내에는 값비싼 명품 상점들이 있다.
룩소(Luxor)호텔은 이집트를 테마로 한, 라스베가스에서 2번째로 큰 호텔이다. 피라미드 모양의 호텔 밖에는 거대한 스핑크스와 내부에는 고대 이집트 문명을 재현 한 모습의 조각상들이 있다. 우리가 갔을 때는 타이타닉 유물전이 있어서 유물과 사진, 비디오 등을 구경 할 수 있었다. 저녁에는 피라미드 호텔 타워 꼭대기에서 하늘로 쏘아 올리는 엄청난 밝기의 레이저 불빛이 LA상공에서도, 후버 댐에서도 심지어는 우주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외로 화산 쇼로 유명한 미라지(Mirage) 호텔과 뉴욕 자유의 여신상을 중심으로 맨해튼의 모습을 축소 해 놓은 듯 한 뉴욕 뉴욕(New York New York)호텔, 금동 사자상과 유리벽을 통해 진짜 사자를 볼 수 있는 MGM호텔, 만화 알라딘에서 나올 듯한 모양의 호텔, 보물 선을 테마로 한 트레져 아일랜드(Treasure Island)등 무수히 많은 호텔 등이 있다. 호텔 구경만 하더라도 족히 3일 정도는 더 걸릴 것 같았다. 우리도 그 많은 호텔 중에 몇 가지 호텔만 구경하고 LA로 향했다. 마침 다음 날부터 연휴가 시작되는 때라 라스베가스로 들어오는 차량 행렬은 끝이 없었다. 그 긴 행렬을 보면서 “미리 다녀오기를 너무나 잘 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