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후쿠오카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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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항해는 지인과 함께했다.
장비도 충실하니 가볍게 갔다온다 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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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경 통영 도남항에서 출항한다.
한산요트장에서 나온 '스피릿오브코리아'호다
가까운 섬이라도 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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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거리는 125마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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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과 동시에 격은 작은 트러블이 있었다.
메인핼려드를 메인세일 탑에 연결하는 스넵샤클이 풀려나
핼려드가 5미터쯤 올라가서 바람에 날렸다.
보트후크와 배위에 있던 나무를 테이프로 꽁꽁묶어 긴 장대를 만들어
겨우 끄집어 내렸다.
후쿠오카 까지 날씨는 그런데로 좋다.
대마도 남단까지 직선항로에는 무풍이지만 약간 서쪽으로 비켜나면
15-20노트의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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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서쪽으로 치우치면서 내려간다.
역시나 바람은 예보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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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세일링으로 7노트를 넘어선다.
배가 너무 기울자 오토파일럿이 부하를 받는다.
짚세일을 줄이려는데 잘 폴링장치가 잘 안먹힌다.
짚세일을 사납게 펄럭이는데 감기지가 않으니 크게 나쁘지 않은 바다임에도
금새 상황이 나빠진다.
이대로면 짚세일이 찢어질수도 있다.
히브투를 하고 메인을 끌어내린다.
짚세일을 어찌해보려 고민하는데
시트를 연결했던 스넵샤클이 풀려나버린다.
보통은 보라인으로 연결하지만 앞전 선주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다.
짚세일은 태극기처럼 휘날린다.
배를 풍하로 몰아가면서 잠시 고민한다.
오토파일럿에 배를 맞기고 선수로 간다.
짚폴링장치의 롤러를 손으로 돌려 감는다.
미친듯이 날리든 세일이 점점 작아지면서 한밤중의
소동이 끝난다.
여분의 핼려드를 가지고 짚세일을 따라 내려오면서
돌돌 감아서 다시 세일이 풀려나가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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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 남단을 지나고 이끼섬 부근에 왔을때
일출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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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세일에 시트를 연결해야 하는데 높이가 상당하다.
한 30분쯤 고민한것 같다.
이대로 7시간쯤 가면 마리나에 도착한다.
그러면 느긋하게 해결하면 될것이다.
그런데 어떻게든 해보고 싶다.
무리해서 해보려다 몸이라도 다친다면
아니 바다에라도 떨어진다면
이런생각도 나지만
태평양 한복판에서 이런일을 당한다면 난 어떻게 해야할까?
하고 고민해본다.
손이 닿아 줄을 묶어야 하는 높이는 족이 3미터는 넘는다.
사다리라도 있으면 어찌해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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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로프로 사다리를 만들어 보기로 한다.
일차시도때는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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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분의 핼려드를 이용해 좀더 개선된 줄 사다리를 만든다.
멀미로 자고 있는 지인이 나중에 나와보면
어떻게 해결한거야 하고 놀랄일을 생각하니 좀더 힘이난다.
재미있기 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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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를 걸었다.
출렁거리는 바다위에서 50대후반의 남자가 한일치고는
꽤 괜찬은 결과다.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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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을 펼치고 다시 달린다.
수년전에 오른쪽에 보이는 저 섬부근에
제주의 세일러 한분이 24피트 요트를 타고 오다 사고를
당했다.
한산요트장에도 친구와 함께 2일간 다녀갔다.
이런 저런 일도 도와주고 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다 언젠가 제주 김녕항에 딜리버리로 갔을때
다시 만났다.
항 부근에서 잡은 자리돔을 지인들과 먹고 있을때
함께했었다.
선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그 분을 생각하며 잠시 묵념을 하며 명복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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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카타 항 입구를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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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도요트하버앞에는 수백척의 요트가 나와 있었다.
딩기부터 크루즈까지
아마도 시합이 있는 날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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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날씨에도 한 바탕 전쟁을 치러고 하카타로 입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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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류비가 하루 9100엔이다.
10만원....휴
그런데 44피트는 5400엔이다.
오션버드호는 겨우 1피트 차이나는 45피트(등록증의 길이)
아 잠시 고민에 빠진다.
44피트로 적어버릴까!
잘못하면 한국요트인 전체의 망신을 내가 만들수 있다.
그래...
마리노아요트하버는 44까지를 일반요트로
45피트 부터는 호화요트로 분류해 가격차가 상당하다.
오션버드는 호화요트가 되었다.
모양새는 좀 빠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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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는 작은 보트 한척을 뒤에 묶어 달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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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작은 배여서 속도차가 많이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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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바람을 받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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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남단에 저녁무렵 접근한다.
시정이 겨우 5마일이어서
대마도가 보이기 까지 아주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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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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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남단의 파도밭을 피해가도록 코스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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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나 물때, 해류의 영향에 따라 파도의 위치가 조금씩 바뀌겠지만
이날 오션버드호는 정확히 파도밭 중앙을 통과했다.
어찌나 출렁거리는지 뒤에 따라오는 보트를 묶어놓은 줄이 터지거나
보트가 뒤집혀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다가오는 파도는 지나간 파도에 비해 좀더 거칠어 보인다.
허연 이빨을 드러내고 오는 괴수의 모습같기도 하다.
풍하로 내려간 파도는 뒤모습만 보일뿐이다.
거친 파도로 마음이 힘들땐 때론 풍하쪽만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차피 파도가 요트를 어찌지는 않을 것
마음은 편히가자.
인생을 살아가면서 힘든일이 파도처럼 겹겹이 다가올때
시야를 돌려 뒤를 돌아보며 지나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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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남단 등대
어두워져갈무렵 안개속에 보이는 섬의 모습
썩 좋은 기분은 아니다.
항해등이 들어오지 않아
30분간 테스트기와 전선을 들고 선수쪽을 왔다갔다하며
해결해야 했다.
바우쪽의 양색등을 살려내었지만
여지껏 문제없던 마스트 꼭대기의 정박등과 삼색등은 왜
동시에 들어오지 않는 걸까
해뜰무렵
머리를 들어 마스트를 보았을때
저절로 수리된 정박등과 삼색등
허 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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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하는 시간은 잘 안가지만
끝나고 나면 정말 잠깐이다.
4박5일의 일정은 짧은 항해기 한줄로 끝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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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항해때 수온 상승으로 자주 출몰중인 참치를 잡아보려 했다.
저녁무렵 뒤로 내려놓은 낚시줄이 동시에 30초쯤 간격으로 동시에 터져
나가버렸다.
트롤링 전용 릴은 끝도 없이 줄이 풀려나갔고
풀 세일링이어서줄을 제어할수 없었다.
그물에 걸린건지 참치인지는 알수가 없지만
세일링중에는 무게가 큰 물고기는 끌어올리기 쉽지않다.
통영에서 후쿠오카까지 왕복항해를 하면서
오션버드호의 결점을 많이 발견했다.
제대로 수리해서 이번 여름이 가기전에
블라디보스톡을 한번 가고 싶다.
중국은 비행기로만 가 보았고
러시아는 가본적이 없다.
첫댓글 사진에 있는분 전에 장어 같이 먹은 행님 같은데.ㅋㅋ
항해기에 저도 출연시켜 주시어 감사드립니다. ^^ 올여름에 스피릿오브코리아도 후쿠오카 항해 계획되어 있어요. 본항해기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항상 도움 주심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선장님 항해기는 언제나 실감이 만땅입니다.
항해 때마다 새로운 어려움이 생기고 그걸 또 잘 이겨내시고.. 선장님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