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인생이 돈 때문에 고생 해 본적은 없다고 자부 합니다. 즉 돈으로 인해서 고생을 해 본적은 없는 화동입니다. 그렇다고 돈이 많아서 풍요를 추구하며 산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안 받았던 것은 아예 화폐자체를 구경도 못하는 나날이 더 많았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인생에서 주머니에 10원짜리 동전 하나도 없었던 날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부채도 없고 소득도 없는 항상 0의 행진의 인생이다 보니 빚이 없다는 것에 감사하고 살아왔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참으로 한심한 인생살이 일수도 있겠지만 요즘 같은 경제 상황에서 파산과 신용불량자들이 난무함에도 아직까지 튼실하게 버텨 내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저의 살아가는 방식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돈 안 벌고 빚도 안지기 작전의 인생이었습니다. 돈 구경도 못해본지라 예전에는 만원 짜리 지폐가 어떻게 생겼는지 가물가물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인생에서 돈 욕심이 순간적으로 가득 들어왔던 때가 있습니다. 일종의 해프닝으로 귀결 되었지만. 이야기 보따리에 가끔 댓글을 다는 화동의 벗이자 제자인 닉네임 상전벽해(이하 “벽해”)와의 일입니다. 화동의 벗이자 제자들은 화동을 보고 판단 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화동과 완전 다르게 공부를 많이 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벽해님 또한 대한민국에서 최고 명문대학을 나오신 수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동과 십수년 같이 활동 하다 보니 지금은 역시 화동화(化)되어서 성격이 비슷해지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벽해님과 화동이 한 때 하늘이 이불이요 땅이 침대라 생각하며 동가숙 서가식 하며 생활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의 주식(主食)은 500원짜리 건빵 이었습니다. 정말 쫄쫄 굶어 피골이 상접이 되어도 일할 생각은 추호도 나지 않을 때이며 500원 짜리 건빵 마저도 이틀에 나누어 먹을 정도 인데도 돈 벌 생각 보다는 세상의 호기심에 관심만 가지며 세상구경으로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아사(餓死) 직전에 가면 이야기 보따리의 다른 댓글쟁이 이시며 당시 우리들의 구세주이고 화동이 아는 최고 부자(富者)이신 닉네임 “석수쟁이도사”에게 SOS를 칩니다. 당시에 석수쟁이는 우리들의 물주 노릇을 톡톡히 해준 사람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날도 어김없이 벽해님과 나무는 왜 나무인가?, 아니면 하늘은 왜 하늘이라 명명 되었는가? 사람은 왜 하늘로 날아가지 못하는가? 라는 등등의 미래 인류 발전을 위한 심오한 연구로 뱃속에서는 전쟁 나는 소리에 아랑곳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낼 때 였습니다. 공원 어귀에 자리 잡은 정화조 맨홀 구멍에 파릇파릇한 배추이파리들(만원 짜리)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한 두장이 아니고 수 백장 아니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북히 쌓여져 있는 것입니다. “아~~ 만원 짜리 지폐가 저렇게 생겼구나”할 정도로 탄식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가슴이 뛰고 오금이 절여 올 정도로 흥분의 도가니 였습니다. 벽해님과 화동은 정의롭고 착하게 살자는 신념은 망각하고 일단 전쟁나는 뱃속을 안정시켜 보기로 했습니다. 공원에 산책인들로 붐비는 시간이라서 밤이 되기를 기다리며 강력한 암모니아 가스냄새가 나는 맨홀 뚜껑을 점령한 채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것은 난생 처음 이었습니다. 그러나 수 천만원은 족히 되는 맨홀 아래의 돈을 생각하며 한 없는 인생 계획을 세우기에 바빴습니다. 드디어 어둠이 내리고 산책인들도 안 보일 때 무거운 맨홀 뚜껑을 간신히 개봉 하였습니다. 강력한 냄새가 남에도 불구하고 2m깊이 밑에는 만원짜리 지폐가 수북히 쌓여져 있는 것입니다. 강력한 냄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롱다리 화동 스승이시여~~ 때가 왔나이다. 당신의 대단히 우수하고 장대한 기럭지를 이용 발휘할 때가 왔나이다~~ 그동안 긴 기럭지로 인하여 맞는 바지도 못 입고 칠부 바지로만 살아오신 스승이시여~~ 이제야 당신의 우수한 기럭지가 타인들 보다 우성인자라는 것을 보여줄 때가 왔나이다~~
이렇게 벽해님의 강력 요청이 있었지만 요청이 없더라도 머릿속에는 온통 만원 짜리로 도배를 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제가 들어 가겠죠. 이리하여 100만 수원시민이 배설한 똥이 쌓인 정화조를 들어갔습니다. 다른 시(市)의 시민들의 똥냄새는 맡아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아직도 그리고 정말 죄송하지만 수원시민의 똥냄새가 대단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하더라도 똥이라는 것이 몸에 안 묻게 할 수는 없더군요. 그러나 수 천만원을 생각하면 더러움과 악취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약2m를 내려와-내려오는 동안 거의 옷과 몸에 똥칠을 했음-배추이파리들과 기쁨의 조우 순간 이었습니다. 맨홀 위의 벽해님 또한 탄성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사~~~~~~~~~~~ 만원 짜리는 만원 짜리가 맞는데 뒷면에 이렇게 씌여진 것이었습니다. “대리운전 1544-xxxx" 대리운전 광고용지 였습니다. 이 순간을 어떻게 표현 해야 할까요(?) 해골에서 뇌가 빠져 나가는 기분 같더군요. 또 하나의 문제는 내려갈 때는 롱다리를 이용하여 잘 내려 갔는데 올라 갈 때는 당최 힘이 안 나서 위의 벽해님 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데 벽해는 보이지도 않더군요. 간신히 올라오다가 첨벙 하고 두 번 빠졌습니다. 온 몸을 100만 수원시민의 똥으로 범벅을 했습니다.
제가 이 순간은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죠. 제 복에 일확천금을 노린 제 탓입니다. 새벽까지 발가벗고 수 십번을 수돗가에서 닦았는데도 몇 날 몇 일 냄새 때문에 고생 했습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화동 또한 속물에 불과 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세월이 흘러서 현실세계로 돌아 왔습니다. 요즘에는 일확천금은 꿈도 안 꾸지만 열심히 돈을 벌려고 합니다. 그동안 너무 못 번 것이 아니라 안 벌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좌충우돌 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힘들기도 하고 조금씩 돈 욕심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돈이라는 것이 맘 먹은 대로 잘 벌어 지지가 않네요. 그저 흐르는 대로 열심히 하다보면 벌어 지겠죠. 긍정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문뜩 내가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면....이라는 상상에 잠깁니다. 부자가 되리라고는 생각 못하지만 혹시라도 부자가 된다면, 그 돈은 먼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쓸 것이고, 두 번째는 가족을 위해서 쓸 것이며 그래도 여유가 된다면 이 사회에서 본의 아니게 어렵게 사시는 분들을 위해서 모두 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워낙 많은 도움을 받아서 되돌려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을 정의롭게 열심히 많이 벌으려고 합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꿈꾸며.....
첫댓글 당시에 꺼내줄려고 막대기 찾으러 간거예요 오해 마시길^^ ㅎㅎㅎㅎ
두분 도닦는데 제 허리 부러지는 줄 알랐습니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