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방정환문학상
심사위원/ 신현득(위원장) · 전병호 · 최명란 · 송재찬 · 원유순
동화 부문 수상작
안선모 장편동화 『월계4인방이 나가신다』 아이들판, 2020
동화 부문 심사 소감
사실과 허구가 조화롭게 움직이는 동화
-원유순(심사위원)
최근 <조선구마사>란 방송 드라마가 역사 왜곡으로 방영 2회 만에 제작 중단 및 방영 취소라는 전례에 없는 일이 벌어졌다. 역사적 인물인 태종, 세종에 대한 왜곡된 묘사와 '문화적 동북공정'이 의심되는 중국풍 소품 등의 사용이 대중의 분노를 샀다. '박계옥'이라는 작가는 이 드라마 외에도 전작 <철인왕후>에서도 역사 왜곡의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역사물을 집필하는 작가에게 있어서 올바른 역사 의식은 필수다. 특히 어린이책 작가는 역사적 사실의 행간을 메우는 일에 신중을 기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결코 '표현의 자유'나 '작가의 상상력'이라는 포장된 용어로 섣불리 다가가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는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미칠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안선모의 『월계4인방이 나가신다』는 믿음직스러웠다. 무엇보다 작품의 근간이 되는 역사적 사실에 충실했고, 그 행간을 메워 나가는 데 있어서 가미된 작가의 상상력도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았다. 적재적소에서 드러나는 깔끔한 묘사와 절제된 문장,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서사구조 등, 한 마디로 작품 전반에서 안정감이 느껴졌다.
『월계4인방이 나가신다』는 천민 출신 아이들 넷이 신분을 극복하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정초부의 아들 담이, 뱃사공의 딸 연이, 사당패 어름사니의 딸 달래, 갖바치의 아들 천봉이는 정초부와 유득공의 영향으로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 정초부는 조선 정조 시대에 경기도 양평에 살던 천민 출신의 시인이다. 정초부는 여춘영이라는 양반집의 노비였으나, 어깨너머로 글을 배워 여춘영의 자손들에게 글과 시를 가르칠 정도로 뛰어났다고 한다. 여춘영은 그런 그를 아껴 면천시켜 주었다. 초부(樵夫)는 말 그대로 나무꾼을 뜻한다. 면천된 그가 나무를 해서 생계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정초부는 양반들 시 모임에 초대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으나 안타깝게도 전해지는 시편은 소수에 불과하다. 서얼 출신의 실학자이며 문장가였던 유득공은 정조 시대에 양평 군수를 지냈다. 그 무렵 정초부와 유득공은 교류를 하였던 듯하다.
작가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후경에 두고, 작가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인물들을 전경에 배치하였다. 가공된 인물, 월계 4인방(담이와 그의 친구들)이 자유롭게 날개를 달고 독자에게 다가가는 동안, 실재 인물인 정초부와 유득공은 사실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며 숨은 조력자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즉,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서사가 작품 안에서 조화롭게 살아 움직이며 입체감을 드러내고 있다.
오늘날 천민자본주의의 팽배로 자본에 의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다. 혹자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구조를 개탄한다. 과거에는 신분제도가 발목을 잡았지만, 현대는 돈과 물질이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우리가 되짚어 생각해 볼 것은 개천에서 살고 있는 피라미가 모두 용이 되기를 바라는 사회 구조가 과연 올바른가 하는 문제이다. 피라미는 피라미대로, 용은 용대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더 평등하고 공정하지 않을까. 수상작 『월계4인방이 나가신다』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안선모는 30여 년 넘게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온 작가이다. 오랫동안 몸담아 왔던 교직 생활을 마감하고 이제 본격적인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가 앞으로 쏟아낼 작품이 기대된다.
제31회 방정환문학상 동화 부문 수상 소감 ▶ 안선모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두려움과 우울감에 빠져 있었던 2020년, 교직 생활의 마지막 해였습니다. 마지막 해를 아이들과 행복하게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었으나 못된 바이러스 때문에 정작 교실에서 직접 아이들을 만난 건 고작 30여일뿐이었지요. 그렇다고 한가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줌 수업 준비, 원격수업 준비, 출석수업 준비 등으로 다른 해보다 더 바쁜 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쓰게 된 책이 ‘월계 4인방이 나가신다’입니다. 천민 신분으로 태어난 담이와 세 아이들이 좋은 어른을 만나 마음속에 꿈을 갖게 되고, 그 꿈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다짐하는 부분을 쓸 때는 마치 내가 그 네 아이 중의 한 명인 것처럼 어깨춤이 들썩들썩 노래가 절로 나왔지요. 그렇게 책 속의 아이들과 울고 웃고 떠들며 놀다보니 어느 새 마지막 장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책 쓰는 내내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책을 쓰면서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괜스레 주위를 둘러보며 눈치를 보았던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그 책으로 과분한 상을 받게 되다니! 아무래도 저는 행운아인 것 같습니다.
방정환 선생님은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오”라고 했습니다. 그 말처럼 평생을 어린이와 눈높이를 맞추며 함께 공부하고 놀고 웃고 울었던 저. 어린이의 영원한 벗이라 불리는 선생님처럼 저도 그렇게 불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향해, 월계 4인방이 그랬던 것처럼 뚜벅뚜벅 걸어가려고 합니다.
끝으로 저의 졸작을 좋게 봐주신 심사위원님을 비롯하여 방정환문학상을 이끌어나가고 계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펌>
![](https://t1.daumcdn.net/cafeattach/Vyxl/71ce31b1033cc9d6f953138c9b9aed188b8bc54a)
첫댓글 월계4인방 나가신다~~ 저희동네 월계동이 생각나 왠지 친근한? ㅎㅎ 피라미는 피라미대로 용은 용대로~~ 그 자체를 인정해주는 !!좋은것같아요^^
살펴봐야겠군요.
역사물을 다루는 일은 참 어렵고 예민한 일인데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