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내용
- 영상감상 : 「세월이 가면」(박인환)
- 시 :「겨울 플라타너스」(최동순, 강원문학 당선작),「봄의 길목에서」「빵게」(최재순), 「이제 알겠다」(정순자), 「만종 풍경」(이희주)
- 디카시조 : 「희망을 보다」, 「세상살이」(권인찬)
○ 다음(4.1) 계획 : 자작 詩 / 글 발표 및 評
이번 주는 박인환 시인의 「세월이 가면」을 영상과 함께 감상하고, 최동순 학우님의 강원문학 신인상 당선작인 詩「겨울 플라타너스」를 학우들과 함께 감상하였습니다. 사랑방 모임(봄)을 5.4(토)에 강원 국문학과 문학기행과 병행하여 진행하려고 합니다. 장소는 양평에 있는 황순원문학촌(소나기마을)입니다. 함께 하고자 하는 임시정부(臨時情敷) 학우님들은 저에게 알려주시거나 답글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랑방 모임은 계절에 따라 한번씩 진행합니다. 많은 학우님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 세부계획은 차후에 공지해 드리겠습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겨울 플라타너스
최동순
겨울이 깊을수록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길가에서 떨고 있는 겨울 플라타너스
긴 그림자 드리워진 여정의 시간은
한여름 욕망으로 살찌운 묵은 때
이 겨울 다가기 전 벗겨내려
속살까지 내어놓고 자신을 태우고 있는데
자동차 매연에 그을어진 살갗
날 선 바람에 고통으로 얼룩지고
구석구석 굴곡진 삶의 흔적들
곪아 터질수록 땅속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뽀얀 살갗 위에 걸터앉은
한 송이 설화보다
더 하얀 꽃을 피우기 위해
해산을 기다리는
여인의 진통보다 더 큰 고통으로
누더기 옷을 벗어 던지고 있는 겨울 플라타너스
이제 알겠다
정순자
자식을 키워서 내보내고 나니
어머니 마음을 이제 알겠다
오늘의 내 웃음과 행복은
어머니의 눈물과
노력으로 빚은 결실이란 거
아무리 애를 써도
어머니보다 더 훌륭한 엄마는 못될 것도
이제야 알겠다
봄의 길목에서
최재순
노오란 생강나무꽃이
봄의 전령이 되어
팝콘처럼 꽃잎을 튀우면
미처 마중하지 못한
그리움이 문턱을 넘는다
지난계절
농막의 양철지붕을 요란히 두둘겼던 소낙비도
벌겋게 물감을 뒤집어 썼던 오솔길의 숲도
하얗게 숨죽인 하늘까지 차오던 눈보라도
오롯이 널위한 사모곡 였는지..
가다렸지만 준비되지 않은
봄소식은
매일을 서성이며 사는 나에게
깜빡이 없이 들어온
첫사랑 같은 설레임이다
빵게
최재순
파도가 전한
바다 이야기는
빠알간 빵게의
속살이 되었고
달빛이 지켜준
안식의 토닥거림은
집게발의 버둥거림도 쉬게 했다
세상 구경한 날
또다른 길이 왔다
만종 풍경 ㅡ 이정표
멈추는게 싫은 속도가 저녁을 따라 왔다
만종리에 다다른 삼월 꽃샘바람이
딸꾹질을 멈추고 서둘러 퇴근을 하면
바퀴가 보이지 않게 달려온 하루가
먼저 누워서 기다리던 선로 위에
쇠독이 잔뜩 묻은 노동의 갑옷을 벗어놓는다
멀리 예배당 십자가에는
붉게 매달린 예수의 심장이 보이고
마른 풀섶에는 이동네가 처음인 새가
바스락거리며 이삭을 찿고 있다
노을에 젖은 푸른 보리싹을 밟으며
머리에 수건을 쓴 여인들이 만종역 뒷 길
새치기 골목 안으로 잠기어 들면
경적도 기적도 종소리처럼 듣고 사는
만종晩終 풍경이 캔버스로 들어온다
낮부터 나온 반달이
화장을 고치며 저녁을 맞을 새
술 취한 아저씨 집 대문 앞에는
국 끓이는 냄새가 마중을 나오고
잊은지 오래된 남자가 돌아오는 만종을
4B 연필 시켜 그리게 하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