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3일 문탐 11기 기본반 시연 내용입니다. 저희 조는 김만덕의 생애와 그 영향에 대해 나눠서 조사해서 ‘김만덕기념관’에서 시연을 했습니다.
연말이라 이현샘이 산타 모자를 준비해주셔서 아주아주 간단한 오프닝을 했구요. 저는 그중 ’김만덕을 통해 본 제주의 나눔 정신‘을 맡았습니다. 그 시연 원고를 올립니다. )
지금까지 김만덕에 대해 여러 가지 알아봤는데요, 이곳이 우리나라 최초의 나눔 문화 전시관이기도 해서 저는 김만덕의 선행을 통해 제주의 나눔 문화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제주는 기후와 환경이 척박해서 먹고 살기도 힘든 곳이라 기부나 나눔은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제주의 오랜 신화 중에도 나눔의 이야기가 있더군요.
감은장아기라고 들어보셨죠? 제주도 무가 설화 중 삼공본풀이에 등장하는 여신으로 인간의 길흉화복을 주관하는 운명의 신입니다.
의지력 강하고 당찬 행운아인 감은장아기가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 자신의 운으로 집안을 일으키고도 부모와 두 언니의 미움을 사서 검은소 한 마리만 끌고 쫓겨나지만 지혜롭게 난관을 헤치며 마음이 따뜻한 배우자를 만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합니다.
훗날 눈먼 거지가 된 부모를 찾고자 맹인잔치를 벌여 부모를 찾아서 눈을 뜨게 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입니다.
거기에 맹인 거지들을 다 불러들여 잔치를 벌였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릴 적 가난했던 날을 잊지 않고, 굶주린 이들을 살리기 위해 잔치를 벌인 게 바로 나눔의 정신이죠.
의지력 강하고 창의적이고 행운이 따르는 감은장아기의 캐릭터는 우리가 공부하고 있는 김만덕에게 그대로 반영됩니다.
1794년 정조 때 제주에 큰 기근이 들었을 때 자신의 네트워크를 동원해 쌀 500석을 모아서 죽을 쑤어 제주도민 전체를 열흘동안 먹여서 굶주림에서 구해내지요.
김만덕과 같은 시기에 현감 고한록이란 분도 쌀 300석, 장교 홍삼필과 유학 양성범도 각 100석씩 내어 구휼에 앞장섰습니다.
그 이전에 헌마공신으로 알려진 김만일은 선조 때 임진왜란이 일어나 나라에 말이 부족할 때 개인적으로 자신의 말 500필을 조정에 헌납해 국난을 극복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런 큰 나눔의 기저에는 제주의 독특한 나눔문화인 ‘수눌음’이란 게 있습니다. 육지의 품앗이 같은 건데 집을 짓거나, 지붕을 이을 때, 방앗돌 굴릴 때, 마을 길 닦을 때처럼 힘든 일이 있으면 함께 힘을 모아 하는 걸 말해요.
이렇게 마을에서 함께 일을 하니 누구네 집에 식게, 제사가 있다 하면 이웃들이 물도 길어다 주고, 땔감도 갖다 주는 풍습이 있어요.
그러면 제사 지낸 집에서는 다음날 이웃에 떡과 과일 등 제사 음식을 나누는 거죠. 결혼식이나 장례식 때도 여러 날을 두고 잔치를 하는 게 다 이렇게 함께 나누는 문화에서 온 거구요.
해녀들 사이에도 나눔의 문화가 있어요. 해녀들이 물질로 채취해 온 걸 구경하다가 해녀로부터 조금씩 선물로 받는 걸 게석이라 하는데, 해산물을 많이 채취한 상군 해녀가 하군 해녀에게 자신이 채취한 해산물을 조금씩 나눠주는 걸 말하기도 해요.
나이 많은 해녀들이 깊은 물에 못 들어가니까 젊은 해녀들이 잡아온 해산물 중 일부를 수심이 얕은 공동어장에 던져 놓으면 할망 해녀들이 거기서 수시로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도록 한 할망바당이란 걸 만들었구요.
이게 어찌보면 해녀들의 복지제도인 거죠. 나이든 해녀들은 할망바다에서 채취한 해산물을 오일장에 갖고 가서 파니까 이게 또 할망장터가 된 거예요.
해녀들은 나이든 해녀만 돕는 게 아니라 마을을 위해 공동어장의 한 구역을 학교바당이라 해서 여기서 나오는 이익금을 학교를 짓는 데 쓰기도 하고, 마을을 위해 쓰기도 합니다.
최근에 알려진 대표적 나눔 사례는 2018년에 제주의 비영리단체인 ‘최정숙을기리는모임’이 아프리카 부룬디공화국에 최초의 국립여자고등학교인 ‘최정숙여자고등학교를 건립한 거예요.
최정숙은 3.1 독립운동가이자 의사로서 제주 신성여중고 출신으로 모교의 교장과 제주도 초대교육감을 지냈던 분으로 평생을 제주여성교육에 헌신했던 분이죠.
이 분의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계승해서 발전시키자는 마음으로 신성여고 후배들이 모임을 결성하고 자금을 모아 아프리카에 여학교를 만들었습니다.
그분들의 모교인 신성여고가 서양 신부들의 도움으로 세워져 제주의 여성을 교육시켰던 것처럼 여자들의 교육 불모지인 브룬디에서 여성을 위한 학교를 만들어서 우리가 받았던 교육의 혜택을 우리가 주고 있는 거죠.
2019년에는 최정숙초등학교도 세웠고, 2023년, 2024년에는 브룬디 최초의 여성과학기관인 최정숙여자과학기술원과 최정숙여성직업훈련센터도 설립될 예정입니다.
김만덕 기념사업회에서도 학술사업, 쌀 천섬쌓기 등 행사를 통해 의인 김만덕이 보여준 나눔의 가치를 알리고 있고, 김만덕이 쏘아올린 통 큰 나눔의 정신이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제주에서 면면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우리도 김만덕, 최정숙. 이런 분들의 정신을 되살려 함께 나누는 행복을 누려야 하지 않을까요?
9월부터 12월까지 넉 달 동안 제주의 역사 문화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던 저를 비롯해 함께 제주의 곳곳을 다니며 공부한 학우들. 그리고 저희를 이끌어주신 김천석선생님과 함께 김만덕기념관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여럿이 함께‘ 공부하는 즐거움을 한껏 누렸습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새로운것을 배운다는 것
행복했습니다.
제주 사람들의 나눔문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번 시연을 통해 알게되었습니다
열심히 제주의 보물들을 찾아볼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한학기 즐거웠습니다. 신세도 졌구요. 나중에 저 오면 찾으신 보물 투어시켜주세요^^ 고맙습니다.
지역에 매몰되면 이게 독특한지,
가치가 있는지 등에 대해
무디어 질 수 있습니다.
외지에서 오신 분들에게 훨씬 잘
눈에 띠게 되지요.
그런 의미에서 조직의 다양한 구성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느끼게 됩니다.
우리 총무님의 예리한 시각이
제주 토박이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었습니다.
게다가 밝고 긍정적이며 성실하고 적극적인 모습이
참으로 귀감이 되었어요~
감사하고 수고하셨어요~^^
모두 교수님 덕분이지요.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우리총무님!
정말 수고많으셨어요.
나눔을 주졔로 제주를 들여다본것도 좋았구요.
혼자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그 어느때에도 나눔의 흔적이 있습니다. 이시간에도 현재진행형이니 나와 우리의 관계를 잊지 말고 실천하라고 혜연샘이 나눔에 대해 얘기하신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늦게 정이 들었네요. 밥도 차도 잘 사주는 이쁜언니! 산타모자도 나눠주시고 그야말로 나눔은 샘이 늘 하시는 거잖아요.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개강날도 불참, 수료식도 불참,
날날이 학생은 선생님들의 후기를 보고 다시 공부합니다.
나눔은 우리 혜연쌤도 못지 않으시죠.
늘 베풀고 보살피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습니다
늘 성실한 경민샘이 이번엔 어찌 이리 되었는지. 그래도 맑고 분위기 살려주는 돌고래소리로 경민샘 존재감 최고였어요.
한 학기동안 감사했습니다. 여러가지로 배울 점이 많은 총무님을 알게된 것은 행운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