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시조협회인천지부 회보 제8호 2024. 4. 26.(금) 발행 비정기 발행인 : 이희란 편집인 : 지연경 | 인천시조문학회
- 인천남동구 소래생태습지 봄나들이 | 시조는 우리민족의 유일한 정형시로서 국민정서 순화와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 온 우리문화의 뿌리요 꽃이다 . |
아버지와 소래염전
이광녕
짭조름한 갯바람이 세월만큼 절어 있다
소금 창고 지지대엔 스친 흔적 무상한데
소금밭 뛰어나오시며 반겨 맞는 아버님.
아버님은 한평생을 소금처럼 사시었다
목도질로 휘인 어깨 움푹 패인 삶의 무게
이마에 소금꽃 피면 더욱 척척 메셨다.
조강지처 잃은 설움 이 아들로 달래시며
점심밥 내갈 때마다 되먹여서 보내시니
아버님 사랑을 먹고 정금처럼 살아왔다.
이제 와 반세기 넘어 그때 거기 또 와보니
소금밭에 비친 하늘, 하늘마당 염전인지
아버님 파안대소에 눈물범벅 적십니다.
*염하
지연경
강이라면 잡았을까
바다라면 보냈을까
새우들 퍼 나르던
나룻배는 *가무리고
무정한
마른 풀들만
물길 찾아 애틋한
* 염하 – 강화와 김포 사이 좁은 바다
* 가무리다- 흔적없이 사라지다
푸른 노래
이영길
앞뜰에 햇살 들자 봄이 와 졸고 있어
봉오리 눈을 틔워
닫힌 문 열어놓고
물 올린 푸른 싹 반짝
개울물 조잘 조잘.
어둠을 뚫고 나온 청보리 눈을 뜨고
들녘을 누벼 오는
종달새 푸른 노래
춤추는 아이들 몸짓
마음껏 합창소리.
어머니의 솜씨
이정자
소쩍새 울음 줍는 한여름 새벽녘에
소리 죽인 종종걸음 모시 삼베 푸새하여
줄줄이 어머니 손길
정이 어려 살랑인다
땀방울 훔쳐내며 여름을 다독여서
옷깃마다 깃든 솜씨 서늘함을 듬뿍 담아
빨랫줄 가득 채워서
더위 마져 몰아낸다
⓵
땡감
박순심
떨떠름
맛 남겼던
어설픈 청춘노래
비바람
맞고 견뎌
맛깔 난 생의 탄생
삶이란
덜 익은 생각
우리고 또 우린 일.
밤바다
이명순
별빛이 내려앉은 검푸른 물결위로
물비늘 반짝이는 영혼이 속삭인다
월영이 머무르는 곳 안식처가 따로있나
심연에 가라앉은 우울을 헤집으며
달무리 사락사락 고요히 내리는데
은하수 다리위에는 별빛만이 출렁인다.
창경궁 주목朱木
- 사도세자에 관한 단상
배종도
1. 낭패를 보다
한 번만 더 몸통 틀면 용龍이 될 수 있었는데
뒤주 속 앰한 혼령 품어 안고 다독이다
아뿔싸! 벼락이 내려 줄기 고대 갈라졌다
2. 사도세자의 최후
후려치는 비바람이 우레를 몰고 와서
잦아들던 헛웃음도 에둘러 덮었던 건
빛 한 점 못 보고 가는 감읍 할 성은聖恩인가
손톱이 다 빠진 날 힘없이 늘어진다
불여귀 울음 울어 혜경궁은 합장하고
세손의 통곡이 아파 나도 함께 울었다
3. 오늘
적소謫所인 듯 인적 없어 옛 생각에 한숨 쉬자
어깨 가만 두드리고 궁궐 지붕 넘는 석양
거듭 난 가지도 모두 회오리 칠 준비 한다
피아노
구복호
음표가 건반위에
깡총깡총 뛰놀고
딩동댕 노래 소리
내 마음 콩닥콩닥
울 아가 피아노 연주
들을수록 행복해
⓶
그리고 봄
유상용
긴 냉기 밀쳐내고
새싹으론 아직 인데
바람시린 허공으로
눈 비비는 빈 가지들
가을엔
어딘가 떠나련만
사는 숨결 꽉 채운다
성혈사 꽃살문
김수원
나한전 꽃살문을 화엄으로 수 놓았네
팔만사천 높은 법문 꽃 대궐로 설 하셨네
연잎에 노 젓는 설법
삼매에 든 선재동자
꽃으로 전법함에 염화미소 향기롭네
부처님의 이심전심 수보리는 미소짓네
무언에 설법이어도
알아듣는 삼천세계
소백산 골짜기 바람이 차갑구나
산사에 풍경소리 온갖 잡념 씻어주네
영혼의 울림소리가
산 노을에 깊어간다
정상을 향하여
신계전
속박을 벗어나서 가볍게 날아본다
인내의 다짐으로 끈기있게 달려가면
튼실한 보람의 열매 훈풍으로 오려나
의지의 솟대 위에 걸터앉은 시린 소망
내 안의 벽을 딛고 일어서는 힘찬 내일
한없이 낮은 곳에서 더욱 깊이 오른다
큰 바위 철쭉꽃
심수자
천만 년 큰 바위에
터전 잡은 철쭉나무
바람도 잡아보고
구름에도 앉아보며
사백년
생명의 줄타기
아슬아슬 이어왔지
산 첩첩 준령이라
보는 이 하나 없어도
바위가 양보하는
몇 뼘 자리 감사하며
긴 세월
동거한 사랑
붉은 철쭉 어여쁘다.
⓷
만석부두
이상민
영종도 신도시보단 북항이 속내 좋아
화물선 비낀 자린 낚싯배 바쁜 자리
해 뜨는 원 괭이부리 마을 공단길도 환하다.
물치도 경관보단 저녁 노을 출사 좋아
원목선 있는 자린 고깃배 미쁜 자리
복 많은 원 괭이부리 마을 산책로도 이쁘다.
두물머리 카페에서
김순란
산 아래 물그림자 바람이 일렁이면
물 속에 흰 구름도 덩달아 술렁이고
춘천행 열차 유리는 노란 단풍 싣고 가네
삼라만상 품고 흐른 남한강 두물머리
산 빛이 앞장서서 계절을 알려주고
철새 떼 바삐 날아가니 이제 벌써 겨울인가
<시평>
유월의 소년
이희란
살가운 봄 햇살도 간지러워 이젠 싫다
어느 새 성큼 자란 나무들의 웅성거림
숲으로 찾아온 사춘기 팔목도 탄력 있다
닮은꼴 하나 없는 생존의 설계도에
연두색 셔츠 벗고 땅의 속박 터는 줄기
시작된 엽록소 행진 두근두근 무성하다 .
<시평-이광녕고문>
오월이 신록의 계절이라면 유월은 청록의 계절이다.
이 글을 읽으면 빠르게 철들어가는 소년의 성장 모습이
떠오른다. 이 글에 등장하는 ‘소년’은 ‘나무’에 비유되고
있으며 ‘숲’은 그들의 광장이다. 유월의 나무는 오월보다
몰라보게 성숙하여 짙푸르고 싱그럽다. 그러기에 어느새
성큼 자란 소년들도 웅성거리며 서로 어울리고 사춘기
팔목도 탄력 있다. 그들에겐 철 지난 살가운 봄 햇살도
이젠 간지러울 뿐이고, 연두색 셔츠는 벗어던지고
속박도 털어버리고 혼자 서려 한다.
이 글 속에서의 소년 이미지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다.
이른 봄의 어린 모습에서 환골탈태하여 푸른 꿈을
지니고 박차고 일어나 자립하려 한다. ‘엽록소’는 광합성을
하는 식물의 녹색 색소를 말하는데, 이 글에서 작가는
소년이 활동의 광장으로 나아가는 설레는 성장 발달을
‘엽록소 행진 두근두근 무성하다’라며 의인화기법으로
멋지게 표현하였다. 한참 성장하며 철들어가는 소년의
모습을 비유적 기법으로 참신하게 표현한,
글 솜씨가 돋보이는 수준 높은 글이다.
❀회원동향❀
✲심수자님-(24년.봄,계간시조) 신규가입 “ 환영합니다” ✲인천 최초시조비 방문 – 이광녕고문(소래생태습지) ✲유상용 - “부여시조”(직유와비유시조작법 토론) ✲배종도부회장 - 성파시조문학상 심사위원 위촉 ✲김수원님 - 뉴질랜드 부부동반여행중 ✲신계전님 - 계간종합문예지 [춘하추동]이사, [한국창작문학]자문
✲시화전시 작품과 장소 –실외? /실내? - 시화제작하실 분 원고 ;5월30까지 페브릭(가림막,가방,우산등)소량주문 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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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회장님,
수고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