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명리학자라면 물상대체/업상대체를 끝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것은 평생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물상대체와 업상대체야말로 명리학이 단순한 점사도구가 아닌 지혜를 얻는 철학으로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만드는, 명리학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운이 안 좋다고 할 때 우리들이 익히 아는 점집의 처방은 예를 들어서 용신(약신) 화(火)라고 할 때 그것에 해당하는 빨간색 옷을 입고 다니고 부적 갖고 다니라는 처방을 내리는데 그런 것도 나름 이유가 있다고 볼 수는 있으나 진정한 물상대체/업상대체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일단 물상대체/업상대체의 개념은 이렇다.
예를 들어서 어느 시점에 죽어야 할 팔자가 있다고 할 때 그것은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라서 거역할 수가 없다. 명리학의 근본은 운명론이기 때문이다. 보통 우리들이 "죽는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신체활동이 끊어지고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죽는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명리학은 실제 현상에도 관련되어 있으나 영성과 영혼에도 상당히 관련되어 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실제로 생명활동이 끊어지지 않더라도 그에 준하는 커다란 충격이 정신이나 마음에 작용하여 산 채로 죽게 된다면 그 순간 업은 소멸하고, 하늘이 정해놓은 운명의 덫은 풀리는 것이다. 물론 거짓으로 하면 안 되고 하늘을 속일 만큼 진실되어야 한다.
업상대체는 이것을 직업적으로 푸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자수, 오화 등 현침살이 강한 사주는 칼이나 바늘을 갖고 놀아야 한다. 그러므로 매스를 갖고 수술을 하는 의사, 가축을 죽이는 것을 업으로 하는 도살자, 주사를 놓는 간호사가 되면 아예 직업적으로 칼이나 바늘을 갖고 노는 것이므로 현침살의 살기가 누그러진다. 또한 예를 들어서, 여자가 사주팔자 원국에 상관이 득세하면 남자를 만나기 힘들다. 그러므로 아예 성인배우 쪽으로 나가면 상관 때문에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지 못하는 자신의 한계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 수가 있다. 오히려 상관으로 관성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 수가 있어 남자를 아예 홍콩으로 보내버릴 수가 있다. 업상대체를 제대로 한 케이스다.(극단적인 예시이므로 참고만 하시라)
물상대체는 이렇게 직업적으로 풀지는 못하더라도 평소에 사주팔자에 있는 흉한 기운이 치명적으로 작용하기 전에 일종의 허구를 만들어서 그 쪽으로 가게끔 돌리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바이러스를 미리 반쯤 죽여놓은 백신 주사를 맞아서 미리 바이러스에 대한 몸의 면역력을 길러놓는 것과 같다.
중요한 점은, 업상대체는 직업적으로 푸는 것이므로 진실되는 경우가 많겠지만 물상대체는 장난식, 연극식으로 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는 절대로 물상대체가 잘 되지 않는다. 실제로 가슴 속에 깊이 사무치게 느껴야 물상대체가 된다.
예를 들면 자식궁이 운에서 들어온 것에게 충을 맞아서 자식에게 사고가 나지 않을까 불안한 어머니가 있을 때 그 충의 종류에 따라서 물상대체는 여러가지로 만들어 볼 수가 있다. 예를 들면 인목(자식궁)이 신금에게 충을 맞는 경우, 금(金)은 자동차의 물상이기 때문에 평소에 오로지 자식에게 교통사고만 조심하도록 신신당부만 할 것이 아니라 물상대체를 위하여 금의 물상을 갖는 여러가지 것들로 미리 시뮬레이션 해야 한다.
물상은 금의 십성에 따라 다르다. 금이 십성으로 인성이라고 가정하면 인성이 뜻하는 바는 정신적, 감정적 동요이기 때문에 만약 흉한 사고가 일어난다면 어머니의 감정 섞인 심한 말로 자식이 영향을 받아서 어떠한 사고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어머니는 자식 앞에서 모질게 굴지 말고 차라리 허수아비(진짜 허수아비를 말하는 게 아닌 하소연을 할 만한 적당한 사람)에게 사전에 감정을 푸는 것이 물상대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충이 발생하는 상황이므로 감정을 격하게 표출해야 진짜로 물상대체가 되는 것이지, 그냥 적당히 해서는 물상대체가 될 수가 없다는 점이다.
한 가지 더 예시를 들자면 진술충에 의하여 병화, 무토가 입묘되는 운이 올 때(술토는 병화, 무토의 묘지) 병화는 정인, 무토는 겁재라고 가정하면 정인이 뜻하는 어머니의 신변에 이상이 온다거나 겁재가 뜻하는 삶의 의지가 꺾일 수가 있다. 그러므로 진술충이 발생하는 순간에 공부하던 책을 찢어버린다거나(어머니 대신 인성이 뜻하는 다른 것을 묘지로 보내는 것),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정화하는 템플스테이(겁재가 뜻하는 삶의 의지를 묘지로 보내는 것)를 통하여 물상대체를 해볼 수가 있다.
이렇듯 물상대체의 개념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당연하고 지혜로운 것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빨간 옷을 입고 다니고 부적을 갖고 다닌다고 일어날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가끔 사주팔자를 공부하다 보면 똑같은 사주팔자가 있을 때, 그리고 운도 안 좋게 흘렀는데 누구는 망하고, 누구는 흉함이 덜하고, 누구는 오히려 잘 먹고 잘 사는 모습을 본다. 이런 것들은 모두 물상대체가 제대로 되었느냐 아니냐에 달려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명리학에서 물상대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고 끝없이 연구해야 하는 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