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4월 이달의 작품 심사평 및 심사 결과 / 이길옥 시인의 시 「풍경 7」 선정

이길옥 시인의 시 「풍경 7」 선정 2024.4월 이달의작품 [시]풍경·7이길옥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 셋이인도를 다 차지한 채휴대전화기 속으로 해맑은 눈동자를 집어넣고 있다 저 나이시시덕거릴 저 나이의 동화는벌써 책가방의 무게에 맥 풀려 사라지고 저 또래재잘거릴 저 또래의 입에 오르내리던 동요는이미 가락에 녹이 슬어 음색을 잃었다 보도블록이 들썩이고간판들이 덜컹거려야 할 수다로돌풍을 일으킬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 셋의 나들이에최신 휴대전화기가 끼어들어철부지 천진난만을 야금야금 잡아먹고 있다 어린이가 사라지고 있다 2024년 4월 문학의봄 창작방에 오른 작품 중 본심에 오른 작품은 운문 부문에서 이길옥 시인의 시 「풍경 7」, 안태영 시인의 정격시조 「실버들 땋는 엄마의 넋두리」 등 2편이었고, 산문 부문은 눈에 띄는 작품이 없었다. 이길옥 시인의 시 「풍경 7」현대 아동들의 스마트폰 중독에 따른 순수성 상실을 안타까워하는 작품이다. 휴대전화라는 문명의 산물과 ‘눈동자’, ‘수다’ 등 순수의 상징들이 대비되면서 문명의 이기에 잠식된 아동들의 주의력 변화를 살핀다. 이에 따라 자연히 동화나 동요는 눈이나 입으로 더 이상 접해지지 않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현실을 꼬집는다. 가뜩이나 저출산으로 인해 아이들 웃음소리가 놀이터에서마저 사라지고 있는데, 스마트폰까지 아이들의 정서를 점령한 현실은 삭막하기 그지없다. 단순히 기계 의존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가족부의 2023 청소년통계자료에 의하면 10대 청소년 40.1%이상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서, 이들의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3시간 이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해마다 3% 이상씩 이 수치는 상승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이용 시간이 긴 분야는 릴스나 틱톡 등 숏폼 장르들이다. 디지털 마약이라 불리는 숏폼은 짧은 시간 안에 뇌의 도파민을 반복적으로 분비하게 함으로써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만들고, 심지어 기억력과 사고력의 감퇴를 불러오기 때문에 요즘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어서 학교와 가정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현실이다. 이 시는 이런 현실까지를 안에 품고 있다. 화자는 천진난만이 점점 사라지는 아동들의 세계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에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변화하는 현실을 짧은 에피소드 안에서 발견하고 진단 및 평가하는 작가의 진지한 시선이 느껴진다. 우리가 늘 지나치는 장면에 드리운 시인의 날카로운 촉수가 한껏 돋보이는 작품이다. 숙고 끝에, 스마트폰에 중독돼 아이의 모습에서 상실한 현실을 상기해내며 상징 가득한 정물 사진 한 장으로 묘사한 이길옥 시인의 시 「풍경 7」을 2024.4월 이달의 작품으로 선정한다. 축하드리며, 지치지 않는 꿀벌처럼 일생 창작에 집중하시는 이 시인의 열정을 응원한다. 2024.6.22. 문학의봄 이달의작품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