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佳人)에 침몰하다 / 김병연

[김병연 현대자동차]

1) 2019년 3월 어느날이었던가. 무료하게 티브이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이때부터 송가인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2)경연 프로그램 참가자가 무려 12,000명이나 되었는데, 제1대 미스트롯을 선발하는 대회였다. 난 무엇에 홀린듯이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은 채 주의깊게 한 출연자가  부르는 노래를 듣게 되었다. 가녀린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노래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나를 이끌었다.

3)지금도 호사가들의 입에서 회자되고 있는 첫 경연곡, '한많은 대동강'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설로 남아있을 정도로 임팩트 있는 노래로 각인되어 있다. 수백번을 들어도 그때 느꼈던 감동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연이어 벌어진 5차 경연을 끝으로 마침내  가인은 미스트롯 진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해내고 말았으니 어쩌면 당연히 결과인지도 모른다.

4)어느 가요 평론가 한 분은 그녀의 목소리를 이렇게 평한 적이 있다. "송가인의 목소리는 여타 가수에서는 볼 수 없는 차별화되고 특이한 성량을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것입니다."  혹자는 그녀를 가르켜 '신의 딸'이라고도 한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5)드디어 그녀의 실체를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2019년 12월 25일  엑스코 콘서트 티켓을 구한 것이다.. 그것도 서울에 사는 큰딸에게 종용해서 어렵게 구했다.

6)공연장 입구 광장에서는 난생 처음 보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분홍색 단체복을 입은 사람들이 떼지어 모여서 무슨 전쟁터를 방불케할 정도로 형형색색의 응원 깃발(그녀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을 들고 몰려 다니는 것이다.그 모습을 구경하면서 마치 이국에 온 듯한 착각 속에 빠져들었다.

7)나중에 알고보니 가입 회원 수가 무료 10만이나 되는 '어게인'이라고 부르는 송가인의 팬클럽이었다. 팬들은 10대부터 80대까지 남녀노소할 것 없이 널리 분포되어 있었다.

드디어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참가한 여러 가수들의 노래는시시하기 그지없었다. 마침내 마지막 코너에서 그녀의 등장에 일순간  공연장 전체가 박수와 환호로 천둥이 치는 듯한 느낌으로 변해버렸다. 나 역시 한참이나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윽고 노래를 부르는데 첫 소절부터 강렬한 인상을 날려버려 온 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무어라 할까.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성량이 폭포수 마냥 시원하면서도 웅잠함이 깃들어 있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남아 있는 진한 여운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8)가인은 전라도 보배섬 진도에서 태어났다. 2남 1녀 중 막내이다. 어머니 송순단여사(중요 국가 무형문화재 싯낌굿 전수조교)의 권유로 중1때부터 판소리를 배워서 광주 예술고를 거쳤다. 중앙대 국악과에 입학해 판소리를 전공하여 무려 판소리 부분 문체부 장관상을 2번이나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과시하였다. 이후 어머니의 간곡한 권유로 트롯으로  전향하여 지금은 트롯 가수들 중 최고의 위치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연  출연료가 무려 수천만원이나 되니  그녀를 섭외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고 한다.

9).2021년 6월 25일 또 한번 그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콘서트 장소는 대구 엑스코로 결정되었다. 역시 그녀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카리스마 넘치게 무대를 휘저으며 관중을 압도하였고  20곡이나 되는 노래를 선사하였다.

옆 좌석에 앉아있는 팬 한분이 나에게 놀라운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각종 질병과 암으로 고통속을 헤매고 있었는데 송가인이라는 가수를 알고부터는 공연마다 다닌 결과  질병이 순식간에 싹 사라져 버렸다는 후일담을 자랑스럽게  늘어놓았다..이런 사례가 여럿이라하니 참으로 신기하고도 놀랄 일이었다.

10)그날, 공연은 클라이막스를 치닫고 있었다. 그녀는 관중석으로 내려왔다. 마지막 곡인 '칠갑산'을 부르기 위해서였다. 아! 마침내 나는  불과 10센티 앞에서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얼굴은 그야말로 인형처럼 조그맣고 앙증맞게 비쳐졌다. 내 곁을 스쳐지나가는 순간 모르게 손을 내밀어서 살짝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게 다였다. 그녀는 그렇게 홀연히 유유히 저 무대위로 다시 올라가버렸다. 관중들이 내지르는 열광의 도가니 속에서 나는 그저 넋을 잃고  그녀가 스쳐 지나간 짧디짧은 접촉의 희열에 빠졌다..

11)아침 6시에 눈을 뜨자마자 폰을 켜면 어김없이 그녀의 감미로운 노래가 내 귓전을 일깨운다. 적어도 출근 전까지는 대략 10곡 정도는 듣는 셈이다. 물론 잠자리에 들기 전 또 10곡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잠에 빠진다. 이런 패턴이 어언 3여 년 동안이나 계속되고 있다. 이런 나를 아내는 "차라리 송가인하고 같이 살아라"라고 핀잔을 주곤 한다.

카멜레온처럼 부르는 노래마다 그 뉘앙스를 달리하고 있으며 가요, 발라드, 락, 민요, 뮤지컬등 가리지 않고 모든 장르를 아우르면서  뛰어난 가창력을 뽐내고 있는 그녀는 영원불멸의 가수로써 가요사의 한 획을 그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녀를 일개의 트롯 가수가 아니라 탑 클래스에 위치해  있는 진정한 아티스트로  평하고  싶다. 멀지않아  가성(歌聖)으로 추앙될 날이 오리라고 감히 장담해본다.오늘도 난 여전히 그녀에 침몰하여 허우적대고 있다. 

[윤미선]

송가인의 노래를 들을때면 느끼는 감동이 그대로 전해 지는 것 같습니다.
글과 더불어 노래를 즐기면서 나날이 행복한 시간이 되시기를 빕니다..,,╰(*°▽°*)╯

[소녀 오수미]

빠지다 1인 추가하셨습니다~~^^
덕분에 송가인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덕질을 응원합니다.
마음이 느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

[김병연 현대자동차]

댓글 감사드립니다. 어는 가수를 좋아하는데 굳이 출신 지역을 따질 필요가 있겠습니까? 아직까지도 경상도, 전라도 따지는 퐁토가 있음에 심히 유감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런 점에서 송가인은 지역 구분 없이 전 연령층에서 골고루 팬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가 주어져 있다고 볼 수가 있지요.

[윤미선]

가인에 깊이 빠지셨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