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중음, 탄생 그리고 생기차제
무상요가 수행이 [부모에게서 받은] 여섯 가지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수행자의 물리적인 몸을 위주로 하는 것인 이상, 수행의 과정 역시 일반적인 사람의 죽음, 중음 그리고 탄생을 그 예로 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 지구라는 행성에 사는 인간은 자신들이 가진 물리적인 몸의 특성 때문에 죽음, 중음 그리고 탄생이라는 경험을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윤회의 과정을 극복함으로써 불변의 지복과 완전한 공성을 깨우치는 것이지요. 죽음이라는 것은 모든 거친 수준의 마음과 풍기가 미세한 차원으로 해체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 인간은 죽음의 정광명을 경험합니다. 이 정광명의 상태에서 중음 상태의 미세한 몸이 생겨나며, 다시 이 중음 상태의 미세한 몸이 정광명의 상태를 거쳐 눈에 보이는 거친 몸을 받는 새로운 탄생의 과정을 겪는 것입니다.
용수 보살과 성천(聖天, Aryadeva) 보살은 당신들의 핵심적인 가르침을 담은 탄트라의 주석서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거치는 이러한 일반적인 경험의 과정을 수행자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가에 대해서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죽음, 중음 그리고 탄생의 과정을 아무런 제어 능력 없이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의 법신, 보신, 화신을 성취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상요가에서는 죽음, 중음 그리고 탄생을 '삼신(三身)의 근간(gZhi dus kyi sku gsum)'이라고 말합니다.
앞에서 설명한 무상요가의 수행처럼, 어떤 생기차제 수행이든 부처의 결과적 상태인 이 세 가지를 성취[삼신]하기 위한 수행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닝마빠 경전에서는 다른 용어를 사용합니다. 부처의 삼신에 대한 생기차제의 수행을 닝마빠에서는 '삼종삼매(Ting nge 'dzin gsum, 또는 삼등지)'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진여에 대한 삼매인 진여등지(De bzhin nyid kyi ting nge dzin), 모든 것이 나타난 삼매인 현위등지(Rab tu snang ba'i ting nge dzin), 원인적인 삼매인 인위등지(rGyu'i ting nge dzin) 세 가지를 말합니다.
요가 탄트라와 무상요가 탄트라에 일반적으로 다 있는 생기차제 수행은 가끔 (1)초기 단계, (2)수승한 왕의 만다라, (3)수승한 왕의 행위, 세 가지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앞에서 설명한 닝마빠의 삼종삼매와는 다른 것입니다. 요약하면, 삼신에 대한 수행은 죽음, 중음 그리고 탄생의 과정을 깨달음의 길로 전환하는 수행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행을 통해 여러분이 실제 죽어가는 과정을 관상함으로써 죽음을 부처의 법신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관상 속에서 모든 마음의 흐름을 제어하고 그 의식을 움직이게 하는 기반인 풍기(風氣)를 해체시키는 것입니다. 죽음의 과정은 몸 안에 있는 요소들이 해체되기 시작하면서 일어납니다. 보통 이러한 과정은 여덟 단계를 거치는데, 먼저 지대부터 해체되기 시작하여 수대, 화대, 풍대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해서 사대가 해체되고 나면, 그 다음에 일어나는 네 가지 단계를 계속해서 경험하게 되는데, 각각 현상심인 명백광(明白光), 증장심인 증적광(增赤光), 근성취심인 득현광(得玄光) 죽음의 정광명의 순서로 일어납니다.
생기차제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오직 관상을 통해서만 경험하고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경원만차제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좀 더 깊고 심오한 실제적인 경험으로 진행시킬 수가 있습니다. 수행자는 결과적으로 죽음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해체의 과정을 실질적인 것으로 경험할 수 있으며, 특히 죽음의 마지막 단계에서 일어나는 극히 미세한 상태의 정광명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현대의 과학자들은 죽음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들을 연구합니다. 만약 이러한 죽음의 과정을 천천히 점진적으로 경험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것을 연구하면 무언가 좀 더 고무적인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죽음의 해체 과정이 좀 더 분명하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는 병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에게도 볼 수 있습니다.
고도의 탄트라 수행자들은 죽음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들을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 함몰되지 않고 의식을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능력은 오랜 시간 자신의 생을 바쳐 수행해온 결과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죽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이러한 죽음의 정광명 상태에서 최대 약 3일 정도를 머무릅니다. 하지만 고도의 성취를 이룬 수행자들은 일주일에서 수주일까지도 이러한 상태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정광명 상태에 머물고 있는 외적인 징후는 의학적인 사망 판정이후에도 몸이 해체되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어떤 의사 친구는 수행자들이 경험하는 죽음의 과정을 실험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실험 기구를 저에게 남겼지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때부터 저는 수행자가 죽기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된 셈입니다. 아마 쉽게 이 실험을 끝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참 재미있는 일이지요. 생기차제에서 경험하는 관상 차원의 죽음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수행자는 공성에 대한 삼매에 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일반적인 몸의 요소를 정화하고 법신을 대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죽음의 정광명을 경험한 다음에 바로 중음의 상태로 들어가는 것처럼, 생기차제를 수행하는 수행자는 공성에 대한 삼매를 이루고 나면 관상 차원의 미세한 몸을 생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이 경험하는 중음의 요소를 정화하고 성취하는 보신의 수행입니다. 그런 다음, 일반적인 중음신[향식자]들이 죽음의 상태를 떠나 물리적인 거친 몸의 탄생과정을 겪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생기차제의 수행자들은 일반적인 탄생의 요소들을 정화하고 보신을 떠나 화신을 성취하는 것입니다.
생기차제에서 자신을 본존으로 관상하는 자수생기를 담고 있는 수행차제(dhana)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어떤 탄트라의 경우는 먼저 원인 집금강(執金剛 혹은 持金剛, Vajrdhara)을 생기한 다음, 결과적인 집금강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야만따까(Yamantaka)-바즈라바이라바(Vajrabhairava) 수행의 경우처럼] 또 다른 경우는 자수생기를 오현증(五現證, mNgon byang lnga, Abhisa;bodhis)으로 대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역주: 5현증에는 (1)월륜현증(Zla las byang chub pa, 대원경지), (2)일륜현증(Nyi ma las byang chub pa, 평등성지), (3)종자현증(Sa bon las byang chub pa, 묘관찰지) (4)수물현증(手物現證, Phyag mtshan las byang chub pa, 手持物, 성소작지), (5)전신현증(全身現證, sKu rJogs pa las byang chub pa, 법계체성지)이 있다.]
이와 같이 본존을 자수생기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생기차제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수행차제와 방법들은 본존을 관상하는 다양한 방식입니다. 모두가 중요한 방식입니다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심오함'과 '광대함'을 관상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신성한 본존의 자부심과 그와 함께 이어진 명료한 관상의 힘을 키워나갈 수가 있습니다. 앞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본존을 먼저 분명히 일으키고 나서 그것을 바탕으로 신성한 자부심과 정체성을 개발해야 합니다.
진지한 수행자들은 실질적인 수행에 들어가기 전에 언제나 자신의 정신적인 상태와 깨우침의 정도를 점검합니다. 실제 수행에 들어가서는 침몰(Bying ba)과 산란(rNam par gyeng ba)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주의 깊게 깨어있어야 합니다.
[역주: 수행에 들어가면 다양한 장애들이 수행을 방해하게 된다. 이러한 장애들은 옛날부터 침몰[가라앉음], 산란[산만함], 도거(掉擧, rNampar'phyarba, 들뜸), 혼침(昏沈, rMugs pa, 무기력), 수면(睡眠, gNyid pa, 졸음), 방일(放逸, rGod pa, 흐트러짐) 등의 몇 가지 전문적인 용어들로 표현해 왔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나타나는 현상은 방일을 바탕으로 산란과 도거가 생기며, 깨어 있지 않으면 침몰을 바탕으로 혼침과 수면이 찾아온다. 불교 경론에는 여기에 대응하는 다양한 수행 방법들이 있다.]
그리고 항상 일정하고 흔들림 없는 수행의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는 지(止)를 성취하기 위한 가장 큰 장애는 생각이 밖으로 향하는 것[방일]입니다. 그래서 산란이나 도거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장애는 들떠서 생기는 도거입니다.
이것은 마음이 욕망하는 바의 대상으로 옮겨갈 때 생기거나, 관상에 너무 집중하면 생기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태를 극복하려면 마음을 느슨하게 하고 관상의 집중력을 조금 느슨하게 해서 외부 대상에 대한 관심을 안으로 다시 돌리는 것입니다. 이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분석적인 방법으로써, 언제나 무상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윤회의 속성을 일어나는 생각의 대상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또 확고한 집중의 상태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행의 대상을 명료하게 관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명료함이 떨어지면 쉽게 외부의 대상으로 마음이 이끌리며, 지(止)를 성취하는 것은 불가능해집니다. 명료함에는 인식 대상에 대한 명료함과 인식 작용의 명료함[주관적 경험 자체]이라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마음의 명료함을 가로막는 장애는 침몰입니다. 수행 중에 마음의 침몰이 찾아오면, 인식 상태를 좀 더 키워야 합니다. 따라서 지(止)를 성취하기 위한 수행을 할 때는 항상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관찰해야 합니다.
즉 너무 느슨해져서 침몰하고 있지는 않는지, 아니면 너무 흐트러져 방일하고 있지는 않는지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기억하여 스스로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완전한 평정의 지(止)를 성취하기 위해 순간순간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알 수 있게 됩니다. 무상요가 수행에서는 스스로를 본존으로 관상하고 몸에 있는 다양한 기맥을 관상하는 수행 대상의 특수성 때문에 지(止)의 상태를 보다 쉽게 이룰 수 있으며, 이 지(止)의 힘으로 몸 안에 있는 기맥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수행을 통해 깊은 경지의 체험을 한 수행자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수행의 방법을 가르쳤고, 그들은 자신의 깊은 경험을 저에게 말했습니다. 보기 좋은 관계 아닙니까? 본존에 대한 명료한 관상이 가능해지면 마음은 지(止)의 상태를 오랫동안 계속해서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감각과 사고를 막아주고, 신성한 자부심을 일으키게 합니다. 이때 수행의 과정을 통틀어 인식의 작용이 일어난 근원인 공성에 대한 자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청정법계인 만다라와 그 안에 거주하는 본존에 대해 분명하고 생생한 관상이 가능해집니다. 마치 눈으로 직접 보고 있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됩니다. 이것은 생기차제의 첫 번째 단계를 완성한 증거입니다. 이와 같이 수행을 계속 해나가다 보면, 자신의 몸에서 생기한 미세한 본존들이 찰나의 의식 속에서도 명료한 관상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때가 생기차제의 두 번째 단계를 성취한 단계입니다. 이렇게 완전한 집중의 상태가 한번 이루어지고 나면, 수행을 좀 더 진전시킬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가슴에서 생기한 본존들을 뒤로 되돌리는 것과 같은 방법들입니다. 이러한 수행은 미세한 상징물들과 무드라(印)들을 중앙 맥관의 위쪽 개구로 돌리고, 미세한 정수(精髓, thig-le)와 종자음을 중앙 맥관의 아래쪽 개구로 돌리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수행을 다하고 나면, 다음 단계는 진언염송을 하는 것입니다.
무상요가에는 만다라에 거주하는 서언존의 서원이 깃든 진언을 염송하는 삼매야염송(Dam tshig gi bzlas pa, 誓言念誦), 분노염송(Khros pa bzlas pa), 지금강염송(持金剛念誦, rDo rje bzlas pa), 교염송(轎念誦, 혹은 持廻曲念誦, Khrogs kyi bzlas pa, 가마염송), 명왕염송(明王念誦, Khro bo bzlas pa) 등의 다양한 진언염송들이 있습니다.
진언염송 다음에는 정진이 끝난 뒤에 하는 '정진후수행'을 합니다. 탄트라의 수행자는 정진 중에 지혜와 방편의 수행을 절대로 따로 나누어서 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정진이 끝난 후에도 일상에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진이 끝나고 하는 '정진후수행'에는 수면요가, 음식조절, 세욕 등이 있습니다. 진지한 탄트라의 수행자들은 용변을 보는 중에도 특정한 수행과 관련한 의식을 계속 유지할 수가 있어야 합니다.
위대한 스승들은 정진 중에 하는 수행과 정진 후에 하는 수행이 항상 서로를 보충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정진 후 수행을 하는 동안 수행자는 자신이 정진 중에 했던 수행의 성과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긴 세월을 수행하고도 자신의 사고방식이나 생활태도 습관적인 경향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이것은 수행의 테크닉만 배운 것이지 실질적인 수행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분명히 좋지 않은 징조입니다. 약을 먹을 때 중요한 것은 약의 모양이나 색깔, 맛 등이 아닙니다. 그 약이 우리 몸에 얼마나 효과적인 것인지가 중요하지요. 만약 오랫동안 약을 먹고도 별 효과를 못보고 있다면, 그 약을 더 이상 계속 먹을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수행이 정교하든 간단하든 자신의 전환과 변화를 성공적으로 도와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자기 안에서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무상요가수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