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문자 낭송시 30편
1. 태극기
2. 어머니의 시낭송
3. 아 어머니
4. 백두산 천지 아리랑
5. 물 긷는 남자
6. 참 멋진 청년
7. 청춘
8. 오솔길
9. 멋진 여자 그리고 남자
10. 천년의 사랑
11. 눈물의 음악회
12. 회화나무 가로수 길
13. 자화상
14. 그리운 소꿉친구
15. 북성포구에서
16. 결혼하는 신랑신부에게
17. 박연폭포
18. 신의 집 포탈라궁
19. 신춘 음악회
20. 구마루 언덕
21. 시꽃
22. 늦가을
23. 어머니 사랑합니다
24. 내일을 위한 기도
25. 세월은 하룻밤 꿈처럼
26. 외손녀
27. 무심천 꿈길
28. 행복한 여자
29. 산도라지꽃
30. 배우자
1. 태극기 / 민문자
조국의 상징 태극기를 보면
경건하게 옷깃이 옷깃이 여며지고
벅찬 감격으로 눈시울이 젖는다
반만 년 유구한 역사의 힘줄
고난과 시련을 슬기롭게 이겨낸
얼마나 자랑스러운 그 깃발이냐
한류의 눈부신 문물을 싣고
한분야의 정상에 정상에 올라서서
세계 어디서나 펄럭이는 태극기
소중히 간직하다 국경일이면
집집마다 대문 위에 내거는
그 정성 그 정성 방방곡곡
되살리고 싶다 되살리고 싶다
2. 어머니의 시낭송 / 민문자
삼십 년 전 문맹이나 다름없던
어머니를 모시고 인하대학교의
시민대학 특강에서 한 여류 시인이
낭송하는 변영로의 시 <논개>를 경청한 일이 있었다
서른다섯부터 사 남매를 혼자 기른 어머니는
논개의 애국심과 절개에 감동하셨는지
가끔 <논개>를 읊으시고
나도 십여 년 전부터 시낭송 매력에 푹 빠져있었다
이제는 숨소리도 가쁜 93세의 어머니
인간 본연의 자기표현 욕구를
얼마나 가슴속에 잠재우며 사셨을까
한번 가슴 시원하게 풀어드릴 방법은 없을까
마침 나의 졸시 <태극기>가
<시시랑 노래사랑> 무대에서
신곡발표의 자리를 얻었기에
어머니와 딸을 자랑스럽게 초대하였다
사회자에게 어머니를 소개하고 재주를 귀띔하였다
어머니를 모시고 단상에 올라가 마이크를 대드리니
가쁜 숨도 숨기시며 끝까지 논개를 암송하셨다
어머니 사랑해요, 추억 하나 만들어 드리고 싶었어요
3.아! 어머니 / 민문자
올망졸망 사남매
청상(靑孀)의 몸으로
금자동아 옥자동아
꽃으로 보여라 잎으로 보여라
논밭 일구시며 애태운 평생
효행과 지조와 자식 사랑
이웃의 모범되었어라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와도 정감어린 말씀 나누고
무쪽 하나에서 송편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움 추구하시는 정성
남다른 솜씨 간직하신 어머니
온갖 어려움 이겨내신 싯푸른 의지
진실하고 근면한 청렬한 삶
꺼지지 않는 배움의 열정
행복은 언제나 자신의 가슴속에 있다는 말씀
평범 속의 비범 눈매 서늘한 기품
자손마다 상금으로 주신 천 원짜리 지폐 한 장
빈 가슴에 안겨준 푯대 그 모정
힘든 인생길 잘 달려왔다고 또 잘 달리라는
어머니 마음 그 등불
언제까지나 우리 가슴속을 밝히리라
아! 어머니 우리 어머니
4. 백두산 천지 아리랑 / 민문자
장백산 청석봉 아래서 바라 본 백두산 천지
덕 많이 쌓은 사람 앞에서만 그 모습을 드러낸단다
한낮에 안개연기는 모락모락 피어오르는데
걱정하던 운해는 바람신에 밀리고
온몸을 드러낸 천지의 전경
아! 그 짙은 코발트 물빛 보석으로 빛난다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는 기상
신비롭고 외경스럽다
마음 떨며 밟아 본 지금은 조중 국경선
남의 땅을 거침없이
내 땅은 도둑고양이 되어
월경하고 십여 미터를 걸었다
비탈에 매달린 질풍경초
연보랏빛 백두산 천지 들국화
아린 내 가슴 달래어 주는가
예쁘게 활짝 웃었다
나는 천지를 향하여 소리쳤다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5. 물긷는 남자 / 민문자
반세기 전만 해도 시골 어디서나
옹달샘과 우물에서 좋은 물이 흘러넘쳤는데
미래에는 물도 사 먹는 세상이 올 것이라 했네
설마 했지
마을마다 물맛 자랑하던 우물들 언제부턴가
수도꼭지에 밀려나 모두 사라졌다
환경 오염된 세상
수돗물도 안심할 수 없어
설거지와 허드렛물로 사용하고
뒷산 약수 길어다 끓여 먹는다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물긷던 우물가
추억을 더듬으며 십여 년간
페트병 배낭에 넣어 등짐으로 날랐네
물긷기는 아녀자의 일인 줄만 알았지
일 년 전 어느 날부터 물 길어다 주는 가장
고맙네
약수터에 가보면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지
남자들의 발전된 애정표현인가
여성 상위시대의 현상인가
현대는 여성이 참 행복한 시대이다
나도 그렇다
6. 참 멋진 청년 / 민문자
새해 첫날 해맞이하는 정신으로
언제나 경건한 마음을 간직하며 사는 청년
진리 지혜 신념 용기 유머 건강 사랑이란 단어로
늘 깨어있는 자신으로 갈고 닦는 청년
국가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나라가 부를 때 제일 먼저 ‘예’하고 뛰어가는 청년
부모사랑 형제우애로 집안의 중심이 되고
친구 사이에서도 리더로 존경받는 청년
한 배우자를 위해 일생 변치 않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가정을 가꿀 줄 아는 청년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고 솔선수범하며
자기 책임을 다하는 청년
암울한 세상도 행복한 세상으로 만들
청소년의 멘토, 약자를 보호하는 청년
언제 어디서나 빛나는 희망꽃
참 멋진 청년
7. 청춘(靑春) / 민문자
갈래 머리에 꽃분홍 블라우스를 입고
오솔길에서 오빠와 마주쳤을 때
두 방망이질하던 가슴
다시 내가 열일곱 소녀가 된다면
오빠의 여동생에게 들려 보낸 연애편지
거절하지 않고 받아 읽고 답장도 쓸 텐데
휘파람 불며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을
자전거로 달리던 오빠의 멋진 뒷모습
이제는 마음 놓고 바라볼 수도 있을 텐데
토요일 오후마다 오빠와 함께
너른 봄티 뜰을 가로지른 냇가 긴 뚝방을
기분 좋게 달려볼 수도 있을 텐데
일요일에는 맛난 김밥을 싸 둘러메고
등산하며 비탈길을 오르다가
오빠의 손을 살짝 잡아볼 수도 있을 텐데
오빠가 멀리 함께 떠나자고 유혹하면
보따리 몰래 싸들고
따라나설 수도 있을 텐데
아, 아까운 나의 청춘
오빠!
8. 오솔길 / 민문자
어리뱅이 시절학교 오가던 길
내 꿈 아롱진 길
불여우 백여우 꾀쟁이 친구들
풀 묶어 넘어지고 장난치던 오솔길
남학생이 어설피 건네주려던 연애편지
바람에 날아가던 가파른 언덕길
멀리서 오시는 손님 마중 나가 기다리던 길
솔밭으로 이어지던 길
고향집 가는 길
도시화로 사라진 길
아, 그립다 이제는 옛이야기
9. 멋진 여자 그리고 남자 / 민문자
멋진 여자
열일곱 처녀처럼 청신한 여자
맑은 마음 미소 띤 얼굴 남 먼저 인사하는 여자
어떤 일에나 최선을 다하고 인내하는 여자
늘 진리와 지혜를 추구하며 인생을 가꾸는 여자
한밤중에도 전화를 걸어 대화하고 싶은 여자
먼 나라도 함께 여행하고 싶은 여자
카메라 렌즈에 담고 싶은 여자
바로 당신 참 멋진 여자
멋진 남자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하는 뚝심 있는 남자
몸 튼튼 마음 튼튼 나의 건강도 염려해 주는 남자
적절한 유머로 즐거움을 주는 남자
인생사 진지하게 대화할 수 있는 남자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만 이야기하는 남자
그를 만나면 이유 없이 기분 좋아지는 남자
가끔 시낭송이나 세레나데를 들려줄 줄 아는 남자
늘 싱그러움을 간직한 남자
바로 당신 참 멋진 남자
10. 천년의 사랑 / 민문자
당신은 은행나무
두 아름도 넘는 당신
비바람도 아랑곳없이
아직도 누구를 기다리나요
잎인 듯 남몰래 꽃 피워 맺은
역겨운 냄새로 감싼 열매
그 보석 누구에게 선물하렵니까
파란 하늘 만추(晩秋)
당신의 옷자락에서 노란 돈잎이
한 장 한 장 바람에 휘날리네요
누구에게 보내는 보시입니까
나는 대추나무
온갖 봄꽃에 눌렸다가
햇볕 따가운 칠월에야
꽃과 잎을 피워도 으뜸 열매를 잉태하지요
은행나무 소반에 안긴 대추차
천 년의 사랑
당신이 기다리는 이가 나였으면 좋겠어요
11. 눈물의 음악회 / 민문자
매달 첫째 토요일에 열리는
시사랑노래사랑 연주회
작곡가와 인사를 나누고
시인은 시를 읊고 음악인은 가곡을 부른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라
유독 부모님 노래가 많다
눈이 오는 날은 어머니가 보고 싶다는
시와 노래 제목들
어머니, 우리 어머니
어머님 마음, 어머님 은혜,
아버지 이름, 꽃밭의 아버지
소프라노 테너 바리톤으로
피아노의 선율에 실어
색다른 저마다의 소리표현
어머니 피아노에 맞춰 부른 딸의 노래
부러움을 한껏 자아내
아버지가 보고 싶고 어머니 목소리가 듣고파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12. 회화나무 가로수 길 / 민문자
석양에 걷는 압구정 로데오거리
최신 유행이 빛나는 명품거리
아름답고 발랄한 청춘들
나도 저런 젊음이 있었는데
낭만이 휘날리는 회화나무 가로수 길
꽃잎이 겨울 눈꽃처럼 흩날리는데
하모니카 소리 내 귀를 잡아당기네
그대는 젊은 날의 이름난 악사였던가
천 원짜리 몇 닢 동전 몇 개가 슬퍼요
여름날 낭만의 거리 회화나무 가로수길
그대도 멋진 청춘이 있었겠지
애수에 젖은 가락 내 마음 울리네
그대의 슬픈 노래 하모니카 소리
하얀 꽃잎이 휘날리는 회화나무 가로수길
아 내 마음 울리네 내 마음 울리네
13. 자화상 / 민문자
서러운 식민지의 땅에서
칠삭둥이만도 못한 모습으로
가난한 농부 아낙의 무녀리로 태어나
잘 성장하리라는 기대는 애당초 무리였다
여름엔 학질로 병든 닭 졸 듯하고
겨울이면 홍역 기침이 끊이지 않으니
가늘디가는 다리로 휘청휘청 걸어가면
꼴았구나, 황새라는 별명이 따라붙었지
부모의 DNA 덕분이던가
모든 행동은 남보다 느려도
공부는 두각을 나타내던 소녀
일찍 아버지 여의고 우울하게 처녀 시절을 보냈네
우직한 남자 만나 칠십 평생 해로하고 있으니
인내심은 끝내주는 여인이라
뒤늦은 예술세계에의 관심과 열정은
존경하는 스승 여러분을 모시는 행복을 얻더라
14. 그리운 소꿉친구 / 민문자
봄이 오면 산과 들로
진달래 꺾고 냉이 캐며 삘기 뽑고
함께 뛰놀던 순이 모습 떠오르네
아아 보고 싶은 순이, 소꿉친구야
할아버지 아끼시던 장도(粧刀)
보리밭에서 잃어버린 그 창칼도 떠오르네
냉이로 국을 끓일까요, 삶아 무쳐드릴까요
애교로 혼쭐 피하라던 그때 그 시절
언제나 언니처럼 보살펴 주던 그녀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며 지낼까
이제는 씩씩하게 무엇이나 잘한다고
내 모습 보여주고 싶은 순이
소꿉장난 공기놀이
고무줄넘기 숨바꼭질하며
콩 한쪽도 나눠 먹던 소꿉친구
지금은 흰머리 할매 되었겠네
아아 그립다 그리워 순이야 순이야
15. 북성포구에서 / 민문자
백곰표 밀가루 공장
저 멀리 동남아에서 실려 온 목재
산더미로 쌓인 월미도 입구에서
포구로 가는 길은
아는 사람만 알게스리 은밀하다
북성포구 2층 횟집 호젓한 자리
서해에서 건져 올린 횟감
가리비 간제미 갑오징어 광어
낙지 멍게 밴댕이 병어 해삼
갈매기 춤 붉게 타는 낙조 바라보며
희희낙락 모처럼 미각을 즐겼다
일 주일이나 앞당겨 챙겨 받은 생일상
아들은 외할머니 아비 어미에게
식도락 선물이 제일인 줄만 알고
노총각 신세 면하는 것이
효도인 줄은 모르는 모양이다
16.결혼하는 신랑신부에게 / 민문자
2019. 04.13 시사랑노래사랑 기념음악회/ 이복연 낭송
총명하고 늠름한 신랑
눈부신 웨딩드레스의 아름다운 신부
새 삶의 시작인 오늘을
얼마나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가
신비롭고 소중한 그대들의 인연
몇 억겁의 세월이 빚은 행복이거니
싱그럽고 지혜로운 신랑 신부여
부부가 한평생 사노라면
즐거움만 있는 건 아니라네
기쁜 날에는 춤을 추며 즐기고
괴로운 날에는 경건하게 기도를 하시게
겸손하고 성실하면 하늘도 감동하신다네
그대들이여, 달콤한 신혼의 꿈이
기대만큼 길지 않더라도 낙심하지 말게
희망의 돛대를 높이 세우고
서로가 두 손 마주 잡고 노 저어 가면
꿈꾸던 이상향에 닿을 수 있으리니
그날에 넘치는 행복이 또한 그대들을 맞으리
17. 박연폭포 / 민문자
천마산 청정수 한데 모여
슬픈 전설 품은 짙푸른 고모담에
천둥 치듯 쏟아지는 폭포수
수십 명이 앉아도 너른 너럭바위 용바위
황진이의 긴 머리채로 썼다는 초서체
그 부드러운 곡선미는 한 폭의 그림
과연 개성 삼절이라
빛나는 자취 그 재주 흘림체 글씨
용바위 영원히 못 잊겠네
여산폭포 장백폭포도 비견 못할 박연폭포
그 절경 표현키 어려워
그저 아! 아! 하고 감탄할 뿐
18. 신의 집 포탈라궁 / 민문자
세계의 지붕
눈 위의 대지란 뜻의 티베트
수도 라싸에 있는 신의 집
깨끗한 성지, 관음의 성지란 뜻의 포탈라궁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거대한 궁전
주인 달라이라마는 1959년 인도로 망명
지금은 관광 상품으로 전락하여
무장 중국군인이 지키고 있는 처지
티베트인들이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다는
포탈라궁과 조캉사원 그곳을 향하여
영하의 기온에도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서
그대로 오체투지의 예를 올리는 것은
가장 높은 곳에 살며
가장 낮은 자세로 신에 다가간다는 뜻
티베트인들의 절대적인 신앙심에
깊은 경외감을 금치 못했네
13층 정도의 전체 높이 117m 동서 길이 360m로
방이 1,000개나 된다는 건축물 포탈라궁
척박한 바위산에 어떻게 그렇게
아름답고 커다란 건축물을 세울 수 있었을까
불가사의한 일
짙은 코발트 빛 하늘 아래
황금빛 그리고 하얀색과 붉은빛 또 검은색
장엄하면서도 유려한 멋 풍기는 포탈라궁
산소통 없이는 견딜 수 없는 그곳에
칭장 하늘 열차 타고 또 한번 가보고 싶다
19. 신춘 음악회 / 민문자
추운 겨울 지나 봄이 왔구나 새봄이 왔어
복수초 산수유 영춘화 샛노란 웃음꽃 피우니
이산 저산 뭇새들 날아들며 지지배배 지지배배
봄바람에 개구리 맹꽁이도 노래 부른다
나는 소프라노 너는 테너 개골개골 맹꽁맹꽁
봄바람 부는 봄이 왔구나 새봄이 왔어
저기저기 개나리 병아리떼 청중이 몰려오고
진달래 아가씨 붉은 치마 봄바람에 나부끼네
하얀 꽃구름 너울 쓴 목련 아가씨야
우리 함께 노래 부르자 새봄 노래 부르자
20. 구마루 언덕 / 민문자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자리한 아담한 언덕
봄이면 진달래 민들레 냉이꽃 피어나고
여름이면 하얀 찔레꽃 아카시아 밤꽃향기
가을이면 아람 벌고 단감 빨갛게 익어가는 언덕
겨울이면 눈 덮인 산마루에서 눈싸움도 즐거워라
우람한 소나무숲길로 이어지는 등산로도 그윽한
서부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구마루
빨간 기와지붕의 문학의 집 ‧ 구로가 자리한 언덕
아침 햇살에 까치들 반가운 손님 온다고 깍깍대고
온종일 까투리 노랑딱새도 맞장구치며 노래하는 곳
날마다 참 멋진 사람들 찾아와 상기된 얼굴로
시낭송이며 고향 이야기로 아름답게 꽃 피우네
밤이면 풀벌레 합창소리에 별들도 무리 지어 놀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기쁨과 평화를 심어주는 구마루
21. 시꽃
민문자
시공을 초월하여 추구하는 가치
삶의 기쁨과 슬픔 모두 녹여 피운 혼불
사분사분 유려한 모국어에 담아
신비롭게 피워낸 시나무 시꽃
오색 찬란하게 눈부신 아름다운 꽃
암울한 세상 희망의 메시지로
오롯이 사랑과 지혜의 등불 되자네
아름다워라 자랑스러워라
고고히 당당히 도도히 유유히
날개 펴고 하늘 높이 훨훨
동그라미 그리며 신나게 춤추다
랄랄라 온세상 살포시 감싸안는 시꽃
22. 늦가을
민문자
은행잎 곱게 물든 늦가을이 되면
아련한 슬픔에 젖어든다
환하게 웃던 얼굴 하얀 국화꽃 너울 씌워
서쪽 하늘로 떠나보내고 되돌아오던 길
낙엽 진 은행잎 밟으며 많이 울었지
그녀가 떠난 뒤 십 년 세월에도
외딴 무덤 앞 밭둑에
죽 늘어서 있던 은행나무는
올해도 여전히 노랑 나비춤을 추고 있겠지
아 다정하던 친구여 그리운 벗이여
하얀 국화꽃 너울 쓰고 환하게 웃던 얼굴이여!
23. 어머니 사랑합니다
민문자
한평생 홀몸으로 논밭 다 일구시고
어버이 섬기며 청렬하게 사신 어머니
평범 속의 비범, 눈매 서늘한 기품이여
금자동아 옥자동아
꽃으로 보여라 잎으로 보여라 주문 외시더니
성큼성큼 백수가 다가오네요
아! 어머니 우리 어머니 사랑합니다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와도
정감 어린 말씀 나누며
목화솜처럼 포근한 이웃 사랑과
아름다운 솜씨, 향기로운 덕행으로
남다른 존경 받으신 우리 어머니
세월아 가지마오 세월아 가지마오
아! 어머니 우리 어머니 사랑합니다
24. 내일을 위한 기도
민문자
밝은 해가 솟은 새 아침
내일도 오늘과 같이 밝고 맑은 날을 열어주소서
가난해서 웅크리고 보낸 세월
이제는 푸근하고 넉넉한 마음 부자로 살게 하소서
싱싱한 자존감으로 밤에는 깊이 잠들고
아침에는 기분 좋게 일어나는 건강축복 주소서
태어나서 받은 수많은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
기부하는 마음으로 잘 살게 하소서
언제나 좋은 친구와 함께 즐겁게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게 하소서
25. 세월은 하룻밤 꿈처럼
민경자 시낭송가 / 세월은 하룻밤 꿈처럼 / 민문자
2019. 04.13 시사랑노래사랑 기념음악회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
노랗게 붉게 하얗게 축포 터뜨리면
새들도 날아와 즐겁게 노래하는 봄봄봄
처녀총각 꽃바람 들어 울렁울렁
아아 봄이런가 청춘의 기쁨이로다
연못가 창포꽃에 가슴 설레는 단옷날
모란꽃 함박꽃도 화려한 자태 뽐내지
한여름 연못에 연꽃 가득 피어오르면
바람은 산으로 가자 강으로 가자 유혹하네
나는야 바다로 가련다 동해 바다로 가련다
황금물결 들판에 과일도 주렁주렁 곱게 익으면
잊고 있던 부모형제 그리워 달려가는 고향 땅
죽마고우와 깊은 산속 구절초 들국화 향기 따라
불타는 가을산 오르며 지나온 세월 무용담 펼쳐본다
머리에 서리 내린 얼굴들 아 덧없는 세월이여
삭풍이 몰아쳐 노란 은행잎마저 사라지면
활엽수 홀딱 옷 벗은 나뭇가지에
펄펄 내린 하얀 눈, 온 세상이 눈꽃 세상
신나는 눈싸움 개구쟁이 악동 시절 그리워라
아아 세월은 잘도 흐르네 하룻밤 꿈처럼 흐르네
인생은 하룻밤 꿈처럼 / 민문자 작시/ 박이제 작곡
개나리 진달래 축포 터뜨리면
새들도 날아와 노래하는 봄봄봄
처녀총각 꽃바람 들어 울렁울렁
아아 봄이런가 청춘의 기쁨이로다
모란꽃 함박꽃 화려한 너울 벗고
연못에 연꽃 가득 피어오르면
바람은 산으로 가자 강으로 가자하네
나는야 바다로 가련다 동해 바다로 가련다
타향살이 벗어나고파라 아 그리운 고향
뒷동산 들국화 향기 따라 오르던 가을산
부모형제 옛 동무들 보고파라
단풍 든 얼굴들 아 덧없는 세월이여
해는 이울고 삭풍에 눈보라 치네
하얀 눈 파란 눈 눈꽃 노래하던 시절
개구쟁이 눈싸움 악동 시절 그리워라
아아 세월은 잘도 흐르네 하룻밤 꿈처럼 흐르네
26. 외손녀
외손녀
민문자
군자란 곱게 핀 봄빛 찬란한 날
열일곱 살 된 외손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날
왜 이리 내 가슴이 설레나
연애하고 싶은 참 좋은 나이다
그 나이에 생각을 꽁꽁 숨겨두던 나
여고생 된 손녀 마음이 궁금타
활짝 열린 미래를 꿈꾸며 연애도 놓치지 마라
핏덩이 너를 제일 먼저 안았었지
대학생 된 손녀 손잡고 걷고 싶다고
라일락 향기 짙은 그날에 꿈꾸던 미래
그 희망의 날이 저만큼에서 오고 있네
27. 무심천 꿈길
무심천 꿈길
민문자
무심히 흐르는 물길 따라 걷던 길
무심천에서 맺은 아름다운 추억들
생명을 일깨우는 명암지 천연탄산수
백합화 노래하던 청명원 꽃길에서
네 잎 클로버 찾아 행운이라고 좋아하던
꿈 많던 그 시절 지금도 눈에 어리네
수줍던 얼굴들은 다 어디로 갔나
그토록 희망하던 서울로 떠나왔는데
그 시절 이상은 자취 없이 사라지고
꽃다운 내 청춘 젊음도 간 곳이 없네
어릴 제 꿈꾸던 부모산 아래 내 고향
아름다운 추억이 서려있는 곳 그리워라
28. 행복한 여자
행복한 여자
민문자
나는 행복한 여자
가슴 가득한 사랑을 안고
긴장된 마음으로 며칠을 보냈어요
어머니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정신을 집중한 시간들
하얀 화선지에 먹물을 입힙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한 자 한 자 같은 글을
낮이나 밤이나 쓰고 또 썼어요
아무리 써도 마음에 차지 않아요
전에도 많이 썼던 내용인데
참 알 수 없네요
어머니 사랑합니다
어머니께 이 마음을 전하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알 수 없어요
188자 한 번 쓰는데 한 시간
모두 서른다섯 장을 썼어요
아직도 정성이 부족했나요?
그렇지만 이젠 시간이 없어요
고르고 골라 한 장을 택했어요
서른세 번째가 선택되었네요
간택된 화선지가 제일 잘한다는
이름난 표구사를 찾아가요
어머니 계신 안방 벽에 걸릴 족자
96세 생신을 축하합니다
DSB 앤솔러지 제96집 2019.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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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산도라지꽃 / 민문자
금수강산 남북으로 끊긴 곳
철원 대마리 비무장지대
구월 초하루 오토골 산마루에 오르니
밤송이 탱탱 아직 푸르기만하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조상님들
한데 모아 모신 선산에 올해도
위이 윙 윙윙 요란한 예초기 소리
우리 문중 함께 모여 벌초하네
호랑나비 너울너울 노랑나비 한 쌍도 나풀나풀
방아깨비 여치 풀무치도 펄쩍펄쩍 팔짝팔짝
아 산도라지꽃 세 포기 우리들 반기는 모습
여기 하나 저어기 하나 그리고 비탈에 또 하나 있네
보랏빛 치마에 하얀 얼굴 청초한 모습
어서 오너라 잘 왔다 하시는 듯
환하게 웃으시는 어머님 모습이다
저쪽은 증조모신가 고조모신가
30. 배우자 / 민문자
오랜 신장투석으로 혈관이 막혀
이식외과 수술실에서 중환자실로
일반병실로 옮기며 남편의 보호자로
보름간 병원생활을 겪어보니
늘 함께 해야 할 사람
남남으로 만나서
혈육보다 더 진한
사랑을 나누며 평생
상대를 보호하고 배려하며 사는
남자와 여자는 부부라
구순을 바라보는 중환자실 노인
팔순의 아내가 감기로
하루 걸러 왔다고 대뜸
‘이혼하자’ 소리치더니
보고 싶어 죽을 번했다네
콩팥 하나를 남편에게 넘겨주는
헌신적인 아내도 있고 대부분
쪽잠을 자면서 배우자를 보살피는데
짝 잃은 외기러기는 유무식 구분 없이
고상한 품위 유지하기 어렵더라
첫댓글 다 앍어 볼 수 없구나 서서히 아주 느리게 읽어 보렵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어머님의 만수무강을 빕니다.
선생님은 복이 많으신 분이시지요. 늘 덕을 쌓으신 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