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 모실길 2, 3, 4코스-1

[와운]

증도 모실길 2, 3, 4코스 

게·짱뚱어 노니는 갯벌에 모세의 기적이

  붉은 황토밭에 양파가 푸르다. 비산비야(非山非野)를 이룬 무안은 우리나라 최대의 양파생산지다.

무안에서는 구릉을 이룬 대지를 대부분 밭으로 개간하여 양파를 재배한다.

무안군 현경면을 지나 해제면으로 가다보면 섬 같은 착각이 든다.

해제반도라 불리는 이곳은 폭이 400m에 불과한 목으로 연결이 되어 간신히 육지로 남은 곳이다.

해제면이 섬 같은 육지라면 지도는 육지 같은 섬이다. 지도는 해제반도와 300m 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그것도 1975년 연육교와 방조제로 연결되어 해제 땅의 개울을 건너는 느낌이다.

그러니 해제반도와 지도는 한 몸처럼 보이는 것이다.

지도읍소재지에서 임자도 가는 길이 갈리고, 우리는 작은 섬 송도를 지나 지도대교를 건넌다.

간조기를 맞은 바다는 갯벌로 맨 살을 드러내준다. 지도대교를 건너 사옥도에 들어서니 염전이 기다리고 있다.

사옥도에서는 증도, 임자도와 함께 질 좋은 천일염을 생산한다.

사옥도와 증도 사이에는 2010년에 개통된 증도대교가 놓여 있다.

증도는 2007년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다. 이러한 증도에 다리를 설치한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느림의 문화가 살아있고, 국가습지보호지역․갯벌도립공원․유네스코생물권보호지역․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섬이니

불편하더라도 다리가 없어야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연도교가 놓인 뒤로 관광객이 급증하여

한 해 100만 명을 육박한다고 하니, 관광수입은 증가했겠지만 때 묻지 않은 생태의 섬,

증도의 청정한 환경은 점점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래서 신안군에서는 앞으로 증도로 들어가는 차량을 통제할 계획이란다.

증도대교 입구에 대단위 주차장과 환승시설을 만들어 전기자동차와 자전거, 마차 등을 이용한

친환경적인 대체 교통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는 증도에 도보여행길이 생겼다.

섬을 한 바퀴 도는 42.7km에 이르는 ‘증도 모실길’이다.

모실이나 마실 모두 마을을 뜻하는 전라도 방언이다. 증도 모실길은 5개 코스로 이루어졌지만

우리는 2, 3코스와 4코스 가운데 노두길과 화도 구간만을 걷기로 하였다.

증도면소재지를 지나 2코스 출발지점인 ‘신안해저유물발굴기념비’에 도착한다.

송․원대유물발굴은 1976년에 한 어부에 의해 발견된 도자기 한 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1323년 경, 원나라 영파(寧波)를 출발해 일본 교토(京都)로 항해 중이던 한 중국 무역선이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 이곳 증도 서쪽의 급류지대에서 좌초, 침몰하였던 것이다.

1976년부터 1984년까지 계속된 해저 발굴에서 수만 점에 이르는 송․원대 도자기와 목제품,

금속제품, 석제품, 동전, 기타 생활용품이 발굴되었다. 그 때부터 증도를 '보물섬'이라 불렀다.

30여 년 전, 송․원대유물이 발견되었던 바다를 바라보며 신안해저유물발굴기념비가 서 있다.

유물발굴기념비 아래에 설치된 낙조전망대로 내려서니 바다와 섬이 만든 풍경이 아름답다.

해질녘에 망망대해로 스며드는 낙조를 감명깊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북쪽에 임자도가 우뚝 솟아있고, 기암절벽 뒤로 증도의 부속섬인 도덕도가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남쪽으로는 지척에 소단도와 대단도, 내갈도와 외갈도 같은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서쪽으로는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마침 우리가 도착한 시각은 바닷물이 완전히 빠져 소갈도는 물론 바깥쪽의 대갈도까지 바닷길이

열려 있다. 소갈도에는 증도 앞바다에서 발견된 원나라 무역선과 같은 모양의 배 카페가 있다.

소갈도로 가는 데크 다리를 건너니 ‘700년 전의 약속’이라는 상호를 가진 배 카페가 기다리고 있다.

배 카페 주변은 아기자기하게 조경을 해놓았고, 카페 1층은 식당과 커피숍,

2층은 송․원대유물 모형 전시실로 꾸며져 있다.

 배 카페의 갑판에 서니 실제로 배를 타고 바다를 달리는 기분이다. 조망 또한 일품이다.

보물선 발굴 해역이 한눈에 바라보이고, 엷은 운무에 감싸인 임자도가 신비감을 더한다.

소갈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대갈도와 소단도․대단도가 꼬막껍질을 엎어놓은 것 같다.

소갈도에 놓인 다리 건너편으로 조금 전에 만났던 신안해저유물발굴기념비와 전망대가 푸른 솔숲에감싸여 있다.

소갈도에서 북쪽으로 보이는 증도해변은 기암괴석이 아기자기하고,

 남쪽해변은 모래사장과 갯벌이 펼쳐진다. 근처에는 만들독살이 있다.

석방렴으로도 불리는 만들독살은 조석간만의 차가 심한 바닷가에 쌓은 돌담이다.

밀물을 타고 독살 안으로 들어왔다가 썰물 때에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고기를 손쉽게 잡는 방식이다.

 민가 빨랫줄에서 건조되고 있는 생선들이 소박한 어촌풍경을 연출해준다.

모실길은 상정봉으로 올라서기 전까지는 아스팔트길을 걸어야 한다.

모실길을 아스팔트 차도로 대체할 것이 아니라 도로 아래로 해변길을 조성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소갈도 남쪽 300m 길이의 해변은 50m 폭을 가진 모래사장이고,

그 아래로는 갯벌이다. 길을 걷다가 뒤돌아보면 소갈도의 배 카페가 변함없는 모습으로 서 있다.

경사가 완만하여 방파제를 바다로 길게 내밀고 있는 검단항 뒤로 조그마한 명덕섬이 고개를 내민다.

해변은 모래사장이 이어지다가 바위지대가 나타나곤 한다. 모래사장 아래로는 어김없이 갯벌지대다.

갯벌에는 양식용 지주대들이 세워져 있다. 바다에 기대어 살고 있는 섬사람들의 생활상을 보는 듯하다.

남쪽으로 해무(海霧)에 덮인 자은도와 암태도 같은 섬들이 신비로움을 더해주고,

남서쪽으로는 세목섬 뒤로 증도의 명물 우전해수욕장과 해송 숲이 길게 펼쳐진다.

포장도로를 걷다보니 햇볕이 뜨겁기는 하지만, 시원한 바다와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이 불편함을 상쇄해준다.

물이 빠지니 증도 본섬과 주변의 작은 무인도들 사이에 바닷길이 열려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다.

길가 밭에는 무안과 마찬가지로 양파가 많이 재배되고 있다. 걷다보면 벼를 재배하는 논도

꽤 있어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과 함께 농경지에서 생산하는 주곡이 넉넉한 섬임을 알 수 있다.

해변 곳곳에는 이국적인 펜션들이 바다와 어울려있다. 넓은 갯벌과 짱뚱어다리, 우전해수욕장이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런 모습을 한눈에 바라보기 위해 상정봉(127m)으로 오른다.

상정봉에 오르다가 뒤돌아보면 아름다운 바다풍경이 발길을 붙잡는다.

드넓은 갯벌, 우전해수욕장의 까마득한 모래사장과 해수욕장을 감싸고 있는 소나무 숲과 함께

푸른 바다가 한편의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멀리서 증도를 바라보고 감싸고 있는 자은도, 암태도를 비롯한 크고 작은 섬들까지도

풍경화를 더욱 아름답게 해준다.

 정상 직전 봉우리에 서니 이러한 증도의 절경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우전해수욕장의 검푸른 해송 숲은 마치 한반도를 닮아 신비하다.

갯벌 위에 놓인 짱뚱어다리의 모습은 소박해서 좋다.

상정봉 정상에서도 우전해수욕장, 갯벌과 짱뚱어다리, 넓은 염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바로 아래로는 증도면소재지가 자리를 잡았고, 면소재지 앞의 모내기를 앞둔 무논이 시원해 보인다.

증도에 있는 태평염전은 140만평에 이르는, 단일염전으로는 국내 최대의 염전이다.

염전에서는 청정한 바다와 깨끗한 갯벌을 기반으로 바람과 태양이 결합되어 양질의 천일염이 만들어진다.

연간 1만6000톤의 소금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염전 주변에는 소금박물관, 염전체험장 등 다양한 체험시설도 갖추고 있다.

증도면은 증도·화도·병풍도·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 등 6개 유인도와 10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졌다.

증도는 물이 귀한 섬이다. 물이 ‘밑 빠진 시루’처럼 스르르 새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루섬’이라 불렀고, 한자로 시루 증(甑) 자를 써서 증도(甑島)라 하였다.

원래 ‘앞시루섬’과 ‘뒷시루섬’이 있었는데, 두 섬 사이 갯벌에 태평염전이 들어서면서

하나의 섬이 되었다. 거기에 주위 여러 섬이 간척사업으로 합해져 오늘의 증도가 되었다.

 결국 ‘더한 섬, 늘어난 섬’이라는 뜻의 증도(曾島)가 된 것이다.

숲길을 따라 내려가 증도면사무소 앞에 다다른다. 깔끔한 집이며,

시가지의 건물이 다른 섬보다 넉넉해 보인다.

증도면엔 2,0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들 중 90% 이상이 기독교인이란다.

그래서 증도에는 절이나 성당은 하나도 없고, 기독교 교회만 있다.

증도에는 신안의 섬 일대를 돌며 수많은 기도소를 설치하고 기독교를 전파하다 한국전쟁 때

순교한 여전도사 문준경(1891∼1950)의 발자취가 남아있다.

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관이 세워져 있고, 기념관 옆에 추모비도 있다.

길은 갯벌해변으로 이어진다.

엄청나게 넓은 갯벌은 마침 물이 빠져 맨 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게가 갯벌 속으로 몸을 숨겼다가 슬며시 기어 나와 잔걸음으로 갯벌 위를 기어간다.

여기에 뒤질세라 짱뚱어도 몸을 비비꼬며 춤을 춘다.

짱뚱어는 눈이 툭 튀어나온 철목어(凸目魚)로, 머리는 크고 몸통은 납작하다.

물이 빠지면 구멍에서 나와 갯벌 위를 살살 미끄러지듯 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이렇게 갯벌은 게와 짱뚱어의 놀이터가 된다. 짱뚱어는 못생겼지만,

추어탕처럼 시래기와 함께 끊인 짱뚱어탕은 별미다.

이런 갯벌 위에 472m에 이르는 짱뚱어다리가 있다. 다리는 철골과 시멘트를 이용한 튼튼한 다리가

아니고, 작은 철기둥 위에 나무판자를 깔아 주변의 갯벌과 어울리게 했다.

사람들이 다리를 건너면서 갯벌에서 자유롭게 놀고 있는 게와 짱뚱어를 바라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짱뚱어다리에 기대어 갯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행복해 보인다.

<증도 모실길 2, 3, 4코스 - 2>로 계속

[정기열]

여기 있는 사진을 복사해서 우리 회사 홈페이지에 자랑 칩니다.
되게 잘 아는체 하면서요!

[와운]

여러사람이 공유하면 좋겠지요.
원본 출처를 밝혀 놓으시면 금상첨화일테구.

[초야]

모실길 해변 뻘, 모래사장, 한반도 해송숲, 그길의 선남선녀! 모실길이 안겨준 풍성한 모습입니다

[와운]

아름다운 자연과 하나 된 사람들.
그 속에 행복이 있겠지요.

[정현숙]

역시 대한민국 하와이 답습니다요....울 회장님 멋져요

[와운]

이렇게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던 것도 다 총무님 뒷바라지 덕분입니다.
항상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