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노래에 나타난 재생의식
유해용
오늘은 2023년 1월 31일로 1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겨울답게 1월 한 달동안 날씨가 차가운 날이 제법 많았습니다. 1월 23일에서 25일까지는 외출해 보니, 호된 맹추위가 살갗 속으로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은 변하나 봅니다. 겨울이 그리 싫지만은 않은데도 강추위가 며칠 몰아치니, 따뜻한 봄이 그리워짐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인가 봅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50년 전쯤으로 되돌아 가보았습니다. 거기에서 70년대 인기가수였던 이은하가 불렀던 “봄비”라는 대중가요의 노랫말을 만났습니다.
봄비 속에 떠난 사람 / 봄비 맞으며 돌아왔네//
그때 그날은 그때 그날은 / 웃으면서 헤어졌는데 //
오늘 이시간 오늘 이시간 / 너무나 아쉬워//
서로가 울면서 창밖을 보네 / 헤 에에에에//
봄비가 되어 돌아온 사람 / 비가 되어 가슴 적시네//
(노래 "봄비" 작사: 이희우 / 작곡: 김희갑)
독서를 좋아하던 중 2001년쯤 알게 된 사실입니다. 영국이 자랑하는 셰익스피어(1564-1616)가 있었다면, 동시대의 우리나라 조선에서는 송강 정철(1536-1594)이라는 *시조시인이자 가사문학의 대가* 로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을 쓴 대시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4대 비극(「햄릿」. 「오델로」. 「맥베스」. 「리어왕」)을 비롯하여 다수의 희극을 쓴 셰익스피어가 궁정에 들어가 극시로서 명성을 쌓고 엘리자베스 여왕 1세. 제임스 왕 1세의 총애를 받아 귀족 다음의 「젠틀」(Gentle) 이라는 관작을 받아 런던에서 대저택을 소유하는 거부가 되었고, 송강 정철도 서인(西人)의 영수 자리에 있으면서 동인들의 거센 탄핵에 밀려 귀양살이도 하지만, 수많은 연군시조를 짓고 자연시가도 남긴 송강 정철은 아끼는 선조의 두터운 신임에 힘입어 강원도와 전라도 관찰사(지금의 도지사와 경찰청장의 파워를 합한)와 우의정.좌의정 이란 벼슬을 역임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두 여인이 속삭이는 대화체로 되어있는 「속미인곡」 제작 연대:선조 18년(1585년) 의
가사 끝 구절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 윗 부분 생략)
- 창을 열고 바라보니/ 어여쁜 그림자 날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서/ 임이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말하는 을녀(乙女)에게
– 각시님. 달은 커녕 /
굳은 비나 되소서.// 라고 갑녀(甲女)가 위로의 말을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
현재 저녁 하늘을 보고나니, 비가 금방이라도 내릴 듯 흐립니다. 찬비라고해도 불러도 좋을 겨울비가 포슬포슬 내리기라도 할 듯이요. 그래서 유추연상을 해보니, 서기 438년 전인 선조 18년(1585년)의 과거에서도 “비가 되어 사랑하는 사람(선조 임금을 말함)에게로 가는 게 어때?”라고 말하고 있고, 비교적 현대인 1998년에 한국의 루머스라는 남녀듀오 가수가 “Storm”이란 노래에서 - If you can be~ / 비가 되어 나의 머리 위에 앉아 주렴♬ – 이란 가사가 들어간 노래를 불렀습니다.
*비*란 단어가 노랫말로 쓰일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다가가려는 ♡재생(Rebirth). 환생♡ 의 이미지로 쓰일 수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이은하 가수의 봄비도 – “봄비가 되어~ 돌아온 사람~ 비가 되어~ 가슴 적시네 ” 라는 『재생의 비유 이미지』로 쓰였네요. 그리하여 K-pop 가요의 허스키한 마력 .. 아닌 매력의 목소리로 우리네 가슴에 아주아주 감성적으로 닿아오는 군요.
아름다운 겨울비가 내려와 미세먼지도 사라지는 겨울밤을 기대(期待)해 보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