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이름따라 인생따라 | |
[매경이코노미 2004-03-11 13:17] | |
상계동에서 ‘봄칼라 스튜디오’를 경영하는 구필림 사장(47). 그는 노원구 일 대에서는 꽤 유명세를 타는 인물이다. 노원경찰서 사건, 사고 현장 사진 인쇄 를 도맡아 하는가 하면 동네에서도 단골 손님 많기로 유명하다. 구 사장은 “ 노원경찰서 일을 맡을 때 이름 덕을 톡톡히 봤다”고 말한다. 구 사장은 ‘이름’ 때문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에 야 정확히 사진 필름(Film)을 ‘필름’으로 발음하는 사람이 많지만 아직도 나 이 지긋한 어른들은 ‘필림’이 더 친숙한 용어기 때문이다. 구 사장은 ‘필림 ’이라는 이름이 인연이 돼 젊은 시절 사진 기술을 배워 86년 사진관을 열었다 . 사실, 그는 사진관을 차리기 전까지 이름에 큰 콤플렉스를 갖고 살아왔다. 어 린 시절엔 동네 친구들에게 ‘사진기’라고 심하게 놀림받아 이름을 탓했던 적 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구 사장은 “되도록이면 본명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젊은 시절을 회상한다. 그러나 사진 기술을 배우면서 그는 ‘이름에 내 천직이 담겨 있었구나’를 깨 달았다. 특히 사진관 개관은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밝힐 수 있게 된 계기가 됐다. 사진관 홍보도 명함과 주민등록증 한 장이면 충분했다. 명함 속에 적혀 있는 이름은 홍보 전단지보다 몇 배나 효과가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구 사장은 “이름과 직업에도 궁합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은 필림이라는 이름을 지어 준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2. 다시 쓰는 위인열전 - 강감찬, 이순신, 김구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역사 속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인 기업으로 유명하다. 강감찬 의정부점 과장, 이순신 인천 간석점 주임, 김구 사원 등이 모두 모두 홈플러스 직원이다. 사보에 ‘우리회사 위인열전’으로 소개됐을 만큼 유명세 를 타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점에서 일하는 강감찬 과장(36)은 매장 내에서 ‘장군’으로 통 한다. 특히, 후배 사원이나 동료들은 회의 중에도 ‘알겠습니다. 장군님’이라 며 분위기를 돋운다. 강 과장은 “취업할 때도 이름 덕을 톡톡히 봤다”고 말 한다. 대학 졸업 후 삼성에 취업원서를 냈는데, 정작 면접관들은 하나같이 똑 같은 질문만 했다. ‘이름은 누가 지어줬는가’, ‘자신의 이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회사에 입사할 경우 이름이 어떤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하는 가’ 등에 집중돼 어려운(?) 면접 질문을 피해갈 수 있었다고 귀띔한다. 강 과 장은 “꼭 이름으로만 취업이 가능한 건 아니지만 이름 덕분에 면접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매장에서도 인기가 많다. 그가 매장관리를 맡으면서 고객들과 접하는 시간이 많아진 게 이유다. 고객들은 그의 명찰을 보고 웃고 가거나 정말 본명 이 맞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많다. 인천 간석점에서 일하는 이순신 주임이나 경상도 경주점에서 일하는 김구씨도 유명하기는 마찬가지. 두 사람은 “그대로 본받을 만한 위인 이름이라 다행” 이라며 “도움이 됐으면 됐지 손해가 되진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3. 나는 태어나서부터 ‘대표’ - 이대표 다음 인터넷 사이트에 짠돌이 까페를 운영해 유명해진 이대표씨(29)는 사람들 을 만날 때마다 애를 먹는다. ‘이대표’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게 조금 건방진 느낌을 주지는 않나 고심이다. 이씨는 이에 대비해 항상 주민등록증을 휴대해 이름을 확인시켜 준다. 그는 “태어나면서 ‘대표’직함을 갖고 태어나 이름 때문에 겪은 사연 얘기만 해도 밤을 세울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에피소드가 많다. 학창시절엔 무슨 일이든지 언제나 첫 번째로 뽑혔다. ‘대표’라는 이름이 ‘ 원수’였다. 수업 시간에 잠시 눈돌릴 틈 없이 질문이 그에게만 쏟아졌는가 하 면 ‘봉사 활동’도 모조리 그의 몫이었다. 오죽하면 군대에서도 신참들의 ‘ 반장’이 됐었다. 이씨 이름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건 인터넷에 ‘짠돌이’ 까페를 운영하면서부 터. 젊은이들에게 유용한 ‘新자린고비’ 풍속을 알리면서 요즘은 TV광고 ‘절 약캠페인’에도 출연해 유명인이 됐다. 이씨는 “이름대로 인생이 간다는 어른 들 말이 맞는 것 같다”며 “대표로서 인생을 계속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광재 / 염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