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드람산. 10월19일
서울에서 좀 떨어져 외진 곳이라서인지 도드람산 주차장엔 한때의 등산객 무리들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했으나 한가했고, 숲의 바라보이는 곳곳엔 단풍이 물들어있어서 가을이 한창 진행 중임을 알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샛별님 일행이 탄 차가 도착했으므로 초면인 우리들은 반가운 악수를 교환한다.
남자 한분이 여자 친구 두 분을 모시고 오셨는데 그 중의 한분은 부인이었다.
<하기야 부인도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 친구 아닌가.>
그런데, 그 호남형의 살집이 도톰한 남자분의 얼굴이 어딘지 낯익다.
어디서 봤더라?
멍 하니 서있는 내게 저쪽에서 먼저 악수를 청한다.
“처음이지만 악수라도 나눕시다.”
곧 알게 되었지만 몇 년 전에 칠보산과 천보산 종주산행 때 함께 했던 적이 있었다.
맞아 그때는 k2란 닉네임이었어......
<그런데 샛별이 뭐람? 처음엔 여자 분 인줄 알았잖아요.>^^
이렇게 해서 오늘의 산행인원은 이강산, 늘푸른, 늘푸름. 심산. 쟈넷박. 샛별외2분, 낭기리 까지 해서 총 9명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비탈길을 오르다가 얼마 안 되는 지점의 약수터에서 둥그렇게 모여선 우리는 각자 자기소개를 마치고, 오늘의 일정에 대한 이강산님의 간단한 스케줄발표가 있었고 모두들 하산후의 이밴트에 큰 관심을 기울이며 즐거워했으므로 <이슬이>님이 한마디 덧 붙인다.
“고구마가 천연 비아그라래요.”
<오잉~ 고구마가? 나, 그런 거 좀 필요한데....>
커다란 박수와 웃음소리로 인사말을 마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셈인데 지금까지의 산행과는 좀 변화를 주기위해서 오늘은 암벽지대로만 통과하기로 했다.
제 일봉에서부터 시작되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바위들을 다리 덜덜 떨어가며 통과하면 다시금 다음번 암벽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었으므로 일행의 여기저기에서 가벼운 한숨소리와 작은 비명이 그치질 않은 가운데, 풍성한 가을의 정취에 취하고 아슬아슬한 암벽의 짜릿함에 전율하면서 밀어주고 잡아주며 웃음소리 낭자하다.
지난여름의 더위와는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때는 7월1일날 왔었고, 습도가 높아서 무더운 날이었다.> 오르막의 바윗길에 긴장을 해서인지 모두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있고 이마엔 땀방울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으나, 불어오는 바람은 상쾌하기 그지없었으므로 잠시만 앉아있어도 금새 땀방울이 말라버리고 서늘한 기운이 온 몸을 감싼다.
<그래 이 맛이야, 그래서 가을의 등산을 최고로 쳐 주는 게 아닌가.>
“어이~ 낭기리......”
이강산님이 붉고 험한 바위아래서 큰 소리로 부른다.
“내가 이 바위를 오를 테니까 최고로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사진 좀 찍어봐.”
그러나, 원판 불변의 법칙은 이곳에서도 통하고 있어서 하나도 아슬아슬해 보이진 않았다. <우헤헤헤........>^^
참나무수풀이 하늘을 가리는 능선길을 지나서 험한 바위지대를 다시금 통과한다음 즐거운 점심시간.
도토리나무 무성하고 지나치는 이 없어서 한가로운 공터의 낙엽위에 돗자리 몇 개를 널따랗게 이어 붙여 펼치고 자리를 잡는다.
맥주에서 매실주와 막걸리까지 갖가지 술병들이 먼저 나와 자리를 잡고 전라도식 파김치와 배추것절이 찰밥을 골고루 나눠먹는데, 어쩐 일인지 목구멍이 메인다.
전화기를 꺼내서 깽팔님께 전화해 봤더니 반가워하는 목소리가 귀가 멍 할 정도다.
“어머, 선배님.......어쩌고 저쩌고......헥헥....”
“지금 등산중예요? 숨소리가 거칠어요.”
“네, 지금 백양사에 오르고있어요.....헥헥.....”
목소리는 맑고 큰데 산에서 전화기가 잘 터지지 않았기 때문인지 무슨 소린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어서 다시 연락하기로 하고 통화를 마친다.
누군가가 말한다.
“ 백양사면 백암산 아닌가?”
“부산에서 그렇게 멀리 산행 할 거라면 서울이라고 해서 못 올라올 리 없는 거린데.....”
그러나, 나중에 다시금 통화해서 알게 된 사연은 부산근교의 장산에 있는 백양사라는 걸 알 수 있었으므로 우리의 얼토당토않은 상상에 한 바탕 웃어재꼈지만, 누구나의 마음속에는 홀로 떨어져서 산행하고 있을 외로운 게시판지기의 산행에 즐거움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도 아무 말 없이 별로 즐거워 보이지 않는 분이 있었다.
술을 “딱~” 소리 나게 끊어버렸는지, 권하는 잔에 못 이기는 채 겨우 받기는 받았으나 마실 생각은 않고 묵묵히 도시락 젓가락질만 하고 계시는 늘푸른님이 안쓰럽고 측은하게 까지 보이는 건 왜였을까?
그러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실실 웃음이 나오는 건 또 무슨 조화람.....
험한 암벽코스를 무사히 통과하면서 오금저리는 스릴을 느낄 수 있었고,
고구마밭에서의 부지런한 손놀림을 보면서 생활력 강한 한국인의 본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숯불찜질방에서 보냈던 오랜시간동안 즐거움을 함께 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늘푸른 선배님,
서울로 돌아오는 차비 대신 내 주셔서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선배님의 그런 배려가 있어서 항상 즐겁습니다.
10/20
첫댓글 산행사진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오늘도 밤나무 밭에서 일 하고 들어왔기 때문에 사진작업이 좀 늦어지고 있습니다. 며칠동안 끊어서 계속 산행기 방에 올릴까 합니다. 죄송요~^^
어제 눚고, 오늘 밤나무밭일 하고 이렇게 자세한 산행기 올려 주싰군요. 수고에 감사드리고요. 참숯찜질은 2편에 게속되나요?
다음부턴, 사진 만으로도 충분 할 겁니다. 찜질방은 샛별님 소관이고요.ㅎㅎ
와 역시 주인장의 산행기 솜씨는 프로급이라니까. 그래서 내가 감히 필을 못 들었지요. 멋진 사진 곁들여 훑고나니 생생한 어제의 기억이 가을 하늘처럼 상큼하구먼. 속편을 기대하면서 텍스티콘으로 감사의 ---근데 마지막 사진은 19금일세. 허허허
너무 그러지만 마시고 하나 부탁드립니다. <사진은 퍼다 쓰셈~>^^
으와좋습니다낭길선배님 산행기중 가장 맛난 냠냠입니다 모두 뵙고싶습니다
좋을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깽팔님 빠진 산행 단팥없는 찐빵이었고, 오아시스없는 땡볕입디다.
생생한 산행기에 다시금 그날의 도드람산행이 기억납니다. 조금 덥기는 했지만 짧은 산행과 여러가지 event가 곁들여져 하루를 너무 알차게 재미있게 보낸 것 같습니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함께 해서 즐거운 하루였다고................
고구마밭 남은거 마저 작살내러 가야할텐데.....
도드람산 산행코스좀 부탁드립니다....보고 있을려니 좀이 쑤셔서....
산행코스 자세하게 올렸습니다. 참고하시고 멋진산행 하세요.
카페지기님 사진은 홀로 멋지게 있군요 옛날보다 사진 박는 솜씨가 늘었습니다 전엔 비둘기나 열씨미 찍드만
ㅎㅎ.... 감사합니다.
즐거웠습니다. 근디... <자넷 박>님이 들고 있는건.... 모래??? 저게 고구망감?? ㅋㅋ
늘푸른 선배님 꺼 보담 더 튼실하고 좋던데요??ㅎㅎ
오해가 있을 꺼 같아서 덧 붙입니다만~ 아, 사진을 비교 해 보시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