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논평]
현재 버스 정비의 실태를 알고도 차령 연장을 하려는가?
- 버스 정비 현장을 도외시하는 탁상 행정 ... "차령 연장은 사업자 이익에 불과"
- 차량 수급 때문에 대중교통 사각지대 생긴다는 근거도 부재, 정부의 최소 서비스 제공 책임 회피에 불과
노선버스의 차령을 최대 16년까지 연장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를 통과한 데에 이어 법사위로 넘어가 다시 논란이다. 이와 관련하여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차령 연장안 통과에 대해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개악’이라는 논평을 한 차례 발표한 바가 있는데, 자동차 업계와 산업부를 포함한 모든 이해당사자가 반대하고 있음에도 법사위로 넘어간 부분에 대해 심히 유감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이번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은 ‘대중교통 소외지역 주민들의 이동권 보장’이라는 명목이 있지만, 정확하게는 버스업계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매우 잘못된 판단일뿐만 아니라, 버스의 수명을 연장한다고 하여 시민들의 이동권이 보장될 것이란 논리에 더욱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버스업계 전반적으로 유리한 여건만 조성할 뿐 시민, 노동자의 안전과 생존은 전혀 담보할 수 없는 개악성 법안이다. 아니 안 봐도 너무 뻔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행 여객자동차법에선 기본 9년에 상태 및 검사 결과에 따라 2년을 연장하여 최대 11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현행 수명 역시 조금이라도 안전에 소홀히 여기면 위험하다는 점인데, 국토교통부와 국회는 이런 현실을 망각하고 있다는 점이 개탄스럽다. 당장 14년 전인 2010년도에 성동구 행당동에서 발생한 버스 폭발 사고를 보더라도 가스통을 점검하는 규정, 충전 시 가스가 누출되지 않도록 하는 자동차단장치와 감압충전 규정 자체가 부재하였는데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후에야 도입되었다. 아울러, 사고 버스 역시 내구연한 10년째가 되는 구형 차량이었다.
추가로 36년 전인 1988년엔 천호대교를 건너던 시내버스가 주행 중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다가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난간을 들이받고 한강으로 추락한 큰 사고도 있었다. 사고 원인은 모든 업계에 만연했던 촉박한 배차시간도 있었지만, 앞뒤 모두 재생 타이어를 사용한 것이 근본적 원인이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현행 여객자동차법 시행규칙 제44조에선 버스 앞바퀴에 재생 타이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규칙이 마련되었는데, 불특정 다수를 수송하는 버스에서 재생 타이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런데도 다수 버스업계는 후면에 재생 타이어를 공공연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여름철에는 도로 열기로 폭발하여 승객이 다치는 사고도 여전하다.
이상 두 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버스의 안전사고는 늘 예고되어있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그나마 현행 11년이 최소한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기본적인 수단이다. 그런데 차령을 16년으로 연장하겠다는 것은 국토부와 국회 스스로가 안전사고 위험성을 더 높이겠다 자명한 꼴인 만큼 절대로 추진되어선 안 된다. 물론, 과거보다 생산력과 기술력이 향상되었다곤 하지만, 사용된 부품들이 길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내구성을 가졌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거니와 길어진 보증기간을 책임져야 하는 업계의 부담감을 해소할 방안이 있는지도 따져야 할 것이다. 만에 하나 운수업체 사업주 입장만 생각한 채로 자동차 업계의 입장을 생략했다면 정말로 큰 죄를 짓는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내연기관 고상 버스에 대한 단산이 결정됨과 동시에 전기버스가 계속 늘어나는 시점에서 중국산 전기버스가 여전히 국내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반대로 국내 기업들이 점유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16년을 사용하게 된다면, 중국이 국내 시장을 더 크게 지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무리 친환경이라도 전기버스는 충전의 과부하, 배터리 관리가 소홀해질 경우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곧바로 화재로 이어져 피해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부품 생산지가 해외라 수급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안이 통과된다면 국내 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기에 수명을 늘리는 것이 아닌, 철저한 안전을 보장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에 공공교통네트워크는 다시 한번 촉구한다. 국토부와 국회는 이동권 보장을 핑계로 삼아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 및 생존을 위협하는 차령 연장이라는 위험한 도박을 멈춰야 할 것이며, 기후위기 대응과 공공성 보장에 퇴행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아울러, 불특정 다수의 시민과 노동자가 함께 이용하는 만큼 생산을 민간에만 맡기는 것이 아닌 국가가 책임지는 방향을 구축하여 장기적으로 모달시프트를 구축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올해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추모하는 해이다. 버스를 포함한 모든 공공교통 수단에서 최소한의 안전을 소홀히 여겨 시민과 노동자들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더는 반복되어선 안 된다. 하여 국토교통부와 국회 국토위는 안전과 생명에 위협하는 개악성 법안을 즉각 철회하기를 재차 촉구하면서 이번 법안은 제2, 제3의 참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 역시 분명하게 경고한다. [끝]
2024년 4월 16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