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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예의 명인’으로, 올들어 화공(華公)회를 만든지 50년을 맞는 임화공(84)이사장 주위에는 늘 많은 외국인들이 몰려든다. 임 이사장이 화공회를 창립한 이래 무려 48년간 외국대사 부인들에게 꽃꽂이를 가르쳐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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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공 이사장 작품
임 씨는 1958년부터 꽃 전문가로 활동해온 국내 최초의 꽃꽂이 강사다. 그는 1960년 에번스 주한 영국대사 부인의 초청으로 대사관저에서 꽃꽂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리곤 올해까지 48년간 한 해도 거르지않고, 무수히 많은 주한 외교사절 부인들에게 ‘꽃 선생 노릇’을 해왔다. 그의 제자 중에는 본국에 돌아가서도 편지며 꽃꽂이 사진, 가족사진 등을 수십년째 보내오는 이들이 적지않다. 레이니 전(前) 주한 미국대사 부인 등이 그 예다.
요즘 한국의 화예명인으로부터 꽃꽂이를 배우고 있는 주한 영국대사 부인 등 11개국 외국대사 부인들이 지난달말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합동 꽃꽂이전시회를 개최했다. ‘임화공과 세계 속의 꽃 친구들’이라는 이름 아래 열린 전시에는 주한오스트리아대사 부인 Mrs. Yan Donko, 주한브루나이대사 부인 Mrs.Datin Siti Aishah, 주한노르웨이대사 부인 Mrs. Bjorg Skdrstad, 주한아랍에미레이트대사 부인 Mrs.Aida Al-maainah, 주한스웨덴대사 부인 Mrs.Eva Vargo, 주한콜롬비아대사 부인 Mrs.Marta Carullade Borda, 주한영국대사 부인 Mrs.Pamela Morris, 최아영 총리부인, 임화공 이사장, 김종숙 한국가든클럽회장, 주한중국대사 부인 Mrs.Chu Qin Lin 등이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바탕으로 다양한 꽃 작품을 출품했다. 이날 전시회에는 임 이사장이 이끄는 ‘화공(華公)회’ 창립 50주년 기념전인 ‘제78회 화예전’도 겸해, 임 이사장 작품을 비롯, 총 70여점의 다양한 꽃꽂이 작품이 선보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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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이사장은 민간외교관이자 한국의 품격있는 문화를 세계인들에게 또렷이 각인시키는 문화전도사다. 그가 작업하고 연구하고 강의하는 통의동 10번지는 종종 영국 다우닝가 10번지와 비견될 정도로 외교가에는 소문이 나있다. 문화에 관심이 있는 주한외교사절 부인이라면 반드시 이곳을 거쳐갔을 정도로, 임 이사장이 이끄는 화공회 작업실인 통의동 10번지는 외교가에서는 이름 난 곳이다. 임 이사장은 2006년 외교통상부로부터 수교훈장 숭례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1962년 ‘병실의 꽃꽂이’를 펴낸 것을 필두로 국내에서 수십권의 책을 냈으며 꽃꽂이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도 꽃꽂이 책을 일어, 영어, 불어판으로 9권이나 냈다. 이 책들 때문에 세계적으로 그의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꽃꽂이에 있어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입니다. 또 아름다움을 느끼고 볼 줄 아는 눈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이죠”라고 강조한다. 그는 한국의 꽃꽂이의 정점은 ‘여백의 미학이라고 했다. 미술이 점(點) 선(線) 면(面) 색(色)으로 이뤄졌듯 꽃꽂이도 점 선 면 색이 핵심이고, 그와함께 여백이 중요하다는 것. 빈틈 없이 꽃을 빽빽히 꽂는 서양 꽃꽂이와는 달리, 우리의 꽃꽂이는 공간을 어떻게 비울 것인가를 염두에 두는 게 차이점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꽃 작품은 한결 여유로운 게 품격이 있고, 그윽하다.
임 이사장의 딸로 삼청동에서 리씨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이영희 대표(사진 오른쪽)는 “어머니는 팔순을 넘기셨는데도 더 열정적으로 일하세요. 기억력이며 추진력도 몇배 더 대단하시고, 유머감각도 추종을 불허하세요. 일본어, 영어도 썩 잘 하시는데, 요즘도 영어책을 손에서 안 놓으신다니까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금요일이면 외국대사 부인들을 가르치시고, 평일에도 연구실을 지키시는 걸 보면 고개가 절로 숙어지죠”라고 말했다. 그러자 어머니 임 이사장은 “나, 실은 심장박동기 달았다우... 그런데도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건, 꽃과 함께 살아온 덕분일 거에요. 요즘도 아름답고 싱싱한 꽃을 보면 마음이 막 설렌다니까...”라고 답했다. <사진은 임화공 이사장과 그의 딸, 임화공 이사장의 작품과 영국대사 부인인 파멜라 모리스 여사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