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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산~곡고산~앵무산 종주산행
해룡초교에서 863번 지방도를 타고가면 도로변에 신흥 마을표석이 반긴다. 이곳에서 동쪽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작은 정자나무 앞 산불조심 안내판이 있는 곳이 산행들머리다. 빨갛게 익은 구기자 밭둑과 임도를 지나면 능선에서 묘소를 만나게 된다. 북쪽은 순천으로 산줄기가 뻗어가고 마삭줄이 진을 치는 남쪽으로 오르면 고사목에 붙은 버섯들이 고층빌딩 설계도처럼 멋진 자태를 연출한다. KTF중계소가 자리 잡은 천황산에 오르면 지형도 상의 이름은 근사한데 산은 미미하다. 아마도 고조선의 시조 단군왕검인 천황신을 모시던 곳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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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신흥 마을 산행들머리에서 산의 개요를 설명하고 있는 백계남씨. / 2 용전고개 부근의 약수터. / 3 곡고산에서 내다본 순천 시가지.
- 동쪽으로 임도가 있고, 남쪽으로 산줄기가 뚝 떨어지는 잘록이에 분묘이장공고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해룡면사무소 윤룡씨에게 문의했더니 남해고속도로의 터널이 뚫리기 때문이란다. 밭길과 김해김씨 묘역을 지나면 지형도에 없는 용전과 도룡을 잇는 2차선 도로가 개설됐다. 도로를 건너 남쪽 철탑이 있는 시멘트길이 끝나는 곳에서 밭 옆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억새가 흐드러지게 피고 산딸기 가시가 앙칼지게 옷깃을 잡는 곳을 오르면 길 좋은 능선을 만난다. 시야가 탁 트이며 북쪽의 순천 시가지, 해창천과 들녘이 시원스럽게 다가온다.
넓은 임도를 가는데 개를 데리고 곡고산을 다녀오는 염영호 해창파출소장이 일행 중에 백계남씨가 있는 줄도 모르고 백 선생이 등산로를 개척하며 붙여놓은 리본 덕에 산행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필자가 얼른 백계남씨를 소개하자 일행이 웃음보를 터트렸다. 임 소장은 전북은행 산악부의 여자회원이 몸이 아파서 해룡면으로 하산하자 우리에게 데려다준 민중의 지팡이다.
동쪽 광양만, 서쪽 순천과 해창만이 다가오는 감나무단지를 지나면 억새가 흐드러진 능선이다. 산줄기가 서쪽으로 꺾여 내려가면 용전고개에 닿는다. 천황산(2.3km) 동쪽 용전(0.5km), 서쪽 해창을 알리는 이정표가 마중 나오고 철탑과 벤치가 다리쉼하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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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천만 갈대밭 탐방으로 산행 마무리.
- 등산로가 잘 정비된 길을 밧줄 잡고 급경사를 오르면 중턱 우측 100m 지점에 해룡면에서 정성껏 만들어 놓은, 은혜를 베푸는 샘이란 뜻의 혜천(惠泉)약수터가 있다. 김환기님은 ‘順天心(순천심)을 지키자’는 글귀를 보고 하늘이 순한 동네의 인심만큼이나 물맛이 아주 좋다고 했다. 순천시가지와 순천만, 그리고 풍요로운 들녘이 정겹게 다가온다.
사거리로 되돌아와서 급경사를 오르면 등산로 주변에 돌무더기가 많은 것으로 보아 정유재란 때 군량미를 쌓아두었던 합미성의 흔적이 아닌가 싶다. 곡고산에 닿으면 삼각점(광양 25)과 앵무산(1.35km), 해창(1.9km)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신흥에서 1시간50분 소요). 사방이 탁 트인 조망대로 동쪽은 광양만과 산업단지, 북으로 순천시가지, 서로는 순천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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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행 하산지점인 송곳재. / 앵무산 정상에서 뒤돌아본 곡고산~찬황산 연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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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창면에서 세운 이정표는 곡고산으로 돼 있는데, 지도형에는 앵무산으로 잘못 표기됐다. 남쪽으로 1.3km 지점에 앵무산 정상석이 설치돼 있다. 전북산악연맹 김경근 감사는 숲 해설 하느라 열성이다. 조망을 즐기며 40분 동안 느긋하게 오찬을 즐기고 실크로드를 걷다가 고도가 뚝 떨어진 앵무산재에 닿으면 동쪽 산수리, 서쪽 계당을 잇는 사거리다.
오름길의 헬기장을 지나 전망대 너럭바위에 서면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훌륭하다.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광양만의 공장들이 듬직해 보이고, 바다 가운데 토끼 형상의 묘도가 개발로 인해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완만한 숲길을 지나면 앵무산 정상에 표석이 설치돼 있다(곡고산에서 30분 소요). 양흥식, 김진호 대장은 고도계가 418m로 나오는데, 정상석과 순천시청 홈페이지에는 곡고산의 높이와 동일하게 343m로 잘못돼 있다고 한다. 차제에 산악인들과 시청에서 이를 명확하게 바로잡아 주면 좋겠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모습과 순천만 갈대가 아름답게 내려다보인다. 뒤돌아보면 지나온 천황산, 곡고산, 앵무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인생 여정만큼이나 골곡이 심하다.
앵무산에서 10분쯤 내려오면 소나무숲 삼거리다. 동쪽 하사리(1.4km), 남쪽 해룡남초교(1.2km)를 알리는 이정표에서 동쪽으로 발품 팔면 급경사에 마삭줄이 점령군처럼 나무들을 칭칭 동여 고사시키고 있다. 진주최씨 묘를 내려가면 하사와 능주를 잇는 삼거리를 지나 남쪽으로 직진한다. 하사와 율촌을 잇는 2차선 도로변인 솔곳재(지형도는 송곳재)에 강남산악회에서 세운 이정표가 앵무산 2.2km를 알려주고, 정자나무 한 그루가 산객을 마중나온다(앵무산에서 50분 소요).
서쪽으로 내려가 죽동 버스정류소 앞 정자에서 한광진 총무가 정성껏 마련한 안주와 하산주로 산행의 피로를 달랬다.
순천만 갈대밭으로 이동해서 나무로 만든 무진교를 지나면 갈대군락과 인산인해를 이루는 인파가 장관이다. 철썩이는 파도소리와 갈대숲을 속삭임을 뒤로하고 용산 전망대를 오르기 위해 수문다리를 건너 나무계단을 오르면 연이어지는 소나무숲이 솔향기를 뿜어낸다.
전망대서 바라보니 역광으로 빛나는 순천만이 은하수를 뿌려놓은 듯 영롱하게 빛나고, 바람에 하늘하늘 춤추는 드넓은 갈대밭이 장관이다.
/ 글·사진 김정길 전북산악연맹 상근부회장·호남지리탐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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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잡이
○제1코스 신흥~(1km)~천황산~(3.5km)~곡고산~(1.4km)~앵무산~솔깃재~(2.5km)~하사리 죽동 <8.4km, 4시간 소요. 점심시간 포함>
○죽동~(35분)~순천만 갈대숲 주차장~무진교~갈대밭~갑문~용산전망대~(2시간)~순천만 갈대숲 주차장 <2시간35분 소요>
○제2코스 용전~(0.5km)~용전고개~(1.5km)~곡고산~(1.4km)~앵무산~(2.3km)~해룡남초교 <5.7km, 3시간 소요>
- 교통
드라이브코스 호남고속도로 순천 나들목~17번 국도~해룡면~863번 지방도 /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순천 나들목~해룡면~863번 지방도 / 호남고속도로 전주 나들목~남원~구례~순천~17번 국도~해룡면~863번 지방도
순천역→하사→와온 시내버스 이용.
택시로는 해룡에서 하사까지 10분 거리.
맛집
팔마정(725-0746)은 한정식 전문점으로 1인분에 15,000원. 해물하우스(721-4009)는 해물탕과 아구찜이 전문이다. 전망대가든(742-9496)은 겨울철 장뚱어 전골이 일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