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출근길>을 교도소에 보내는 가정주부

[에코동]

 

오늘 날씨가 맑다. 그래서인지 마음도 상쾌하다. 항상 밝게 웃으며 사는 사람이 있다. 한편으로는 바보같기도 하고, 조금 모자라보이기도 하다. 그 사람은 마산에 살고 있는 <유애경>님이다. 겉모습으로 보기에는 우리동네 옆집 아주머니와 다를 바 없는 전형적인 가정주부의 모습이다. 수더분하고 손이 두텁고 소탈한 웃음은 우리들을 무장해제 시킨다.

그런데 50대 그녀가 하는 말이나 행동은 함께 있다보면 옆 사람들을 깜짝 깜짝 놀라게 한다. 오늘은 한국전쟁 59주년이 되는 날이다. 아침에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평화재단 후원회원 카드를 내밀며 오늘을 기념하여 평화를 지키는 일을 함께 하자고 하신다. 물러남이 없고, 스스럼이 없다.

  

오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발견한 것은 그동안 <교도소에 책보내기 운동>을 진행해 왔다고 한다. <행복한 출근길>이 출간한지 두 달이 지나고 있는데 이 책을 만나고는 곧바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스스럼없고 걸림없을 것 같은 그녀도 처음에는 망설였다고 한다.

다른 용무로 우연히 경남도청의 여직원과 전화통화를 하다가 이야기 끝에 <행복한 출근길>을 권했다고 한다.

“교도소에 <행복한 출근길>을 보내려고 하는데 후원하실래요?”

“교도소에 있는 분들에게 무슨 ‘출근길’을 보냅니까?”

“교도소에도 출근하시는 교도관들이 있고, 그 분들이 행복하면 재소자들도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재소자들도 항상 감옥에만 있는게 아니라 언젠가는 직장인이 될테니까요?”

“그렇군요. 그럼 후원하겠습니다.”

이 분에게 받은 후원금은 청주여자교도소로 책을 보냈다고 한다.

▲ 포스터잍을 붙여가며 열독하는 유애경님

이렇게 해서 교도소 책보내기운동은 시작되었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기 시작해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어느날 거제에 간 일이 있었다. 거기서도 책보내기운동은 진행되었다.

“전국 교도소에 <행복한 출근길> 보내기 운동을 하는데 10권만 후원하세요!”

“네, 그럼 우리 남편에게 먼저 이야기해볼께요”

순간적으로 잘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보통의 남편들은 돈을 허투루 사용하는 것 같아 말리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몇 번의 만남속에 그 분의 남편과도 인사를 하고 안면을 튼 상태였다. 그 분은 남편에게 이러 저러한 이야기를 전달했다. 그 남편은 즉각 반응이 왔다.

“그렇게 좋은 일을 혼자서 하면 됩니까? 100만원 후원하겠습니다.”

열군데의 교도소에 그 분의 이름으로 책을 후원하게 되었다. 전국의 교도소는 약 50여 곳이 있고 후원자의 이름으로 교육교화과 담당자 앞으로 책을 보낸다고 한다. 그러면 ‘책을 잘 받았다’고 감사전화를 받기도 하고, ‘더 보내줄 수 있느냐?’고 요청받기도 한단다.

그 이후 주변사람들에게 알려져 1권, 2권, 3권, 5권, 10권, 20권 등 다양하게 마음가는대로 후원을 받아서 진행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기부에 참여한 사람은 약 50여 명이 동참했다고 한다. 부산 해운대의 어느 분도 이 운동을 함께 진행하고 싶다고 해서 10군데의 교도소 주소를 주면서 진행해 보라고 제안하기도 했단다.

이후에 후원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전화, 감사카드 등을 보내려고 하는데 아직 여의치 않아서 연락도 못준 데도 있단다. 이런 힘은 어디서 나올까? 요즘 같은 세상은 그 취지에 동의한다고 뭘 믿고 덥석 돈을 입금할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더 고맙다고 여러번 말을 덧붙인다.

요즘 직장인들이 참 힘들어하는 모습이 많았고,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힘이 되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살짝 물어봤다. 힘들어하는 직장인들을 실제로 만나봤느냐? 주로 어떤 일로 힘들어 하더냐?

 “요즘 사람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 요즘은 잘릴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승진에서 떨어질까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더라구요. 그리고 회사자체가 어려우니까 그만두어야 하는 불안감 등이 크더라구요”

좀 더 구체적으로 물었다.

“대우자동차 임원중 한 분을 아는데 그 분도 지금 회사사정이 어렵고 구조조정 등으로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나 걱정하고 있더라구요. 회사에서 나오게 되면 무엇을 하면서 먹고 살아야 하나 하는 불안감이 가득하더라구요.”

이런 직장인들을 만나면 어떤 생각이 일어나는지, 그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었다. <유애경>님은 입을 떼면 소소하게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이야기들을 거울삼아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이야기해주기 때문에 늘 감동이 있다.

“이런 모습들은 지금의 현실세계입니다. 우리들은 한국전쟁을 겪고도 살아남았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힘들 수는 있지만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습니다. 회사를 그만두면 세상이 무너질것 같지만 생각처럼 세상이 무너지지 않아요.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 필요이상으로 걱정하고 불안해하면 몸도 해치고, 건강하지 못하면 주변사람들도 걱정하게 되고 모든게 안좋아지거든요. 몸이 건강하면 봉사하면서 살면되고, 월급을 적게 주는 일자리를 찾아서 일을 할 수도 있다. 지나치게 걱정하면서 사는것 같습니다.

세상에 필요한 일은 월급을 적게 받고도 즐겁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것이 우리들이 이야기하는 ‘새로운 문명’의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과 같은 월급을 받거나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아무 일도 못할 것 같지만 어떤 일이라도 욕심을 내려놓으면 스스로 가벼워질 수 있어요.“

눈이 초롱초롱하고 입가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저는 살아가면서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같은 말씀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하라>는 단순한 말씀이 저에게는 큰 충격이 되어 지금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욕심을 내려놓으면 다른 사람이 승진하더라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꿈같이 들릴 수 있지만 현실세계에서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이 즈음에서 남편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남편은 이런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했고, <행복한 출근길>을 남편에게도 권해보았는지 물어보았다.

“제가 직장생활 할 때 저에게 ‘당신은 직장생활하러 가는게 아니라 놀러 다니는 것 같다’라고 한적 있어요. 그러면서 ‘승진할 생각도 없고 재미만 찾으러 다니는 것 같애’라고 했던적이 있습니다. 재미있게, 즐겁게 하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언젠가 외출하기 전에 식탁위에 <행복한 출근길>을 펼쳐서 엎어 두었거든요. 책이 없어진 것을 보니까 열심히 읽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남편의 회사도 어려운 상황인데, 차를 팔고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어요.“

교도소에 <행복한 출근길> 보내기운동은 7월초까지 하면 대강 마무리가 될 것 같다고 한다. 그러면 그 다음에는 군병원에 책보내기 운동을 진행하려고 한단다.

“그냥 꾸준히 합니다. 안되면 고쳐서 또 하고 또 하는 식으로 하는겁니다. 자신의 존재가 별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일이 안될때 힘들어지고 자꾸 안으로 숨게 되고 그게 심해지면 자실로 이어지거든요.”

우리 인생은

길에 피어 있는 한 포기 풀꽃과 같습니다.

길가의 풀처럼 그냥 살면 됩니다.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아닌 줄을 알면

인생에서 괴로운 문제의 대부분이

사라져 버립니다.

<오늘의 마음날씨 맑음 중에서>

바보같은 웃음뒤에는 <자신감>과 <당당함>이 배어 있다. 내 삶이 특별하다고 생각이 들때마다 특별하지 않을때 힘들게 된다는 것 - 가슴깊이 새겨야 할 말씀인것 같다. 그래 오늘도 가볍게 <유애경>님의 가벼운 삶처럼 내 삶의 무게를 줄여야겠다.

 

<교도소 및 군병원 책보내기운동>

함께 동참하고 후원하실 분들을 위한 계좌번호

국민은행 651401-04-092163 유애경

연락처 010-5137-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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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

우리 정토는 무서운 분이 너무 많으셔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