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 송산면의 유곡2교차로에 있는 82 코스 안내판에서 지난 주에 이어 다시 QR 코드를 인증한 후에 횡단보도를 건너 마을로 진입한다. 길은 계속 당진의 평야 지대를 지난다. 날은 어느 정도 따스해졌고 미세먼지가 심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다소 깨끗한 편이다. 오늘은 장장 21.2Km를 걸어야 하는 장거리 트레킹이다. 거기다가 특색이 별로 없는 석문호의 제방 길을 지루하게 걸어야 한다. 그렇다고 건너 뛸 수는 없는 노릇이니 기분이라도 좋은 상태에서 출발한다.
한옥이 보인다. 정문이 닫혀서 담장 너머 안쪽을 바라보니 영모재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영모재는 조상의 위패를 모시는 재실을 의미하므로 조상 중 어느 분이 은덕을 많이 쌓았나 보다. 풍성하게 자란 향나무가 담장을 사이에 두고 좌우로 두 그루가 서 있다. 담장 옆으로 2단으로 구축한 무덤 몇 기와 망주석이 보이고 그 뒤로는 높게 자란 소나무가 정열하고 있다. 일반적인 무덤하고는 격이 달라 보여 무덤의 주인은 마을의 유지였음을 보여준다.
조용한 마을 앞의 농로를 따라 논밭 사이를 지나간다. 얕으막한 경사면에는 마늘이 자라고 있어서 녹색의 마늘 줄기가 붉은 밭과 대조를 이루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밭을 일구던 농부들이 밭 끝자리에 모여 쉬고 있는 모습도 들어온다. 예전에 자주 보았던 농촌 풍경이다. 푸른 하늘에 옅은 하얀 구름이 지평선 너머로 펼쳐지고 있어서 걷는 발걸음이 왠지 가볍다. 유곡리 마을 앞의 길을 지나며 바라보면 마을은 약간 언덕에 모여 있다. 그곳에서 논밭을 바라보면 한없이 뻗어 있어서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한 맛이 있을 것 같다. 황량한 농지에 농작물이 연녹색으로 자라면서 가을에는 황금빛 벌판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는 농부들의 마음이 어떨지 짐작해 본다.
농로 좌측으로 일자로 늘어선 나무들 사이로 저층의 건물들이 멀리까지 줄지어 있다. 근로자용 숙소로 생각했으나 건물 사이의 벽 상단에 붙은 이름을 보니 파인스톤빌리지로 되어 있다. 파인스톤CC 에서 분양한 타운하우스 개념의 블록형 단독주택이다. 거실의 창을 통해 보면 골프장의 그린이 멋지게 보이고 방의 창문을 통하면 넓게 펼쳐진 논과밭이 보이는 뷰가 멋진 곳이다. 수목 사이로 철쭉의 진분홍 꽃들은 우리들이 이곳으로 지나갈 것을 예상했는지 만개해서 활짝 웃고 있다. 우측 논둑에는 송선29단지라는 구획을 알리는 글이 써진 팻말이 서 있다. 현재제철과 파인스톤CC 사이의 논밭이 앞으로 무엇으로 쓰일지는 모르지만 개발 예정지를 알리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단지의 배후 주택단지가 될까? 그러기에는 면적이 너무 넓게 보인다.
한참을 농로길을 걷다보면 길은 무수2교를 건너면서 좌측을 바라보니 잘 조성된 조경시설이 나오고 그 아래에 파인스톤CC를 알리는 안내판이 보인다. 여기가 정문이다. 길이 좌측으로 꺾일 때 '환영합니다'라는 글이 새겨있는 표지석 옆으로 한창 만개하고 있는 철쭉이 하나 가득 자리잡고 있고 그 뒤로 고목이 묵직하게 서 있다. 주변의 작은 나무들은 모두 연녹색으로 갈아 입었는데 이 분은 연륜이 묻어나듯 이제서야 새순을 보여주고 있으니 봄을 여유롭게 마주하고 있다.
좌측으로 길을 따른다. 우측으로 논밭은 계속 넓게 펼쳐 있고 그 너머로 차량들이 신나게 달리고 있다. 38번 국도가 가까이에서 함께 동행하고 있다. 골프장에는 담장이 없는 대신에 낮은 흙담을 조성하고 소나무가 높게 자라고 있고 시멘트로 만든 수로가 나무들 사이로 길게 만들어져 있다. 길은 이들과 함께 이어가는데 수로를 넘어 흙담까지 올라가 골프장의 그린을 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가던 길을 재촉한다. 가깝게 보이는 길은 좀처럼 줄어드는 것 같지가 않지만 걸음 수가 늘어나면서 다시 좌측으로 휘어 나간다. 골프장과 함께 이어진 수로는 우측으로 돌아 나갈 때 홀로 논밭 경계를 지나면서도 한참을 서해랑길과 함께 나아간다.
모처럼 들녘에 우뚝 서 있는 송산농협의 벼건조저장센터 건물 앞에서 석문호로 흘러가는 하천에 설치된 백석3교를 건너 하천따라 걷는다. 보이는 것은 드문드문 집 몇 채가 보이는 정도고 대부분 들판이다. 서남해안 간척 농지 개발 사업으로 석문방조제를 설치하였으니 지금 보이는 반듯하게 구획된 이 광활한 농경지는 그 시절에 조성된 것이다. 길가 옆으로 골프장에서 보았던 수로가 계속 따라오고 있다. 용수가 필요하다면 지하수를 개발하면 될 일인데 어쩐 일로 이렇게 긴 수로를 만들었을까. 해안 간척지리서 이곳 자체가 지하수는 개발이 되지 않는가 보다. 어디에서 용수를 보내는지는 알 수 없지만 꽤나 먼 이곳까지 물을 퍼 올리려면 발전용량도 좀 올라가겠다.
하천을 벗어난 길은 송산3단지 팻말 앞에서 석문호 쪽으로 우측으로 꺽어 들어간다. 지금까지 함께한 수로하고 이별을 한다. 야산을 끼고 수로는 계속 돌아가는데 어디까지 연결되었을지 궁금하다. 길은 들판을 다시 가로지른다. 앞으로 보이는 것은 길게 뻗어나가는 농로외에는 지평선만 있고 먼 산자락 아래에 건물이 가끔 보을 정도로 대단위 농경지를 걷고 있다. 좌측의 농지에는 무엇을 심었는지 검은 비닐 위의 뚫린 구멍 위로는 어린 새싹이 돋아나고 있고 어떤 곳은 마늘인지 녹색을 띤 줄기가 자라고 있다. 붉은 트렉터는 논가에 서 있는데 작업하는 기사는 보이지 않고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은 거의 볼 수 없는데 때가 되면 모내기가 되어있다. 이른 새벽에 나와서 일하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아뭏든 어떤 때는 신기하다. 워낙 넓은 농경지라서 중간에 왕복 2차선의 포장도로가 나온다. 무단 횡단을 하고 계속 직진한다. 이 드넓은 들녘에 오고가거나 일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서해랑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 3,170명 정도 되는데도 걷는 사람들 조차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위치를 가늠해 보기 위해 두루누비앱을 켜본다. 첫 화면에 약간 변화가 있다. 얼마전까지는 초보여행자로 알려 주었는데 지금은 일상여행자로 바뀌어 있다. 지금 코리아둘레길의 전체 스탬프 수는 32개. 그렇다면 30개를 넘어갈 즈음에 여행자의 단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나 보다. 두루누비앱에서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어서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느낌상 그렇다. 지도앱에 의하면 석문호 제방이 얼마 남지 않았다. 들판 너머 하얀 수증기가 올라오는 곳을 바라본다. 현대제철의 공장 건물과 높게 솟은 굴뚝은 멀어졌지만 아직도 보인다. 철강을 제조한 과정에서 틈틈히 수증기를 뿜어내야 하는 것 같다. 그 우측으로 조금 전에 지나온 나무들이 무성한 파인스톤CC가 있는 낮은 언덕과 수로도 보인다. 5월 초순이면 모내기가 시작된다. 그땐 이 광활한 농경지가 어떻게 보일지 상상이 안된다. 그만큼 이 넓은 농지를 못 봤다는 것인데 혹시 오래 전에 보았던 김제평야가 이보다 더 넓을까?
방금 대형 화물트럭이 지나간 포장도로를 밟는다. 폭이 그리 넓지 않은 하천이 흐르는 둑방 도로다. 당진의 여러 갈래의 물길들이 합쳐져 이곳을 흐르면서 석문호로 들어간다. 우측으로 38번 국도의 석문대교가 보이고 좌측으로는 서해랑길이 이어가는 삼화교가 자리잡고 있다. 가끔 차량들이 스쳐가는 강둑을 따라 조심스레 걸으며 서해안길 이용 안내판이 서 있는 삼화교로 진입한다. 인도용 도로 바닥에는 2021년에 설치한 국가중요시설물 지적 삼각점이 부착되어 있다. 산행할 때는 산봉우리 정상에서 삼각점을 가끔 보았으나 도로상에서는 처음 본다. 다리 중간 쯤에서 석문호 방향을 바라본다. 커다란 강 줄기가 서해로 흘러 들어가는 둣 하다. 하기야 석문방조제가 없었던 예전에는 바다로 곧장 들어갔다. 다리 위에는 홀로 낚시하는 젊은 사람이 보이고 막 팀장이 건너편 다리 입구에서 기다리며 멋진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삼화교를 건너면 농어촌공사 당진지사에서 수문관리를 하는 건물이 있고 그곳에서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다소 힘에 겨운 일행들을 배려하기 위해 버스를 대기 시켰다. 이번 코스는 21.2Km로 거리가 긴 편이다. 그 중 지루한 석문호의 제방길을 지나 석문산업단지까지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다. 잠시 마음이 움직였으나 얼떨결에 그냥 걷기로 한다. 삼화교를 건넜으니 이제는 우측으로 제방이 있고 좌측은 논밭이 펼쳐지고 있다. 이 지역도 아직은 대단위 간척 농경지라서 지평선만 보인다. 삼화교에서 석문산업단지 입구까지 약 7Km의 지루한 제방길을 걸어야 한다. 석문호를 건너는 38번 국도의 석문대교 아래를 통과한다. 제방길은 멀리 뻗어가며 한 점으로 모아지면서 좌측으로 휘어간다. 꽤 먼 길이다. 앞쪽으로는 들녘과 제방길만 보이고 좌측 멀리는 창고 건물이나 공사 현장을 보여주지만 허허벌판이다.
빛이 바래고 덫 칠한 페인트가 너덜너덜 거리는 어느 입간판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본다. 석문 송산간척지 조사료 전문 재배 단지를 알려준다. 조사료? 전분의 함유량은 적고 섬유질이 많은 건초나 짚같은 사료를 말한다고 한다. 들판은 대다수가 땅을 갈아 엎은 수준이지만 입간판 주변은 녹색의 풀들이 벌써 광범위하게 점유하고 있다. 아마 이런 곳이 조사료 용으로 재배하는 단지로 보인다. 제방 너머가 궁금하여 둑으로 올라가 본다. 석문호는 점차 폭이 넓어지고 있고 호수 건너편으로 현대제철 공장이 보이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제방 둑은 포장되지 않은 흙으로 덮여 있고 잡초들이 키를 키우고 있지만 잔돌들이 많아서 걷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시 제방길로 내려와 하염없이 걷는다. 논경지와 도로 사이의 경계지에 무수한 잡풀들이 무질서하게 늘어져 있어서 포크레인이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깨끗하게 정리되고 있다. 장마철이 지나면 잡초들이 다시 무성하겠지만 지금은 시원한 느낌이다.
석문20단지 팻말을 지난다. 송산에서 석문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다시 보이는 재배단지 안내판. 페인트가 덜 벗겨져서 안내 내용이 좀 더 잘 보인다. 조사료 재배 면적이 500ha 의 간척지 중 96ha 임을 보여준다.1 ha가 3025평이니까 대략 29만평이다. 여기도 녹색의 작물이 넓은 구역에서 재배 중이다. 입간판이 있는 곳은 영락없이 조사료 재배단지인가 보다. 재배작물은 여름에는 옥수수나 총체벼, 겨울에는 호밀을 권장하고 있는데 총체벼는 잎과 줄기 등 벼 전체를 수확하여 가축의 사료로 이용하는 벼를 말한다. 쌀이 과잉생산되는 상황에서 쌀 가격 안정화 시책에 부응하고 수입사료의 가격도 상승하고 있으므로 총체벼로의 전환 재배는 필요할 듯 하다. 길은 서서히 좌측으로 돌아 나간다. 아직도 제방길은 끝없이 길다.
제방 위를 다시 올라가 본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모래톱은 보이지만 눈에 띄는 것은 없다. 제방 사면 아래에 노랑 꽃이 산들거린다. 유채꽃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는 모습이 하얀 눈을 헤치고 노란 꽃을 보여주는 복수초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제방 길과 연결된 논두렁에서 간식을 들고 있는 김명준님과 채순복님이 보인다. 그냥 지나가려는데 부르신다. 김명준님은 소주 한 잔을, 채순복님은 직접 쑥을 따서 만든 쑥떡을 주신다. 논두렁에서 잠시 쉬면서 김명준님과 이런 저런 의견을 나눈다. 그동안 많은 산을 다녔지만 이제는 대한민국 들판 구석구석을 트레킹하는 것에 홀딱 빠지면서 경관을 보는 시야도 넓어졌다고 한다. 산이 좋기는 하지만 같은 산을 계속 보게 되지만 서해랑길 트레킹은 지루한 제방길이라도 본적이 없는 곳이라는 것이다. 이런 열정이 있으면 지금 같이 단순하고 지루한 제방길이라도 묵묵히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갈 수 있는 것이다. 살아생전 이런 곳을 언제 다시 오겠는가. 그동안 차량으로 주변을 달려가며 큰 그림은 보았겠지만 지금같은 디테일은 만난 적이 없는 것이다. 각 자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예전에 걸었던 시화방조제를 생각하면 지금의 석문제방길은 짧은 편이지만 너무 단조롭다. 그렇지만 서행하는 발걸음은 어느새 석문산업단지 입구에 당도한다. 작은 나무 아치교를 넘어가면 38번 국도와 석문방조제를 지나는 633번 지방도로를 연결하는 산단도로를 만나고 신호등을 따라 건너가면 석문산업단지로 진입한다. 그러면 석문호 제방 위에서 보았던 타워크레인들이 작업하는 한국가스공사의 당진생산기지 건설현장 앞을 지나게된다. 공사 현장이 얼나마 넓은지 정문에서 바라보면 현장 끝은 까마득하게 멀게 느껴진다. 이곳도 평택에서 보았던 LNG 생산기지다. 전국에는 평택을 포함하여 삼척, 통영 그리고 인천에 4개의 생산기지가 있다. 그래서 이곳은 제5기지로 건설중에 있고 2031년까지 20만Kℓ급 저장탱크 10기가 들어선다고 한다. 공사장 담벽에 붙은 조감도를 보면 해상 부두에 정박한 LNG 운반선에서 배관을 통해 내륙의 저장탱크로 보관시키는 형태다.
산업단지의 도로는 왕복 6차선인데 주말이라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차량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공장 건물은 별로 보이지 않고 대부분 나대지 상태로 되어있다. 미분양율이 높은 것인지 아니면 아직 착공하지 않은 것인지 불분명하다. 띄엄띄엄 있는 건물들을 지나는데 차량 통행은 거의 없고 사람마저 보이지 않으니 황량하기 그지 없다. 죽어가는 도시가 이런 모습일 것 같다. 석문공원 앞의 토담휴로스 1~2차 오피스텔을 마주한다. 아직은 공실이 많아 보인다. 간판이 식당과 편의점을 제외하면 창가에 붙인 민주노총의 충남지부만 보일 뿐이다. 플라밍고CC 부근에서 버스가 대기 중이고 소나무가 심어 있는 한쪽 공간에서 일행들의 점심이 한창이다. 석문제방길을 걸으면서 간단히 빵으로 점심을 했기에 자두 주 두 잔만 받는다. 이희라님이 담근 술을 준비했다. 맛있게 마셨습니당~ 석문산단에 불산 공장이 들어오는 모양이다. 결사반대를 외치는 현수막이 소나무 줄기 사이에 붙어 있다. 불산은 사고가 나면 치명적이다. LNG 생산기지도 마찬가지다. LNG는 괜찮은데 불산만 입주를 반대한다면 안전을 담보하는 무언가가 더 필요할 듯하다.
석문산단1교를 건너면서 플라밍고CC 정문 앞을 지나고 길은 우측으로 꺽어 나간다. 하늘은 푸르고 흰구름이 약간 흐르고 있다. 모처럼 맑은 날씨를 보여준다. 높게 자란 소나무 군락이 그런 하늘을 받치고 있어서 멋있게 다가온다. 우측으로 구릉지대가 살짝 보인다. 플라밍고CC의 그린이다. 골프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길은 호수가를 따라 방조제 쪽으로 올라가면서 석문방조제가 호수 건너편으로 가까이 다가온다. 달맞이공원이 나온다. 공원 옆으로 호수가 있는데 석문호와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 그 끝쪽에 독특한 모양의 하얀 건물이 보인다. 최첨단 폐기물 처리 시스템을 갖춘 폐기물처리 업체인 대성에코에너지센터다. 호수 주변에는 음악분수대도 있고 하트 모양으로 만든 조형물에는 그네까지 달려있다. 잠시 쉬면서 사진을 남긴다.
호수 건너편으로 방조제가 끝나는 곳에 전망대 같은 타워 건물이 보인다. 당진시관광정보센터라고 한다. 서해랑길은 석문산단10교를 건너면서 정보센터 앞에서 석문방조제에서 넘어온 633번 도로를 따라 좌측으로 걷는다. 호수 제방의 수문은 그동안 보았던 배수갑문의 디자인하고는 다르게 설계되었다. 갑자기 다양한 건물들이 나온다. 여기는 마섬포구다. 오늘 처음으로 바다를 만난다. 어부마을 회센터 안내 팻말이 보인다. 석문제방길을 걸을 때 지나가는 차량에서 어부마을을 물어보았는데 그들이 찾는 곳이 여기였음을 이제서야 알게된다. 차량과 사람들이 너무 붐빈다. 여기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놀랍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중인지 갯벌은 좁게 보인다.
마섬포구의 해변길을 따라 송산횟집 앞을 지나면 마을로 집입한다. 낮은 야산이 둘러치고 있는 조용한 마을이다. 홍매화가 진하게 피어있는 집 앞을 지나 얕으막한 길을 조금 오르면 굴다리가 나온다. 현대체철의 영빈관과 연결된 도로로 보인다. 서해안길은 금방 포장도로와 만나면서 우측으로 내려간다. 순간 가로수는 연분홍으로 빛난다. 겹벚꽃 나무에 꽃이 활짝 피었다. 나무 줄기는 그리 굵지가 않아 수령이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가로수 전체가 분홍색으로 가득하다. 실치잡이 배 모형을 만나고 장고항국가어항 입간판을 끼고 우측으로 들어서면 바로 당진파출소가 나오고 그 앞에 서해랑길 81코스 안내판이 반겨준다.
플라밍고CC 앞에서 부터 고관절 부근에 미세한 통증이 오더니 장고항에 와서는 통증이 심하다. 막 팀장은 출발 시간을 오후 5시로 정한다. 장고항에는 지금 실치 축제가 열리고 있어서 즐길 시간을 준 것이다. 여유 시간은 1시간 20분 정도 남았다. 몸은 고달프지만 장고항의 방파제에 가면 아름다운 붉은 등대가 있어서 그리로 간다. 축제장을 지나 포구 제일 끝으로 가야 나온다. 그런데 예상치도 않은 명물을 만난다. 일몰로 유명한 촛대바위가 이곳에 있다. 특히 2~3월에는 바닷가에 살짝 솟은 노적봉과 촛대바위 사이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촛대바위 뒤로 바다 건너편에는 당진화력발전소가 가까워 보인다. 방파제 등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간다. 등대 스탬프를 찍는 곳은 아니지만 이곳에 서면 장고항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고 근처에 있는 국화도까지 만나볼 수가 있다. 81코스 안내판에서 이곳까지 가까운 곳이 아니기에 오늘같이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만나 볼 수가 있다. 대신에 실치회의 맛은 다음 기회로 넘겨야 하는 것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