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후드의 어떤 회원분의 추천으로 아가사 크리스티 여사의 " The Thirteen Problems " 를 영어 원서로 사서 읽고 있습니다 또는 고생하고 있습니다.
저는 공대출신이라 학교 다닐 때 전공관련 서적을 다 영어 원서로 공부했습니다. ( 공부를 했지 다 이해했다고는 안 했습니다. ^^ ) 하지만 그런 전공서적을 볼 때 수식이나 도표, 그림으로 뜻을 파악했고, 문장을 심사숙고하며 읽을 필요는 " 적어도 제 경우에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많이 다르더군요. 책 표지 외에는 그림이 없습니다. 참고 그림이나, 방정식, 부등식, 그래프.. 이런 것.... 없습니다.....오직 깨알같이 촘촘한 영어 알파벳으로 시작해서 알파벳으로 끝을 봅니다. 1주일간 고군분투한 끝에 몇 페이지 정도를 겨우 읽었습니다. 읽는 것과 이해하는 것이 다르다는 건 앞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
영어로 된 소설을 들고 읽고 있으니 뿌듯하기는 합니다만.... 그런데 문제는.... 1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도 페이지가 안 넘어 갑니다. 그나마 요즘은 영어 단어 찾기는 쉽더군요. 인터넷 검색창을 열어봐도 되고... 하지만 그러면 뭐합니까.
" 이 말이 여기서 왜 나와 ? 이거 이거 오타 아냐 ? 원서에도 오타가 있구나.." 이런 생각만 자꾸 들고.. 이래서는 평생 읽어도 다 못읽겠다 싶어서 그냥.....
번역본 샀습니다.
번역본을 읽으니, 아.... 속이 다 후련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한 줄기 시원한 바람같다고나 할까요... 목구멍에 걸린 가시가 톡 빠진 기분이라고 할까요... 그런 기분입니다. 페이지가 팍팍 넘어갑니다. 역시 공부는 진도 빼는 재미, 책은 페이지 넘기는 재미...
첫 번째 단편 하나 ( 그것도 몇 페이지 안됩니다. ) 만 우선 다 읽은 후 그 부분만 원서를 다시 봅니다. 이제 영어 원서이기는 하지만 ....진도.... 당연히 잘 나갑니다. 대충 스윽 훑어도 뜻이 머릿 속에 들어옵니다. ( 당연하죠. 이미 번역본으로 다 아는 내용이니.. )
그런데 이 부분에서 아주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번역본을 읽을 때 " 어! 이건 무슨 뜻이야? 번역이 잘못된 거 아냐 ? " 하는 느낌이 드는 부분이 몇 곳 있었습니다. 그런데 원서를 보니 " 아 ~~ 그게 이 뜻이었구나. " 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군요.
간단한 예를 두 개만 들어보면,
The hundreds and thousands --> 수백 그리고 수천가지 ( 땡! ) 아이스크림 등의 위에 뿌리는 색색별로 된 과립형 설탕 (딩동댕~)
Nine days'wonder --> 9일간의 놀라운 일 (땡!) 떠들썩한 사건 또는 소동 (딩동댕~)
이런 식입니다. The hundreds and thousands 는 이 사건의 풀이에서 중요한 요소이고, 자주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저는 원서를 보면서 " 100 곱하기 1000 은 10만인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이런 생각만 들었거든요. 번역본 책에도 그냥 "수백" 이라고만 번역되어 있어, 인터넷 검색을 했습니다. 이미지 검색을 해 보고 나서야 뜻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Nine days'wonder 도 원서 --> 번역본 --> 인터넷 검색의 순서로 그 속뜻을 정확히 알 수 있었고요.
암튼 번역본으로 줄거리를 이해한 후, 원서로 다시 보니 영어 문장과 단어의 오묘함이 느껴진다는 시건방진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재미있습니다. ^^
첫댓글 중간에 설명을 들으니 진짜 어렵군요..--;;
그 동안 마음고생하셨을 홍기네님을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
마음 고생까지는 절대 아닌데... ^^
번역부분 설명을 읽으니 공감이 갑니다..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있는 에밀리 브론테의 Wuthering Heights란 책의 제목은 두가지(?)입니다.하나는 폭풍의 언덕 또 다른 하나는 워더링 하이츠..책의 내용상(?) 후자가 옳지 않나 생각합니다.(저도 어느책에서 읽고 얻은 결론입니다.)
저도 요즘 조르주 심농의 추리소설(번역본)을 읽고 있습니다.별로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라서 이참에 좋아해 보려고 의무적(?)으로 읽고 있습니다.4월부터 매달 2권씩 70여권 이상 발간 된다고 하는데 언제까지 읽을 지 모르겠습니다.현재 4권 읽었습니다.
번역하시는 분들의 고충이 이해됩니다. 소설 또는 전문서적을 원서로 접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말의 단어의 빈곤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빈곤한 우리 나라 단어마저 제대로 모르는게 많더군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과거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펜후드 회원들은 다들 참 재밌게 살고 계시는 것 같군요..ㅎㅎ
앗...지필묵님도 추리소설을 원서로...?
아뇨, 다른 소설에서요...
홍기네님!!! 좋은 방법을 찾으셨습니다. 그래서 서점에서 곧잘 원서와 번역본을 나란히 놓고 판매하기도 하지요^^ 힘들긴 해도 번역본만 읽으면 분명 손해예요^^
힘들기는요..... 로얄블루님 덕분에 아주 재미있는 취미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감사.^^
관용구 정말 짜증.케바케로 하나하나 외워야 하니까요.
중딩이 때 영어듣기 평가에 once in a blue moon이 나와서 짜증이 지대로였죠
전 고등학교 때 국어 주관식 시험에 답이 <내코가 석자다>라는 속담 문제를 못 맞췄던 기억이;;; 장미님이랑 반대네요^^;;
once in a blue moon... 역시 인터넷 검색으로 뜻을 찾아보았습니다. 뜻, 유래, 예문까지 주왁~~~나오는군요. 마음만 먹으면 외국어 공부하기에는 정말 좋은 시대가 아닌가 합니다. 게다가 스마트폰까지 가세했으니...
그쵸 저도 전자사전 있는데 스맛폰 사전 은근 많이 쓰게 돼요^^
Nine days'wonder 의 좀 더 정확한 뜻은 "잠시 동안" 떠들썩한 무언가 (사람, 사건 또는 소동). 후다닥 ===3333
"잠시동안" 을 추가하니 의미가 훨씬 더 또렸해지는군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