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 장 ------ 鍊武
금천풍호.
"......"
그는 조용히 눈을 떴다.
눈을 뜨면서 먼저 시선 속으로 가득 쏘아져 들어오는 모습, 석실
저쪽 한편 구석에서 벽에 머리를 기댄 채 잠들어 있는 단봉중옥의
모습이었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처음에 보았을 때는 그저 그렇게 아름다운 여인이었으려니 했다.
허나 두번 눈길이 닿았을 때는 그녀는 놀랍도록 아름다워졌다. 세
번 눈길이 닿자 그녀의 보석같은 아름다움은 주위마져 환하게 물들
이는 듯 했고, 네번 눈길이 닿았을 때는 그 아름다움에 취해 시선
조차 뗄수 없을 지경이었다.
천장 위에 아스라히 비추이는 야명주의 빛 때문이었을까? 잠들어
있는 저 얼굴이 신비스럽게 아름답도록 느껴지는 것을......?
아니 단지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었다.
거기에는 설산의 형봉 위에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저
아스라한 곳에 고고하게 피어있는 설란같은 고결함이 빛살처럼 흐
르고 있었다. 감히 손을 내밀어 만지기조차 두려울 정도의 순결함
과 고귀함이......
(저 여인이 그 끔찍하도록 저주스러운 전설의 천음혈맥을 타고났
다는 말인가...... 정말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다.)
누구나 단봉중옥을 보면은 한번씩 느끼게 되는 의혹감.
금천풍호는 피식 실소를 흘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후훗! 전설은 어디까지나 전설일 뿐! 나 금천풍호는 그런 것을
믿지 않는다!)
이어, 그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조용히 몸을 침상에서 일으켜
세웠다. 이어 그는 단봉중옥의 앞으로 걸어갔다. 다음 순간, 그는
조용히 단봉중옥의 몸을 안아 돌침상 위로 되돌아와 조용히 뉘었다.
(후훗! 피곤했던 모양이군! 이렇게 번쩍 안아 침상위에 올려놓는
데도 알아채지 못하다니......!)
금천풍호는 이불을 단봉중옥의 가슴위로 살며시 덮어주며 부드러
운 미소를 떠올렸다.
사위는 쥐 죽은듯이 고요하다. 잠든 단봉중옥의 얼굴은 한없이
아름답고, 촉촉히 젖은 붉은 입술 사이로 세근세근 숨쉴 때마다 풍
겨나오는 꽃향기같은 구향은 금천풍호의 가슴을 울렁이게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허나 금천풍호는 가슴을 펴고 천장을 올려다보며 조용한 미소를
떠올렸다.
(후훗! 최소한 여인에게 있어 정조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
지를 아는 나 금천풍호다. 후후! 여인의 정조는 지켜줄 때 그 값어
치를 발한다고 하던가?)
금천풍호는 우연히 읽은 고서의 한 귀절을 떠올리며 그렇게 미소
지었다. 이어, 금천풍호는 잠들어 있는 단봉중옥의 화사한 얼굴을
한번 슬쩍 바라보며,
(후후...... 안녕! 잠꾸러기. 고집세고 차가운 이해하기 복잡한
아가씨......!)
그렇게 내심으로 중얼거림 후, 조용히 침실을 나왔다.
헌데, 글쎄다. 잠든 사람이 저렇듯 얼굴이 붉어질 수도 있는 것
이라면 단봉중옥은 지금 분명히 잠든 것이라고도 할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순간 단봉중옥은 얼굴이 마치 홍시처럼 붉게 물들어있
을 뿐만 아니라...... 이불에 가려진 가슴부분이 큰 기복을 일으키
고 있었으니......
* * *
무고(武庫),
금천풍호가 침실을 빠져나와 들어선 곳은 바로 천제 무후대상인
과 지황 혈천대마종의 무공이 소장되어 있는 무고였다.
잠이 오지 않는 탓도 있었지만 금천풍호는 순전히 무심코 무후대
상인이 남긴 서고에서 아무 책이나 한권을 봅아들어 펼쳤다.
<노납, 무후가 연자(緣者)에게 남긴다.>
(이것은......?)
그렇다. 우연히 뽑아든 그 책자는 천제 무후대상인이 남긴 서찰
이었던 것이다. 금천풍호는 문득 묘한 호기심을 느끼며 글귀를 계
속해서 읽어 나갔다.
<노납은 십이세에 불법에 귀의하여 속세의 나이로 이십사세때 천
축으로 건너가 십년의 각고 끝에 다행히 대자대비하신 불존의 뜻을
약간이나마 헤아리게 되었다.
약간이라고는 하나......
이 말은 곧 높고 난해한 불법을 완전히 이해하여 득도했다는 뜻!
천축에서 더 개달음을 얻을 것이 없음을 간파한 노납은 곧 중원
으로 건너와 다시 대설산에 들어가 면벽수행에 들어갔다.
헌데, 노납의 면벽수행이 마지막 일년을 남겨놓은 때, 노납은 천
기를 헤아려 한명의 절세거마가 천하를 어지럽히고 있음을 알게 되
었다.
마기!
그 절세거마가 뿌리는 마기는 실로 노납조차 경악할 정도였다.흡
사, 태초에 불존과 법계의 패권을 다퉜다는 아수라마황에 버금가는
마기를 그 절세마인이 지니고 있음을 천기를 읽어 헤아렸던 것이다.
노납은 노납의 면벽수행을 포기하고 그 절세거마로부터 천하를
구원하기 위해 하산을 하였다.
그 후, 노납은 그 절세거마를 찾아 십만대산의 정봉 천극봉에서
무려 칠주야의 격전을 벌이게 되었다.
..........
그 후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대충 이러한 것이었다.
무후대상인과 격전을 치룬 절세마인은 바로 마교의 초대교주인
혈천대마종이었다. 그때, 무후대상인의 무학은 거의 인간의 경지를
벗어난 입신의 경지...... 허나, 놀랍게도 혈천대마종 또한 마로써
최극강의 경지인 극마지체를 이루고 있었다.
장장 칠주야에 걸친 십만대산의 대격돌.
결과는 양패구상이었다.
그후, 무후대상인은 혈천대마종을 이끌고 불귀도에 들어와 영원
히 그를 감금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영수지왕인 만년독각천령사로 하여금 외부인의 침입을 막게
끔 하였으며 또 대법력으로 불귀도 주위에 수 많은 암초와 진법을
설치해 아예 인간의 발걸음의 접근을 불귀도의 근처에 다가서지도
못하게 막았던 것이다.
허나, 노납이 천기를 헤아려 보건데...... 앞으로 천오백년 뒤에
는 한 천고의 기재가 이 불귀도에 들어올 것을 헤아렸다.
그것은 대자대비하신 불존의 뜻!
불존께서는 후대에 또 하나의 대마종의 탄생으로 천하가 도탄에
빠질 것에 대비해 그런 안배를 하신 것임을 노납은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노납은 사장하려던 노납의 무공을 이곳에 남긴다.
헌데, 노납의 뜻을 헤아린 혈천대마종 또한 자신의 일신 마공을
이곳에 남기기로 하였으니...... 그는 노납에게 이렇게 말했다.
------ 카카캇! 인간에게는 본시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 이곳에
들어온 자가 선자라면 그대 대머리의 무학을 익힐 것이고, 천하의
마는 영원히 그 맥이 단절될 것이다.
허나, 그가 조금이라도 사념이 있는 인간이라면 나의 마공을 익
힐 것이다.
왜냐하면 땡초 그대의 선공은 쓰잘데 없이 남에게 도움을 주는것
만 있을뿐 정작 인간의 자기 만족을 채울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
기 때문이다.
크카캇...... 만일 그가 나의 마공을 익힌다면 그때는 선은 영원
히 멸하고 마가 천하를 지배할 것이다. 영원히...... 크카카캇......
노납은 그를 막을 수가 없었다.
노납은 그를 금계하는 데까지는 성공을 했지만은 정작 그의 행동
을 막을 수 있는 단 한올의 진기도 몸속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아...... 헌데 그도 노납도 몰랐다.
우리는 죽기 전에야 이곳에 두 사람이 들어올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한사람은 선을 택하게 될 것이고, 또 한사람은 마를 택
하게 될 것이라는 걸......
후에 그것을 알았을 때 우리는 당황했다.
허나 그는 오히려 통쾌한 듯이 웃었다.
------ 크카캇! 어쩌면 잘된 일이다. 이것은 마의 비조인 아수라
대천황의 높은 뜻! 그 두 사람이 서로 간의 혈투를 벌여 한 사람은
이 안에서 죽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두 사람 중의 하나가 세상에 나가 천하를 독보하게 되
리라......!
그가 선인이던 마인이던......
서찰을 거기까지 읽은 금천풍호의 눈에는 언듯 경악의 빛이 솟구
쳐 올랐다.
(놀라운 일이다. 그럼 이 천지제황부를 세운 천제와 지황은 우리
두 사람이 들어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니...... 그것도 이천오백
년이란 시공을 뛰어넘어......!)
어찌 놀라운 일이 아니겠는가?
금천풍호는 재차 서찰에 시선을 던졌다.
연자여!
노납의 이 서찰을 읽는 연자는 분명 선의 마음을 지니고 있는 선
인...... 그대는 노납의 비학을 십이성 완성하여 천하를 마의 손에
서 구해주기를 바라겠노라!
천지제황부의 최후의 관문은 불마현관!
만일 연자가 마의 길을 걷는 자에 비해 그 불마현관을 늦게 통과
한다면 선자는 이곳에서 뼈를 묻게 될 것이며...... 천하는 그때부
터 더할수 없는 마의 대혈겁에 빠지게 될지니......
서찰은 거기서 끝났다.
(불마현관......! 이르으로 보아 무슨 동상이나 석상 같은데....?
대체 그것이 무엇이기애 선공과 마공의 최후 관문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이어 그는 햇살 같은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게다가...... 우리 두 사람 중에 하나는 이 천지제황부 안에서
죽게 된다니......!)
실로 소름이 끼치도록 섬득한 말이 아닌가? 그 말은 바로 단봉중
옥과 그 두 사람 중에 하나는 이곳에서 죽게 된다는 뜻인가?
오오! 과연......?
먹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아침식사. 마른 건량 한 바구니에 거울 빛처럼 투명한 한잔의 옥
수가 전부인 간단한 이침식사.
지상에서는 누구 하나 거들떠 보지 않을 그런 초라한 식사였으나
그 아침시사를 대하고 있는 금천풍호와 단봉중옥은 즐거웠다.
어찌 즐겁지 않을수 있으랴!
천상의 선나선녀같은 청춘남녀만의 오붓한 식사이거늘......
"이 안의 약재창고에는 건량과 벽곡단이 가득 쌓여 있어요. 우리
가 일년을 먹어도 남을만큼, 그리고 알수 없는 이상한 약재까지도......"
여자란 아무래도 다른 동물인가보다.
눈을 뜨자마자 단봉중옥은 먹을 것을 찾아 이렇듯 조촐하나마 식
사거리를 준비해온 것을 보니......
단봉중옥은 대답도 하지 않고 연신 게걸스럽게 건량을 입속에 쳐
넣고 있는 금천풍호를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
"그렇게 먹었다가는 아무리 위장이 튼튼한 사람이라도 체하고 말
겠어요......"
금천풍호는 입안에 가득 넣었던 건량을 삼키더니 미소 지으며,
"후후! 걱정하지 마시오. 내 위장은 설사 돌이라도 소화시킬만큼
튼튼한 편이니까......!"
단봉중옥은 아무말도 없이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한 조각 건량을
조용히 입에 넣다가 말고 문득 조그마한 음성으로 물었다.
"헌데......!"
말을 잇다말고 그녀는 무슨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다가 들킨 사람
처럼 목덜미를 붉게 물들이며 말고리를 흐렸다.
금천풍호는 그 모습을 보고는 의아한 듯 물었다.
"무슨 말인데 그러는 것이오, 소저?"
"아, 아무것도 아니예요......"
금천풍호는 그 모습을 빤히 주시하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하기 어려운 말이라면 하지 않아도 좋소."
이어, 그는 재차 건량을 한 주먹 입으로 가져 가는데, 문득 단봉
중옥은 눈빛을 빛내더니 무엇인가를 결심한듯 입술을 떼었다.
"말하겠어요."
"어제는 왜 제게 침상을 양보했나요?"
금천풍호는 그제야 단봉중옥이 하는 말을 이해하는 듯 조용한 미
소를 떠올렸다.
"후후!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는 사람이오. 어찌 사내대장부가
여인을 놔두고 홀로 침상위에서 편히 잘수 있겠소. 같이 잔다면 모
를가...... 후훗!"
"어맛!"
단봉중옥은 그 말에 짤막한 비명을 지르더니 눈을 하얗게 홀겼다.
"한번만 더 그런 말씀을 하시면은 다음부터 당신이 손수 먹을 것
을 찾아 헤매야 할거예요......"
"후훗! 취소, 취소. 나는 그런 궁상맞은 짓을 할수 없는 사람이
니까......"
이어 그는 이제까지와는 달리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부터 소저는 걱정하지말고 침상 위에서 잠을 자도록 하시오.
나는 바닥에서 잠을 잘테니까......"
"바닥이라고요......?"
"후훗! 그렇소. 이제 안심을 하시겠소?"
순간 단봉중옥은 고운 이마를 모으고 무슨 생각인가를 하는듯 하
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금천풍호를 향해 꽃잎같은 입술을 열었다.
"그럴 필요는 없어요. 저 또한 그런 이유없는 친절을 받고 싶지
는 않으니까요......"
"소저, 하지만...... 나는 사내대장부요. 어찌 사내대장부가 연
약한 아녀자를 놔두고 혼자 편히 잠을 잘수 있단 말이오?"
순간 단봉중옥의 표정이 재차 싸늘하게 변했다.
"여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이유없는 동정을 받을 수는 없어요. 다
른 사람은 몰라도 적오도 저만은 말이예요......"
그 모습에 금천풍호는 내심으로 나직이 탄식을 토했다.
(도대체 이 여인은...... 한시진에도 수십번이나 바뀌니..... 도
대체 정신을 차릴수가 없구나.)
그때, 단봉중옥은 재차 옥음을 흘렸다.
"앞으로는 공자와 제가 하루씩 번갈아가며 침상위에서 잠을 자기
로 해요. 그래야 제 마음이 편할 테니까......!"
순간 금천풍호는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어 그는 선채로 단
봉중옥을 내려다보며 단호한 음성으로 말했다.
"소저는 앞으로 나와 같이 생활을 하려면 한가지쯤은 알아두는것
이 좋을 것이오. 나는한번 마음먹은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고
마는 성격이라는 것을...... 소저가 그 후에 침상에서 자던지 바닥
에서 자던지 나는 상관하지 않겠소......!"
이어 그는 성큼성큼 걸어서 밖으로 나갔다.
놀란 단봉중옥은 황급히 입을 벌려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은
이미 늦고 말았다. 그때 이미 금천풍호는 침실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었으므로......
단봉세가의 시절...... 그녀의 말 한마디면 이루어지지 않는 일
이 없었다. 심지어 단봉휘세마져도 그녀의 말이라면 무엇이던지 들
어준 형편이었다.
그 시절...... 누군가 그녀의 말을 거역하거나 그녀의 뜻에 반대
하는 것은 상상할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의 이런 상황도 바로 그때
의 그 버릇이 잠재의식 속에서 표출된 것인데...... 그러니만큼 이
순간 마땅히 분노를 해야할 그녀였다.
허나, 웬일인가?
금천풍호가 사라져간 문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눈빛은 점차 봄
날의 아지랑이처럼 부드러운 빛을 띄고 있다는 것은......?
이어 그녀의 봉목엔 뿌연 습막이 차올랐다.
바보같은 사람......
당신의 그런 다뜻한 마음은 오히려 제게 부담이 된단 말이예요.
제게는 이미 당신을 사랑할만한 가슴의 여백이 남아있지를 않는
걸요......
아니, 요즘은 당신이 무서워진단 말이예요......
당신으로 인해 닫혀진 내 마음이 열릴까봐......
제발...... 더이상 제 마음을 두들기지 말아 주세요......
자꾸만 자꾸만 두려워지니까 말이예요......
* * *
무학개요론!
금천풍호, 그기 아침식사를 하고 나와 손에 맨 처음 잡은 책자는
무후대상인이 그 자신의 무공을 익히는데 도움이 될 무학의 이론서
였다.
노납의 무학은 모두 대자대비하신 불존의 가르침에 그 기초를 두
고 창안한 것이다. 사바세계의 온갖 고해에 빠져있는 중생을 제도
하는 것이 불법의 법리......!
그러므로 불법은 활생지도이며 무공 또한 살상을 위주로 하는 것
이 아닌 스스로를 보호하는데 중점을 둔 수비위주의 무학이다.
허나 이것은 단시일 내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겁의 고행과
수련을 통해서만 이루어질수 있는 상승무학!
연자는 결코 서두르지 말고 계단을 밟듯이 차근차근 익혀 나간다
면 필히 대성을 할수 있을 것이다...... 중략......
무후대상인이 지적한 바와 같이 그가 남긴 대부분의 무학은 불도
에 기초를 둔 불가정종무학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므로 그 연성속도가 여타의 정공에 비해서도 매우 느린 편이
었다. 허나 비록 연성속도가 느리다고는 하나, 그것들을 완벽이 익
혔을 때 나타날 위력은 가히 이제까지 무학의 개념을 모조리 뒤바
꿔놓을 만큼 엄청난 것들이었다.
그 중 금천풍호의 관심을 끈 몇가지를 대충 살펴본다면......
천수다라금나수------!
단언컨데 고금최강의 금나수법이라 할수 있는 것이었다.
일단 펼쳐지면 천개의 손이 허공을 거미줄처럼 자욱히 뒤덮고 상
대는 그 손의 잔영만 대하고도 대항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대반약보리탄강------!
일종의 신천강기라 할수 있다.
허나 이제까지 알려진 선천강기가 단 한겹의 탄결에 의한 강기막
으로 이루어진 반면 이 대반약보리탄강은 모두 세 겹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특색이었다.
흡, 탄, 유의 세 겹의 강기막, 어장이나 막사같은 절세신검이라
할지라도 이 세가지 강기막 중 단 하나라도 벨수는 없다.
게다가, 이 대반약보리탄강이 십성을 넘으면 무의식적으로 어떤
상태의 외부공격에 대해 스스로 탄자결을 펼쳐 상대의 공세가 강하
면 강할수록 상대는 그 배에 달하는 공력을 받아 퉁겨 나가게 된다.
또한, 이 대반약보리탄강이 십이성 극성에 이르게 되면 금강불괴
지신이 되어 강기를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도검불침에 이르게
되며 성불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한마디로 스스로를 보호하는데에는 천하에서 가장 완벽한 기공이
바로 이 대반약보리탄강인 것이다.
허무일도------!
계도를 사용해서 펼치는 도법이다.
그 위력은 앞의 두가지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금천풍호,
그는 점차 무후대상인이 남긴 광세절학에 자신도 모르게 깊이 빠
져들고 있었다.
* * *
단봉중옥,
그녀도 역시 지황이 남긴 마공비급들을 차례로 독파해 나가고 있
었다.
본좌의 일만이천마공은 모두 한가지 관점에 의해 창안된 것이다.
즉, 무림이란 모든 법규와 질서를 힘으로 대신하는 세계! 그 무림
에서 살아나가자면은 당연히 강한 힘만이 추앙을 받는다는 것이다.
강한 힘은 어떤 법규나 제약을 단숨에 뛰어 넘을수 있다.
설사 천만인이 원하지 않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대가 원한다면 이
루어질수 있는 것이다.
본좌는 십오세에 천하에 나가, 이십세에 피로서 천하를 군림했다.
본좌에게 복종하는 자는 살았고...... 본좌를 거역하는 자는 모두
죽었다.
본좌의 나이 이십세가 되던 해...... 천하에 아무도 본좌를 거역
하는 자가 없었다. 그것은 오직 힘, 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므로 본좌의 무공에는 인성이니 하는 가사로운 이론 따위는
배척해 버린지 오래다. 오직 원하는 목적을 최단 시일 내에 이룰수
있는 강한 힘을 얻는데 그 중점을 둔 것이다...... 중략......
천마십팔장------!
마도 최강의 장법!
일식, 천멸폭부터 십팔식 파천황에 이르기까지...... 마치 톱니
바퀴처럼 쉴새없이 맞물려 돌아가며 쏟아내는 연환장법으로, 한번
펼쳐지면 주위 십장 이내는 온통 폐허로 변하고 만다.
일백세도지옥참------!
일백개의 비도로 펼쳐지는 비도술의 최정화!
그 위력...... 그대는 뜨거운 여름 장마철에 우박처럼 쏟아지는
폭우를 본 적이 있는가?
한번이라도, 단 한번만이라도 그것을 본 적이 있다면 이것의 위
력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일백개의 비도가 한꺼번에 허공에서 자욱히 쏟아져 내리는 것이
바로 이 일백세도지옥참인 것이다.
상대는 이것이 펼쳐지는 순간, 이미 혼백의 반은 지옥의 문턱을
넘고 만다.
혈천대마종의 살인패학 가운데 가장 끔찍한 다량살상의 살인마학
이 바로 이 일백세도지옥참이었다.
과거, 혈천대마종은 이 일백세도지옥참으로 일천명의 정파연합고
수들을 저승의 고혼으로 만들었다고 하던가?
만일 이것을 마도신병구종 중 서열 삼위인 지옥수라비도로 펼친
다면 그 위력은 배가 된다.
그 이외에도......
청린사화장------!
한번 뿐으면 영원히 꺼지지 않는다는 악마의 불꽃------ 천린마
화를 장법으로 변화시켜 펼치는 마도최강화공------!
혈천대마종의 마공은 모두 인간을 가장 단 시간내에 어떻게 하면
가장 빨리 많이 죽일수 있느냐 하는 것만을 염두에 둔 소름끼치도
록 가공할 살인마학이었다.
아아------!
천지간에 가장 선한 불문의 비학과, 악마조차도 소름끼쳐 진저리
를 칠 상상을 초월하는 살인마학들이 한꺼번에 소장된 천지제황부
의 무고,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 선공과 마공을 익히는 한쌍의 남녀......
무후대상인의 예언에 의하면 그들 중 하나는 분명 죽게될 운명이
라고 하던데.......
아는가?
세월, 무심한 것은 그저 세월뿐이라는 것을......
세월은 그저 무심하게 흐르는 것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