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지음
1937년 발표된 세월은 1880년 빅토리아조 후반부터 1930년대 당시에 이르기까지 영국의 사회문화적 현상을 재현하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이다. 1880년을 첫 장으로 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50여 년의 기간을 포괄하는 세월은 1882년에 출생한울프 자신의 삶과 그 궤적을 거의 같이한다. 1933년 『세월」 집필과정 중 울프가 자신의 일기에 기술한 바에 따르면, '세월은 "역사, 정치, 페미니즘, 예술, 문학, 간단히 말해 울프가 알고 있는것, 느끼는 것, 비웃는 것, 경멸하는 것, 좋아하는 것, 예찬하는 것,증오하는 것” 그 모든 것에 관한 소설이다.<해설중에서>
런던의 중산층 파지터 일가 7명(엘리너, 에드워드, 모리스, 델리아, 밀리, 마틴, 로즈)의 자녀와 그 친척들의 50년의 일생을 연도별로 세밀하게 그린 작품이다.
각 7명의 남매들의 개성있는 성격과 어릴때의 모습과 성인이 된 후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또 노년에 어떤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지 자세히 담고 있다.
어느 비 오는 봄날 저녁 마침내 도래한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보면서도 무감각했던 델리아는 장례를 치르면서 불현듯 죽음과 맞닿은 삶을 벅차게 마주한다.
그녀는 무덤 안을 내려다보았다. 거기에, 그 관 안에 어머니가 누워 있었다.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고 또 미워했던 여자. 눈이 부셨다. 그녀는 기절할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그녀는 지켜보아야만 했다. 그리고 느껴야만 했다. 그녀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다. 흙더미가 관 위로 떨어졌다. 견고하게 빛나는 관의 표면 위로 자갈 세 개가 떨어졌다. 흙과 자갈이 떨어지는 동안 그녀는 영원한 어떤 것에 대한 느낌, 죽음과 혼합된 삶, 생명이 되는 죽음의 느낌에 사로잡혔다. 지켜보고 있는 동안 그녀는 참새들이 점점 더 빠르게 지저귀는 소리를 들었고 먼 곳으로부터 점점 더 크게 들려오는 바퀴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삶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p111쪽
키티가 이른 초여름 아침의 대지와 혼연일체가 되는 편안하고도 고조된 정서로 끝을 맺는다.
그녀는 인생의 장년기였고 활기가 있었다. 그녀는 계속 성큼성큼 걸었다. 길은 급한 오르막으로 이어졌다. 밑창이 두꺼운 신발로 땅을 디디자 그녀의 근육은 강하고도 유연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꽃을 내던졌다. 더 높이 올라갈수록 나무가 드문드문해졌다. 두 그루의 벌거숭이 나무 둥치 사이로 갑자기 놀라울 만큼 푸른 하늘이 보였다. 정상에 이른 것이었다. 바람이 잠잠해졌다. 시골의 정경이 그녀 주위 사방으로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녀의 몸은 줄어들고 눈은 커지는 듯했다. 그녀는 땅에 몸을 던지듯 드러누워서 저 멀리 어디에선가 바다에 닿을 때까지 파도 치듯 오르락내리락하며 멀리 멀리 이어지는 대지를 내려다보았다. 이 높이에서 내려다보면 대지는 개간되지 않은 채, 사람이 살지도 않고, 마을도 집들도 없이, 스스로, 홀로 존재하는 듯했다. 쐐기 모양의 어두운 그늘과 밝게 빛이 드는 드넓은 곳이 나란히 있었다. 그녀가 바라보자 빛이 움직이고 어둠이 움직였다. 빛과 그림자가 언덕을 넘고 계곡을 넘어 여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깊은 속삭임이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 다름 아닌 대지가 홀로 합창을 하며 스스로에게 노래하고 있었다. 그녀는 귀 기울이며 거기 누워 있었다. 그녀는 행복했다. 아주 완전히 시간이 멈춰 있었다.p346
고전은 읽기 어렵다. 한편의 대 서사시를 읽은 느낌인데 50년의 파란만장한 시대의 흐름을 타며 살아가는게 찰라와 같다니 참으로 덧없게 느껴진다.